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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8, 2017 14:33에 작성됨.

*LunaP(@Luna_765P)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같이 레코딩 작업에 들어가게 된 하루치하.

 

"후아.....후.....하....."

 

개인 녹음은 마무리 한 이상, 이제 남은 건 하나. 그 하나를 앞두고, 나는 몇 번씩 심호흡을 하며 전보다도 훨씬 떨려오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고 했어. 그렇지만 잘 되지 않아.

 

"하루카?"

 

특히 이렇게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말이지. 스스로도 삐걱삐걱하다고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뒤를 돌자, 이미 자기 몫을 끝내고 내 차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치하야 쨩이 보였어.

 

"아, 미안. 많이 기다렸지?"

"괜찮아. 그렇게 많이도 아니었는 걸."

 

치하야 쨩은, 언제나 그대로. 허둥거리는 일 없이 냉정침착하고, 진지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해. 저게 바로 평상심이라는 걸까. 과연 치하야 쨩! 이라는 감탄과 함께,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 복잡한 기분도 들어.

 

치하야 쨩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는 구나- 해서.

 

앞으로 남은 건 치하야 쨩에게 있어서는 해치워야할 또 다른 일 정도에 불과한 걸까.

 

.....나와는 다르게.

 

"괜찮니? 갑자기 확 긴장이 들었다는 느낌인데."

"아, 그, 걱정할 정도는.....아니야."

 

하마터면 퉁명스럽게 내뱉을 뻔한 걸, 가까스로 억제에는 성공. 하지만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는 건 그대로. 나는 점점 무거워지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 다시 들어가야 할 녹음실로 향했어.

 

이 마음이 떨려오는 건 그저 긴장 때문만은 아닌데. 앞으로 치하야 쨩과 같이 녹음에 들어가게 되는 게 좋아서, 기뻐서 그런 건데.

 

그런데. 치하야 쨩은.....

 

하아, 일단은 노래에 관한 일이니까 불만이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기쁘지도 않으려나. 나와 같이 녹음하는거. 둘이서 같이, 노래 하나를 만들어낸다는 게.

 

아, 그렇게 생각해버리니까 의욕이 뚝하고 떨어져버리고 있어. 응, 지금 실시간으로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중. 으으으, 그치만, 그치만 이거, 일이니까. 그리고 치하야 쨩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싫어도 해야 해.

 

"아무래도 잠깐 쉬었다 들어가는 게....."

"에이, 뭐 괜찮대두."

 

나는 하기 싫은 마음을 애써 가려버리고는 도로 녹음실로 들어갔어. 치하야 쨩은 내 뒤를 따라오더니 녹음실 문을 조용히 닫았어.

 

녹음실 안에는, 우리들의 키에 맞춰 설치된 스탠딩 마이크가 1대. 그 외 파이프 의자도 몇 개 놓여져 있어. 사람이라고는, 우리 둘뿐이네. 물론, 저기 창문 너머 장비실에서 프로듀서 씨하고 스탭분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으니 완전히 둘만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신기한 느낌인 걸. 두근두근거린다고 해야할까.

 

봐, 단 둘이서 한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다구? 고개를 살짝 돌리기만 해도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한 거리라구? 꺄~ 부끄러워라.

하지만, 이런 감상에 빠진 건 분명 저만이겠죠? 네, 압니다. 치하야 쨩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나 같은 건 하나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모습이네요. 슬프게도.

 

아-아- 하루카 씨의 의욕 게이지, 또 다시 가파른 추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중에 그만두거나 할 수도 없으니까, 일부러 아자아자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힘껏 소리쳤어.

 

"자자, 파박! 하고 빨리빨리 끝내버리자고요~!"

".....하루카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러자 어째서일까,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두워진 치하야 쨩의 목소리가 돌아왔어. 빨리 끝내는 건 싫은 걸까나.....아, 하긴 그렇겠지. 치하야 쨩은 노래에 대해서는 언제나 진심이니까. 맞아, 전에도 프로듀서 씨한테 들은 적 있었어. OK 사인을 진작에 내렸는데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재녹음을 부탁했었다고 했지. 이대로는 납득할 수 없다면서.....아하하, 정말 대단한 집념이라니까. 솔직히 조금 무서워질 징도.....

 

아, 그런데 잠깐만.

