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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and White Rabbit Prequel-Bookgirl and Boy from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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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4, 2017 15:32에 작성됨.

전편

 

Alice and White Rabbit

 

1편 2편 3편  Epilogue

(굳이 전편을 안 읽으셔도 됩니다.)

 

 그 소년... 그러니까 한솔군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간 뒤 가을이 찾아오자마자 저하고 사기사와씨는 평소보다 바빠졌습니다. 미시로 프로덕션의 상무님이 계획하신 프로젝트 크로네의 멤버로 저와 사기사와가 뽑혔거든요. 그때의 기분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던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의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구나 라고요. 그전까지만 그저 경험을 쌓는다는 것에 그치고 그렇다 할 활동이 없어서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에 들어가도 될까라는 부담감이 들었지만 다행히 사기사와씨랑도 함께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소년이 저에게 남긴 편지의 내용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요.

각자 자신들만의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하자는 약속을 말이죠. 힘든 일이 있으면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과 그리고 그 소년을 생각하면서요...

하루는 오랜만에 시간이 남아돌아서 사기사와 씨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렀습니다. 추운 가을이라 그런지 따뜻했던 서점 안에는 카운터 안에서 책을 읽던 사기사와씨 그리고 비즈니스 관련 책을 읽고 있던 선글라스를 낀 검은 정장의 숏 헤어의 여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Alice and White Rabbit Prequel

                                                                               Bookgirl and Boy from Wonderland

 

 

Violin & Piano - The Promise of the World (from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사기사와 후미카의 서점

조용한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있던 후미카. 마치 며칠 밤새웠다는 듯 눈에는 다크 서클이 칠흑처럼 짙어져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누가 보면 서점 운영은커녕 누가 책을 훔쳐 가도 모를 거 같은 분위기였지만 서점에 들어온 아리스는 아량곳 하지 않은 체 조용히 서점에 들어왔다. 책 읽으시는데 방해하지 말아야지.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음악 관련 서적들이 꽂혀진 갈색 나무의 캐비닛으로 다가갔다. 서점 특유의 먼지와 책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지만 아리스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까치발을 들면서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책에 손을 뻗었다. 이익-하면서 어떻게든 손에 닿으려고 했던 아리스에게 누군가가 책을 꺼내어서 그녀의 손에 쥐게 해주길래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후미카가 아리스 뒤에 서 있었다.

"사기사와씨 언제...책읽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타치바나 양이 ...보이시길래요. 저를.... 부르시지 그랬어요."
"책 읽는데 방해되실까 봐요."

아리스의 대답에 미소로 답해주는 후미카. 아리스가 들고 있는 책에는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길래 바이올린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 바이올린....에 관한 책이군요?"
"요새 바이올린에 관한 것이 흥미가 생겨서요. 프로젝트 크로네가 끝나면 한 번 정도 레슨을 받아볼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거.. 좋은 생각... 이네요..."

아리스는 얘기를 안 했을 뿐이지 후미카는 알 수 있었다. 그 소년... 박한솔이 생각나서라는 것을.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벚꽃 나무 아래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던 박한솔을 발견한 아리스, 그 뒤로 여러 오해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두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지만 그 둘이 같이 있던 시간은 아쉽게도 그리 길지 않았었다. 한국에 있는 형이 속한 밴드에 추가 멤버로 박한솔이 뽑히게 되면서 그대로 한국으로 서둘러 돌아갔다는 것. 아리스에게 그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하나 남긴 체...

"...사기사와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무엇... 말인가요?"

읽고 있던 책을 내리면서 아리스는 말을 이어갔다.

"사기사와씨는 박한솔군하고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한...솔군하고요?"
"지난번에 박한솔군이 사기사와씨에게 일본어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기억나서요. 그래서 두 분이 어떤 계기로 서로가 알게 되었나 궁금했어요."

아리스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번역기 앱으로 대화를 해야 할 정도로 일본어를 모르고 있던 소년을 후미카가 과외를 시켰다는 것.
아리스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듯 천정을 바라보던 후미카.

"그게.... 아마도... 작년 크리스마스...? 즘인가 였을거에요."

작년 겨울

눈이 내리는 도쿄 거리를 후미카가 걷고 있었다.
추위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후미카는 자신의 등을 감싼 솔을 더욱더 자신의 몸을 감싸게 하였고, 아직 크리스마스가 아님에도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도 이젠 얼마 안 남았다는 의미겠지...

목적지인 숙부의 헌 책방에 가까워 질 때쯤 소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책방 창틀 안에 전시해놓은 책을 바라보는 낯선 소년이 서 있었다. 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베이지색의 겨울용 재킷과 검은색의 바지 그리고 구두를 신고 있던 소년. 그의 한 손에 들어진 검은색 바이올린 케이스를 비롯해 어린 나이에 비해 제법 깔끔한 복장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혹시 공연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나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찾고 계신.... 책...이라도?"

