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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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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6, 2017 02:34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가수 부서 부장실. 가수 부서 부장과 예능 부서 부장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가수 부서 부장은 미심쩍은 눈길을, 예능 부서 부장은 능글능글한 눈길을 서로에게 보냈다. 예능 부서 부장이 입을 열었다.


“슬슬 결정타를 줄 때가 왔죠.”
예능 부서 부장이 낮게 웃었지만, 가수 부서 부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예능 부서 부장의 말을 받지 않았다.


“하하,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괜히 뻘쭘하잖아요.”
“이러는 게 정말 의미가 있습니까?”
“글쎄요, 전에 그 프로듀서 얼굴을 보니까 아주 잘 먹힌 모양이던데요.”
“좀 더 확실하게 끝장낼 방법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손을 썼으니까요.”
예능 부서 부장이 테이블에서 떨어져 창가로 향했다. 그는 커튼을 치우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에 눈이 내리진 않지만 크리스마스로 들뜬 거리 분위기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왔다.


“한 방. 딱 한 방이면, 그 프로듀서는 쓰러지겠죠. 여태까지 괴롭힌 보람이 듬뿍 나오겠지요.”
예능 부서 부장이 가수 부서 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좋은 날이에요. 정말 기념할 만한 날이 될 겁니다.”
예능 부서 부장은 콧노래를 불렀다.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는 캐럴이었다.


12월 26일


결과부터 말하면, 프로듀서가 유치장에 끌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로듀서에게 맞은 기자가 자기가 무례하게 굴어서 일어난 일이니 프로듀서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은.


카페에서 벌어진 일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그리고 영상과 사진을 입수한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차악의 상황이 왔다.


프로듀서의 행동에 관한 여론 반응은 뜨거웠다. 여론 열기가 모니터에 발열 형태로 나타난다면 모니터가 바로 터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언론이 프로듀서의 이력을 다루는 것에 우려를 표하던 소수 의견이 재평가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언론에서 프로듀서의 과거를 다루던 게 실은 346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홍보 전략이 아니었겠냐고 비판하는 의견도 급하게 떠올랐다. 프로듀서의 인성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오간다.


프로듀서가 상무실에 불려간 지금 이 순간에도.


상무는 프로듀서를 불러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 프로듀서가 처한 상황, 그리고 346 프로덕션에서 취해야 하는 태도에 관해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미시로 상무가 미간을 짚었다. 상무는 전류처럼 흐르는 두통을 손으로 누르며 가까스로 억눌렀다.


“자네가 화날 만한 상황이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안 됐어.”
프로듀서는 고개를 숙였다. 상무의 말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기에.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상무의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한다.


프로듀서는 근래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기에, 프로듀서의 일거수일투족 자체가 주목받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기간 한정 준 예능인 수준으로 유명세가 오르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여론이 더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아마 징계 위원회가 한 번 더 열릴 테지. 이번에는 나도 어쩔 수 없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피폐해진 정신으로도 상무를 똑바로 볼 면목이 없었기에.
그러나 다음 순간 프로듀서는 염치를 내던지고 상무와 눈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그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그렇게 매달린 결과가 이것인가!”
상무가 호통을 쳤다. 단단하고 무거운 완고함이 담긴 호통. 상무도 이번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모양이다. 프로듀서는 상무의 행동력을 잘 안다. 시달린 적이 있으니까.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젝트가 빛을 보기만 하면 분명 여론도…….”
“자네가 계속 관여하면 자네를 보는 여론과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보는 여론이 분리될 리가 없잖나!”
프로듀서의 숨이 가빠졌다. 상무에게 정곡을 찔렸으므로. 마치 칼에 가슴을 찔린 양 프로듀서의 숨이 흐트러졌다.


“프로젝트는 원 발안자에게 인계하겠다. 자네는 얼마간 쉬도록. 신데렐라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다. 모든 활동에서 쉬도록. 자네에겐 상담이 필요해. 오해하지 말고 잘 듣게나. 자네는 지금 피로가 쌓였어. 정신이 잠깐 불안정할 뿐이야. 좋은 의사를 주선해주겠다. 그러니 쉬면서…….”
“저는 멀쩡해요!”
프로듀서는 자기 가슴을 격하게 치곤 위태롭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저는 일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를 다시 제게 맡겨주세요!”
프로듀서는 비틀거리며 상무의 책상에 엎어지듯이 손을 올렸다. 몸의 균형이 어긋나 한쪽 어깨가 폭삭 내려앉았다. 프로듀서는 균형을 간신히 잡고 상무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나 상무는 그저 고개를 단호하게 가로저었다.


