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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없는 아이돌 프로듀서 하

댓글: 6 / 조회: 922 / 추천: 4



본문 - 10-10, 2017 21:04에 작성됨.

"으음.....역시 이거, 죽었으려나..."

......? 저승인가...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으니까. 후미카라....바보같은 추억이네...마지막에 본 이승이 너라니. 슬픈 걸까 기쁜 걸까.

"일단 창고에 넣어야겠다..."

뭐 임마....뭐@!?!

"우ㅏㅁ어마ㅣ;ㅓㅇ라ㅓㅁ!?!!? 사, 살아있어!? 그냥 가볍게 일단 시체를 가리려고만했는데....이러면 다시 시체로 만들어서...."

어째서 죽이는 거냐! 살아있다고!? 아직 살아있다고1!?

"그, 그야....살아있는 사람을 묻으면 생매장이나 감금, 납치니까요! 중죄에요!"

그렇다고 산 사람을 죽이려는 게 말이 되냐!!! 살인이라고 그거!!!

"에......아하!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하아....됐어....그러고보니 여기 어디아?

 

"어서오세요! 오오하라 베이커리에!"

......오오하라..? 나, 공원이었을텐데...어째서..?

"으음....아직도 우울한 얼굴...부족했던 걸까요.."

뭐가 말이야...?

"후미카가 어쩌구하시면서 우울하게 중얼거리시길래...조금 바보 같은 장난을 쳐보았다! 입니다만...."

새벽의 나는 도대체 뭐였던거지...

"뭐...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젠 이런 꼬마한테도 위로받는 거냐 난....

"뭐 아이돌에게 재산꼬라박고 인생 망해서 떠돌아다는 사람은 들어봤지만...보기는 처음인데..무슨 빵을 드려야하나..."

어이어이어이이 너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음? 아이돌한테 홀려서 굿즈라던가 갸차라던가 이벤트라던가 추첨권이라던가 그런 거에 재산 꼬라박았는데 망해버렸다~~~라는 사람 아니셨나요. 후미카 씨 팬인거죠?"

 

대충 그렇다고 치자...

"대충은 안 되죠! 빵도 대충 만들면 큰일난다고요!"

난 빵이 아니다만...

"일단, 말나온김에 빵이라도 드실래요?"

나....돈이 없는데말이지...

"돈은 안 받아요! 어제 약속했으니까!"

빵이 있다. 난 배고프다. 빵을 사먹을 돈이 없다. 나에게 공짜로 준다고한다. 거부감이 들지않는다. 아무런 자존심도 없이 빵을 먹고싶다. 나는 이런 처지인거냐... 길바닥에 쓰러져서 인생 낙오자판정을 받고 빵이나 얻어먹는....얻어먹으면서도 한 치 부끄럼조차 못 느끼는 그런 인간이냐. 아무것도 모르면서....멋대로 호의질이냐고... 이 꼬마를 볼수록, 같이 있을 수록 내가 비참하다. 내가 이런 인간이구나 깨닫게 되버린다. 비참해지는 것같다. 성인 옆에 선 범인은 스스로가 부끄럽다고하던가. 내가 그런 것 같다. 울컥- 속에서 참을 수 없어졌다.

뭐냐고 난! 도대체!!

빵이 바닥을 구른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를 놀라게하고 빵을 짓밟는다.

뭐냔 말이다 나는...! 화낼 대상은 여기가 아닌데, 누군지도 알텐데...잘 알면서 왜 난 이런데서 화내고있는거냐... 구둣발로 빵을 찍다가 눈물이 터져서 주저앉는다. 머리를 싸매고 쥐어짠다. 운다. 화가 나서, 이런데서나 화를 낼 수 있는 내가 미워서, 이런 현실이 서러워서, 아이에게 미안한데, 미안하다고 할 용기도 없이 자존심만 내세워서 울어버린다.

대낮의 길거리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어버린다. 얼마나 울었는가. 눈물이 더이상 흐르지않고, 컥컥- 메마른 헛기침이 나와버린다.

툭툭- 누군가 등을 두드린다. 쓰다듬는다.

"......"


