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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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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3, 2012 06:47에 작성됨.


-캐릭터가 망가집니다. 특히 여주인공이 망가집니다.
내성이 얻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경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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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가 눈을 떴을 때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던 P의 얼굴이었다.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밤 세어 간병을 해준 건지 입고 있는 양복이 후줄근해져 있었다. 눈을 뜨고는 있었지만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뿌옇게 흐려지는 것이 시야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리카는 손을 움직이려고 보니 왠지 무겁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눈만 움직여 겨우 손쪽을 볼 수 있었다. 자고 있는 P의 손이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려했지만 머리에 통증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다.

“아-”

상대를 부르려 했지만 목과 입술이 메말라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P의 이름을 부르려 하는데 목소리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리카의 마음속에서부터 피어났다. 목소리가 막혀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된 현실만으로 마음이 꺾일 것 같았다. 
다시 입을 움직여보았다. 입만 뻐끔거리며 “아- 아-”거리는 소리만 나왔다.
그를 부를 수 없는 것만으로 그가 손을 잡아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눈을 감은 그가 가까이에 있는 데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은 다른 남자에게 안기고, P는 다른 여자를 안았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던 불안감과 공포감이 되살아났다.
머리가 아파와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않았고 기억도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던 것 같다. 그래서 그에게 사과를 했던 것 같다. 용서 받았던가? 그와는 아직 연인이던가? 아니, 연인이었나?
시야가 빙빙 돈다. 잡혀가던 시야가 다시 흐려지며 그의 모습이 사라져 간다.
서로 맞잡은 손의 감각도 희미해져 간다.
속으로 그의 이름을 외치며 어린애처럼 그를 찾았다.

‘가지마, 날 잡아줘. P, P! 어디야, 가지마 내 곁에 있어줘!’

눈물이 흐르려 할 때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따듯한 손가락이 느껴졌다.

“괜찮아? 악몽이라도 꾼 거야?”

흐려지던 시야가 뚜렷해지면서 잠에서 깨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P의 얼굴이 보였다. 그제야 안심이 되면서 그의 이름을 겨우 부를 수 있었다.

“P…….”

갈라진 목소리가 나오자 P는 그제야 리카의 상태를 파악하고 미리 준비해둔 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물을 따르기 위해 손을 빼려니 리카가 그 손을 꽉 잡았다.

“리카, 물을 따라야 하니 좀 놓아주겠어?”

P가 리카를 보며 묻자 리카는 힘들어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그러지 않아도 연약해진 손에 힘을 더욱 주며 놓지 않으려 했다. 표정에는 불안함이 열실이 들어나 있었다.
머리에는 붕대를 묶고 정돈 되지 않은 머리카락을 마구 떨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축축해진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자신을 보는 리카의 모습은 굉장히 애처로웠다.
그런 리카를 보다가 결국 P는 물을 따르는 것을 포기하며 일어나려던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도 리카의 손을 상냥하게 감쌌다.

“걱정마 리카. 계속 여기 있을게.”
“아-”

‘진짜?’라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래도 뜻은 전달되었는지 P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말이야. 그런 걱정 하지마.”

P는 친절하게 차갑게 젖은 수건으로 땀에 젖은 리카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리카는 그 상태로 하루를 더 꼬박 잠을 잤다.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일주일 정도는 입원해 상태를 봐야 한다는 것이 의사의 견해였다. 그나마 피를 흘린 것이 다행이라고 한다. 피를 안 흘렸으면 뇌 쪽으로 내출혈이 일어나 더 위험한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듯한다.
미키는 촬영 중에 사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불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프로덕션에서는 한 달 정도 휴가를 주면서 안정을 취하게 하였고, 대신 미키가 맡던 배역은 하루카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머리를 짜르고 염색한 최근의 미키는 철호조였다. 이 사건만이 아니었다면 리카의 자리는 확실히 미키가 가져갔을 지도 몰랐다.
자고 있던 리카의 얼굴과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줄 때 리카는 눈을 떴다. 리카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보이는 P의 얼굴을 뭔가를 확인 하듯 매만지다가 그대로 껴안다가 놓아주었다. 보기에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서 한참이 지나서야 리카는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기 전까지는 P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뜬 것만으로 굉장히 불안해하고는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리카는 웃으며 말했다. 막 정신을 차렸을 때의 불안함은 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하차하지 않을래? 사고도 있었고 충분히 명분은 있어. 감독도 이런 사고가 있었으니 거절하지 못할 거야.”