이것이 계기였다.


그동안 프로듀서에게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프로듀서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물에 탄 물감처럼, 그러나 농도를 떨어트리지 않고 계속 퍼져나간다. 다른 색 물감도 퍼진다. 색이 섞이고 섞여 물……. 프로듀서의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물들였다.


“아…….”
프로듀서가 신음했다. 신음 끝에 무언가가 걸린다. 그러나 걸린 게 이내 부러졌는지 신음이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나왔다. 그동안 쌓인 거무죽죽한 것들이 프로듀서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내렸다.


“그러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프로듀서는 책상에서 물러섰다. 뒷걸음질을 치면서 프로듀서는 머리를 감쌌다.


“어차피 상무님도 이득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죠. 그걸 잊고 있었어요.”
평소라면 입에 담지 못할 말이 물처럼 흐른다. 이걸 막을 필터는 조금 전에 뚝 끊어져 사라졌다. 프로듀서의 머리와 가슴에서 밀어닥치는 감정이 막힘없이 터져 나온다.


“알고 있어요. 제 인생은 어차피 볼품없고, 쓰레기 같다는 걸요. 저 같은 쥐새끼가 이런 고귀한 성에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이봐, 자네…….”
“그렇잖아요! 어디서 태어났는지조차 모를 말 뼈다귀 같은 놈을 거두어주시고! 참 고마웠습니다! 이런 쓰레기가 그나마 사람 구실 하려고 버둥대는 꼴을 보시고 상무님께선 흡족하셨겠죠! 어떠셨나요? 저 같은 버러지가 아등바등하는 걸 보고 우월감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이런 쓰레기를 거두고,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을 채용했으니, 자기가 고결한 사람이라고 만족하셨나요? 그러곤 이제 발목 잡는 것 같으니까 버리려고 그러잖아요!”
프로듀서는 웃었다. 그러나……. 즐거운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로 웃느라 피로가 늘었다. 프로듀서는 힘겹게 웃는 척을 한다.


“저만 없어지면 되죠?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버림받는 건 익숙해요. 네, 그만두겠습니다. 오늘부로 프로듀서를 그만두겠습니다!”
“잠깐, 기다려!”
프로듀서는 상무의 만류를 뒤로 한 채 급하게 도망치듯 상무실을 나왔다.


12월 28일


프로듀서는 346를 뛰쳐나간 후로 사원 맨션에 틀어박힌 모양이다. 아직 프로듀서의 징계 소식은 나오지 않아, 혹시라도 퇴거 조치가 취해질 일은 아직 없으나, 실의에 빠진 프로듀서가 언제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안즈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프로듀서에게 향하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프로듀서에게 향하는 건 조금 미루기로 했다.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 그다음에 프로듀서에게 가기로 했다.


안즈는 크리스마스 날, 카페에서 프로듀서에게 맞은 기자가 웃는 걸 똑똑히 보았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지금도 훤히 기억난다. 아주 한순간이었지만 기자가 교묘하게 웃은 걸.


안즈는 그걸 보고 직감했다. 프로듀서의 과거가 언론에 드러난 데에는 배후가 있다는 걸. 안즈가 아이돌이 되기 전부터 쌓아 온 얼마 안 되는 인생 경험이, 이 사건이 심상치 않다고 속삭였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 미심쩍은 속삭임이었지만, 마음이 꺼림칙한 걸 지우기 위해선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안즈는 어느 낡은 빌라에 도착했다. 전철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얼마간 걸어와서 도착한 곳이다. 안즈는 핸드폰으로 주소를 확인했다. 핸드폰 GPS가 안즈가 제대로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안즈는 계단을 올라 어느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몇십 년은 묵은 것 같은, 낡은 스피커가 귀에 거슬리는 멜로디를 연주한다. 처음엔 안에서 별 반응이 없었지만 안즈가 초인종을 몇 번 더 누르자 문의 잠금쇠가 풀렸다.


