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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행복 -사누끼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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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5, 2018 22:19에 작성됨.

 

뭔가 먹고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15, 후쿠이에서 도쿄로 상경해서 빵 아이돌의 꿈을 가지고 맛있게 구워지는 중. 오오하라 미치루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우와'라고 하며 돌아보는 보라색 눈동자를 깜박이며 고개를 도리도리하고있었다. 가만히 서있는게 민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다. 이불밖은 위험해~ 라고 코타츠가 말을 건낼 정도의 추위지만, 여기 사람들은 추위를 못 느끼느는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될만큼 사람이 많다.

 

호오~

 

눈처럼 하얀 입김이 섞인 감탄을 내뱉고 미치루는 고개를 조금 들어 시선을 멀리 던졌다. 타임스퀘어는 가보지않았지만, 이거랑 비슷하지않을까. 각양각색의 간판들이 바닥부터 제멋대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도로 하나를 중심으로 양옆의 대로가 저어 멀리까지 간판의 숲이었다. 길게 직선으로 잘 뻗은 대로는 잘 만든 공원의 느낌이지만, 배려따윈없이 제멋대로 뻗은 간판은 마치 하나도 관리되지않은 넝쿨숲같다.

 

하지만, 공백하나 남기지않고 빽빽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빽빽하게 놓인 간판들은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어디로가지?

 

미치루는 보라색 눈을 옥구슬처럼 또륵또륵 굴리며 뺨을 긁적였다. 아직 무얼먹을까 결정하지않았으니까. 심지어 빵을 먹을 생각도 아닌걸.

 

저도 빵 말고 다른 거 먹는다고요? 프로필에도 취미는 먹기라고 써놨는 걸!”

 

그렇다고 빵 말고 다른 걸 주로 먹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말이다. 뭐 아무렴 좋다. 어쨌든 오늘은 다른 걸 먹으려고했으니까.

 

사람의 입맛은 전부 다르다. 사람의 행복도 전부 다르다. 빵은 분명히 행복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오오하라 미치루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먹어보려고합니다.

 

일단은.....2만원 아래로...너무 푸짐한거말고...”

 

푸짐한 건 아직 먹을 용기도 없고, 먹다가 늦게 들어가면 그것도 눈치보이거니와.... 비싼 걸 먹었다가, 월말에 빵 잡지를 보고 울먹이고 싶지않아...! 미시로의 아이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바짝 긴장할 정도의 보라색 오라를 흉흉하게 내뿜게 되어버린다. 다시 사과의 의미로 빵파티를 해버리고...돈이 나가고...

 

~ 최악이야...’

 

잠깐 회상을 해보았다가, 발효되지않고 침울하기만한 미래를 깨달았다. 고개를 붕붕붕 휘저어 안 좋은 생각을 지웠다.

 

한 명이요라는 대답과 함께 검지를 펼쳐보였다. 정말 한 명만 앉을법한 자리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건...물병, 뒤집어진 컵, 종이랑 볼펜...? 플라스틱 사이에 꽂힌 종이를 들어읽었다. 요약하자면 본인이 주문서를 적어서 가져다 줄 것. 그리고 맛나게 먹을 것.

 

간단하네!

 

메뉴판을 펄쳐서 팔랑팔랑 넘겨보았다. ..... 처음보는 가게라 잘 모른다는 것도 있지만, 탐험하는 기분으로 가게를 간다면 언제 다시올지 모를 것같아 더더욱 신중해진다. 빵집에서도 그래서 몇 시간씩 서있고는 하니까. 그래도 빵이라면 종류별로 사서 집에 가져가면 되지만, 이건 여기서 다 먹어야한다. 으응...

 

, 이럴때는 가게 추천이 그래도 믿음직하지. 오늘은 기왕에 빵이 아니니까 밥으로 가자! 덮밥인가~ 스테이크도 좋지만, 너무 거창한 것 같다. 하지만 덮밥이라면 혼자 간단히 먹는 기분도 나면서 이것저것 즐길 것도 많겠지. 이걸로 할까!

 

큐브 스테이크 와사비 덮밥을 먼저 체크하고, 뭔가 또 흥미로운 것 없을까 둘러본다. 빵집에 가도 중앙의 빵뿐만 아니라 카운터의 소규모 라인도 잘 봐야한다. 의외로 그런데서 일품인 가게가 꼭 있단말이지.... 고기는 이미 올라가있으니까... , 국물이 있는 걸로 할까?

 

미치루의 눈이 어딘가에서 멈췄다.

 

뭔가, 익숙하지만....그래도 여기선 좀 다르지않을까 싶은...안전하지만 도전같은 아무튼, 마음에 잡히는 이것!

 

[사누끼우동]

 

이거 진짜인가. 싶었지만 뭐 상관없겠지. 도쿄에서 만나는 지방음식이라는게 정말로 지방음식의 그것이겠어.

 

가볍게 주문서에 적어서 가져다주었다.

