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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그대와 함께 걸어온 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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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0, 2017 23:24에 작성됨.

※ 시라이시 츠무기 팬픽인 [나와 닮은 그 아이], [유리색 금붕어와 꽃창포] 와 이어집니다.

 

 

바쁘게 돌아가던 한 해가 어느 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1년을 보내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눈앞에 다가온 또 다른 1년의 여정을 달려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 어제였건만.

끊임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침과 분침, 초침처럼 재빠르게 돌아가던 하루하루라는 이름의 쳇바퀴에서 정신없이 발을 굴리다보니 어느덧 또 다시 한 해가 황혼을 향해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

 

창문 너머로 보이던 한 해의 마지막 황혼.

그 어스름한 빛을 말없이 쳐다보던 프로듀서는 조용히 생각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스며들던 노을빛.

눈앞에 펼쳐진 불그스름한 캔버스 위에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그려나가던 프로듀서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보며 속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감상평을 남기고 있었다.

 

39 프로젝트를 계획하느라 야근을 하던 때의 일.

시어터 올스타즈의 멤버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일.

그리고 카나자와에서 온 츠무기와의 잊을 수 없는 만남까지.

 

프로듀서로 7년을 지내왔지만 유독 바빴던 올해를 돌이켜보던 프로듀서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며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들 모두가 큰 탈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조용히 올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단상을 남기던 그는 정적에 휩싸인 사무실 안에서 홀로 창문 밖의 노을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 때.

 

프로듀서 씨 계신가요?”

“!”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미사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방문에 프로듀서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 ! 들어오셔도 됩니다!”

~”

 

프로듀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사키는 문을 열고 들어와 사뿐사뿐 프로듀서가 앉아있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들려있었다.

잊을 만하면 이렇게 사무실에 들려 맛있는 커피를 주는 미사키가 고마웠는지, 프로듀서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매번 이렇게 커피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헤헤... 다들 피곤하신 것 같아서요.”

덕분에 지금까지 잘 마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뭘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프로듀서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커피를 받은 프로듀서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미사키도 같이 인사하며 화답했다.

39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만난 두 사람.

시간이 날 때마다 커피를 마시며 프로덕션에 관련된 이야기, 아이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왔던 프로듀서와 미사키는 서로를 격려했다.

 

!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씨도 오늘 송년회에 오시나요?”

송년회요?”

 

시어터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1년에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 프로덕션 사람들, 그리고 아이돌들과의 송년회인데다가 더욱이 39 프로젝트가 시작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그로서는 아주 뜻깊은 자리였다.

그렇기에 미사키의 물음에 프로듀서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가야죠. 하하.......”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미소엔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마냥 기쁜 것 같진 않은, 뭔가 아쉬움이 섞여 있는듯한 미소.

하얀 진주 위에 묻은 작은 얼룩과 같이 도드라져보이던 감정이 웃고 있는 그의 얼굴 표정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빠르게 눈치 챈 미사키는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그에게 이야기했다.

 

혹시 츠무기가 걱정되시나요?”

“......!”

 

자신의 표정을 보고 숨기고 있던 감정을 읽은 미사키가 놀라웠는지, 프로듀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미사키는 그런 그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걸 알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

 

송년회를 앞두고 한껏 들떠있어야 하거늘, 걱정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던 프로듀서.

어떻게든 자신의 근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었지만 결국 숨기고 있던 감정을 들키고 만 그는 그제야 한숨을 쉬며 순순히 속마음을 털어놨다.

 

아무래도 그렇죠. 츠무기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고 송년회를 한다는 건 좀...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요.”

저도 좀 놀랐어요.......”

 

이야기를 하던 프로듀서는 입안에서 서서히 퍼지던 쓴 맛을 지워버리기 위해 설탕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금세 입안을 한가득 채운 달달함은 그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씁쓸함을 모조리 벗겨냈다.

그렇게 천천히 무거운 감정들을 삼킨 그는 머그컵에 흐릿하게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몇 시간 전,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오늘 스케줄이 있는 유닛이.......”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던 이른 아침.

전철을 기다리며 입에서 희뿌연 김을 내뿜던 프로듀서는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 화면 위에 적힌 스케줄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연말이지만 그래도 스케줄이 있는 유닛, 아이돌들이 제법 있었기에 남들이 종무식이다 뭐다 해서 일찍 퇴근하는 것과 달리 프로듀서에겐 올해의 마지막 날 조차 일이 많이 밀려있었다.

