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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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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3, 2012 06:37에 작성됨.

캐릭터가 망가집니다. 특히 여자주인공 리카가 망가집니다. 그러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보지마세요.
생각해보니 이것도 어느의미로는 역NTR일수도 있군요. 취향이 아니거나 내성 없는 분은 보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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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보인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아팠다. 휴일이라고 어젯밤에 코토리랑 단 둘이 과음을 한 것이다.


“에구-”


신음소리를 내며 P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코토리씨는 잘 돌아갔나?”

겨우 정신이 들자 제일 먼저 같이 술을 마셨던 상대를 걱정했다. 둘이 어디까지 마셨는지 기억이 모호했다. 하지만 필름이 끊긴 것이 아니라 좀 더 정신이 명확해지면 제대로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우-”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카가 같이 자고 있던 걸까? 
자신의 몸이 속옷 하나 안 걸친 알몸이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아마 리카가 친구를 만나고서 밤늦게 온 듯싶었다. 그대로 술김에 관계를 맺은 것일까?
몸을 반 쯤 일으키고 옆에 누운 리카를 볼려고 했다. 그리고 흐릿한 시선으로도 확실히 보이는 부드러운 선의 하얀 몸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초록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초록색? 리카는 갈색일텐데. 거기다 길이도 짧다. 틀림 없이 리카의 머리는 긴 생머리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P는 정신이 확 들어버렸다. 서, 설마?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집었다. 렌즈가 눈 앞에 걸리자 확실해진 시선에는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옆에는 속에 아무것도 안 입고서 이불만으로 몸을 가리고 단잠에 빠진 오토나시 코토리가 있었다.  

“어, 어째서?”

왜 코토리씨가? P가 의문을 표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단순한 오해다. 그냥 평소처럼 술을 먹고서 잠들었는데, 알코올 기운에 몸이 뜨거워 서로 옷을 벗은 거뿐이다.
술에 취해 집에 가기 귀찮은 코토리씨가 여기서 잔 것뿐이다. 서로 허물없는 사이니 침대도 같이 쓴 것 뿐이다. 그런 것…….

“아……. 말도 안 돼.”

기억이 선명해졌다. 어제 아즈사가 두고 간 맥주를 단 둘이서 비운 후 왠지 몸이 뜨거워지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면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알코올 때문인지 상대의 매력적인 몸에 시선이 가 버렸고,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인지 다음에는…….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연인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탐했다. 어떻게 자신이 이런 최악의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나중이다. 일단 코토리를 깨어 리카가 오기 전에 일단 집안에서 내보내야 했다.

“……거짓말…….” 

그 때 열려있는 방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을 보니 거기에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리카가 서 있었다.



 

새벽 내 꼴사납게 길바닥에서 울다가 비틀거리면 먼 거리를 힘없이 걸어갔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 머릿속에는 온통 사랑하는 사람 생각뿐이었다. 
만나고 싶다. 안기고 싶다. 안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 얼굴을 보고 싶다. 그의 미소가 보고 싶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온통 그에 대한 생각뿐이다. 그렇게 그의 집에 도착했다.
다리는 아프고 몸은 피곤하다. 정신적으로도 이미 지쳐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쓰지 못했다. 그의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에게서 받은 열쇠로 그의 집 문을 열었다. 거실이 난장판이었다. 어제 친구들과 술이라도 마신 듯싶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곧 바로 그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자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안심이 되어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피로가 몰려왔다. 그를 깨우지 않고 그의 옆에 같은 침대에서 자고 싶었다. P가 그 때 일어났다. 리카는 웃으며 일어난 그에게 다가가려 했었다. 
그 때 리카의 눈에는 보였다. 그와 동시에 P도 보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자신에게 허락 된 곳. 그런데, 그곳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알몸의 여자가.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악몽 같은 현실에 리카는 방 앞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거짓말…….” 

메마른 목소리가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켰다.



