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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P "여긴...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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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3, 2018 23:00에 작성됨.

사무원P "여긴...어디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평범한 가정집처럼 생긴 공간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에 놓인 내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홍차를 가볍게 쳐다본다.

사무원P "이거..."

꽤 비싸보이는 찻잔에는 색이 붉지만 맑고 투명한 홍차가 담겨 있었다. 이렇게 맑게 홍차를 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내가 알기로는 한 명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사무원P "아냐스타샤..."

건방진 꼬맹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언젠가는 내가 죽이겠다고 서로 으름장을 놓지만 제대로 싸워본 적은 한 번도 없는 짜증나는 러시아 레즈 꼬맹이. 그 녀석이라면 이렇게 맑게 홍차를 우리는 것이 가능하다. 똑같은 양으로 똑같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냐스타샤의 방법을 따라할 수는 없다.

사무원P "아니, 그것보다도..."

이곳은 도대체 어디이지? 나는 분명 작업을 하다가 졸려서 잠시 책상에서 눈을 붙였는데...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긴 꿈 속인가? 아니면 아키하의 실험? 그것도 아니면...

남성 "..."

달그락 달그락. 이제서야 눈치챈 것이지만 테이블 앞의 주방에서는 한 남성이 요리를 하고 있다. 신장은 나와 비슷하지만 나보다 떡대가 더 많이 나간다. 머리도 그렇게 단정한 편은 아닌데다가 아침에 면도를 잘못했는지 군데 군데 아직 자르지 못한 수염이 나있다.

나와 같이 안경을 썼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의 남성이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뿜어대고 있다.

사무원P "저, 저기...당신은 누구시죠?"

남성 "응? 아, 잠시만 기다려. 곧 양념장이 다 되거든."

남성은 싱긋 웃으며 그릇에 고추장 등을 담고 수저로 섞기 시작한다. 잠깐 고추장? 고추장이 뭐지?

남성 "고추장은 한국의 전통 양념장 중 하나야. 일본 출신인 네가 보기에는 조금 신기하겠구나?"

양념장이라는 것이 다 되었는지 남성은 그릇을 내려놓고 냉동실에서 국수 면을 꺼낸다. 그리고는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끓기를 기다리는지 나의 마주편에 앉아서

남성 "만나서 반가워. 나는 너의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의 창조주. 오늘로서 반 오십의 나이를 먹었지."

후릅하며 남성은 자신의 홍차를 마신다. 하지만 곧 인상을 찡그리고는

남성 "역시 나는 홍차보다는 밀크티라니까..."

사무원P "밀크티도 홍차의 종류...아니, 그 전에 당신이 사는 세계의 창조주의 창조주라고? 그럼 나의 할아버지?"

남성 "글쎄?"

으쓱하며 어깨를 크게 흔드는 남성. 그렇지만 남성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홍차를 한모금 더 마신다.

남성 "나는 너의 할아버지라고 할 수 없지. 그런 개념적인 존재 이전에 그냥 너를 만든 사람이야. 그것이 전부이지."

사무원P "나, 나를...?"

남성 "벌써 몇 년 전이지? 2년 전인가? 사무원P, 너를 '만난' 것이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남성은 흘깃하며 냄비로 시선을 돌린다. 아직 물이 안 끓었는지 남성은 볼맨 소리를 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얘기를 이어서 한다.

남성 "2년 전 대학 시절, 나는 정말 괴로웠어. 부모님은 허구한 날 싸우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항상 무너지고, 동생은 동생대로 속 썩이고 말이야."

사무원P "..."

남성 "학교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지날 때마다 보이는 한강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제일 많이 검색하는 곳이 자살 스폿일 정도로 말이야."

피식 웃으며 남성은 다시 한 번 홍차를 마신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치고는 상당히 많이 마신다.

남성 "그렇지만 죽기는 싫었어. 죽지 못해서 살았었어. 그렇게 인생에 낙이 없이 지냈었지. 그녀들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야."

사무원P "그, 그녀들...?"

남성 "나를 지옥에서 건져 올려준 존재들이야. 아마미 하루카, 키사라기 치하야, 키쿠치 마코토..."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남성은 다시 한 번 피식하며 웃더니 그리움에 찬 눈으로

남성 "그 아이들을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어. 아무 생각 없이 기획서에 쓸 캐릭터를 검색하다가 너희와 만나게 되었지. 정확하게는 그녀들이 등장하는SS를 접하게 된거야. 6개월만에 웃었어. 그녀들을 보면서 말이야. 그리고 이곳 아이커뮤에 오게 된거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캐릭터들을 만났어. 그 중에서 제일 인상이 가던 것은 센카와 치히로였고 말이야."

사무원P "누나..."

남성 "그래. 너한테는 누나지."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말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남성 "아이커뮤에서 많은 SS를 접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 무개성이라고 욕 듣지만 내가 보기에는 제일 귀여운 하루카, 허구한 날 사고만 치는 아키하, 모두를 어시스턴트해주는 치히로와 코토리, 그런 그녀들 사이에서 꺄꺄 후후 지내는 모바P와 아카바네P, 그리고 타케우치P까지. 그 전까지 나는 아이마스를 접하지 않았거든."

사무원P "그렇나요...?"

남성 "그러다가 욕심이 생겼어."

사무원P "욕심?"

덜그럭 덜그럭. 냄비에서 끓는 물 때문에 냄비가 흔들리자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면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집게를 이용하여 계속 면을 풀면서

남성 "내가 그녀들과 그들을 통해 구원받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구원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너를 만든 거야, 사무원P"

사무원P "!!!"

남성 "너는 정말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야. 아, 미리 말하는데 외모라던가가 아니야."

사무원P "무슨...소리에요?"

남성 "...헤어진 부모님, 벽을 쌓고 지낸 형제, 스스로를 저주하는 자신의 모습까지. 너와 나는 같은 상황이었어. 물론 너보다는 내가 좀 낫지만..."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쓴웃음을 짓는다.

남성 "난...너처럼 어떠한 고통에도 이겨내고 싶었어. 어떠한 문제도 이겨내고 싶었어. 나의 방식대로, 너의 방식대로 말이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좋지 못했지. 그래도 즐거웠어. 아이돌마스터를 접하는 순간에는. 너희와 만나는 그 순간에는. 지금도 즐겁고 말이야."

면이 다 익었는지 냄비에서 꺼내어 뜰체에 담는다. 물기를 탁탁 털더니 찬물로 씻으며 말을 이어한다.

남성 "그래서 내가 직접 이 말을 건내고 싶었어. 너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아까의 양념장과 면을 섞더니 예쁘장하게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는 젓가락과 함께 그릇을 내게 건내며

남성 "생일 축하해, 사무원P. 내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나를 살게해줘서 무척 고마워."

그 때 본 남성의 표정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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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커뮤를 접하고 사무원P를 접하게 된 계기.

살기 힘들었을 때, 이겨내게 해준 계기.

사무원P라는 존재는 제가 부러워하는 존재입니다.

생일 기념해서 자축으로 써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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