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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카가 시력을 잃은 이야기

댓글: 3 / 조회: 1156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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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3, 2017 01:59에 작성됨.

1. 트위터 유저 돼지(@rterminus_)님의 맹인 후레 시리즈를 보고 즉흥적으로 떠올라 쓴 글입니다.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면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2. 제목에서 느껴지듯, 조금 우울한 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시키가 사납습니다. 무척.

이상의 내용을 주의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레데리카씨가 시력을 잃었습니다.
원인은 라이브 도중 일어났던, 무척이나 사소한 사고. 문제는, 그러한 사소한 사고가 겹치고, 겹쳐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시신경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 버려서, 프레데리카씨의 시력을 회복하는 것은 현대의 의술로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최초의 사고의 원인이었던 사무소에서는 책임을 지기 위해, 보상금과 함께 생활의 편의를 보장하고... 본인의 요망이 있다면 아이돌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력을 잃고도 아이돌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와 ‘그런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프로덕션’이라는,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원하는 계산이 깔려있을테지요... 그 속셈이 어쨌건, 프레데리카씨가 시력도 잃고 프로덕션에게도 외면받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테죠. 그래서, 당사자인 프레데리카씨가 어떤 상태냐 하면...


“곤니치하로-!”


평소와 다름없이 기운차답니다. 벌컥 문을 열곤, 즐거운 듯 폴짝거리는 걸음걸이로 걸어오다가, 소파 뒤편으로 넘어지듯 저에게 안겨왔습니다.


“아코코... 앗, 이 말랑함... 응, 후미카쨩이구나! 책 읽어? 무슨 책 읽고 있어? 프레쨩도 봐도 돼? 아참 어차피 못보는구나!”


제가 앉은 위치를 찾아내 안기고는,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프레데리카씨. 가슴은, 너무 주무르지 않으셨으면 하지만요.


“잠깐, 프레데리카? 그렇게 뛰면 넘어지잖아...”


“아하핫, 이미 넘어졌답니다☆”


...아무래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짚은 소파에 제가 앉아있었을 뿐인 것 같네요.


“있지있지 후미카쨩, 프레쨩이 소파로 넘어가는거 도와주지 않을래?”


맹인용 지팡이를 들고 따라들어온 카나데씨가 프레데리카씨를 책망했습니다만, 프레데리카씨는 아랑곳않고 제 도움을 받아 소파를 타넘어 제 옆에 앉았습니다.


“정말, 위험하다고... 그리고, 지팡이 두고갔어.”


카나데씨도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고 맞은편 소파에 앉아 프레데리카씨에게 지팡이를 내밀었습니다. 몇번 허공에 손을 내저은 끝에 지팡이를 붙잡는데 성공한 프레데리카씨는, 그 지팡이를 앞을 향해 휘둘렀습니다. 그러니까, 카나데 씨를 향해.


“지팡이를 챙겨준 고마운 카나데쨩은 어디있을까나데~”


“잠깐, 프레데리카?! 아파, 아프다고! 진짜 화낸다?”


“아하핫, 프레쨩은 눈이 안보여서 모르게써염~”


“오, 뭐야뭐야? 프레쨩이 카나데쨩을 지팡이로 때리고 있어.”


사무실로 들어온 슈코씨가 느긋한 감상을 내놓았습니다.


“지팡이를 찾아준 카나데쨩에게 보답하려고, 지팡이로 카나데쨩을 찾고있카나데~”


“오, 재밌어보이는데? 나도 도와볼까나데~”


“이상한 라임 맞추지 말고, 좀 도와달라구...”


카나데씨가 체념한 듯 지팡이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지팡이에 걸릴 때 이후로는 그저 카나데씨의 몸 주위를 지팡이로 훑고 있는 것 뿐이라 아프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얌전히 당해주기에도 조금 거슬리겠네요. 카나데씨도 그저 뺨 같은 곳을 찌르게 됐을때 손으로 밀어내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뒤따라 들어온 아리스쨩이 프레데리카씨의 오른편에 앉았습니다.


“오오? 이 가볍게 소파가 내려앉는 느낌... 아리스쨩?”


“네... 안녕하세요, 프레데리카 언니.”


“..응, 곤니치하로!”