자신은 옆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P가 권하자 리카는 병원식단을 먹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원해서 지원한 배역이야. 내 쪽에서 빠질 수는 없어. 게다가 영화가 위험하단 건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일이야. 겨우 사건 한 번으로 빠질 생각은 없어.”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입원까지 하게 된 건 큰일이야. 프로듀서로서만이 아니라 연인으로서도 이런 위험한 촬영은 굉장히 조마조마 하다고.”

P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리카는 웃으며 평소와는 반대로 자신이 연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헤헤, 미안해. 하지만 P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에 넣은 톱 아이돌의 자리라고. 이런 식으로 오명을 남길 생각은 없어.” 
“이렇게 입원까지 했으니 주위에서는 아무도 오명이라고 생각 안 해.”

P가 걱정스럽게 계속 권하자 리카는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고, 그걸 거절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하차할 생각 없어.”

리카의 그 확고한 신념에 P는 그 이상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리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프로듀서로서 자신은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알았어.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프로듀서로서 믿고 따라줘야지.”
“연인으로서는?”

리카가 싱글거리며 묻자 수저를 놓고 리카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줘야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어 리카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면 돼. P가 곁에만 있으면 난 어떤 일이든 톱 아이돌로서 해낼 수 있으니깐.”
서로를 보며 신뢰에 웃음을 지으며 둘은 그렇게 식사를 끝내갔다.
“미키양은 어때?”

식사를 끝내고서 리카가 걱정스레 묻자 P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널 다치게 한게 정신적으로 힘들었나봐. 한 달 동안 휴가를 얻었어. 거기다 미키가 맡기로한 배역은 하루카가 맡기로 했고.”
“미키양 잘못이 아닌데…….”

리카는 안타까운 기분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애인을 노리고 있지만 그 순수한 마음이 나쁘지 않았다. P가 765의 프로듀서로 있을 때부터 따랐다는 순수한 아이.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예뻐 자신의 애인을 노리고 있었지만 무심코 응원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자신에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고 거기다 허니란 칭호를 고집해도 기분 좋게 지켜볼 수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어린 후배의 앞길을 망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리카가 자고 있을 때 미키가 왔다갔었어. 사과를 하고 싶다 하길래 괜찮다고 위로는 해주었지만……. 아마 내일 또 올 거야. 그 때 리카가 그 아이의 짐을 덜어줬으면 해.”   


P의 말에 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럴 생각이야. 나 미키씨를 좋아하거든. 만일 P를 뺏기게 되더라고 미키씨라면 기분 좋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일은 없어. 미키도 소중하지만 나에게는 리카가 제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이니깐.”
“그 말 믿을 수 있으려나~ 미키씨같이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가 유혹하면 넘어가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 같은데~”

리카가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P는 리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대로 리카와 입을 맞추었고, 리카는 그런 P의 행동을 웃으며 받아들였다. 한참을 서로를 안고서 키스를 하고 떼어진 둘의 입술 사이에는 가는 선이 늘어졌다가 끊어졌다.

“리카이외의 여자에게 넘어갈 일은 절대 없어.”
“헹- 말은 잘하네. 술 먹고 코토리씨…….”

