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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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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1, 2013 17:10에 작성됨.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게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주홍빛 노을이 지는 저녁이지만 집 안의 분위기는 꼭 지금 막 일출이 일어난 새벽과 같았다. 자신과 리카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고, 리카는 자신의 팔을 베고 편안히 자고 있었다. 겨우 보게 된 편안한 표정이다. 망가진 리카는 최근 자주 비명을 지르고 울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녀가 겪은 일은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제대로 견딜 수 없는 일 뿐이다. 
원치 않는 베개영업을 했다. 전혀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몸을 섞은 것으로 그녀의 마음이 깎여나갔다.
손이 망가졌다. 그녀의 예뻤던 손은 흉측한 흉터투성이다.
유산을 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아이를 잃고,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연인인 자신은 그 사실들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렸다. 그녀의 일들만 해도 괴롭지만, 제일 괴로운 것은 그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 중에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자신의 옛 아이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체일지, 일부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녀들을 만날 생각은 없다. 만나는 것만으로 그것은 리카를 더욱 괴롭게 할 뿐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가 이 이상 부서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팔이 저려오지만 P는 팔을 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겨우 깊은 잠에 빠진 것을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일본을 떠난다. 그렇게 된다면 리카의 악몽도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비행기 시간이 올 때까지 P는 버티고 있었다. 리카와는 거의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었다. 집 안에서 하루 종일 붙어있었고, 그녀를 달래주고, 그녀를 돌봐주면서 그녀가 더 이상 기억을 되새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지나친 충격들로 짧은 기억상실에 이른 그녀는 다시 처음부터 그 괴로웠던 순간들을 기억해낸다. 한 번만 겪어도 견딜 수 없는 일을 두 번이나 겪게되는 것이다. 그것들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한다면 관계를 맺고, 음식을 먹고, 그냥 멍하니 안아 침대에 누워있기도 했다.
그런 노력들이 통한 건지 다행히도 리카는 현재만을 생각하며 그 이상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무의식중에 위험함을 알고 일부러 현실을 회피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이든 중요하지 않다. 자신과 그녀가 미국으로 갈 때까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의 유산과 불임은 말이다.
리카가 눈을 뜬 것은 노을이 완전히 지고 나서였다.

“P-”

리카는 몽롱한 목소리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연인을 부르며 그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런 리카를 같이 안아주면서 P는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잤어?”
“응.”

리카는 헤헤 웃고서 그에게 계속 붙어있었다. 그렇게 붙어있던 둘이 떨어진 것은 저녁을 먹을 때였다.
어린 아이처럼 그에게만 붙어있던 리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자 P는 웃었고, 리카는 부끄러워하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리카를 한 번 투닥여 주고서 P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대충 걸치고서 저녁을 차리기 위해 나가자 그 뒤를 리카가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왔다. 그리고 요리를 하는 P의 뒤에 붙어서 상대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리카, 요리할 때 그렇게 안고 있으면 위험해.”
“……안 돼?”

리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리 반문하자 P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리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안고 있어도 돼.”
“헤헤-”

리카는 P가 허락하자 귀엽게 웃으며 상대를 꼬옥 끌어안았다. 얇은 옷만을 입고 있어 리카의 몸이 적난하게 느껴졌다. 어린 아이 같이 애교를 부리며 그에게 붙어있는 리카. 그전에도 애교를 부리고 붙어있는 걸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아이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간단히 볶음밥을 한 후 같이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다. 수저를 든 리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흉터가 가득한, 아름다웠던 그 손은 상처를 얻은 후 고쳐지지 않는 수전증도 갖게 되었다. 덜덜 떨리는 손은 겨우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펐을 뿐인데도 사방에 밥알을 흘리고 있었다. 
손이 떨리는 것은 신경을 다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것도 있어 그 증상이 더 심한 것이라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은 P는 그런 리카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리카는 당황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숟가락을 든 손목을 잡으며 떨림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울 것 같은 리카의 손을 잡고 숟가락을 받아 P는 그대로 붂음밥을 퍼서 리카에게 향했다.

“리카 아-”
“에, 저기…….”
“아-”
“……후후, 아-”

리카는 이내 입을 활짝 벌렸고 P는 웃으며 거기에 숟가락을 넣었다. 아기 새처럼 리카는 그것을 받아먹고서 우물거리다가 이내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헤헤, 부끄럽지만 어쩐지 기뻐.”
“그래? 나도 어쩐지 다 큰 딸 밥을 먹여주는 것 같아 재밌어.”
“그보다는 신혼부부 같은 느낌이라 좋은데?”