 

코토리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상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기억이 선명하다. 아무리 남자가 급하고, 술기운이라고 해도 그렇지 애인이 있는 남자와 관계를 맺다니! 그것도 일방적인 것이 아닌 합의하에 한 행위다.
눈앞의 상대의 눈치를 보았다. 리카는 멍하니 방 앞에서 급히 옷을 입고 있는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어떤 감정도 내비추지 않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꿈을 꾸는 듯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말을 걸어야 할까? 다른 당사자인 리카의 연인인 P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코토리씨.” 

공허한 목소리였다. 분노가 안 느껴진다. 살의도 안 느껴진다. 슬픔도 안 느껴진다. 그저 공허함만이 느껴진다. 그 공허함이 오히려 자신들을 소름끼치게 한다. 금방이라도 뭔가 터질 것 같은 폭탄이 터지기 전의 고요함 같았다. 혹은 일부러 현실을 외면하려는 듯도 싶었다.
리카의 얼굴에 공허한 미소가 떠올랐다.

“혼자 사는 여성분이 아무리 친하다 해도 남자 집에서 주무시면 안 되죠. 집에서 걱정할테니 빨리 가셔야하지 않겠어요?”

코토리는 독신이다.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지금의 리카는 화를 내지 않지만 그랬기에 더욱 무서웠다.

“네, 네. 죄송했습니다!”

코토리는 많은 말을 못하고 사과만 하고 급히 P의 집을 나섰다.
코토리가 나가자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만이 맴돌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리카였다. 리카는 거실로 돌아가 술잔치를 벌여 어지러워 진 곳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웃으며 P를 보지 않고 말했다.

“어제 누구랑 마신 거야?”

태연해 보이는 그 질문에 P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방 앞에 우두커니 서서 거실을 치우는 리카의 모습을 볼 뿐이었다. 리카가 시선을 돌려 P와 마주보았다. 웃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듯이 떨리는 눈동자가 억지로 참고 있음을 역력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알고 있어. 이거 다 오해지?”

리카는 확신하며 말했다. 그것을 현실로 삼으려는 듯.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P의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P옆에 서서 웃었다.

“그런 거라 생각해. P는 가끔 엉뚱하게도 오해를 사잖아? 이번에도 그런 거지? 하하. 알고 있어. 그러니 사과할 필요 없어.”

그리고 다시 거실을 치우려고 등을 돌릴 때 뒤에서 P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떼었다.

“리카 미…….”
“사과하지마. 오해잖아.”

리카가 말을 끊고 뒤돌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리카…….”
“내가 오해한 거 맞잖아. 그런 거잖아. 그러니 제발 사과 하지 마.”
“미안…….”

쫙!
메마른 뺨 맞는 소리가 들리며 P의 고개가 돌아갔다. 몸을 돌려 바로 P의 얼굴을 때린 리카는 때린 자세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사과하지 말랬잖아! 사과하지 말라고! 그냥 내가 오해한 거라고, 아무 일도 없던 거라고! 그렇게 넘어가주면 안 돼? 왜 그렇게 사람이 바보 같아? 왜 그렇게 정직해? 그냥 한 번 쯤 거짓말해도 되잖아! 나에게 미안해? 그러면 차라리 거짓말 해줘!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런 일 없었다고! 나도 그냥 넘어가려 하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소리를 치며 다시 P의 때렸던 뺨을 때렸다. P는 묵묵히 그것을 듣고 있었다. 

“정말, 어째서, 왜! 왜 이런 거야! 대체 왜……. 그러지 않아도 힘든데, 당신 얼굴 보면 괜찮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내가 어제 어떤……!” 

