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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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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8 14:33에 작성됨.

 

2017년 1월 16시

사무실

대상: 리카

 

 

리카다. 벽에 기대 폰을 만지고 있었다. 앞섬은 풀어헤쳤다.

난 리카에게 다가갔다.

 

“응? 응? 리카한테 볼일?”

 

“팬티 보여줘.”

 

“응?”

 

아, 말이 헛나왔다. 원래는 좀 더 건전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리카의 화장이며 스타일이며 그 요망함에 나도 모르게 평소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꺄하핫~!!! 프로듀서 왜 그래 갑자기? 팬티라니, 프로듀서 변태야?”

 

순간의 당황함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 내려 했다. 갸루라는 컨셉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혹은 그냥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지...

 

“...뭐라고?”

 

“변~태!” 

 

리카는 오히려 웃어보였다. 

립글로즈를 바른 리카의 조그마한 입술이 매끈한 윤기를 띄었다. 말 그대로 앵두같다. 눈을 가늘게 뜨고 짓는 눈웃음과, 가녀린 몸집이 푸딩처럼 느껴졌다.

손대면 부서질 것 같지만 그 연약함이 감질나게 만들어 당장이라도 짐승처럼 물어뜯어 버리고 싶어지는 가학성을 불어일으켰다. 정말이지 위험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리카가 너무나 귀엽다. 너무 귀여워서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강제로 팔을 잡고 벽쿵! 을 넘어 바닥쿵!을 시전하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나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큰집신세였을 것이다.

 

“변태 맞으니까 팬티 보여줘.”

 

“......아니... 그...  꺄하~!! 리, 리카의 매력에 너무 빠져버린 거 아냐~!?” 

 

“여자한테 그런 얘기 하면 못 써. 프로듀서! 먼저 무드가 중요한 거니까. 알겠어? 무.드!”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아무 꿍꿍이도 없이 이런 귀한 정보를 알려준다니, 어쩜 이렇게 착한 아이인지. 

모처럼 팁까지 줬으니 실천해 봐야하지 않겠는가?

 

“...무드?”

 

“킥킥... 프로듀서는 모쏠이니까... 리카가 자세히 알려ㅈ——“

 

쿵— 

 

“......힛...!?” 

 

리카의 말을 끊으며, 난 벽을 쳤다. 리카와 마주보며 리카 뒤의 벽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리카에게——‘벽쿵’했다.

 

“......리카.”

 

난 손을 짚은 채로 나지막히 리카의 이름을 불렀다. 리카는 아무 대답 없이 날 올려다만 보고 있었다. 

심장소리만 들렸다. 아마 리카의 심장소리... 였으면 좋겠지만 사실 내 소리였다. 모쏠주제에 여자애한테 벽쿵한다는 시츄에이션이 긴장이 안 될 리가 없었다. 거기에 손이 더럽게 아픈데 안 아픈척 참고 있으려니 식은땀도 흘렀다. 

 

“......저, 기......... 프로, 듀서... 이거......” 

 

리카는 가쁜 숨을 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발랄함은 어디가고 한없이 연약하고 청초한 여자아이만이 있었다. 가슴언저리에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떨리는 목소리에 눈에 망울망울 눈물이 덮여 반짝하고 빛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이름이 불린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합리화이지만, 정말 이건 거역할 수 없다. 당장이라도 흘러넘칠 것만 같이 눈물이 고인 눈망울로 날 바라보면, 그 요망한 입술하며, 조그만 체격에. 참을 수가 없었다.

 

난 그대로 참지 못하고 리카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2017년 1월 12일 19시

사무소 휴게실

대상: 리카

 

눈을 뜨니 휴게실이었다. 치히로 씨가 뭉툭한 둔기로 후두부를 강하게 타격...음, 뒷통수를 갈긴 듯했다. 욕이 절로 나오지만 사실 감사해야 할 판이다. 잘못하면 휴게실이 아니라 구치소에서 눈을 떴을 테니까. 

 

“...”

 

리카가 옆에 있었다. 

무슨 표정인지 모를 오묘한 표정을 짓고 나를 보고 있었다. 적어도 화내는 표정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쌀쌀한듯 외투를 입고 있는 걸 보니 저녁인 것 같은데, 집에도 안 돌아가고 뭐하는 건지, 미안한 짓을 했다며 잠시 후회의 시간을 가졌다.

 

“...미안.”

