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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콘스프에 빵 먹는 미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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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8, 2017 22:21에 작성됨.

해는 떴다. 창문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기는 하나, 아직 서늘한 기운이 집 안에 돌아서 새벽인지 약간 의심되는 아침. 다른 사람이라면 잠에 취했을 시간이다. 보통은 침대 속에서 제발, 제발, 아직 좀 더 자도 되는 시간이라고 기도하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계를 확인하겠지.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미치루, 아침 먹어야죠

 

살그머니 끼익-하는 문소리도 조심하며 문을 열었다. 아침은 이미 한참 전에 날려버렸다는 듯

 

추워

 

둘둘 말리는 걸 넘어 아예 예쁜 찹쌀떡처럼 동그랗게 빚어진 이불덩어리에서 아직 기운없는 여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치루

 

“......”

 

!!!”

 

으응....추워어어....”

 

미치루가 파르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보통이라면 오빠의 마음이 누그러질 것도 같지만, 왜인지 꼭 아침에는 물러나질 않는단 말이지. 오빠가 툭툭- 이불경단을 밀며 미치루를 깨워보고, 이불을 땡겨보았지만 답이 없네.

 

추워~ 추워~ 추워~ 하지마아...”

 

이불을 당길수록 오히려 안으로 이불을 말아버리며 미치루는 강력한 거부의사를 표했다.

 

미치루우~”

 

졸려요...”

 

오빠가 무릎을 살짝 굽혀서 몸을 낮추어 앞으로 뺀다. 입가에 양 손을 가져대고 비밀을 이야기하듯이 넌지시 말했다.

 

그럼, 모닝빵은 못 먹겠네요~?”

 

“....”

 

움찔-하고 이불경단이 흔들렸다. 잠깐 조용히 있더니 이불 밖으로 팔이 하나 쑤욱- 나왔다

 

빵만 줘

 

안 돼요!”

 

우이...”

 

먼저 나가있을게요.”

 

스믈스믈---

 

“.....”

 

하얀색 이불로 된 경단, 아니 이제는 슬라임이 꾸물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을 기어 밥상에 닿았다.

 

밥상에 닿았다고 바로 이불에서 나오진 않고, 역시 고민되는지 가만히 있었다.

 

“....”

 

빵 식어요.”

 

움찔거리던 이불이 격렬하게 들썩거리다가 앞 부분이 휙하고 벗겨졌다.

 

푸하아...”

 

뛰쳐나온 미치루는 머리카락이 풀어지고 엉커서 일부는 위로 뻗어버린 상태였다. 이불에서 나와 겨울의 아침을 맞닥뜨리자 몸을 떤다. 추위에도 잠은 달아나질 않는지 눈은 거의 감고 몸의 좌우로 흔들흔들거렸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넘어지려고 하면 핫-! 하고 일어나 반대쪽으로 우뚝 서고, 다시 그 쪽으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우뚝 서고...

 

오뚝이 같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오빠는 양 뺨을 손으로 톡톡 가볍게 치며 잠을 깨워 수저를 잡아 미치루 손에 쥐어주었다.

 

으으....”

 

눈을 부비적거리며 간신히 눈을 떴다. 여러 번, 눈을 끔벅끔벅거리며 흐릿하게 늘어진 시야를 고치고 식탁을 보았다.

하얀색 그릇에 샛노란 스프가 들어가있었고, 중앙에는 주먹만한 모닝빵이 옹기종기 접시에 모여있었다.

 

고개를 아래로 꺾어 스프그릇을 보았다. 달달한 크림과 고소한 향..... 노랗지만, 밝고 하얀색이 많이 들어간 샛노란색. 그 안에 스프보다는 좀 더 진하고 살짝 갈색이 섞인 노란색 알갱이가 보인다. 옥수수인가. 콘스프군. 하는 와중에 의외의 것이 보인다. 드문드문 초록색 건더기들이 보인다. 미치루가 숟가락을 넣어 한 번 휘휘- 젓다가 한 스푼을 떴다.

 

“.....”

 

졸음에 흐리멍텅해져있던 미치루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하며 스푼에 가까이 다가갔다.

 

브로콜리는 싫어

 

조금만 넣었어요

 

부우우....”

 

미치루가 양 쪽 볼을 급속발효되는 빵 반죽처럼 빵빵하게 부풀렸다. 이불 속으로 다시 얼굴을 말아 쥐는 시늉을 해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브로콜리도 다 뭉그러져서 괜찮아요.”

 

“....오빠 미워.”

 

입술을 한 번 삐죽이고, 미치루는 숟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

 

비몽사몽한 아침에는 조금 놀랄 정도로 뜨겁다. 미치루는 살짝 고개를 뒤로 빼고, 입술을 안으로 말아넣었다.

 

이잇...”