P의 확언에 장난스럽게 받아치려다 말을 멈추었다. 일부러 피하고 있던 이야기를 자신도 모르게 꺼내고 만 것이다. 자신의 실수에 리카는 시선을 피했고, P는 미안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한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거북한 분위기만이 맴돌았다.
리카는 시선을 돌리며 병실을 보았다. 비싼 개인병실은 리카가 쓰기에는 살짝 넓은 감이 있었고 거기다 침대도 그랬다. 의사와 간호사는 지정된 시간 외에는 오지 않는다. 거기다 병실문은 매스컴의 기자가 올 때도 있어 잠가 놓고 있었다. 
거기다 지금은 본의 아니게 일주일 정도 쉴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남자에게 안겼던 일이 떠올랐다. P가 다른 여자를 안았던 것도 생각난다.
리카의 시선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P의 얼굴에 향했다. 리카는 말 없이 자신의 환자복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툭.
툭.
툭.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갈 때 P가 그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 P를 애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리카는 속삭이듯 작게 애원했다.

“안아줘.”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서 P가 당황해 입원실 문을 보았다. 문은 잠겨있었다. 하지만 밖에서 듣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실 입원자 중에는 비밀을 요하는 일도 많아 방음도 잘 되어 있는 곳이었다.
P가 다시 리카를 보았을 때 이미 병원 복의 상의는 모두 단추가 풀어헤쳐져 부드럽게 침대 위에 떨어졌다.
스르륵. 부드러운 그 소리가 P의 귀를 자극했다.

“저, 리카. 여긴 병원이라고?”
“알고 있어. 하지만……. 안아줬으면 해. P에게 안기면 괴로운 걸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깐.”

리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번에는 자신의 환자복의 하의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그 모습을 제지도 하지 않고 P는 갈등했다. 어차피 이제 병실에 올 사람도 없고, 와도 문은 잠겨있다. 들킬 일은 없다. 뒤처리로 침대의 시트나 커버 같은 것도 간호사들 몰래 자신이 직접 바꿀 수 있었다.
리카의 얼굴을 보았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여러 일들이 있었다.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의를 벗고 속옷까지 벗으려 할 때 P는 결국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양복을 하나 벗었다.



 

“그럼 난 오늘 취소 된 스케줄 때문에 일이 있어 있다가 오후에나 올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아침 일찍 시트와 이불을 교체하고서 출근할 준비를 한 P가 침대에 얌전히 기대어 있는 리카에게 물었다. 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P를 배웅했다.

“응.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리카가 어제의 불안감을 완전히 잊은 환한 표정으로 배웅해 주자 P는 안심을 하고 불안함을 어느 정도 덜은 채 일을 하러 갈 수 있었다.

“그럼 최대한 빨리 갔다 올게. 기다리고 있어 리카.”   
“다녀오세요-”

P가 리카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서 병실을 나섰다. 병실에 혼자 남게 되자 리카는 그것만으로 허해진 병실에서 살짝 외로움을 느꼈다.

“벌써부터 이러다니 큰일이네.”

리카는 한숨과 함께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 어지러웠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P도 안심하고 출근을 한 것이다.
오랜 만의 여유다. 있다 미키도 온다고 했으니 혼자 있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 외로움도 잠시 뿐이다.
병실문은 잠겨 있었다. 병원 측에서 출입을 금지 시킨다해도 몰래 억지로 오는 기자들도 있으니 이정도 방비는 해 놓아야했다.
병실문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음료수캔을 하나 꺼내와 침대로 돌아왔다. 어제 이 침대에서 P와…….
지금 생각하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병원에서 그런 일을……. 아침에 P가 뒤처리를 한다고 고생한 걸 보면 미안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그 전까지의 불안함을 잊을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 거기다 이번에는 아픔이 강했던 처음과 달리 제대로 P를 느낄 수 있었다. 점점 그와 맞춰줘 간다는 생각에 리카는 가슴이 띄었다.
퇴원한다면 날 잡아 P의 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음료수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키자 연예방송에서 자신의 입원에 대해 크게 보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도 있으니 큰 뉴스가 되는 듯 했다. 그것을 보고 더욱 기자들을 견제해야겠단 생각이 강해졌다.
그 때 TV소리를 제외하면 적막했던 병실 안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리카는 미키인가 싶어 문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누구시죠?”
“당신의 영원한 팬인 하루유키입니다. 당신이 다쳤다는 말에 병문안 왔습니다.”