 

할 말은 달리 없었다. 리카도 대답은 없이 멀뚱히 서로 보고만 있었다.

 

“...오늘 좀 이상했던 거 알아? 프로듀서.”

 

좀이 아니라 꽤나 이상했지. 음계로 치자면 레였다. 도를 지나쳤...읍읍

 

“아니, 갑자기 와서 팬티 보여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진짜 바보 아냐? 프로듀서, 병원 가봤어?”

 

가야 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상황도 나쁘진 않았다. 밖은 어둑어둑하고, 내 옆엔 아이돌, 둘만의 공간. 여느 남자라도 기뻐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사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분위기도 분위기고, 장소도 장소니 이대로 해피한 전개로 나가는 걸 망상해 버렸다. 난 쓰레기다.

 

“......그, 저기...”

 

“리카도... 이제 중학생이고...... 그...”

 

리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말을 이어 나갔다.

 

“알 거 다 아는... 나이니까... 그...... 팬티... 같은 거...... 프로듀서가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 알고 있고......///“

 

무슨 뜻이었을까. 리카가 일부러 말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변태...///”

 

그 선악과같은 단어와 함께, 리카는 조용히 한 손을 들어 기묘한 모양새로 만들고, 기묘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 제스쳐가 무엇이었는지는 여백이 부족하여 적지 않겠지만, 마치 태초의 생명의 발생과도 같이 영험했다고만 적어 두고자 한다.

 

“............... 이거...///“

 

스스로도 창피한지 눈을 한껏 피하고 있었다. 내 눈치를 보듯 날 힐끔거리며.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색한 침묵만을 지키는 것이 한계였다. 그리고 긍정한다는 것이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개는 자연히 아래로만 숙여졌다.

리카가 말을 이었다.

 

“......저기... 그...... 프로듀서는... 그... 리카... 를......그, 조, 좋아하는... 거지........///“

 

깜빡이도 없이 갑작스레 들어온 돌직구에, 마치 숨이 턱 막힌 것만 같았다. 말이 목구멍에 걸린다는 표현을 그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어, 어쩔 수 없는 거... 지...?”

 

“프... 후로드, 프로듀서, 는...... 그... 로리, 콘...... 이, 니까...“

 

“리카... 를... 좋아하는 건...... 그...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리카의 말이 마치 기화제처럼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어느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의식은 백지처럼 하얬다. 긍정해야 할 판인가, 거짓말로라도 아니라고 답해야 하는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게. 같은 클리셰로 넘겨버려야 하는가? 

그런 잡다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면서, 결국 다시 침묵을 선택했다. 그렇게 영겁같았던 순간이 지나고 리카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그, 러니까......... 팬, 티... 보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리카는 앉은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부여잡았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눈을 하고선 시선을 필사적으로 회피하며, 리카는 치맛자락을 천천히 들추어 올렸다. 

절대영역이 조금씩 보였다. 이름이 무색할 만큼 가늘은 넓적다리를 서로 비비대며 한껏 긴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나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리카가 손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대로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절대영역의 경계선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매끈한 허벅지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그런 곳에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리카는 어느샌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한없이 상기된 채로,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내 가학심을 부추기는 역할도 했다. 

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경직된 채로 리카의 손언저리를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리카는 펄럭이듯,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 때를 가끔 후회할 때가 온다.

나는 결국 마지막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내 무의식 깊이 티끌처럼 남아있던 양심이었을까. 백지같던 의식속에서 내가 찾아낸 답은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어째서였을까. 아직까지도 그 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 결과가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을 건 확실하다. 

그 후 리카는 한계가 온 듯 치마를 원상복귀하고, 나도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글쎄, 해 줄 수 있는 말도 달리 없어서, 평소처럼 머리만 쓰다듬어 주고 말았다. 리카도 그걸로 만족한듯 아직은 살짝 빨개진 채로 미소지어 보였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다. 

그 후로는 서로 별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지냈다. 미묘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리카가 조금   더 잘 웃게 되었다. 미소에 따듯함이 묻어 나온다고 할까, 평도 좋아졌다. 나만 보면 뭐가 그렇게 웃긴지, 천진난만하게 미소를 보여 주는 게 나까지 치유되는 것 같아서 사무소에 오는 게 조금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가끔 단둘이 있을 때면 갑자기 날 부르는데, 눈웃음을 지으며 변태라고 놀리는 것이 너무 요망해서, 가학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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