거기까지 말하다가 리카는 말을 멈추었다. 
과연 내가 지금 이 사람에게 화를 낼 자격이 있을까? 나도 어제 다른 남자랑…….
아니, 틀리다. 나랑 이 사람의 실수는 그 크기가 틀리다.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떻게 보더라도 실수였다는 게 느껴졌다. 술김에 그랬겠지. 거기다 자신이 어제 그 남자를 안 만나고 초대 받은 대로 같이 갔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 자신의 탓인가? 하지만 이 사람도 다른 여자를 안은 것은 맞다.
그럼 둘 다 똑같은 잘못인가?
……똑같지 않다. P는 그래도 사실대로 나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 수 있다. 그럼 자신은, 자신도 그럴 수 있을까? 그 더러운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협박을 하고, 어떤 대우를 하고 어떻게 자신을 더럽혔는지 모두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사실대로 말하는 순간 P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신의 미래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의원에게 달려가 단판을 지으려할 것이다. 화가나 이성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자신은 은퇴한다 해도 P는 계속 이곳에서 일을 할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망칠 수 없었다.

“……미안.”

목소리가 떨려왔다. 리카는 떨리는 손으로 P의 빨개진 볼을 감쌌다.

“정말 미안해. 아팠지?”

갑작스레 바뀐 리카의 행동에 P는 당황스러웠다. 
그에게 계속 화를 내서 어떻게 할 생각인거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의 용서를 바라는 건가? 난 그에게 용서도 빌 수 없는데? 그럼 이대로 헤어질 생각인 건가?
그럴 수 없다. 자신에게는 이 사람 뿐이다. 결코 놓질 수 없다. 결코 그와 헤어질 수 없고, 그에게서 버림 받을 수 없다.

“리카?”
“미안해. 미안해 P. 아팠지? 많이 아팠지?”
“왜 그래, 괜찮아?”

P가 급히 리카의 손을 잡고 진정시키려 했지만 리카는 발작하듯 울면서 계속 사과를 했다.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내가 질리면 다른 여자를 만나도 괜찮아.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도 모두 용서할게. 아니, 신경도 안 쓸게. 당연히 밥을 먹는 것처럼 그런 거라 생각할게. 그러니깐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날 미워하지 말아줘. 다른 여자를 만나도 좋다. 제발 계속 P 곁에 있게 해줘! 때려서 미안해! 화내서 미안해! 제발 날 버리지마 제발!”
“리카! 진정해! 내가 잘못 했으니 제발!”

울면서 발작하듯 악을 쓰며 미친 듯 자신에게 사과하는 리카를 꼭 껴안으며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리카의 상태는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리카는 간질적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제발. 때려서 죄송해요. 화내서 죄송해요.”
“미안해 리카. 내가 잘못 했어. 제발 진정해.”
“안 버려? 나 안 버릴 거지? 계속 곁에 있어줄 거지?”
“물론이지. 약속할게. 이제 절대 리카를 배반하지 않아.”

그 말에 그제야 리카는 울던 그대로 미소 지으며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

“그렇구나. 고마워 P…….”

리카가 P에게 안긴 상태로 얌전해지더니 곧 안정된 숨소리가 들려왔다. P가 잠시 그대로 있다가 떼어 내보더니 리카는 자고 있었다. 그런 리카를 안쓰럽게 보다가 안아서 자신의 침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울다 잠든 그 얼굴을 매만지며 P는 나직이 사과했다.

“미안해, 리카.”



 

리카가 깨어난 것은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눈을 뜨자 옆에는 P도 같이 잠들어 있었다.  둘 다 옷을 입은 상태였다. 리카는 그런 P의 얼굴을 보다가 안경을 쓰고 있음을 발견하고 안경을 벗겨주기 위해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P가 눈을 떴다. P는 자신에게 손을 뻗어온 리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잘 잤어?”

그 물음에 리카는 홍조를 띄며 이불로 얼굴의 반을 가렸다.

“으, 응. P도 잘 잤어?”
“덕분에.”

그리고 둘은 잠시 침묵했다. 자기 전에 있던 일들이 생각나서였다. 하지만 먼저 둘 다 그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잊는게 좋았다.

“배고프지 않아?”

P가 묻자 리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그러네.”
“지금 재료도 없는데……. 시켜먹을까?”