그 목소리와 이름을 듣는 순간 리카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서서히 떨려왔다. 그 의원이었다. 그 의원이 왜? 우리들 사이에 거래는 확실히 끝났다. 이제 와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비열하지만 거래로는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결코 그 때의 일로 협박을 계속할 인물도 아니다.

“이런, 리카씨 팬을 홀대하실 건 아니죠? 거기다 할 이야기도 있으니 들여보내주시면 감사하겠군요.”

리카는 갈등을 하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의원이 케이크 상자를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의 입원 소식에 놀라 이렇게 당장 달려와 버렸습니다. 머리는 괜찮으세요?”

케이크상자를 서랍장에 올려놓으며 의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리카는 문을 닫고서 문을 잠글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런 인간과 밀폐 된 곳에 단 둘이 있는 것은 불안했다. 하지만 혹시나 이야기가 세나가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었다. 결국 문을 닫기만 하고 잠그지는 않았다. 
의원을 노려보자 의원은 리카에게 침대로 갈 것을 부탁했다.

“환자를 계속 서 있게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앉아 주시겠습니까? 전 정말 의원으로서 면회를 왔을 뿐입니다. 이래뵈도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지만 일단 연예계 일도 처리하고 있으니 말이죠. 국내 톱 아이돌의 문병은 당연한 공적인 일입니다.”

의원의 말에 리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의원과는 공적인 일로 이렇게 가끔 만날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이돌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이만 가주시겠습니까? 문병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유키의원님.”

리카가 냉랭하게 말하자 하루유키 의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래봐도 바쁜 몸이라 바로 가고 싶기는 하지만, 해야 할 이야기도 있어서 말이죠.”

하루유키는 여유롭게 말하며 병실에 있는 고급의자에 멋대로 앉아 다리를 꼬았다.

“이번에 외국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OOO방송국에서 시의 지원을 받아 기획되어 있습니다. 외국에도 생방송 되는 상당히 큰 프로젝트로서 소문이 퍼지면 많은 아이돌들이 지원하려고 준비할 것입니다. 오디션부터 이미 화제가 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겠죠. 그 수준도 상당히 커 설사 최고의 실력과 인기, 외모를 겸비한 리카씨라도 쉽게 본선에 가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는 실력으로 충분히 본선에 진출 할 수 있으니깐요.”

리카가 차갑게 내뱉으며 말하자 하루유키의원은 쿡쿡 웃었다.

“과연, 미국에서까지 성공한 국내최고의 아이돌이군요. 당신과의 거래를 이행하죠.”

거래란 말에 리카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 인간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감이 잡힌 것이다.

“당신과의 거래는 그날로 끝났을 텐데요? 설마 계약을 어길 생각인가요?”

그 말에 하루유키 의원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런, 리카씨 전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는 겁니다. 잊었습니까? 전 관계를 맺은 아이돌과의 약속은 확실히 지킵니다. 보통 거래 내용은 그 아이돌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과 연줄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것은 당신도 틀리지 않습니다, 리카씨.”

그 말에 리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굴욕이었다. 그런 3류 아이돌들과 자신을 동급으로 만들다니. 거기다 P를 배신한 행위는 계속 이어지게 하려했다. 실력만으로 아이돌을 이끌어온 남자다. 이런 거래는 그의 노력을 또 배신하는 일이다.

“거절하죠. 당신의 더러운 술수가 아니라도 전 충분히 본선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의원은 혀를 차며 비웃었다.

“오해하고 있군요. 제가 누군데 당신을 본선에 진출시키기만 하겠습니까?”

하루유키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짓궂게 웃었다.

“당신이 나설 곳은 그런 시시한 오디션이 아닙니다. 바로 본편 방송이죠. 당신은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 거기다 하루유키의원이 강력하게 추천해 외국의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을 하게 되죠.”