묵묵히 아무 말 없이. 아직 작고 보드라운 손이 나를 걱정해주었다.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이 아이를 때려버리진않았나. 아...다행이다. 내가 때리진않았구나..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미안하다...나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도, 이따위로 밖에 나오지 못하는 최저인 놈이야... 이런 놈이 무슨 프로듀서라고...

"사람이 살다보면 슬프고 화내고 하는거죠! 뭐, 조금 놀라긴했는데...아무튼 빵드실래요? 저건 못 드실텐데..."

이 녀석은 뭘까. 처음보는, 그것도 무턱대고 화만 내는 사람에게 이렇게 친절하다니.

"넌 뭐냐....?"

"네?"

"왜 이러냐구. 왜 빵을 주냐고."

"그거야... 그쪽이 슬퍼보이니까요. 빵을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단지 그뿐인가. 슬퍼보여서 행복하게 해주고싶다고? 바보다 터무니없는 바보다.

"동정이라든가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적어도, 행복하지않은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좋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러니까 빵 드세요!!"

아직 뜨거운 고로케를 손에 잡았다. 이제 아무래도 좋달까. 더이상 이 호의를 거절 할 수가 없어서 일단은 입에 넣었다. 고로케를 씹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싸안았다. 고로케가 뜨겁기 때문은 아니었다.  굶주리고 지친 내 몸에 먹을 것이 들어가자 반응한 것이다. 더 달라고, 배가 고프다고 하고있다. 내 몸은 살고싶어했다.

"아까 프로듀서라고 하셨죠? 프로듀서라면, 밥은 잘 챙겨먹어야죠! 그래야 아이돌을 잘 도와줄 수 있잖아요?"

아이돌....나는 아이돌이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라는 글자에 나는 아직도 가슴이 뛴다. 기억한다. 첫 라이브를 보내던 긴장과 불안, 무사히 돌아와줬을때의 행복감. 서서히 피어오르는 성공과 미소의 행복...이별의 결단, 그 무게. 전부 기억한다. 후회도 있고 지금도 몇가지 선택에는 의문을 가진다. 나는 아직도 하고싶은 것인가. 어제 후미카를 만났다. 주마등일지 진짜였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아이에게 미련을 가지고있다. 나는.....나는...아직 하고싶은 것이 있다. 살고싶다.
빵을 먹었다. 후끈한 맛이 따끔따금 목구멍을 자극했다. 데일 것도 같지만, 무시하고 커다랗게 입을 벌려 우적 거린다. 손 끝이 기름으로 번들거린다. 쫄깃한 도우 속에서 진하게 흐른 핫치킨소스. 맛이 느껴진다. 빵은 달고, 소스는 매콤하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빵이 맛있다. 더 먹고싶다. 나는 아직도 살고싶다. 우적거리며 빵을 씹는다. 아직 부족하다. 나는 바닥의 빵을 집었다. 먹었다. 우적우적. 양 뺨에 눈물이 흘렀다. 옆의 소녀가 기겁하지만, 무시했다. 나는 살고싶다.
생각해보면 바보같았다. 하고싶은 것도, 살고싶은 것도, 전부 다 알면서. 인생에서 버려져 굴렀다고 하루종일 궁상을 떨었나. 바닥이면 바닥에서 다시 시작인거다. 나는 아직도 하고싶으니까. 꿀꺽- 빵을 삼켰다. 고맙다 꼬마야.

"오오하라 미치루라고합니다!"

고맙다. 미치루. ......? 오오하라 미치루’ 서류 상의, 그 아이돌...?  내가 기겁하며 물어보는 말에 미치루는 보라색눈을 말똥말똥 크게 뜨고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찾았다. 찾았다. 주머니에 손이 들어갔다. 명함이 아직 한 장 남았다. 그러나, 손이 도로 나올 생각을 하지못한다. 말하고 싶은데 목에 턱-하고 걸려서 하지못하는 것처럼, 손이 파르르 떨리다가 나오질 못한다. 왜, 왜 어째서, 나는.....프로듀스하고싶은데 하고싶은데..어째서 나는 말하지 못하는 거지. 철호의 기회다. 이런 소설같은 기회가 어딨냐고. 말해! 말해! 말해! 명함을 꺼내고 말하는거야!!저...그, 그만 가볼게요!"라고 달려가버리는 미치루를... 아마 서류상뿐이지만 내 아이돌일 그녀를 시야에서 놓쳐버렸다...
...그래. 나같은 실패자에게...기회는 없겠지... 젠장.
이런 음울함을 더 퍼뜨리지 말고, 그냥 얌전히 빌어먹을 윗대가리들이 그렇게나 원하는 사직서나 갖다 바치자. 그래...그 인간들이 바라마지않는...