옆에 다가선 뒤 그대로 말을 걸자 소년은 히익-하면서 뒤로 넘어졌고, 후미카 역시 그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아야야...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일어서려는 소년. 자신의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면서 일어나는 소년에게서 말이 나왔는데...

"지금 막 떠나려고 했어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에게서 일본어가 아닌 타국 어가 나오고 있었다. 마치 일본어를 전혀 모른 다고 직접 말하는 듯 그의 입에서 계속 그 흔한 히라가나나 가타카나 한 단어조차도 안 나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사과하려는 듯 소년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면서 같은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죄송하다고.

원래 이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상한 남자애구나 하면서 지나치거나 혹은 같이 당황하거나....

하지만...

"책...... 차고 계시나요...?"
"...네?"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 후미카는 소년에게 말을 꺼내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년은 후미카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방금 저 누나... 한국말로 말한 건가? 혹시 일본어를 한국말로 들은 게 아닌가라고 소년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듯 소녀에게서 또다시 말이 나왔는데...

"책 차고 계.... 신다면.... 도울 수 있습...니다...."

확실했다. 소년의 앞에 서 있는 숄을 등에 감싸고 두꺼운 코트를 입은 니트 밴드의 검은 머릿결의 다크서클 눈의 소녀는 그에게 한국말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서점 안

딸깍-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후미카와 소년은 안으로 들어왔다. 서점은 이미 문을 닫은 오래라는 듯 모든 것이 컴컴했지만 후미카는 익숙하게 길을 찾아서 스위치의 불을 켜면서 서점은 모습을 마치 커튼을 치우듯 완전히 들어냈다.

책방은 생각보다 수수한 모습이었다. 캐비닛이 꽂혀진 여러 종류의 책들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사람 반 키 만한 탑처럼 쌓아놓은 책들 그리고 플라스틱 줄로 각권대로 묶어놓은 책들도 곳곳에 보였었다.
오래된 특유의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소년의 코를 찔렀지만, 오히려 이 냄새는 헌책방의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더 증가시켰다.

"조금 놀랐어요."

들어오면서 소년은 머리 위에 있던 눈을 한 손으로 살짝 털어 내었다. 눈을 쓸면서 책들에게 묻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누나가 한국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일본어를 잘 모르는 상태이거든요."
"조금....칸쿡...베었습니다."

후미카는 입고 있던 숄과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놓은 뒤 난로에 불을 키니,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던 서점 안은 금세 따뜻해졌다. 차를 끓이려는 듯 물담은 은색 주전자를 위에다 올려놓았고.

"... 칸쿤어... 얘기  베었어요. 조금...... 책에서 많이 읽어 봐서...칸국 얘기 정도는...네..."

조용히 자신의 카운터에 있던 책을 정리하면서 말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소년은 조금 고개를 기울었다.
칸쿡어를 베었다고? 칼로 종이 베듯? 그리고 칸국 얘기...? 생각해보니 한국을 일본어로 칸코쿠(かんご)라고 읽는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저... 저기.... 요?"
"네...?"
"부르... 편하신 거 있으신가요?"
"아아 아니요."

소년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우려는 듯 애써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돌리면서 말을 꺼내었다.

"오히려 누나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합니다만. 책방에 책들이 많아서 한번 들어가서 읽고 싶었는데 그만 문이 닫혀서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단순히.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일본어... 몰 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서요. 무엇보다 계속 보다 보면 언젠가는 읽게 될지 누가 알아요."

하핫-하면서 작은 웃음을 내는 소년. 후미카는 소년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일본어를 몰라도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한다...후미카는 그동안 서점에서 일하면서  책을 대충 읽고 팽게치는 손님들을 봐왔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였다. 읽기 어려워서. 같은 일본어인데도, 그리고 타국어가 적혀져 있다는 이유로 책을 펼쳐도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소년은...

휘이잉-하는 소리에 두 사람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바깥은 어느새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바람의 세기는 마치 밖에 나가자마자 그대로 날아갈 것만 같았고 눈의 크기 또한 커져버려서 단 몇분만에 그대로 거리를 눈으로 가득 매우게 되었다.



그날 밤 한솔군은 눈보라가 그칠 때까지 사기사와 씨의 서점에 있기로 하였습니다. 눈보라가 더 거세지기 전에 한솔군은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통신이 잡히지 않게 되어서 사실상 서점 안에 하룻밤 묵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덕분에 한솔군이 사기사와 씨 헌책방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네요. 비롯 모르는 일본어였지만 한솔군은 절대로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치 어떻게든 읽어보고 싶어서 말이에요.

사기사와씨는 이런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저 소년이 일본어를 제대로 배웠다면 책방에 있는 책을 좀더 순조롭게 읽었을 텐데 하고요.

동시에... 한솔 군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기사와씨가 좀 더 부드럽게 한국말을 하시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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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학교 파업 중간에 하나 올리고 갑니다.

지난번에 올린 Alice and White Rabbit 의 후속편이자 프리퀄입니다. 주인공 아이돌은 사기사와 후미카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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