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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狐の嫁取り雨)가 오려나?

댓글: 2 / 조회: 881 / 추천: 2



본문 - 01-05, 2018 11:30에 작성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어느 봄 날.

웨딩 브로마이드 촬영일을 맡은 슈코와 프로듀서는

오랜만에 교토로 로케이션 촬영을 나섰다.

 

도쿄의 수 많은 스튜디오를 뒤로하고 굳이 신칸센을 타고 교토까지 간 까닭은

순전히 '신데렐라 걸'의 귀여운 고집 때문이었다.

 

"아무리 촬영이라지만, 확실히 '혼례복'을 입긴 입는 거잖아?

 진짜는 아니더라도, 이번 일만큼은 '그 곳'에서 하고 싶어."

 

'그 곳'이라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보니,

아직 슈코는 친가가 낯설고 어려운 모양이다.

 

당차게 집을 뛰쳐 나온지 어느덧 7년.

부모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안고 시작한 아이돌 생활 동안

프로덕션 사무소가 친가보다 더 집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아이돌로서의 입지를 굳힌 이후로

소식이 뜸했던 조금씩 부모님과의 관계 개선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그녀는 이번 일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걸까.  

 

당신들의 딸이 이렇게 자랑스럽게 자랐다는 것을,

당신들의 딸로 태어나 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하아....여긴 언제와도 기분이 참 복잡해진단 말야. 우리 집이지만..."

"태연하게 야츠하시 우물거리며 하는 말 그거냐....."

 

"그치만, 프로듀서씨도 알잖아? 우리집 화과자 맛은 교토 최고라는 거."

"네이, 네이. 아무튼 원하는 대로 여기까지 왔으니까....이번엔 도망치면 안된다? "

 

"슈코도 이제 신데렐라 걸이라고? 그 정돈 나도 알고 있으니까 걱정마. 그리고...."

"그리고.......?"

"............이젠 나 혼자가 아니니까."

 

달콤한 팥 냄새가 은은한 가운데   둘 사이의 정적 속에 흐르는 다소 어색한 시간.

마주본 둘의 눈동자 속에 서로가 비쳐졌다

 

슈코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그래 여기였어. 당신을 처음 만난 곳.

이곳이 나에겐 어떤 의미의 장소인지.....당신은 알고 있을까?

 

"시오미씨........그건 또 무슨...."

"자아-, 야츠하시도 다 먹었고! 그럼 옷 갈아입으러 가볼게. 이따 봐 프로듀서!"

"어....어이 잠..."

 

부끄러움을 감추려 일부러 말을 끊고 슈코는 촬영팀 쪽으로 달려간다.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프로듀서의 뒤로

집안의 가장인 화과자 장인은 말 없이 둘을 바라보다가 작업실로 사라졌다.   

 

슈코의 드레스는 새하얀 백무구(白無垢).

전통과 미모의 교온나에게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혼례복이다.

 

계획 초기에 프로듀서는 다른 아이돌들처럼 웨딩드레스의 편이 낫지 않냐고 했지만

슈코는 한사코 전통 혼례복을 고집했다. 웨딩드레스가 딱히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교토 사람이라면 교토 사람 답게, 화(和)의 마음을 담아.....

제대로 '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아, 좋습니다. 계속 찍을게요!"

한창 촬영이 진행되는 와중에 프로듀서는 슈코의 상대역이 되어야 했다.

신부 혼자서 외롭게 앉아있으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댄 슈코뿐만이 아니라

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딸의 '일'을 지켜보는 '화과자 장인'의 시선이 유달리 신경쓰였던 탓도 있었다.

 

"있잖아 시오미씨, 그....아버님이 원래 아이돌 일에 이렇게 관심이 많으신 분이셨던가?"

"응? 아아.....신데렐라 걸이 되고난 이후로 부모님께서도 딸의 진로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주신 모양이야."

"헤에....그런데 이건....."

"이건....아버지가 특별히 촬영을 위해 내어주신 과자야. 와산본(和三盆/고급 일본 설탕)을 사용한 히가시(干菓子/일본 다식)라고?"

"모양이.....새우(海老) 모양인걸?"

"아.....그건....."

 

얼굴을 붉히는 슈코는 잠시 눈을 돌려 화과자 장인을 바라보았다.

엄한 얼굴에 잠시 윙크의 눈짓이 나타났던걸까.

화과자 장인은 멋쩍은 얼굴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갑자기 그러면......부끄럽잖아.....바보 아버지!'

 

영문도 모른 채 상기된 슈코의 얼굴을 바라보는 프로듀서는

'특제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경쾌하게 바스라지는 설탕 과자를 따라 입안 가득 퍼지는 벚꽃 향기

화과자 특유의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단맛이 계절의 풍미를 돋운다.

 

"아버님이 주신 과자 정말 맛있어....! 좋은 아버지를 두었구나 시오미씨는...."

"....응.....으응...."

".....뭐야? 긴장한거야? 천하의 신데렐라 걸이? 자자, 차라도 마시면서 긴장 풀어."

 

찻잔을 건네는 둘의 손이 잠시 맞닿은 순간,

슈코는 손을 거두려다 말고 결심한듯 프로듀서의 손을 맞잡았다.

따뜻한 찻잔의 온기와 함께 전해지는 체온.

 

"뭐....뭐야....시오미씨...?"

"있지 프로듀서...."

"응?"

"........항상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어? 응. 나도 잘 부탁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는 신부 앞에

프로듀서도 왠지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덕분에 프로듀서는 상기된 슈코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뜰에는 봄꽃들이 피고

혼례복을 입은 새하얀 소녀에게서는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촬영이 순조롭게 계속되는 와중에 한 차례 봄바람이 불어  

벚꽃잎을 흩뿌린다. 

 

"허허.....오늘은 여우비(狐の嫁取り雨)가 오려나?"

 

비록 일때문이지만 장성한 딸의 '혼례 모습'을 말 없이 지켜보던 화과자 장인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다.

 

마침내 완연한 봄이 왔다.

 

* 이 글은 졸자가 자유판에 게시한 '여우비(狐の嫁取り雨)가 오려나?'의 텍스트 본입니다.

* 원본은 공식 이미지 합성을 게시하였기에 부득이하게 자유판에 쓰게되었습니다.

* 원본 링크 :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1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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