 

하지만, 식을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맛이 없는걸. 다시 한 번 숟가락을 입술 근처로 가져다댄다. 하지만, 먹진 않는다. 후우-후우- 스푼의 스프를 솔솔 식힌다. 미치루의 입에서 바람이 나올때마다, 스푼의 김이 한쪽으로 꺾여서 날아간다.

 

김이 다 사라지지는 않고 충분히 옅어졌을 때 즈음, 스푼을 입에 넣는다. 달달하다. 우유에서 배어나오는 달달한 맛이 뜨뜻하게 퍼진다. 고소한 옥수수향이 살그머니 느껴진다. 그러다가 혀 아래의 연한 살에 스프가 퍼지자 그 열기에 순간 찌릿하다.

 

꿀꺽- 삼키는 순간에, 뒷끝이 살짝 짭조름하다. 아침의 잠을 깨우고 겨울의 추위를 이기기에는 딱 좋은 맛이다.

 

한 스푼 더. 스푼에 옥수수 알갱이를 넣어 먹어보자. 변함없이 달콤한 스프의 풍미를 한껏 머금은 상태에서 옥수수를 씹어본다. 오도독 오도독- 진한 옥수수의 즙이 퍼진다. 조금 더 고소한걸. 그냥 스프로 마실 뿐일지도 모르지만, 옥수수의 씹는 즐거움이 있으면 조금 다르다. 뜨뜻한 스프 속에 숨은 옥수수 씹기 정도면 졸린 아침에 적당히 감내할 만한 귀찮음이면서도 잠을 깨울 만하다.

 

후우...”

 

스프를 맛봤으면 다음엔 역시 빵이지. 손으로 살살 반으로 찢어 스프를 넣는다. 송송 구멍이 난 빵의 속으로 스프가 스며들어 꽉 채운다. 그것을 꽉 물었다. 특유의 송곳니가 제일 먼저 빵을 물었다. 곧 빵 속에 잠겨 드러나지않았고, 동시의 빵에서는 스프가 흘러나온다. 마치 고기의 육즙처럼 스프가 옆으로 주르륵 흐른다.

 

그러나, 그런 것과 관계없다. 맛있다. 모닝빵은 고소하면서도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담백한 단맛이 매력적이지만..... 뻑뻑하다. 처음에 씹으려면 조금 힘들다. 스프로 적신 모닝빵은 그런게 없다. 촉촉하게 젖어 무리가 없다. 뻑뻑하지않고,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푹 젖어 부드러운 빵. 처음 씹을 땐 조금 짠 느낌이다. 스프의 짭조름한 뒷맛이 빵에 스며들어있다. 첫맛 은 살짝 짭조름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빵 본연의 담백한 맛이 드러난다.

 

스프만 먹어 불만족인 배도 이걸로 빵빵해질 수 있어.

 

입술과 입가에 묻은 스프는 혀를 내밀어 살짝 핥는다.

 

미치루가 스프의 열기에 녹아내린 얼굴로 한껏 만족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말을 걸었다.

 

미치루, 브로콜리 골라내지 마세요.”

 

“.....”

 

오빠가 지적하는 것처럼 미치루는 그 와중에도 스푼으로 부지런히 초록색이란 초록색은 다 한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스푼에 몰려 그릇의 한쪽 벽에 붙었다가 스푼을 떼면 다시 풀어지고, 다시 밀어내고.... 무의미한 싸움은 오빠의 부드러운 강권으로 끝을 맺었다.

 

“.....”

 

미치루는 스푼을 들고 샛노란 배경에 둥둥 떠있는 초록색 브로콜리 조각들을 보았다. 한참을 기싸움하듯 내려다보았다. ~ 소리를 내며 아래턱의 이빨을 드러낸다. 눈을 꽉 감고, 한 입에 앙-하고 스푼을 꽉 물었다.

 

.”

 

생각외로 맛있다. 정확히는 브로콜리가 거슬리지않는다. 스프와 끓으면서 뭉그러져서 부드러운 크림 덩어리처럼 입 안에서 살살 퍼진다.

 

말했죠?”

 

이렇게 맛있다고는 안 했어!”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라 결국엔 식탁을 깨끗이 비웠다. 스프 그릇에 남은 것마저 모닝빵으로 깔끔히 닦아먹었다.

 

으므으응~”

 

맛있었다.”

 

헤헤..만족한 얼굴을 한 미치루는 대자로 팔을 벌려 누웠다. 다시 이불을 돌돌 말아 숨었다. 배도 부르고, 스프로 몸 속도 후끈해졌다. 푹신한 이불에 몸을 맡긴다.

 

안녕히주무세요...”

 


===

 

정직한 제목

마지막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만, 잘 될지 모르겠군요. 가능하면 크리스마스에 맞추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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