그 말에 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났다. 이 집안에는 아직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상태다. 누군가 보고 있을 거란 생각에 소름이 돋아났다.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오랜 만에 같이 외식하자. 단 둘이 데이트 한 적 없잖아?”
“하지만…….”
“변장해서 나가면 괜찮아. 그러니 나가자 얼른!”

리카의 재촉에 P는 머리를 긁다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알았어. 그럼 씻고 나가자. 먼저 씻을래?”
“P먼저 씻어. 난 좀 더 누워있을래.”
“그럼 먼저 씻을게. 일단 간단히라도 나가 준비 해둬.”

그리 말하고서 P는 상냥하게 리카의 볼에 입을 맞추고서 욕실로 씻으러 갔다. 리카는 P의 입맞춤에 기분 좋게 웃다가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있다 제가 지정한 시간에 OO빌라 OO호에 몰래카메라나 도청기 탐지 가능할까? 돈은 은행으로 이체해 드릴 게요. 열쇠는 따로 경비실에 맡겨놓고 이야기 해놓을 테니 와서 해주세요. 지금 사정이 있어서 집을 비워야하거든요. 결과는 지금 이 번호로 알려주시면 되고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통화를 끝내고서 리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방 어딘가에 있을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더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아.”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로 변장을 한 리카는 P에게 팔짱을 끼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식사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해결했다. 생각해보니 둘이 연인이 되고서 하는 첫 데이트였다. 그래서 둘 다 여유롭게 현재를 즐기려 애쓰고 있었다. 
갑작스레 나온 것이라 별다른 예정은 없었지만, 그저 둘이 같이 걷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
둘의 발걸음은 한 대형음반매장에서 멈췄다. 거기에는 그동안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8월말까지 마지막 세일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아쉽네. 당신과 처음만난 추억의 장소였는데. 장사 잘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닫는 걸까?”
“개인사정이란 게 있는 거지 뭐. 그래도 리카 말대로 안타깝네. 리카와 처음 만나 프로듀서로서 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곳인데.” 

서로 섭섭함을 드러내며 가게를 보다가 리카가 P를 보았다.

“사라지기 전에 사진 찍고 가자.”
“카메라 없는데?”
“핸드폰 있잖아? 그거면 충분해.”

그리고 싱글거리며 팔짱을 풀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P는 그런 리카의 뒤를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따라갔다. 리카는 그대로 자신의 앨범이 있는 곳으로 간 리카는 거기에 서 있던 여점원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부탁 좀 해도 될까요?”
“네, 무슨 일이시죠?”

여점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답하자 리카는 자신의 핸드폰을 카메라로 바꾸어 점원에게 건넸다.

“추억이 많은 곳인데 가게가 문을 닫아 아쉬워서 그러는데,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리카의 부탁에 점원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두 분이 연인이신가봐요?” 

그 질문에 리카는 잠시 고민하다가 P를 보았다. P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반응에 잠시 아쉬운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웃으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점원을 보고 웃었다.

“아뇨. 아이돌과 프로듀서 사이랍니다.”
“에, 리카씨!?”

리카가 맨 얼굴을 보이자 점원이 놀래 그대로 굳어버렸고, 주위에 있던 손님과 점원들의 시선도 그곳으로 모였다.

“어, 정말 리카다!”
“왜 이런 곳에?”
“꺄, 카메라, 카메라!”

리카에게서 직접 핸드폰을 건네받은 점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어째서 리카씨가 이곳에?”

리카는 친절히 웃었다.

“아까 말했잖아요. 추억이 많은 가게라고. 사실 여기가 제가 처음으로 제 팬을 만나 직접 사인을 해준 곳이거든요. 그리고 그 팬이 지금의 제 프로듀서고요.”

그리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프로듀서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난처한 기색을 표하다가 웃으며 주위사람들에게 말했다.