경첩에 기름칠이 안 되어있는지 문이 몹시 거북하게 삐걱대며 열렸다.
안에서 안즈가 얼마 전에 본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안즈가 얼마 전에 TV로 본 얼굴이다.


“뭐야, 어느 집 자식이길래 여기서 장난을 치냐.”
얼굴의 주인은 TV에서 보인 모습과 달리 표독한 표정을 하고 안즈를 노려봤다. 얼굴의 주인은 프로듀서의 이모. 얼마 전 방송에서 프로듀서의 과거를 증언한 바로 그 인물이다. 두통에 시달리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녀에게서 지독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아무래도 숙취로 고생하는 중에 안즈가 방문한 모양이다.


안즈는 변장에 사용한 모자와 안경 등을 벗고 얼굴을 제대로 드러냈다. 그러자 상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넌……. 분명……. 후타바……. 안즈? 아아, 이런, 어서 오렴. 지금 머리가 아파서 그만 신경이 곤두섰지 뭐니?”
프로듀서의 이모는 곧바로 표정을 단장했지만,
“대강 짐작하고 왔으니까.”
안즈는 이미 간파했다.


여기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한 번,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번. 그녀의 인성이 어떤지, 어떤 인간인지 파악했다. 안즈는 전에 본 방송 출연 정보를 토대로 그녀에 관해 조사했다. 그녀의 평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마 이 빌라의 주민인 것 같은 다른 인물들이 그녀의 행동거지에 관해 불평한 게 네트워크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으니까.


프로듀서의 이모는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흥, 걔가 보냈냐?”
“아니, 나 독단으로.”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네. 뭐……. 들어와라.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둘은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이미 빌라가 작은 걸 확인했지만, 안에서 보니 좁은 게 확실히 체감된다.


안즈는 발치에 구르는 술병을 피해 조심해서 발을 내디뎠다. 안즈의 집도 한 지저분한데 이 집은 더 심했다. 대충 묶은 비닐봉지 더미와 술병 더미가 마치 침구, 짐처럼 굴러다닌다. 안즈가 오만상을 찌푸릴 정도니 말을 다 했다.


둘은 거실에 대충 앉았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프로듀서의 이모 쪽이었다.


“무슨 일로 왔니?”
“확인할 게 있어서.”
안즈는 짧게 끊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방송 출연은 누가 시켰어?”
“뭐야, 그 이야기인가.”
프로듀서의 이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식탁에 있는 술잔에 손을 뻗었다. 아마도 안즈가 오기 전까지 마시고 있었는지 잔에는 이미 술이 채워져 있었다. 프로듀서의 이모가 잔을 비우고 대답한다.


“누군지는 말할 수 없어. 그 조건으로 나간 거니까. 그 조건으로 받은 거거든.”
그녀는 술내를 풍기며 술잔으로 식탁의 술병을 툭툭 쳤다.


“얼마 받은 거야.”
“50만엔 정도 되려나.”
겨우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를…….


“적어서 놀랐어? 아니지, 이 정도면 괜찮은 거래지. 방송 출연 한 번에 50만엔. 넌 금전 감각이 헛도는 모양이네. 귀하게 자랐나 봐?”
안즈의 얼굴에 심경이 드러났는지 프로듀서의 이모가 안즈를 향해 낄낄거렸다.


“50만이든, 500만이든, 5000만이든……. 프로듀서를 괴롭힌 거에 비하면 싸구려 금액이야.”
안즈는 낯빛 하나 안 바꿨다. 프로듀서의 이모는 조금 놀랐는지 술을 넘기기를 멈췄다.


“걔 주변에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있었구나. 놀랐네. 그래도 좀 더 귀염성 있는 아이였으면 더 좋았을걸. 버릇없어. 얘.”
“당신은 프로듀서의 유년 시절 이후로 프로듀서랑 만난 적 없잖아. 당신이 프로듀서에 대해 알 리가 없지.”
“아니, 아주 잘 알거든.”
프로듀서의 이모는 잔을 부술 기세로 식탁에 올렸다.