프레데리카씨가 언제나처럼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지만, 아리스쨩은 조금 담담하게 인사를 받아넘길 뿐이었습니다. 안좋은 일이라고 있었던 걸까요...?


“냐하하, 도와달라고 한다면... 슈코쨩?”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키씨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슈코씨를 부릅니다. 두 사람은 뭔가를 의논하는가 싶더니, 슈코씨가 제 왼편에 앉고, 시키씨는 프레데리카씨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슈코씨가 음원을 재생하자...


[프레쨩~.]


프레데리카씨를 부르는 시키씨의 목소리가 슈코씨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요즘 휴대전화의 녹음기는 무척 훌륭해서, 저도 슈코씨가 앉아있는걸 보지 못했다면 시키씨의 목소리로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왜에? 시키쨩, 불렀어?”


그리고 그런 사실을 당연히 알 리가 없는 프레데리카씨는 카나데씨와 장난치는 것을 그만두고 제쪽... 그러니까 슈코씨가 앉아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분명히 눈이 보이지 않을텐데도, 엷은 미소와 함께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듯 한 녹색의 눈동자에 저는 무심코 숨을 삼키고 말았답니다.

 

“냐하, 시키쨩은 이쪽이랍니다~.”

 

그러나 프레데리카씨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 있는 것은 슈코씨. 어느새 프레데리카씨의 등 뒤로 다가온 시키씨가, 프레데리카씨의 눈을 가리며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오옷?! 시키쨩은 후미카쨩의 옆에 앉아 있었을텐데??”

 

“냐하하, 이것이 과학의 힘으로 성립된 분신술! 프레쨩은 꼼짝도 못하고 농락당하고 만 것이다~!”


“Mon Dieu! 어떡해 아리스쨩! 프레쨩, 시키쨩이랑 슈코쨩에게 꼼짝없이 당해버리고 말앙!”


그렇게 말하며 프레데리카씨가 아리스쨩에게 무너지듯 안겨들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아리스쨩이쌀쌀맞은 정정과 함께 프레데리카씨를 떨쳐낼텐데...


“...”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얌전합니다.


“음... 아리아리아리스쨩, 어디 아파?”


“타ㅊ...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그럼 있지, 볼 만져도 돼?”


“...상관없어요.”


“정말? je t'aime! 그럼 사양않고! 오, 오오...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아리스쨩의 볼이 더 말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넘넘 말랑말랑해서 막 깨물어주고싶고!”


그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프레데리카씨는 이미 아리스쨩의 뺨을 깨물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오늘은 정말로 얌전하군요... 그 모습을 소파에 기대 내려다보는 시키씨는, 어쩐지 재미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만.


“므으... 프레쨩! 아무리 아리스쨩의 볼이 말랑하다고 해도, 시키쨩의 가슴이 더 말랑할걸?”


“C'est vrai?! 그치만그치만, 시키쨩의 가슴은 못 만지는걸. 핫, 설마! 만지게 해 주는거야??”


“Of course! 지금이라면, 안내고양이 시키쨩과의 산책권도 덤이야!”


“갈래갈래! 시키쨩이랑 둘이서 산책 갈래!”


“냐하, Great! 그럼, 안내고양이가 할 목줄부터 찾아볼까나데~ 치히로씨라면 한개쯤 가지고 있겠지?”


“아하핫, 그럼, Allons-y!”


그렇게 프레데리카씨와 시키씨는, 손을 꼭 잡은 채로 방을 뛰어나갔습니다.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시키씨도 있고 하니, 아마 괜찮겠지요.


“그건 그렇고... 아리스쨩, 무슨 일 있었어? 오늘 유난히 얌전하네?”


“타치바나에요.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라인을 주고받던 슈코씨가, 지나가듯 아리스쨩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프레데리카씨에게 물린 뺨을 닦아내던 아리스쨩은 평소의 조금 쌀쌀한 태도로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도, 슈코씨도, 카나데씨도... 사무실을 나서는 아리스쨩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프레데리카씨의 아이돌 활동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역시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라이브나 버라이어티 같은 일은 무리였지만, 가벼운 율동을 곁들일 뿐인 라이브는 피나는 연습으로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본래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사고로 인한 실명을 이겨내고 아이돌 활동에 매진하는 이미지로 더해져,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한 자선공연이나 토크쇼에도 곧잘 출연하게 됐답니다. 거기에 평소 생활을 도와주는 유닛 멤버인 슈코씨, 시키씨와의 사이좋음이 일부 계층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아, 프레데리카씨의 인기는... 솔직히,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반등했습니다. 한때는 아이돌 일 자체를 그만두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그야말로 전화위복. 앞으로의 길은 순풍만범이네요.