“리카의 프로듀서입니다. 처음 리카를 만난 곳이 여기인데, 참 고마운 곳인데 사라진다니 여러 가지로 섭섭하네요. 그 만남이 지금의 저와 리카를 있게 해주었는데 말입니다. 앞으로도 리카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살짝 고개를 숙이자 주위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대체 뭐하러 온 것이었지? 속으로 프로듀서는 이리 생각하면서 웃어버렸다. 결국 자신의 아이돌의 인기를 실감하는 것이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사진 좀 부탁드릴게요.”

그러면서 리카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자세를 잡았고, 옆에서 P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스캔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점원은 한 번 더 신기하다는 듯 리카를 보고서 카메라 기능인 핸드폰을 들었다.

“그럼 찍을 게요.”

점원이 말하자 리카는 자신의 최신 앨범을 한 장 들었고, 옆에서 P는 리카의 첫 앨범을 들었다.

“하나, 두울-”

셋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나중에 받아 확인한 사진 속에서 리카는 현재의 앨범을, P는 리카와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첫 앨범을 들고서 웃고 있었다.

“결국 매장관리인에게 허락을 받고서 그대로 사인회까지 해버렸어. 오늘 쉬는 날인데 말이야.”

공원 벤치에 지쳐 앉은 P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입은 투덜거리는 것과는 다르게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후후.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거기서는 이런 사인회를 하고 싶었어. 기억나, 처음 만났을 때?”

다시 모자와 선글라스로 변장을 한 리카가 옆에 앉으며 묻자 P는 그리운 듯 하늘을 보며 미소 지었다.

“기억하지. 인기 꽝의 아이돌이 자신의 앨범을 듣고 감탄하는 날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굉장히 신기하게 쳐다봤었지.”
“나에게 사인을 해달라던 팬은 P가 처음이었으니깐. 거기다 당시에 내 앨범은 그냥 신인가수 코너에 대충 쌓여있었는데. 근데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내 이름으로 전용코너를 만들어서 따로 관리하고 있었어. 후후.”

리카는 기분 좋게 웃었다. 가게가 사라지기 전에 간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것만으로 처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당하게 얼굴을 밝히고 들어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거기다 자신의 앨범은 팔리지도 않고 보기에도 재고란 느낌.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변장을 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같은 매장인데도 자신의 앨범은 이제 따로 코너를 만들어 모든 앨범을 진열해 관리해놓았다. 더 이상 재고도 아니었다. 멀리서 본 것만으로도 자신의 코너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하며 자주 앨범이 빠져나갔다. 사랑 받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사인도 처음에는 부끄럽게도 자신 쪽에서 먼저 반응을 보여 팬이 사인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팬 쪽에서 먼저 사인을 요구해 왔고, 그 수도 엄청나 즉석에서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사인회를 열어야 했을 정도다.

“많이 변했구나. 지금의 너는.”

P가 감상에 젖어 말하자 리카는 쿡쿡 웃으며 P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둘이 있는 공원도 추억의 장소다. 처음 만나 앨범을 갖고 나와 이곳, 이 벤치에서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후로 헤어졌다가 두 번째로 재회해 자신의 프로듀서로 삼은 곳도 이곳이었다.

“내 앨범 샀지?”
“그것도 추억이니깐.”

처음 만났을 때, 두 번째 만났을 때도 리카의 앨범은 둘 사이에 있었다. 처음은 P가 직접 샀고, 두 번째는 리카가 직접 사 사인을 하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럼 세 번 째는?

“후후. 사인해 드릴까요, 내 팬클럽 회원 영원한 1번님?”

리카가 장난기 짙은 미소로 묻자 P는 품 속에서 가게에서 사온 리카의 최신 앨범을 꺼냈다. 

“그럼 부탁드리죠, 영원한 우상이시여.”

장단에 어울려주자 리카는 쿡쿡 웃으며 앨범에다 매직으로 무언가를 적었다.

-‘P씨에게 리카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적었던 말은 단순했다. 첫 사인이라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 간단히 적었다.

-‘약속 지켜! 리카가.’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사인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P는 자신의 프로듀서가 되주었다.
그럼 세 번째는?