그녀의 얼굴에 도는 붉은 빛은 알코올의 빛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군데군데 드러난 짙은 붉은 빛. 분노와 원망의 빛이다. 그 빛이 지금 그녀의 눈으로 몰려갔다. 그녀는 눈에 분노와 원망을 싣고 안즈를 노려보았다.


“좋아, 마침 입이 심심하니까 알려줄게. 내가 왜 그 방송에 나갔는지.”
입으로는 웃으면서.


“동생 부부의 사업이 망한 건 그 아이 탓이야.”
“헛소리 마. 당시 프로듀서는 아이였는데 무슨…….”
“동생 부부는 그 아이를 입양했어. 입양한 것까진 좋아. 입양하고 나서 한동안 행복하게 지냈으니까. 모든 일이 잘 풀렸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를 중심으로 부부 사이에 불화가 번지기 시작했어.”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다. 안즈는 귀를 기울였다.


“동생 사업은 점점 더 잘나갔어. 회사의 덩치는 점점 커졌고, 동생 부부는 사업 말고 다른 일엔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지. 문제는 거기서부터. 아이의 양육에 신경 쓸 틈조차 없어진 거야. 그래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해 아이를 돌보게 시켰는데……. 이 부분에서 부부의 의견이 안 맞게 된 거지. 한쪽은 베이비시터를 계속 써야 한다. 한쪽은 아무리 바빠도 자기들이 직접 키워야 한다…….”
안즈는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자기의 어린 시절이 부분적으로 생각났기에.


“처음엔 조그마한 분열이었지만, 사업에 악재가 겹치기 시작하니 균열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지. 둘은 안 싸우고 넘어갈 때보다 싸울 때가 더 많게 되었어. 그런데 싸울 땐 항상 패턴이 같아. 둘이 말다툼을 하다가 그러는 너는 뭘 잘했느냐고 그래, 그리고 마지막으론 뭐로 마무리되는지 알아?”
프로듀서의 이모가 꼬부라진 혀로 큭큭거렸다.


“애는 잘 돌보고 이러느냐고, 마지막엔 항상 그랬어. 왜 애를 안 돌보느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지.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결국 애는 골칫덩이가 되어버렸어. 아이는 해결되지 않는 문젯거리가 되었고, 이윽고 원망의 대상이 되었어. 이렇게 되기까지 순식간.”
“그건……. 부모 잘못이잖아. 프로듀서 탓이 아니야!”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동생 부부에겐 논리적으로 머리를 굴릴 여유가 남아 있지 않게 되었지. 그래서 결국 아이를 다시 버렸어. 동생 부부는 그 아이를 실패의 원인으로 본 거야.”
“무책임하게…….”
“그다음은 자살로 끝. 불타 죽다니, 정말 끔찍하지. 타죽는 건 고통스러울 텐데 말이야.”
“그래서……. 프로듀서한테 복수하려고 방송에 나왔어?”
“아니, 그건 아니야.”
딸꾹질을 한 번 하고, 프로듀서의 이모가 부정했다.


“동생 부부가 죽은 건, 뭐……. 자업자득이지. 실제로 사업이 기울어질 만했으니까. 여기엔 그 아이 잘못은 없지. 누가 보더라도.”
“그럼 왜……!”
“그 아이가 고등학생쯤 되어서 날 찾아왔어. 동생 부부에 관해 묻길래 다 말했지. 걔가 두 번 버림받은 아이인 걸 포함해 동생 부부의 최후까지 다 말했어. 그랬더니…….”
프로듀서의 이모는 바람 빠지는 풍선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정말 재밌는 농담을 하는 듯이 실실 웃었다.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질 뭐야? 사람이 그렇게 힘없이 주저앉는 건 동생 부부가 완전히 파산했을 때 이후로 처음 봤어. 게다가 신기하게도, 그때 동생 부부랑 완전히 똑같은 자세로 주저앉은 거 있지?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새삼스레 부모 자식은 부모 자식이라고 생각했어.”
상대는 정말 재밌다며 웃었지만, 안즈는 웃을 수 없었다.


아니, 웃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어느 부분이, 대체 어떤 요소가 재밌다는 건가. 안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안즈는 그저 속이 끓는 걸 참으며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가 회사가 망한 원인도 아니고, 그럼 대체 왜 그 방송에 나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이야기에선 프로듀서가 원망받을 요소가 없다. 프로듀서가 타인을 원망하면 원망했지, 원망을 받을 이유가 없다.