 

하지만, 최근들어... 아리스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언제나 야무지고 영리해서 연상인 저도 무심코 의지하곤 했던 아리스쨩이었습니다만, 최근들어 레슨에서도, 라이브에서도 잔실수가 늘어났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것은 아닐까 하고 진료나 상담을 권해봤지만, 그럴 때 마다 아무 일도 아니라며 얼버무릴 뿐. 그러나 그러는 사이 문제는 더욱 커져, 급기야는 아리스쨩의 인기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와 카나데씨는 물론, 트레이너님과 치히로씨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거기서 프로듀서씨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저와 아리스쨩, 카나데씨의 유닛과, 프레데리카씨, 시키씨, 슈코씨의 유닛의 합동공연. 그 세사람을 상대로 딴죽을 거는 아리스쨩의 모습이 인기 요소의 하나라는 것을 상정한 기획이겠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걱정이 앞섰습니다.

 

라이브 당일, 대기실. 결국 아리스쨩은 라이브 당일까지 기운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요즘들어 말수도 적어진 터라, 저와 카나데씨 또한 불편한 공기에 말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 여러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라이브를 할 수 있을까요...?


“안녕~. 어라, 내가 제일 먼저 온거야? 시키쨩이랑 프레쨩은?”


“네 유닛 멤버를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설마, 진짜 모르는건 아니지?”


“아니아니, 둘은 화장실 간다고 먼저 나갔었거든. 그 사이에 분장이 끝난 슈코쨩이, 먼저 도착했다는 말씀.”


“그래? 그럼 상관없지만 말야...”


“괜찮다구, 시키쨩도 책임감이 늘었으니까. 오, 아리스쨩도 안뇽~”


“타치바나에요. ...안녕하세요.”


기운이 없는 아리스쨩의 인사에, 슈코씨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습니다. 말없이 아리스쨩을 손으로 가리키며 카나데씨에게 눈짓을 하자, 카나데씨도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 슈코씨도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습니다.


“곤니치하로-!”


“냐하하, 헬로헬로-!”


그런 정적을 깨트리듯, 시키씨의 손을 잡은 프레데리카씨가 대기실로 들어왔습니다.


“오오, 어서와. 그건 그렇고 오래걸렸네. 둘이서 밀회라도 즐긴거야?”


“아하핫, C'est un secret! 비밀이얌☆”


“에엑, 치사하네~ 그럼 대신에, 다음엔 나랑 같이 가 줘야겠어~?”


“꺄아, 나중에 슈코쨩에게 덮쳐져버려☆. 그건그렇고... 찾았다. 아리스쨩, Salut?”


이젠 꽤나 익숙해진듯 시키씨의 도움으로 대기실을 가로질러, 프레데리카씨는 아리스쨩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레데리카 언니.”


아리스쨩의 기운없는 인사에, 프레데리카씨도 조금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아리스쨩, 왜그래? 기운 없어? 괜찮아? 프레쨩한테 조물조물 받을래?”


“아뇨, 괜찮아요...”


“응~ 그럼 있지, 아리스쨩! 전부터 궁금했던거 하나 물어봐도 괜찮아?”


“...뭔가요?”


“아리스쨩은 이제, 프레쨩한테는 타치바나라고 안해주는거야?”


프레데리카씨의 말에, 아리스쨩의 몸이 전기라도 통한 것 처럼 튀어올랐습니다. 둔감한 저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놀란 모습. 비록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바로 곁에 있던 감이 좋은 프레데리카씨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없겠죠.


“무, 무슨 말을...”


“그치만 봐봐. 평소같으면 여기서 ‘타치바나에요!’라고 했을거잖아. 그런데 프레쨩한테는 안해주는거야?”