불쑥 그 놈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직서를 내면 뭐? 뭐가 되는데? 실패자, 실패자, 쓸쓸하게 상자를 들고 가는 나와 그런 나를 보며 웃는 녀석들. 마음에도 없는 걱정이나 하는 놈들. 그걸 위해 내가 살았나. 아니잖아. 아니잖아!!! 꿈을 위해서, 멋진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잖아! 후미카도, 후미카도 그래서 포기했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지는 건 나냐고!!!

마음에서 불이 붙는다. 승부욕인가. 승부욕이다!

빌어먹을...빌어먹을 빌어처먹을!!! 펜대 굴려서 사람 멋대로 이리저리 집어넣다 창고에다 대충 처박은 유령부서로 집어던진 주제에!!! 좋아. 좋다고. 나에겐 네놈들이 준 아주 형편없는, 오디션에서 탈락한 아이 중 적당히 주워 넘긴 아이돌 프로필이 있고. 난 그 아이돌을 찾았다. 일단, 이딴 넝마같은 놈이라도 프로듀서고, 엿같아도 기획사니, 소속 아이돌에겐 연습생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지원을 해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미 소속 아이돌로 프로필이 간략하게나마 등재된 아이돌을 데리고 간다면 표면상이어도 멋대로 계약을 완료해 나에게 떠넘겨버린 네놈들이 어찌 할 방법은 없다. 눈에는 눈이고 이에는 이로 맞서야지. 물론, 난 이걸로 끝낼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 말했지, 노예는 두번 찌른다고 노예니까 황제를 찌른다고. 찌른다 찔러주마 이 개자식들!!! ......어차피 마지막이다. 오오하라... 그 아이에겐, 미안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미안한 일이다. 알고있잖아, 내가 왜 망설였는지. 간단하게 알수있는 거다. 저 아이도 알지 몰라. 그래서 명함을 먹었을지도 모르지. 명함을 먹어치운게, 바보같은 행동으로 상냥하게 거절하는 것일지도 몰라. 그런데도 나는...나는...

미치루우우우!!!!!!

머리를 땅에 박았다. 당연한 일이다. 미안한 일이니까. 그 아이가 몇 번이고 건내준 웃음터지는 거절을, 결국 나는 이렇게 민폐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알고있다 왜 망설였는지. 이 일이, 이런 반푼이의 반푼도 못 되는 놈의 프로듀서를 받는 아이돌이, 얼마나 개같은지 난 알고있으니까! 난 그저 내 욕심을 위해서 저 바보보다 바보같이 착한 애를 끌어들이는 거다. 그러니까...그러니까...머리박고 조아리지않으면 안 돼! 부탁하지않으면 안 돼!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만....도와줘!

내 아이돌이 되어줘!!!!

 

그러나 내 몸은 나만큼 부끄럽지않은 것 같다 마치 쭈그러드는 듯한 소리가 위장에서 나온다..

"꼬르르륵....."

역시, 내 인생은 영화답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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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이 지나간다. 대낮에 땅에서 구르던 양복거지가 빵까지 얻어먹고 추하게 도게자나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배고프다니........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네...내 인생을 건 도박이라고 생각했는데....도박, 도박....이 말을 생각해낸 시점에서 난 정말 추락했구나. 그걸 실감한다. 내가 인생을 도박이라는 짓에 걸어야한다니. 파칭코라든가 슬롯머신만 봐도 얼굴을 구기며 인생실패자 취급을 하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난, 지금, 그런 것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는 녀석. 인생이라는 걸 걸어도 될까 말까한 녀석. 이런 나에게.....
......
......
....
...
..
.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래요?"