파격적인 일이다. 아무리 국내최고의 톱 아이돌이라도 그 편의는 오디션 본선 정도가 한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의 연줄로 오디션을 건너 띈 즉석출연이라니. 
하지만 이걸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P라면 자신의 실력을 믿으며 오디션의 예선부터를 추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쪽이 최고의 아이돌이면서도 착실히 노력하는 자신의 이미지에도 맞았다.
이것을 받아들이면 확실히 P를 배신하는 일이다.
리카는 의원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다시 말하죠. 필요 없습니다.”
“이런, 당신 쪽에서 거래를 배신할 생각입니까?”
“뭐?”

리카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할 수 없군요. 거래를 배신한다니. 그럼 당신의 프로듀서랑 이야기를 할 수 밖에. 그런 스캔들은 상당히 큰일이니 당연 당신의 프로듀서랑 이야기 할 수밖에…….”
“그게 무슨 헛소리야!”

결국 리카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의원은 몸을 뒤로 빼면서 여유로운 행동을 취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거래의 내용을 당신이 어긴다는 것이죠. 설마 저와 관계를 맺고 돈과 CD를 받은 것만으로 거래가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전 약속대로 더 이상 당신을 탐하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본래의 거래대로 당신의 더 큰 성공을 위해 지원할 겁니다. 물론 어디까지 발판이지만요. 국내 톱인 당신의 이 이상의 성공은 뭘까요? 당연히 세계에 도전하는 거겠죠. 아,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도울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도 원하지는 않는 듯 해 이번만 도울 겁니다. 즉, 여기까지 당신과 저의 거래. 전 신뢰를 위해 한 번 한 거래는 끝까지 이행할겁니다. 이런 저의 호의를 거절한다면, 이것은 당신 쪽에서 거래를 배신한다는 의미. 그렇다면 당신과의 거래를 제 쪽에서 계속 이행할 이유는 없죠.” 


하루유키의 싱글거리는 얼굴을 보면서 리카는 할 말을 잊었다. 이 의원은 확실히 거래를 지킨다. 하지만 그것이 이런 의미일지는 몰랐다.
아이돌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전제가 기본일지는 몰랐다. 거기다 거래의 내용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까지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받아들이면 그 순간 P의 프로듀서로서의 노력을 배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거래를 배신하는 순간 이 의원은 착실하게도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이번 한 번만 더 참으면 된다. 그럼 이 의원과의 거래는 이걸로 확실히 끝난다. 리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질문에 리카는 고개를 숙이고 쥐어짜내듯 말했다.

“……하겠습니다.”
‘미안해 P.’

속으로 P에게 사과하는 리카에게 의원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다행이군요. 거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세계에 통할 최고의 아이돌은 당신뿐이니깐요. 주위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대우는 이해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와 방송국에서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방송 때보죠.”

리카는 P를 두 번이나 배신했다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침대에 무너져 울 것만 같았다.
의원은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의 손잡이를 돌려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은 이미 살짝 열려있었다. 의원은 열린 문 사이에 있는 사람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오, 미나세가의 아가씨군요. 반갑습니다.”

미나세란 성에 리카는 숙였던 고개를 팍하고 들었다. 미나세란 성을 쓰는 765의 아이돌이 생각난 것이다. 그러자 병실 입구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이오리의 모습이 보였다.
리카를 노려보던 이오리는 곧 하루유키에게 미소를 지었다. 대외적으로 의원과 미나세의 자식이 만난 것이다. 마음에 안 들어도 웃어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하루유키 의원님. 바쁘신 듯 하네요.”
“하하, 그러네요. 미나세가의 영애이자 이런 미인이라면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럼 바쁜일이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네. 저도 안타깝지만 리카씨의 병문안을 온거라서 말이죠. 그럼 안녕히 가시길.”
“좋은 시간 보내시길. 다음에 또 뵙죠.”