 

그럼 나,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어떻게 되는 거지? 흠칫흠칫, 불안한 마음으로 치하야 쨩을 곁눈질. 별다른 기복 없이 침착한 모습.....이긴 한데. 뭔가 좀 다른 것 같아. 뭔가 눈빛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 알 수 없는 오라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이건.....

 

말없이 불타오르는 조용한 뜨거움은 우리들의 강함인거야!

 

.....아, 이건 세계선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 에이, 하여튼! 나는 이제 다른 의미로 떨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바로 옆에서 저렇게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겠어.

 

나, 무사하게 이 곳을 나갈 수 있을까?

 

아니, 이건 아니고.

 

레코딩,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아까 나 혼자 레코딩할 때처럼 했다간 절대로 아웃일 터. 어떻게든 치하야 쨩에게 맞춰줘야 할 텐데..... 하지만 어떻게 맞춰줘야하는 거지? 목소리를 작게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화음을 맞춰서? 그렇지만 화음을 어떻게 맞춰야하는지는 또 모르겠고.....

 

"저기, 하루카."

"익."

 

앗하는 사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때. 자꾸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서 옆을 봤더니, 치하야 쨩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역시 긴장하고 있는 거네."

 

토호호호.....노래에 관해서는 귀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구요. 그치만 이런 말을 해버렸다간 화내겠지. 조금 다른 쪽으로 커브를 틀어볼까.

 

"아하하, 그, 그럴지도. 이렇게 둘이서 레코딩을 해보는 건 처, 처음이잖아?"

"그렇긴 한데.....그래도 일을 맡은 이상,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는, 처음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니까."

"그, 그그렇구나......으응....."

 

무거워. 완전 무겁습니다. 부담감이 장난 아닌데 이거. 으으, 이렇게 되면 아예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켜보는 거야!

 

"그렇다해도 치하야 쨩은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태평하다니, 나는 어디까지나 전력을 다할 심산으로....."

"그치만 이거, 어떻게 보면 나와 치하야 쨩의 사랑의 공동작업이라 할 수-"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 네. 망설임이라고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 매정한 대답,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은 하나도 감사하지 않습니다. 흥이에요!

 

"하여튼, 지금 이 상태로는 바로 리테이크가 날 거라고 생각해. 좀 더 마음을 가라앉혔다가 다시 하는 게-"

"아니, 이대로 할 거야."

"하루....."

"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

 

치하야 쨩이 내가 아닌 노래를 의식하고 있는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결국 참았던 심술을 부리고 말았어. 미안, 치하야 쨩.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닐 텐데. 정확히 말하면, 이 쪽이 잘못하고 있는 건데. 치하야 쨩이 신경 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하야 쨩이 나와 노래하는 게, 별로 기뻐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작 그런 것들로.....나한테는 고작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시 사과하는 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 이봐,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녹음실 모서리에 달린 스피커에서 프로듀서 씨의 말소리가 들려왔어. 아, 이런.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뭇거리고 있었나봐. 에이, 모르겠다. 일단 한 번 해보는 거야. 해보고 나서 뭘 어떻게 하던가 하자.

 

"저기, 프로듀....."

 

그래서 나는 치하야 쨩에게 프로듀서를 부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치하야 쨩에게 좀 더 강하게 신호를 보내자, 치하야 쨩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

 

하지만 그러면서도, 프로듀서 씨를 부르기 위해 살짝 들었던 손을 내린 건 어째서였을까.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 대신에, 어느덧 흘러나오는 전주 쪽으로 딴청을 피웠어.

 

.....

 

Hey Boys! 기대해버려♪

 

리테이크.

 

Set List! 올려보자 텐션♪

 

리테이크.

 

Hey! Boys! 우울한 밤에.....

 

리테이크.

 

리테이크. 리테이크. 리테이크. 리테이크. 그야말로 리테이크의 연속 행진. 그리고 그 리테이크의 장렬한 대열을 만든 건.....다른 누구도 아닌 나.

 

"하아....."