“동생 부부가 망하면서 나도 거액의 빚을 끌어안게 됐어. 나도 투자한 게 많았으니까. 거기에 난 혈연관계니까 나한테 돌아온 화살도 있었지.”
그녀에게서 조금까지 감돌던 웃음기가 싹 가셨다.


“결국 내 인생도 나락에 떨어졌어. 쓰레기 인생이 됐지. 이 방구석을 보면 잘 알겠지? 나도 원래 좋은 집에서 살았어. 이런 다 떨어져 가는 쓰레기 집 말고.”
그녀는 이를 갈았다. 얼굴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그래, 동생네 사업이 망한 건 그 아이 탓이 아니야. 그럼 왜 방송에 나갔느냐고?”
분노를 드러내던 눈가가 히죽 휘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표정 전환이 활발하다.


“나는 이런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데! 조카라는 놈은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끌고, 좋은 직장에서 사는 게 너무나도 싫었어!”
목소리에 격정이 실렸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괴이한 광경에 안즈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눈에 들어온 장면도 그렇지만, 저 괴이한 입으로 지껄인 소리도 정말 괴상했으니까.


“그놈은 그날 이후로, 날 찾아오지 않았어! 내 동생이 죽은 진짜 원인은 그놈이 아니야. 그렇지만 내 동생은 죽는 순간까지 그놈을 원망했지. 그럼 적어도 죄의식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행복하게 살면 안 되지! 눈꼴시려!”
안즈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프로듀서의 이모가 화를 내는 내용도 그렇지만, 내용에 깔린 기본 사고방식 자체가 안즈에게 있어 너무나도 혐오스럽게 느껴졌기에.


“당신들이 멋대로 줍고, 멋대로 버리고, 멋대로 원망한 거잖아! 당신들한테 프로듀서는 대체 뭐야!”
안즈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질렀다. 용서할 수 없었다. 프로듀서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프로듀서의 양부모를 포함해, 저들에게 있어 프로듀서는 그저 원망하기 위한, 그야말로 원망을 하기 위한 표적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에게 아무런 죄가 없어도 원망을 쏟아붓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존재. 그게 바로 저들이 보는 프로듀서의 존재다.


프로듀서의 이모가 낄낄거렸다.


“그렇게 돈도 많이 벌면, 조금은 적선해야지. 당연히 빚을 갚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가족이잖아?”
“당신……. 정말 이기적이야. 어떻게 그런 말이 사람 입에서 나와?”
“멋대로 지껄여. 어차피 밑바닥 인생이니까. 여기서 더 안 좋아져 봤자. 얘, 녹음은 했니? 경찰에든 매스컴에든 지금 대화를 뿌려서 날 교도소에 처박아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적어도 그곳은 영양 맞춘 끼니가 꾸준히 나올 테니 나야 좋지.”
안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곳에 용무는 없다. 그러자 프로듀서의 이모가 안즈를 멈춰 세웠다.


“기다려. 이야기 값은 내야지.”
프로듀서의 이모가 엄지와 검지를 비볐다. 지폐를 내놓으라는 신호. 안즈는 완전히 질렸다. 안즈는 지갑에 있던 지폐를 모조리 꺼내 대충 뿌리고 프로듀서의 이모에게서 등을 돌렸다.


“겨우 2만엔인가. 5000만이 싸구려라고 했던 것치곤 별 볼 일 없는 금액이네. 네가 생각한 그 아이 인생 값은 2만엔이라 이거니? 2만엔! 고작 2만엔이구나! 2만엔짜리 싸구려 인생이야! 히히히히!”
안즈는 귀를 막고 방에서 나왔다.


안보다 조금 더 추운 바깥 공기가 안즈를 맞이한다. 겨울의 살벌한 바람이 안즈가 뒤집어쓴 퀴퀴한 내를 벗겨냈다. 조금 전까지 안즈가 있던 방에서 났던 우울하고 암울한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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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언급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페이즈 3는 되도록 빨리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재 주기랑 내용이 맞물려서 늘어지기 딱 좋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전개에 꼭 필요한 부분만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좀 더 진득하게 진행하고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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