하루유키가 나가자 이오리는 얼굴에 그늘을 드리오며 문을 닫고서 잠갔다. 그리고 저벅저벅 침대에 앉아 있는 리카에게 다가가 손을 올렸다. 리카는 그것이 무슨 행동인지 알고 그 다음 올 충격에 대비했지만 이오리의 손은 힘 없이 내려갔다.
이오리는 고개를 들어 리카를 노려보았다.

“더러운 여자.”

이오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정말 정도껏 해. 얼마나 곤란한지 알아? 당신이 저 하루유키 의원과 모텔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다행히 내 쪽에서 먼저 알아 미나세가의 힘으로 그것을 무마했지만. 당신 뿐이라면 몰라. P의 앞길을 망칠 생각이야?”

이오리의 말에 리카는 무너질 것 같은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다. 상대가 환자라는 배려심 따위 이오리에게는 없었다. 

“그건 이유가 있어서…….”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해온 남자야. 그런 남자의 노력을 당신은 뭘로 아는 거야? 더럽게 몸이나 팔아서 일까지 얻다니. 헤, 최고네. 정말 최고의 아이돌이야. 몸을 팔아 얻는 일도 스케일이 틀리네. 다른 3류 아이돌이라면 겨우 지명 있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마케팅에 도움 주는 정도일 텐데. 시의 지원을 받는 큰 프로젝트의 방송에 오디션도 없이 곧바로 세계와 경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해.”

비웃으며 말하는 이오리의 말에 리카는 어지러움 느끼며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걸 참으며 이오리와 시선을 맞췄다.
두려웠다. 이 자신보다도 한 참 어린 아이가 무서웠다.

“정말 최고라니깐. 그러고보니 프로듀서도 없이 톱 아이돌이 되었었지 이미?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이런 큰일을 따내다니.”

거기서 이오리는 말을 멈추고 가만히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를 악무려 힘주어 말했다.

“정말 프로듀서는 필요 없잖아.”
“그, 그렇지 않아!”

프로듀서가 필요 없단 말에 리카는 곧 바로 부정했다. 프로듀서가 필요 없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P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것 절대 아니다. 부정해야만 했다.

“닥쳐!”

그 순간 이오리는 리카에게 소리를 질렀다. 리카는 움찔하며 몸을 살짝 떨었다. 

“보나마나 이거 P도 모르지? 그런 주제에 그렇지 않다고? 웃기지마. 당신은 P를 배신했어. 그러면서 뭐, 그가 필요하다고? 적당히 해. 이 더러운 여자가 주제도 모르고. 긴 말할 생각 없어. 당장 P를 놓아줘. 이 이상 당신과 계속하면 P만 불쌍해. 아, 걱정은 하지마. 그는 우리 765프로에서 고용할 테니.”

그 말에 리카는 손을 뻗어 이오리의 팔을 잡았다. 이미 그 눈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어! 이제 나에게는 그 사람뿐이야!”
“거짓말도 작작해!”

이오리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런 사람을 배신 한 건 당신이야. 더럽고 뻔뻔하게 그 사람을 배신하고, 더불어 톱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더러운 술수로 다른 아이돌의 노력까지 우습게 만들었어.”
“그럴 의도로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이 사실이 거짓이라는 거야?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인가? 응? 말씀해 보세요,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 리카씨.”

그 비아냥에 리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오리는 차갑게 그 잡힌 손을 쳐내며 리카에게 경고했다.

“사실을 말하면 P도 충격을 받고 이대로 아이돌 업계에서 은퇴할 지도 몰라. 알아서 잘 숨겨서 P를 당신의 프로듀서 자리에서 해고해. 이건 경고야. 아니면 내가 직접 P에게 말하겠어.”

그를 배신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그럴 수 없다. 그에게 버림받으면 정말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톱의 자리도 의미가 없다.

“안 돼,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무엇이든 할게!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줘! 그 사람을 잃을 수 없어! 그가 없으면 난 더 이상 살 수도 없어!”
“그럼 죽어.”

그 애원에 이오리는 차갑게 말했다. 그 대답에 리카는 입만 벌리며 이오리를 올려다보았다.