 

도쿄에서 지방의 빵을 팔길래 먹어보고 이게 뭐야야아아아 전혀 다르잖아아아앗이라고 소리치던 날도 있었지만, 이젠 제법 닳고 닳아버렸구나 미치루.

 

잠깐 빵집 메뉴들을 핸드폰으로 보고있자니, 금새 그릇 2개가 도착했다. 큰 것이 덮밥이고 작은 게 우동이지.

 

감사합니다~라며 종업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수저를 들었다. 일단은 입가심할 겸, 우동 국물을 시작할까. 유부의 색을 은은하게 머금은 맑은 국물을 향해 숟가락을 담구었다. 원형을 그리며 물방울이 숟가락으로 들어찼다.

 

뜨겁지않아. 뜨거운 국물보다는 따뜻한게 좋다. 입 안이 데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숟가락으로 먼저 국물을 마셔본다. 뒤로 갈수록 점점 진하게 울림있는 맛. 마냥 짜다기보다는 안에 들어간 재료의 맛이 진하게 스며든다. 목넘김 후도 깔끔해!

 

국물 한 모금을 마셔보고서 빙긋- 웃었다.

 

젓가락을 깊이 넣어 면발을 꺼내올렸다. 짧은 몇 가닥이 미끄러지려고하자, 빠르게 입으로 젓가락을 물었다. 면발이 매끄럽게 입술에서 미끄럼을 타며 입안으로 빨려들어간다. 탱탱하다. 씹고 끊으며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이빨이 도로 되튕겨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탱글거림. 바삭한 것과 부드러움을 주 식감으로 삼는 빵에서는 잘 느끼기 힘들다. 굳이 비슷한걸 찾자면 치아바타 아닐까.

 

와카루와 씨가 말하는 탱탱함이라는게 이런 걸까?

 

잠깐 실없는 생각을 했다. 뭐 어때, 맛있는걸. 아삭아삭 씹히는 파가 괜찮네. 유부는 식감이 약간 거친 느낌이 나지만, 유부답네~ 라는 느낌이라 오히려 괜찮을지도. 한 번 한 번 씹을때마다 유부가 머금은 국물이 주욱- 주욱- 나왔다.

 

유부를 크게 하나 놓지않고 다져넣었기에 힘들게 먹을 필요도 없고, 면발이나 숟가락에 자연스럽게 같이온다. 큰 유부도 먹는 맛은 좋겠지만, 이것도 좋은걸?

 

면발이 탱글탱글 요동을 친다.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셨다.

 

햐아~ 처음들어오는 가게에 대한 긴장감이랄까 바깥은 추위랄까 그런 것들이 뜨뜻한 국물에 녹아내린다. 처음엔 조금 걱정도 됐지만, 천원을 받고 파는 간단한 곁음식이 이렇다면, 메인요리라고 자랑하는 것도 안심이다!

 

그럼....”

 

미치루는 사누끼우동에서 얻은 만족과 기대감을 그대로 덮밥으로 향해 옮겼다. 주사위처럼 잘린 스테이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겉부분은 진한 회색과 갈색이 섞인채로 구워져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안쪽은 확실히 연한 붉은색이었다. 살짝 밖으로 제대로 구워진 바깥보다 볼록 솟은 안쪽 고기의 붉은색에 입맛이 돈다. 빗금선 살결에서 빛나는 갈색 육즙이 배어나와 흘러, 그 옆에 소복히 쌓인 빨간 생강과 하얀 양파에 떨어졌다.

 

꿀꺽-

 

물기가 약간 어른거리는 양파는 뻣뻣하게 그 힘이 살아있었다. 부챗살 스테이크와는 정반대로 아삭아삭하면서도 알싸한 느낌이겠지. 둘이 같이 먹는다면 뭐가될까?

 

젓가락을 들고 스테이크를 새삼 잡으려니 한쪽 귀퉁이의 초록색이 눈에 잡혔다. ? 와사비로구나! 빵식이 주된 생활인 미치루에게는 나름 신선한 소스였다. 바게트에 와사비를 발라먹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와사비를 먹었을때의 코 끝이 징~ 울리는 감각은 나름 재밌단 말이지.

 

조심스럽게 그릇 한쪽에 있는 와사비를 젓가락으로 떼었다. 초록색 와사비가 주사위모양으로 썰린 스테이크위에 올라간다. 접시위의 푸딩처럼 스테이크의 연한 살이 파르르르- 떨린다. 침을 다시 삼키고, 이번에는 생강을 조금, 채썬 양파를 약간 올리고...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잡았다. 주륵- 고기가 견디지 못하고, 육즙이 조금 떨어졌다. 그것은 소리도 없이 밥알들을 향해 스며들었다.

 

아앙-

 

벌어진 입 위쪽에서 송곳니가 반짝- 하고서 젓가락을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물었다.

 

오옷-하고 미치루의 눈이 번쩍하고 커졌다

 

 

작가: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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