그리 말하고서 둘은 서로를 보다가 이내 풋하고 웃었다. P는 다시 볶음밥을 퍼서 리카에게 향했고 리카는 거부 없이 그것을 계속 받아먹었다. 리카에게 밥을 먹여주고서 자신의 볶음밥을 먹다보니 자연히 저녁시간이 길어져 버린다. 그러다가 문득 리카를 보자 그녀의 입가에 밥풀이 묻어있었다.

“리카, 여기에 밥풀.”

P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주자 리카는 손을 뻗어 그 부분을 찾아본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찾지 못하고, 이내 P가 자리에서 일어나 리카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리카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입으로 떼어내다가 이내 가까이에 있는 입술에 키스를 했다. P의 입 속에 있던 리카의 입가에 묻어있던 밥풀이 혀를 통해 리카의 입으로 전달 되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리카는 자신의 입속에 있는 밥알을 몇 번 우물거리다가 삼켰다.

“……달아.”
“밥알이? 키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P가 묻자 리카는 그대로 P의 얼굴을 끌어안아 다시 키스를 했다. 키스는 제법 오래 지속되었다. 
키스를 한 후 저녁까지 다 먹고 나자 시간은 상당히 늦어졌다. P는 설거지를 하고 리카는 그런 P에게 매달려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같은 고민은 하지 않는다. 미국에 갈 때까지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집안에만 있다 보니 그런 고민을 처음에는 많이 했지만, 곧 그 고민도 안하게 되었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는 형식이다.

“P-"
"왜 리카?“
“그냥- 헤헤-”

리카는 그리 부르고서 설거지 하는 P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그 웃음소리는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이 행복이 계속 되기를-
P는 속으로 그렇게 기도를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서 P는 리카의 허리를 안고 베란다로 나가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밤의 야경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예쁘기는 했다. 그것을 별다른 목적 없이 연인과 구경하며 상대의 가느다란 허리를 쓰다듬는다. 리카는 간지러워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꿈틀거린다.   

“미국에 가지 않을래?”

문득 P가 그리 묻자 리카는 빤히 그런 P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슬쩍 그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 제의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받아들인다.

“응. 미국에 갈래.”

P는 순순히 받아주는 리카가 고마웠다. 혹시나 싫다고 한다면 그녀를 어떻게 설득해야할까 계속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당신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아.”

더욱 자신의 몸을 P에게 기대는 리카의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다. 오랜 만에 폭 잤지만, 밤에 악몽을 꿀 때도 많아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미국에 가면 얼마나 있을 거야?”
“오래 있을 거야. 아주 오래.”

리카의 물음에 답하면서 P는 리카를 꼬옥 안았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평생 미국에 있고 싶었다. 자신의 연인인 리카를 이렇게 만든 이 나라에는 두 번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님까지 리카를 거부한 곳이다. 이대로 미국에 있다가 리카가 안정을 취하면 그 뜻을 물어 아예 미국에서 정착할 생각이다.
리카의 미국 활동을 도우면서 연과 길을 만들어났으니 그곳에서 일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리카의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며 아이를 입양하거나 해서 부부가 되는 방법도 있다. 지금 부모님들이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나중이라면 결국 인정해주실 거다.

“리카는 이곳이 좋아?”

P가 묻자 리카는 다시 빤히 그를 쳐다본다. 그녀에게 있어 일본은 어떤 곳일까? 틀림 없이 그와 같이 살기로 결심한 자신의 고향으로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갑자기 리카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여, 여기는…….”

말을 잇지 못하고 떨면서 P에게 매달렸고, P는 급히 리카를 안아 진정시켰다.

“괜찮아, 대답안해도 돼. 충분히 알았어. 성급하게 물어서 미안해. 아무것도 생각하지마. 응?”

P는 리카를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급히 거실로 돌아와 베란다 문을 닫았다. 리카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을 후회했다. 일본에 와서 그렇게 망신창이가 된 그녀다. 아무리 고향 땅이라 해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하루 빨리 미국으로 가야한다.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흐윽, 싫어…….”

소파에 앉아 리카를 달래주자 리카는 자신에게 기대어 울었다. 무엇일 싫다는 것일까? 그것은 기억을 잃은 리카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 이곳에 P가 없었다면 리카는 그저 웅크리고 홀로 덜덜 떨며 공포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카의 버팀목은 자신이다. 그것을 느끼며 P는 리카를 꼬옥 안아주었다.
리카가 울음을 그친 것은 한참 뒤였다. 방음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 크게 울어도 좋았지만, 리카는 누군가 들을까 무서워 울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그런 안쓰러운 연인을 웃으며 어루만져주다가 CD플레이어의 음악을 크게 틀었다. 흘러나오는 것은 잔잔한 클래식.