정곡을 찔린 듯 한 아리스쨩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분명히 앞이 보이지 않을텐데도, 아리스쨩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프레데리카씨의 눈은 정면으로 응시하기 어려운 마력이 있었습니다.


“그저...”


“그저?”


“이제 프레데리카씨랑 장난치는건, 안된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숨죽이고 있는 와중에, 큰 한숨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니, 평소답지 않게 얼굴을 찌푸린 카나데씨가 보였습니다. 카나데씨는 자신이 한숨을 쉬었다는 사실이나 제가 카나데씨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릴 뿐이었습니다.


“왜? 프레쨩은 아리스쨩이랑 예전처럼 장난치고 싶은데?
...아니면, 이제 앞이 안보이는 프레쨩은 싫어?”


“아니에요!”


근래에 무기력했던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큰 목소리. 바로 곁에 있던 프레데리카씨는, 갑작스레 큰 소리가 나자 녹색의 눈을 한층 동그랗게 떴습니다.


“아, 죄송... 해요... 그렇지만, 프레데리카씨는, 힘든 일이 많으니까... 저같은게, 버릇없이 굴면 안되지 않을까 하고...”


아아, 그렇게 된 거였군요. 저는 이제야 아리스쨩이 기운이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나데씨는 물론, 시키씨와 슈코씨마저 얼굴을 감싸쥔 이유를.


“그랬구나... 프레쨩은 있지? 요즘 아리스쨩이 기운이 없다길래, 어떻게 하면 기운을 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열심히 열심히 생각했었어. 이 라이브로, 다같이 기분좋게 노래하면 아리스쨩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나~ 하고. 그런데, 그 생각이 오히려 아리스쨩을 괴롭힌 모양이네.”


“아... 전...”


그렇게 말한 프레데리카씨는, 아리스쨩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책상 위를 더듬어 시키씨가 가지고 왔던 맹인용 지팡이를 손에 쥐고, 혼자서 힘겹게 대기실을 가로지른 프레데리카씨는,


“음... 미안해. 라이브 전까지는, 돌아올게.”


그 말만을 남기고, 대기실을 나가버렸습니다. 슈코씨가 한발 늦게 프레데리카씨를 쫓아가고, 대기실엔 저와 아리스쨩과 카나데씨, 그리고 시키씨 네사람만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속이 후련해? 이래서 꼬맹이들은 질색이야.”


그 침묵을 깬 것은 시키씨였습니다. 평소의 고양이같은 웃음이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차가운 가면같은 얼굴. 송곳같이 날카로운 말로 정적을 부수고, 아리스쨩의 가녀린 몸을 찔렀습니다.


“그 날 부터였지? 나랑 프레쨩이 같이 산책 나갔던 날... 프레쨩이 신경쓰여하는 것 같은 눈치길래, 슈코쨩한테 부탁해서 무슨 일인지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이 꼴이라니.”


진저리가 난다는 듯, 시키씨가 웃음을 흘렸습니다. 맹수를 연상케 하는 사나운 웃음을.


“무슨 생각이었던거야? 배려하고 싶었어? 당사자의 생각은 무시 한 채로? 아니면 설마,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 불행을 겪었으니 배려 해 주는 사려깊은 나'에게 도취되기라도 하셨나?"


“아니, 아니에요. 전... 전 그냥...”


"집어치워. 네가 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프레쨩이 어떤 고생을 하고있는지 알기나 하냐고.”


울먹거리는 아리스쨩에게 쐐기를 박는 시키씨. 딸꾹질을 하는 것 처럼 숨이 막히는 아리스쨩을 다독여주려고 했지만, 카나데씨가 가로막았기 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울먹이는 아리스쨩을 내려다보던 시키씨는, 처음보단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동정을 해 주고 싶으면, 질질 짜지 말고 직접 말하도록 해. 상처를 숨기고 일부러 유쾌하게 행동하고 있는 프레데리카의 에스프리를 존중해 달라는 말이야. 어린애라고 봐주는 것도, 지칠 때가 있는 법이니까.
...가볼게. 나도, 라이브 전까진 돌아올거야."


그 말 만을 남기고 시키씨도 큰 걸음으로 대기실을 벗어났습니다.


“후미카언니... 저, 저는...”


“울지 마. 아리스쨩.”