아직 희망은 있을까  그녀가 희망인지 아니면 내가 지옥의 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잡았다 전심전력으로 이런 나에게 뻗어준 손을 잡았다. 나는 일단, 빵을 잡았다. 아, 뭐랄까 사람이 한 번 염치없기로 하니까 급속하게 타락하는 기분이다. 빵 맛있네...

"역시...아이돌 프로듀서셨나요?"

역시...라니?

"아, 명함에 써있었잖아요! 먹었으니까 알 수 있어요!"

뒷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 아무튼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이돌 없으신건가요? 길거리에서 그런 캐스팅이라니...."

 

아이돌이 없으니, 아이돌을 캐스팅하지않을까...

"? 크루와상이 있어도 바게트가 먹고싶잖아요?"

아이돌이 어째서 빵이 된 거냐!

"아이돌이나, 빵이나, 둘 다 행복하게 해주는 쪽이니까. 비슷하지않나요? 저마다의 매력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잖아요 후고후고..."

"흠, 빵과 아이돌...아이돌과 빵...제가 말하긴 했지만, 역시 닮았네요! 좋은 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해볼까요! 아이돌이라는거!"

어이어이, 너 아이돌 해본 적 있는 거냐?

"아니요"

방송 출연은?

"아니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예스해버리는거냐! 그런 일 아니라고! 빵집 아가씨보다 훨씬 어려워!

"빵집 아가씨도 한 번 실패해봤으니 괜찮습니다! 후고후고후고....."

어딜 봐서 괜찮은거냐!

"아저씨를 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너 이 녀석...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걸. 이 녀석이라면 어쩌면...아이돌일지도 모른다. 바보같지만, 바보같이 착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저씨, 아저씨는 어째서 제가 처음에 명함을 먹었을때 다시 안 줬어요?"

엉? 그거야..네가 먹었으니까...

"안에 한 장 더 있었잖아요. 그것도 아깐, 망설였고."

"데리고 있던 아이돌도 내보내고 도게자를 하면서 부탁할 정도로, 그런 상황의 사람이. 맹해보이는 소녀에게 명함하나 건내면서 낚지못하는 프로듀서라면, 그건......분명 착한 사람이에요.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그런 어른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나는 울고말았다 나는 바보였다. 바보는 나였다. 내가 부단히도 그것을 인정하지않으려했을뿐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다가 아이돌마저 놓아주고서 밑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누구하나 돌아봐준적 없는 내 삶에, 한 명의 소녀가 불쑥 끼어들어서 말했다. 착한 사람이라고. 나조차 생각하지못했지만, 그 무엇보다 듣고싶던 말을 이 아이는 내게 해주었다.

 

왜 우느냐는 말에 소매로 얼굴을 문지른다. 아직 조금 흐릿하지만, 그래도 보인다. 흐릿한 눈가에서도 분명하게 보인다. 빛나는 보라색 눈 아래, 지워질 것 같지않은 미소가 있다.

그녀를 아이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를 톱 아이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를 만나서 그저 회사에 붙어있어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미치루는 빵집 소녀를 한 번 실패했다고해도, 그럼에도 이렇게 해맑은 아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주저앉아 질질짜지않고서 다시 또 다시 빛나려고만한다. 그 모습에 나도 일어서버린다. 그렇게 만든다. 실패로 얼룩진 마음이 다시 일어선다. 미치루를 보고 다시 해보자고 마음이 외친다. 마음이 아직 하고싶은 것을 말한다.

 후우- 숨을 쉬고, 울음으로 떨리는 호흡을 멈춰세운다. 주먹으로 가슴을 후려쳤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하자. 이런 아이를 아이돌로 올려주겠다고 지금 약속했으니까. 그럼, 나도 한 번 실패한 것으로 이렇게 울어버리면 안된다.

"부탁해도 될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나는, 오늘, 아이돌을 만났다.

-fin-

 

목소리 없으면 있는 자식 취급도 안 해주는 현세태에 중지한번 올려보고싶어서 시작한 창댓은 왠지 모르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군요.

이것은 끝이 아니며 끝의 시작도 아니다. 다만, 시작의 끝이라고는 할 수 있으리라 -킹스맨, 골든 서클-

Special thanks to
Normalize 님
마미밍 님
노노생일축하해 님
Astra 님
Lozental 님
a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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