“리카, 우리 춤추지 않을래?”

P가 그렇게 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리카는 눈물을 닦아내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움을 잊고 싶었다. 그런 리카의 마음을 알기에 P는 춤을 권한 것이다.
리카의 한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리카의 허리에 두른다. 리카는 마찬가지로 손을 마주 잡고서 P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서 같이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인다. 제대로 스포츠댄스를 배워본 것은 리카 뿐이고, P는 그저 어깨너머로 지켜본 것이 다였다. 그 때문에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리듬을 타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 부분은 리카가 리드해주었다.
한 때 톱 아이돌에 올랐던 그 재능은 진짜였다. 리카와 춤을 추면서 P는 한 때의 프로듀서로서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만약의 일이다. 만약 자신이 좀 더 일찍 프로듀서란 직업에 뜻을 갖고 공부를 하고 리카를 일찍 만났더라면, 리카는 좀 더 높은 곳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일본 톱이 아닌 아시아의 톱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서양에서도 이름을 날렸을 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월드스타. 하지만 늦은 나이와 늦은 인연은 리카를 겨우 일본 내의 톱 아이돌로 밖에 만들지 못했다.
겨우 톱 아이돌.
오만하고도 황당한 그 말은 다른 아이돌들이 들으면 어처구니 없어하고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리카에 한정해 그것은 정말 겨우란 말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리카의 재능은 그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늦은 도전으로 미국에서 최고는 아니라도 성공을 걷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일본과 미국 단 두 국가만 도전한 것은 굉장히 아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운다.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 아이돌이란 그저 악몽과도 같은 일이자 존재일 뿐이다.
그렇게 믿고 친하게 지냈던 765의 아이돌이 그 최고의 재능을 지녔던 리카를 망쳐놓은 것이다. 왜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한 걸까?
생각을 해보지만 끝내 답은 나오지 않는다. 765아이돌의 몇 명이나 리카를 적대하는지는 모른다. 몇 명이 적대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녀들과 연락을 끊고 리카만을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이유를 생각하자면 치하야에게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P에게 지나치게 의지했다. 그 때문에 자신을 뺏어간 리카를 용서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돌도 비슷할까?

“이웃에게 시끄럽지 않을까?”

춤을 추다가 리카가 걱정 되는 듯 P에게 물었다. P는 그 걱정을 괜한 것이라고 알려주 듯 리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괜찮아. 방음 하나는 잘 되어 있는 곳이니깐. 이 정도로 춤춘다고 해서 바닥도 잘 울리지도 않으니깐 걱정 할 필요 없이 춤춰도 돼.”

그 말에 리카는 안심하고서 마음껏 P의 손을 잡고 움직이며 춤을 춘다. 흥겹게 음악에 맞추어 콧노래까지 부르며 즐거워하는 그녀를 보며 P는 잠시 걱정하던 것들을 그만둔다. 어차피 곧 떠나서 안 볼 상대다. 이 이상 생각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나 마찬가지다.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춤을 추고서 둘은 같이 샤워실에 들어가 서로의 몸을 씻겨주었다. 침대로 돌아왔을 때는 피로에 젖어 금방 눈이 감긴다.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 잠에 들려고 할 때 리카가 작게 물었다.

“미국에는 언제 갈 거야.”
“금방 갈 거야. 가게 될 때 말해줄게.” 
“응.”

리카의 대답을 듣고서 P는 소중한 연인을 꼬옥 안아주었다. 
오늘밤도 편히 잘 수 있기를, 악몽이 찾아오지 않기를.
그렇게 몇 번이고 속으로 기도하며 리카와 같이 잠든다.
미국에는 그 뒤로 이틀 뒤에 출발하게 되었다. 리카는 그 이야기를 듣고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짐을 챙겼다. 
이 나라를 드디어 떠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서 리카의 악몽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P는 바라고 있었다. 그 동안 리카에게 다른 일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수 없이 악몽과 고통에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진 그녀다. 이 이상 어떤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녀를 이 이상 절망에 빠트릴 수 있다면 그것은 악마보다 더한 자일 것이다. 전능한 신조차 악마보다 더 한 인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리카를 이 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다행히도 리카는 미국에 갈 때까지 아기와 불임에 대해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대로 계속 평생 그 일을 기억하지 말고 앞으로의 행복한 일들만을 생각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미국에 가기 하루 전에는 일부러 리카의 기억을 깨우지 않기 위해 몸을 섞으며 피곤하게 하고, 잠을 자게 했다. 깨어나면 다시 관계를 맺으며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한다. 그러면 자연히 자신도 몸이 피로해 같이 잠들 게 된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가는 당일이 금방 다가오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짐들을 챙기고 도망치듯이 급히 집 밖으로 나간다. 리카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운 지 밖에 나오자 시종일관 계속 P의 팔을 잡으며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괘찮아 리카. 이제 무서운 건 더 이상 다가오지 않을 거야.”
“……정말?”