맺혀있는 눈물이 당장이라도 뺨을 타고 흘러내릴 것 같은 아리스쨩의 말을 가로막은 것은, 제가아니라 카나데씨였습니다. 손수건으로 아리스쨩의 눈가를 닦아준 카나데씨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지금 울어서 화장이 망가지면, 화장을 고치느라 라이브가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돼. 이 라이브는,프레데리카가 네가 기운을 차렸으면 해서 노력한 라이브야. 네가 정말 프레데리카를 위한다면, 라이브를 망치는 것 말고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카나데씨의 말에 아리스쨩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후미카, 스탭분들에겐 내가 말해놓을게. 후미카는 아리스쨩이랑 같이 프레데리카를 찾으러 가 주지 않을래?”


저도 이제야, 카나데씨가 말한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저와 아리스쨩은 서둘러 대기실을 나섰습니다.

 

프레데리카씨를 찾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에 능숙한 시키씨도 아니고, 아무리 슈코씨가 곁에 있다고 해도 프레데리카씨가 멀리 나갈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요. 무대에 서기 직전의 아이돌이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자판기의 옆에 앉아서 캔음료를 홀짝이는건, 괜찮은 걸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어라, 아리스쨩이랑 후미카?”


“...아리스쨩?”


아리스쨩의 이름에 프레데리카씨가 조금 겁먹은 듯 한 기색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리스쨩을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프레데리카 언니... 저, 죄송해요. 저, 프레데리카 언니가 힘들거라고, 그러니까, 멋대로 굴면 안된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조금씩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내던 아리스쨩이었지만, 곧 다시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버렸습니다. 카나데씨가 한 말을 기억해서 울고 있진 않지만, 이래서야 울어버리는 것도 금방이 아닐까요.


“아리스쨩 아리스쨩. 이쪽으로 와 주지 않을래? 프레쨩은 말이지, 눈이 안보이니까 아리스쨩이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어.”


프레데리카씨의 말에 아리스쨩이 의아해하면서도 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느정도 가까워졌을때, 프레데리카씨가 아리스쨩을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프, 프레데리카 언니?”


“있지, 아리스쨩? 나는 말야. 남들이 나를 신경쓰는게 정말 싫었어. 혼혈이란 사실을 신경쓰고, 나와 거리를 두려는게 싫어서, 프랑스어를 하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어. 외국인이지만 바보같고 친근한 프레쨩을 연기했던거야.”


프레데리카씨의 말은, 저에게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구김살 없이 밝게 행동하는 프레데리카씨가, 사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해 그런 모습을 꾸며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돌이 되고, 사람들이 더이상 나의 겉모습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을때, 그만 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열심히 나라는 선입견을 허물어 놨더니, 이젠 눈이 보이지 않는 가여운 프레쨩이 되고 만거야. 처음엔 절망했었지. 나는 이대로 평생 다른 사람들의 선입견에 갇혀 살게 되는걸까 하고. 그런데 슈코쨩이랑 시키쨩은, 평소처럼 나를 대해줬으니까. 두 사람에게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유쾌한 프레쨩이었던거야.”


지켜보고있던 슈코씨가, 겸연쩍은 듯 뺨을 긁적였습니다. 프레데리카씨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정말 기쁘게 웃어줬을테지요.


“나는 있지. 그게, 정~말로 기뻤어. 머리색이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같은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되건 나라는 사람을 똑바로 봐줬으니까. 그래서 눈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어.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나는, 눈이 멀고 귀가 멀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평생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아리스쨩에게도 부탁하고싶어.”


거기서 프레데리카씨는 한번 말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부탁했답니다.

 

“아리스쨩도, 다시한번 나를 봐주지 않을래?”


프레데리카씨의 마지막 말에, 아리스쨩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억누른 훌쩍임과 작게 떨리는 가녀린 몸을, 프레데리카씨는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저, 저는... 프레데리카 언니를, 신경쓰게 만들었는데... 싫은걸, 잔뜩 했는데...”


“응응. 그런 사실에 미안해하는, 그런 아리스쨩이 나는 좋아. 그러니까, 응? 화해하자? 내가 지금 듣고싶은 말, 나한테 해주지 않을래? 응? 아리스쨩?”