 

그리하여 나와 치하야 쨩은 결국, 대기실로 쫒겨나고 말았어. 한숨을 푹푹 쉬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예상했던 것보다 훨 오버된 시각이 표시되어 있는 중. 치하야 쨩이 끝까지 고집을 피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더니, 정작 이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니 아하하, 정말 아이러니하네. 나는 힘없이 바닥 쪽으로 고개를 푹 떨궜어.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걸까. 처음에는 치하야 쨩하고 그런 일이 있었으니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이해가 돼.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건, 어떻게 생각해야하는 걸까?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치하야 쨩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는데. 으흑, 어째서. 뭘해도 계속 NG에 리트라이에 리테이크라니. 너무하지 않아?

 

나 혼자 녹음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리테이크 연발은 아니었는데.....이야~ 혼자서 노래하는 것과 다른 누군가와 같이 호흡을 맞춰서 노래하는 것에는 정말 엄청난 격차가 있는 거구나.

 

아, 이렇게 태평하게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래서야 언제까지가 되었든 쭉 리테이크만 나올 거야. 자칫 잘못하다간, 아예 레코딩 취소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네. 그건 절대로 피하고 싶.....아니, 어쩌면 차라리 취소가 되는 게 나으려나. 이렇게 발목만 붙잡을 나라면, 치하야 쨩과 같이 노래하는 건.....역시 그만두는 게.....

 

".....하루카."

"으, 응!?"

 

갑자기 이 쪽을 부르는 소리에, 그만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어. 놀라서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치하야 쨩이, 다른 때보다도 훨씬 어두칙칙한 치하야 쨩이 있어-

 

"하루카는 혹시, 나와 같이 노래 부르는 게 별로인 걸까."

"에, 에엣!?"

 

내게 대뜸 강속구를 던져버렸어. 이, 이정도 위력이라면 원 스트라이크로 아웃도 무리는 아니야.....

 

"그, 그그그그럴 리가 업자나!"

".....마음 써주는 건 고맙지만, 이럴 때는 진심을 말해주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해."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요! 아, 정말! 왜 꼭 이럴 때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스스로의 말재주 없음을 원망하는 사이에도, 치하야 쨩의 얼굴에는 점점 수심이 깊어져가고 있었어. 정말로 내가 같이 노래 하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해버리는 거야? 안 돼, 그건 오해야! 나, 치하야 쨩과 노래할 수 있어서 기뻤었어!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이렇게 된 이상 예정을 바꾸거나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아. 지금 당장 프로듀서에게 이야기 해서....."

"아니얏!"

"읏!?"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다급한 마음이 너무 앞서나가다보니, 그만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린 것만 같이, 그저 멍하니 서 있는 치하야 쨩. 미안, 미안해. 그러고 싶지 않았어.

 

"나, 나야말로.....물어볼게."

 

그치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열이 오른 머리가 말을 자아내는 것을 멈추지 않아서, 그만.

 

"치하야 쨩이야말로, 그, 나랑 노래하는 게 역시....."

 

별로, 라던가 그, 싫었다던가.....일이라서 참고 있을 뿐이라던가. 같은 말들은 입안에서만 맴돌았어. 왜냐면 치하야 쨩, 지금 너 이상한 소리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거든. 덕분에 나도 영문을 모른 채, 그저 두 눈만을 끔뻑이고 있을 뿐.

 

그렇게 한참 지났을까. 치하야 쨩이 드디어 입을 열었어.

 

"저기, 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그렇지 않아."

"그, 그럼....."

 

그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기대에 찬 시선을 그 쪽으로 향했어. 그리고 그 기대는.....

 

"기뻤어. 굉장히."

 

아주 다행스럽게도 보답받아버렸네.

 

"저, 정말.....?"

"응."

 

그럼 어째서 그렇게 시큰둥하게 굴었던 거야, 같은 생각도 잠깐 들었긴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어. 잘 알다시피 치하야 쨩, 원래 표현에 좀 서툰 편이고.....무엇보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다는 느낌. 치하야 쨩이,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확인한 이상.

 

".....하루카는?"

"그, 그거야 당연히, 치하야 쨩과 같은 걸로 정해져 있잖아!"

 

내 외침에, 치하야 쨩의 약간 흔들리는 시선이 이 쪽을 향했어. 나는 그에 다른 무엇도 없는 진심만을 답할 뿐.

 

"치하야 쨩과 노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솔직히 아까 전만 하더라도, 정말 온 몸이 떨릴 정도로 기대가 되고 그래서.....그렇지만 치하야 쨩은 그다지 즐거워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그만.....미안해."

