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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 「What Lovers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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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9, 2017 12:31에 작성됨.

녹차 한 잔과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맞이하는 오후.

 테이블 위에 놓여진 다과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정갈하고 아름답다.

 

「고마워, 마유. 잘 마실게.」

 

「우후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마유에게 소소한 감사를 하고 따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향이 좋은 커피가 후루룩, 하고 천천히 넘어간다.

첫 커피는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특유의 씁쓸한 맛이 분명히 나야 할텐데도, 그런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야.

 

「마유, 이 커피는 어떻게 탄 거야? 맛이 정말로 좋은데.」

 

「후후, 비밀이에요♪」
 

마유의 장난스런 대답이, 물음에 대하여 돌아온다.

평소보다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마유.

하긴, 이런 날들은 요즘 좀처럼 없었으니까 그럴 것이다.

일하고 사무소로 돌아올 때면, 보이지 않는 새벽별이 창문으로 쏟아지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오늘은 정말로 햇빛이 반갑네.」

 

「그렇네요.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네요.」

 

「조금만 잘못했다간 낮잠에 들어버릴 것만 같네.」

 

「그렇네요. 그래도, 아직 잠들면 안 돼요?」

 

마유의 말이, 느긋하게 나를 감싸고 돈다.

그래, 아직은 잠들 시간이 아니야. 잠드는 것은 밤에만 해도 충분하다.

뭐, 약간의 서류작업 말고는 더 이상 할 일도 없지만 말이야.

아, 그렇지.  마유에게 한 번 짓궂게 물어보도록 하자.

 

「자, 오늘 마유의 일과는 뭐가 남았지?」

 

「이제 없어요. 서류작업이 조금 남은 프로듀서를 기다려드리는 것 뿐, 맞죠?」

 

마유의 입에서 당연하다는 듯한 말이 들려온다.

역시 마유다, 그녀는 단 한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나를 놓고 간 적이 없다.

 

「과연 마유. 자신의 스케쥴을 잘 알고 있구나.」

 

「우후♬ 마유는, 프로듀서씨께서 하신 말씀이라면 절대로 잊지 않아요.」

 

「그런가. 나에게 커피를 타준 것도 그것 때문이지?」

 

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대답을 알고 있는 질문에, 마유가 대답 대신 아름다운 미소를 흘린다.

두 사람밖에 없는 이 공간 안에, 아다지오의 분위기가 천천히 흐른다.

느긋나긋의 대명사로 유명한 아이코마저도 한 수 접고 가야할, 그런 분위기.

 

「프로듀서 씨, 방금 다른 아이돌을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뭐, 이런 분위기라면 떠오르는 녀석이 있잖아. 그래도 일단 사과는 해 둘까. 미안해, 마유.」

 

「우후후, 아니예요. 그렇게 연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오.」

 

빠르게 사과를 했음에도, 마유의 끝말이 조금 늘어진다.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은 것임에 틀림 없으리라.

그야 그렇겠지. 이렇게 두 사람만이 있는데, 다른 아이돌을 생각한 내가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마유는 착한 아이다, 한 번쯤 생각했다고 해서 나를 책망하지는 않는 아이다.

귀엽고 작은, 소동물같은 나만의 어린 공주님.

 

「고마워, 마유. 그나저나 마유가 녹차를 마시는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거야?」

 

「아뇨, 딱히 그런 건 없지만요. 다만 녹차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성분이 있다고 해요.」

 

「오, 나도 들었어. 커피에 든 것과 같은 카페인 종류랬던가, 다른 종류랬던가.」

 

「그건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커피 맛은 입에 맞으시죠?」

 

「응. 마유가 타준 커피인데 내 입에 맞지 않을리가.」

 

「우후후♬」

 

마유 특유의 웃음이 나긋나긋하게 들려온다.

오후의 따사로운 태양이 이제 천천히 저물어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일을 시작해야지, 나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컴퓨터 자판에 손을 올려놓는다.

 

「벌써 일을 시작하시게요? 마유가 만든 과자라도 하나 집어드시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일에 손을 대어야 빨리 끝나지. 그래야 마유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마유가 힘껏 만들었는데요...」

 

「그런가. 그럼 한두개씩 집어먹으면서 할 테니까 말이야. 대신 마유도 좀 도와줘야한다고?」

 

「프로듀서씨도 정말...」

 

마유의 혼내는, 하지만 독기라고는 전혀 없는 풀어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햇빛 때문일거야,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고는 자판 위를 춤을 춘다.

춤을 추는 손가락, 그에 맞춰 희고 가느다란 손으로 과자를 먹여주는 마유.

얼마나 지났을까, 태양이 조금 더 땅에 가까워지자 마유가 내 커피잔을 한 번 스윽 본다.

거의 비워진 커피잔을 가지고 가더니, 새로운 커피를 내 오는 마유.

이로서 두 잔 째의 커피, 이번의 커피는 달달한 초콜릿 카라멜 마키아토.

한 입 입가에 대 본다. 역시 조금 너무 단 것 같다.

 

「음, 조금 너무 달달하지 않아?」

 

「후후, 당분은 뇌의 활동을 도와주니까요♬」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빨리 끝낼텐데 말이야.」

 

「보채는게 아니에요-♬」

 

아니라고는 말하고 있지만 마유의 목소리가 왠지 압박으로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뭐,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녀에게 맞춰주는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녀가 정말로 기다리던 날이니까, 그녀의 기분에 맞춰주지 않으면.

 

「그래, 오늘은 뭘 제일 하고 싶어?」

 

「여러가지겠네요. 으음, 일단은 프로듀서씨랑 백화점에 가고 싶은걸요?」

 

「백화점에 가서 뭘 사고 싶은데?」

 

「음, 일단은 저녁거리를 사려고요. 프로듀서씨가 좋아하는 메뉴를 최근에 해드리지 못했으니까요.」

 

이 얼마나 귀여운 아이인가.

일만 하는 나를 위해서, 어쩌다 나는 짜투리 시간에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해주겠다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옷은 더 필요 없어? 아니면 액세서리라도.」

 

「프로듀서씨가 사 주신 옷이 집에 많아요. 계절이 바뀐 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괜찮아요.」

「액세서리도, 그렇네요. 아직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요.」

 

「그런가. 그래도 한 개 정도는 사주고 싶은데.」

 

「저축하시는 게 나으실걸요? 그래야 제가 온전히 프로듀서씨의 것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마유의 말이, 그럴 생각은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내 가슴을 후벼판다.

저축이라. 뭐, 당연히 그래야겠지.

집도 사고 차도 사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래야만 공주님을 데려올 수 있을 테다.

공주님을 아무렇게나 방치된 나의 더러운 원룸에 데려다 드릴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알겠어, 마유. 그럼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연인다운 걸 하자구.」

 

「참, 프로듀서 씨도//」

 

「마유를 신부로 맞으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네-」

 

「우우///」

 

정말로, 마유는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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