“왜? 살 수 없다며? 그럼 죽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깨끗하게 사라져. 당신이 죽는 다면 내가 뭐 죄책감을 느끼며 말릴 줄 알았어? 안 돼요 국내 최고의 아이돌인 리카씨! 이런 일로 죽으면 P가 상처 받아요!라고 할 줄 알았어? 국내 최고? 하, 웃기고 있어. 보나마나 이런 일로 얻은 자리겠지. 그래 놓고 그 자리를 이용해 P를 우리에게서 뺏어간 거겠지. 그럴려고 우리에게 그 아이카씨랑 고토씨, 페트씨를 보낸 거겠지? 뻔뻔해. 그래 놓고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 한 거야?”


이오리는 차갑게 노려보고서 등을 돌렸다.

“알아서 해. P가 계속 당신 곁에 있다면 내가 P에게 말하고서 그를 프로듀서로서 되찾아 올거야.”

이오리가 문을 향해 걸어가자 리카는 울면서 생각했다.
안 돼, 안 돼. 그에게 버림 받는 다고? 안 돼! 그럼 난 정말 더 이상 살 수 없어. 어떻게 하지? 아, 그래. 아는 건 저 아이뿐! 버림받는다면 차라리!
리카는 침대 옆 사물함에 있는 화분병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오리에게 내리치려 할 때 이오리가 돌아보았다.
이오리는 리카의 모습을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더욱 차갑게 노려보았다.

“더럽고 뻔뻔하고 거기다 이기적이고 난폭하고 멍청하기까지 하네.”

그 독설에 리카는 멍하게 이오리의 얼굴을 보았다.

“그걸 날 죽여서 증거인멸이라도 하게? 그 다음에 어떻게 하게? 그보다 그래놓고 P에게 말할 수 있어? 못하지. 그럼 또 P에게 거짓말을 하겠지.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큰 거짓말을 계속하겠지. 그래 놓고 그의 연인이야? 하, 아니겠지. 그냥 당신에게는 심심풀이 놀이였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까.”

이오리의 독설에 리카의 손에 들린 화분은 힘을 잃고 침대 시트에 소리도 내지 않고 떨어졌다. 그러자 화분에 들었던 꽃이 흩어지며 들었던 물이 침대시트를 적셔갔다. 
리카는 이오리를 향해 침대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침대위 위에 얹고 그 위에 머리를 숙여 울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멍청했어요. 제발 부탁해요. P에게 말하지만 마세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제발, 제발…….” 

흐느끼는 리카를 차갑게 쏘아보다가 손잡이에 손을 얹고서 이오리는 차갑게 말했다.

“다음 주에 방송출연하지? 나랑 같은 방송으로 아는데. 일단 그 프로그램에서 빠져.”

그 말에 리카가 고개를 들어 울어 엉망이된 얼굴로 쳐다보자 이오리는 보지도 않고 이어말했다.

“시키는 대로 한다며? 일단 그 방송은 빠져. 더러운 것하고 엮이는 것도 역겨우니. 나머지는 좀 더 생각할게. 일단 P도 충격을 받을테니 말하는 건 미루어 두겠어.”

그리 말하고서 이오리는 병실에서 나갔다. 이오리가 나가자 리카는 한 동안 무릎을 꿇고 있다가 자세를 풀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핸드폰을 잡고 주소록을 열었다. 거기에는 하트로 표시한 P의 이름이 떠올랐다. 거기에 통화연결을 누르려다가 이내 핸드폰을 닫았다. 그런 핸드폰을 안고 이불 속에서 리카는 몸을 떨며 울었다.
몇 번이고 P에게 사과하며 울다가 이내 그대로 이불 속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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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났다..... 아직 하루카가 출연하기 전인데 거기다 리카의 불행이...
아, 8화까지 행복했었지. 그럼 문제 없네~
분량조절 실패로 하루카 출연 실패.
아, 참고로 심한 것 못 보여줘서 자제하며 썼습니다. 초반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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