"오히려 내 쪽이 하루카에게 사과해야할 것 같은데. 괜히 걱정하게 만들어서."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어디까지나 내가 멋대로 오해해버린 거니까....."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몇 번을 고개 숙이자, 치하야는 난색을 표하다가도 결국 질렸다는 듯 한숨을 쉬었어.

 

"그렇게나 사과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노래로 갚아야한다고 생각해."

"역시 치하야 쨩이야. 노래 귀신~"

"뭐가 귀신이야. 뭐, 하여튼 그래서.....하루카, 그 때는 왜 그랬던 거야?"

"응?"

"그저 속상하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는 할 수 없는 노래였어."

 

우와, 치하야 쨩 이럴 때만큼은 날카롭다니까. 딱히 숨길 만한 것도 아닌지라, 나는 그랬던 이유를 남김없이 말했어.

 

"이건 라이브하고는 또 다르니까.....그야말로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이잖아. 그런데 한 쪽이 너무 튀거나 하면 좀 그러니까.....그리고 나보다는 치하야 쨩이 훨씬 노래를 잘 부르니까, 아무래도 좋은 쪽에 최대한 맞춰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그치만 결국, 방해만 되어버렸네."

 

그러자 치하야 쨩은 잠깐 고민에 잠기는가 싶다니, 곧 진지한 목소리로 날 불렀어.

 

"저기.....하루카."

"응."

"억지로 내게 맞추려고 하지마. 하루카에게는 하루카만의 노래가 있으니까."

"에.....?"

 

그리고는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있는 힘껏 네 노래를 불러줘. 따라가는 건, 내가 할테니까."

 

헉 잠깐만 치하야 쨩 그 미소는 뭐야 파괴력 굉장하잖아 갑자기 그렇게 예고도 없이 막 웃으면 내, 내 심장이......아니, 정신차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나는 고개를 붕붕 거칠게 내저으며 애써 탈출하려는 정신을 붙잡았어.

 

"그, 그, 그렇게 말해도.....이번에는 내 노래만이 아닌 치하야 쨩의 노래이기도 하잖아."

 

너무 나 좋을 대로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넌지시 말해봤지만 치하야 쨩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어.

 

"하루카, 다른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내 스스로도 표현이 서툰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 그래도 노래할 때만큼은 최대한 내 감정,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지만.....그게 무리인 때가 분명 있어."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고. 치하야 쨩은 그러고는 손 끝으로 대기실 테이블에 어지럽게 펼쳐진 악보를 가리켰어. 절로 그 쪽을 따라 이동하는 시야. 내 두 눈이 비추고 있는 건, happy! 라고 적힌 악보의 윗 부분. 그래, 우리들의 노래.

 

"이 노래에 담긴 밝고 행복하고 즐거운 정서, 나보다는 하루카가 훨씬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 쨩에게서는 약간의 안타까움과 함께 강한 확신이 느껴졌어. 뭐야.....어떻게 해도 치하야 쨩은 역시, 노래 바보구나. 날 위해서가 아니라, 노래를 위해서 그러는 거네. 하아, 거기의 반절만큼이라도 날 생각해주거나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만 이상하지. 이렇게 불만은 튀어나오지만, 아까처럼 무척 속상하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건 분명, 치하야 쨩이 노래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새롭게 알았기 때문이려나. 나는 온통 새빨개진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어.

 

"뭐, 뭐어.....치하야 쨩이 그렇게 원한다면야, 어쩔 수 없네요! 나 정말 내 멋대로 부를 거니까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래도 조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

 

어허, 어딜 도망가려고. 이제와서 약한 소리해봤자 안 봐줄 거야♪ 나는 슬슬 눈치를 보며 나한테서 멀어지려는 치하야 쨩의 손을 잡아채, 곁으로 쭉 끌어당겼어.

 

"꺗!? 자, 잠깐, 하루카!?"

"따라와주겠다고 말한 건, 치하야 쨩이지?"

 

자기가 한 말 정도는, 확실하게 지키라고.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 그렇게 단단히 엄포를 놓을 작정으로 치하야 쨩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어.

 

"정말.....뭐, 이렇게 붙잡고 있으면.....놓치는 일 같은 건 없겠네."

 

왜냐면, 그러기 전에 먼저 선수를 당해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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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W(하루치하 왓호이라는 뜻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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