프레데리카씨가 아리스쨩과 살짝 거리를 두고, 얼굴을 마주하며 부탁했습니다. 프레데리카씨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볼 수 없을테지만, 아리스쨩은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눈물에 젖은 얼굴로 힘껏 웃으며 다시 한번 말했답니다.


“타치, 바, 나... 에요...!”


그 말을 끝으로, 아리스쨩은 다시 울기 시작했고, 프레데리카씨는 그런 아리스쨩을 다시한번 부드럽게 안아주었죠.

 

아리스쨩의 화장도 망가져버리고, 프레데리카씨의 의상도 아리스쨩의 눈물에 다 젖어버려서... 라이브는 결국 조금 지연되고 말았답니다. 그 사이를 저와 카나데씨, 슈코씨와 시키씨가 토크로 어떻게든 시간을 벌었죠. 다행히도 두 사람이 화해한 모습을 보자, 시키씨도 많이 화가 누그러진 듯 했습니다. 아리스쨩을 위해 없는 솜씨를 발휘해 열심히 토크를 이끌어 가던 중, 무대 한구석에서 아리스쨩과 프레데리카씨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가 왔습니다.


“어머, 우리 사고뭉치 공주님들이 드디어 준비가 끝난 모양이야. 여러분, 박수로 맞이 해 주지 않을래?”


카나데씨의 능숙한 유도로, 팬 여러분들의 박수와 환성속에 아리스쨩과 프레데리카씨가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프레데리카씨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고있는 아리스쨩의 얼굴에는, 방금 전 같은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곤니치하로~!”


[곤니치하로~!]


프레데리카씨의 기운찬 인사에, 팬 여러분들도 같은 인사로 회답 해 주었습니다. 아리스쨩을 향해 한번 고개를 향한 프레데리카씨는, 이내 다시 객석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늘은 있지, 조금 진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해! 요즘 기운이 없었던 아리스쨩이랑, 프레쨩에 대한 이야기야! 모두, 들어줬으면 해!”


조금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프레데리카씨의 이야기를 막으려는 기색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관객의 소리로 그 사실을 짐작한 프레데리카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프레쨩은 말이지, 어렸을 적 부터...”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라이브의 결과와, 그 이후의 두사람에 대해서? 흥-흥↘흐↓흐↑응↗
후후, 성급하시네요. 이야기의 결말을 먼저 듣고자 하는건, 좋은 습관이 아니랍니다? 흐↗흐↘흐↘흥↗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라이브는 대성공.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라는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라이브였다고 극찬이 자자한 무대죠. 라이브 BD 판매도 순조로워서, 치히로씨도 기쁜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요. 흥-흥↘흐↓흐↑응↗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해서라면... 흐↗흐↘흐↘흥↗ 프레데리카☆
 

“아아, 정말! 아까부터 뭐에요?!”


“아리스쨩 아리스쨩! 반향정위라는 말 알아?”


“타치바나에요! 그리고, 박쥐나 돌고래가 장애물을 피할때 소리를 내는 그거잖아요? 눈이 안보이는 분들이 연습하기도 하고.”


“응응! 아리스쨩은 똑똑해! 그런데 있지, 그걸 할때... 놀랍게도! 일정한 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지 뭐야!”


“...그래서요?”


“그래서 프레쨩은 생각했습니다! 프레쨩 송을 이용해서 반향정위를 하는거야! 그럼 주위에 부딪히지도 않고, 언제나 즐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정말이지, 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그래서, 프레데리카 언니는 그걸로 성공했어요?”


“아니? 그래서 연습중인데?”


“쓸모없잖아요! 아아 정말! 어레인지를 하기 전에 정석부터 배우자구요! 저번에 찾아둔 강의영상 있으니까, 같이 봐요.”


“와오, 아리스쨩 상냥해☆”


“타치바나라니까요!”


...이걸로, 대답이 되었으려나요?
자,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랍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저희들의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장면으로 넘어가게 돼요.
부디 앞으로도,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함께 빌어주시겠어요?

 


 

트위터에서 본 그림에서 망상이 부풀어 올라 급하게 써 본 단편입니다. 원본의 느낌을 살리려고 제시된 요소들을 최대한 넣어봤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초반의 권고사항을 모두 확인하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른 글로 또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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