-‘영원히 내 팬 1호로 남아줘. 그리고 키스해줘! 리카가.’

그 사인을 받아들고서 P는 웃고서 리카를 보았다. 리카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당당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대로 P는 리카와 가벼운 키스를 나누었다. 서로 입술이 떨어졌을 때 P는 물었다.

“그럼 네 번째 사인은 뭐라 적을 거야? 그 때 가봐야 알려나?”

P가 묻자 리카는 웃으며 검지를 들어 흔들어보였다.

“훗. 난 언제나 준비가 철저하다고. 이미 그 때 할 사인도 정해뒀다고.”
“어, 뭔데?”

P가 궁금해하자 리카가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 때 가서야. 후후, 기대해두라고?”
“하하, 그 때까지 궁금해서 참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
“그러니 그 때까지 내 곁에 잘 붙어 있으라고.”

그러면서 리카는 속으로 자신이 그 때할 사인을 생각했다.
그 때라면 아마 은퇴식 전이겠지. 자신의 마지막 앨범이 나왔을 때다. 그럼 그 때 적을 말은 단 하나 뿐이다.

-‘이제 나와 결혼해줘! 리카가’

“히히-”

생각만으로 기뻐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옆에서 P는 이유를 모르면서 같이 웃고 있었다.



 

영화 촬영 날.
리카의 스케줄은 거의 영화촬영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톱 아이돌이라 이 촬영 말고도 다른 스케줄로 빽빽했다. 덕분에 현재 리카의 휴일은 어제가 마지막이나 마찬 가지였다.

“리카 오늘도 위험한 촬영이니 조심해.”

P가 걱정스럽게 묻자 리카를 특유의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데이트 한 것으로 리카는 본래의 페이스를 회복했다. 거기다 P몰래 조사한 P의 집에서 감시카메라와 도청기를 모두 처리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도 좋은 이유였다. 안 좋은 일은 잊었다.

“걱정하지마. 내가 누군데. 어차피 쉽게 깨지는 설탕덩어리일 뿐인데 뭐.”

리카는 맥주병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늘 촬영에는 리카가 맥주병에 머리를 맞는 신도 있었다. 그리고 리카의 머리를 때리는 사람은…….

“그러니 걱정 말고 힘껏 내리치세요, 미키씨!”

미키였다. 리카가 돌아보며 말하자 자신의 배역에 고민하던 리카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라도 맥주병으로 사람 머리를 내리치는 일이다. 어린 미키로서는 고민 될만 했다. 그런 미키의 마음을 알고 리카는 미키의 갈색단발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감정을 담는 걸 허락할게요. 당신의 소중한 허니를 뺏은 사람이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미키가 고개를 들고 눈을 빛냈다.

“그 말을 들으니깐 왠지 미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 하하.”

제대로 기합이 들어가려는 미키를 보고 리카는 혹 자신이 실수 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그냥 웃으며 지금의 실수를 잊어버렸다.
마찬가지로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아즈사도 옆에서 같이 웃었다.
잠시 후 촬영은 시작 되었다. 
맥주병은 스텝들이 잘 관리하던 것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 일말의 걱정도 이리 생각하며 날려버린 리카는 겁먹지 않고 맥주병을 든 미키를 보았다.

“죽어!”

미키는 화난 연기를 하며 그대로 내리쳤다. 그리고 맥주병은 시원하게 깨지며 시원한 액체를 사방에 뿌렸어야했다.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퍼억!

“어, 어라?”

맥주병은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맥주병을 맞고 서있어야 할 리카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맥주의 노란 액체대신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순간 촬영장이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도 대본대로였나?
하지만 제일 먼저 반응한 다급한 P의 외침이 그런 침묵을 깨버렸다.

“리카!”

그 순간 미키는 뒤로 물러나며 맥주병을 손에서 놓았다. 
유리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맥주병이 진짜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미키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상황을 파악하고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절규를 했다.

“아, 아니야, 미키가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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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재군요.

너무 잊고 있다가 가끔 연재하게 되네요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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