리카는 그 말에도 불안을 쉽게 걷어내지 못하고 P에게 바싹 붙어 걸어갔다.
이걸로 이 일본을 떠나 악몽을 끝낼 수 있다. 그 생각이 P를 흥분시켰다.
일본을 떠나면 더 이상 리카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미국에서 그녀에게 행복을 되찾아주며, 예전의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던 그녀로 되돌려 줄 것이다. 그녀의 연인이 아닌 그녀의 남편으로서 말이다.
새벽의 빛은 어스름하다. 이런 시간에 자신들을 위협할 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리카의 손을 꼬옥 잡고 짐들을 들고 택시를 타러 큰 거리로 나서고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위협과 불행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때 다가왔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P가 쓰러졌다. 거기에 놀라는 리카를 뒤에서 누군가 끌어당겼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 내가 구해줄게!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저런 남자가 아니라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 자, 나랑 가자 리카!”

리카는 그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지금은 잊었던, 억지로 봉인해 놓은 기억들. 그 기억들 중 하나에 이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스토커.
진득하게도 자신을 따라다니던 스토커. 자신의 물건을 가져가고, 자신의 집을 알아 끝내는 무담침입해 자신을 범하려 했던 스토커. 다행히도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경호원에게 잡혀 끌려갔던 남자다.
그 남자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싫어, 싫어! P, P!”
“크크, 걱정마. 이제 내가 당신을 지켜줄 테니깐. 모든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줄게.”

그리 말하며 남자는 리카의 팔을 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리카의 시선이 P에게 향한다. P는 둔기에 머리를 맞아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흐르는 피를 보는 순간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 동안 당했던 일들이.
그저 평범하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해지려 했을 뿐이다.
그랬을 뿐인데,
원하지 않게 싫어하는 남자와 몸을 섞으며 베게영업을 했다.
연인이 소중히 하는 사무소의 아이돌들에게 미움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다.
소중히 했던 추억의 첫 사인 CD가 박살이 나면서 손이 망가졌다.
그와 처음 맞춘 커플링을 뺏겼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뱃속에 있던 아이를 유산당했다.
그 사고로 불임이 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
P를 배신한 일을 들켜 연인의 부모님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연인이 스토커에게 당해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불행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자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어떤 큰 지를 지었다고? 왜? 왜? 왜?

“싫어!!!!!!!!!!!!!!!!!!!!!!!!!!”

리카는 비명을 지르며 엄청난 힘으로 상대를 떼어내고 P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스토커는 곧장 리카의 머리를 잡더니 그대로 벽에 내동댕이 친 후 벽에 밀어붙여 비열하게 웃었다.

“이 시간에는 아무도 안와. 아니면, 그 때 하지 못했던 일을 저 남자 앞에서 지금 해줄까?”

그리고 스토커의 징그러운 손이 리카의 몸을 더듬으며 말하다가 주위를 보더니 리카의 팔을 잡아끈다.

“역시 이곳에서 일을 치르기는 무리지? 따라 오라고.”
“싫어, 놔, 놔! P! P!"

리카는 울부짖으며 스토커에게 끌려가며 죽어가는 자신의 연인을 부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한 여인이 쳐다보고 있었다. 새벽바람에 긴 은발을 흩날리면서…….
그 얼굴에는 거대한 악귀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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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봐주는 독자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아니었음 사실 더 굴렀어요.
사실 계획한 거 세가지에서 다섯가지 있음 한 가지로만 괴롭히고 있어요.
보는 사람들이 견디지 못해서........
지금만 해도 스토커에게 한참 당했어야 하는데 너무 괴롭히는 거 같아 바로 타카네로 넘어갑니다.
저도 참 마음 약한 남자라서 모질게 괴롭히지를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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