 

하하.......”

 

하지만 그는 스케줄을 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승강장 게시판에 걸린 커다란 브로마이드를 쳐다봤다.

상당한 존재감을 내뿜던 브로마이드에는 츠무기를 필두로 39 프로젝트 소속의 아이돌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승강장을 지나다니며 브로마이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프로듀서의 눈에 들어왔다.

 

연말까지 밀린 스케줄에도 프로듀서가 웃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순간이었다.

 

.......”

 

브로마이드를 쳐다보다 말고, 프로듀서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또 다시 허연 김을 내뿜으며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맑은 하늘.

청색 캔버스 위에 삼아 올해 있었던 일들을 빠르게 크로키한 그는 눈을 깜빡일 때마다 빠르게 전환되던 기억의 화면들을 되새기며 감상에 젖었다.

출신지, 나이 모두 다른 아이돌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 힘을 합쳐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나날들.

그런 그녀들의 곁에 줄곧 함께 있던 그는 빠르게 지나간 1년 동안의 여정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는지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로서 지내왔던 7년 동안 많은 좌절과 이별을 경험해왔던 그로서는 지금 만끽하고 있는 행복이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그러던 그 때.

 

우우웅-

 

“!”

 

주머니에 넣어둔 지 채 1분도 되지도 않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프로듀서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화면에 적힌 이름을 쳐다보고는 재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 사장님!”

 

이른 아침부터 프로덕션 사장에게 걸려온 전화에 프로듀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살짝 놀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뒤이어 그의 귀에 사장의 격려와 덕담이 들려오자 살짝 긴장하고 있었던 프로듀서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7년 전 신입 프로듀서 시절부터 줄곧 자신을 믿고 격려해주던 프로덕션 사장.

올 한 해도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사장의 격려에 도리어 감사함과 죄송함을 느꼈던 프로듀서는 연신 몸을 조아리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덕담을 나누며 차갑게 얼어붙었던 그의 몸이 서서히 녹기 시작할 무렵.

프로듀서는 사장의 제안을 듣고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송년회 말씀이십니까?”

 

송년회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란 그는 곧바로 머릿속에 프로덕션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여태껏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으로 39 프로젝트가 시작이 된 만큼 송년회의 규모 역시 여태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일건데 사장의 갑작스런 제안에 숨이 턱 막힌 그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나 그가 이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예측한 사장은 뒤이어 송년회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프로듀서를 안심시켰다.

이어지는 사장의 설명을 들은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이 왜 송년회 제의를 했는지 이해하곤 차분히 대답을 계속했다.

 

그렇게 덕담에 이은 송년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 지 몇 분이 지났을까.

한참 동안 오지 않던 전철이 곧 승강장에 도착한다는 알림과 함께, 두 사람의 대화가 갈무리가 되었는지 전화를 받던 프로듀서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도 참가 여부를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 그럼 끊겠습니다.”

 

이윽고 조심스레 통화를 끊은 프로듀서는 저 멀리 보이는 전철을 보며 다리를 풀었다.

바쁘게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출근.

송년회 소식을 듣고 기뻐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프로듀서는 한시라도 빨리 사무실로 향하고 싶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천천히 승강장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전철의 움직임이 답답하던 그는 괜히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게 프로듀서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승강장으로 전철이 머리를 들이밀며 들어오던 그 때.

 

우우웅-

 

“?”

 

프로듀서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에서 또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할 사람이 또 있나 싶었던 그는 빠르게 핸드폰 화면에 적힌 이름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츠무기?!”

 

츠무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걸 안 프로듀서는 바로 핸드폰을 얼굴에 갖다대며 이야기했다.

 

여보세요?”

“.......”

 

프로듀서가 전화를 받았음에도 어째서인지 수화기 너머에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하곤 바로 츠무기를 불렀다.

 

츠무기,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 드릴 말씀이... 콜록!”

......? ,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 아파?”

 

다급한 물음에 그제야 반응을 보이던 츠무기.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빠진 채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프로듀서... ... 오늘은.......”

... 오늘은?”

몸이... 아파서.......”

... 많이 아파?!”

“.......”

... 츠무기?!”

 

몸이 아프다는 말만 남기고 또 다시 수화기에 정적이 흐르고.

 

[출입문이 열립니다.]

 

프로듀서의 물음에 대신 응답이라도 한 듯, 굳게 닫혀 있던 전철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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