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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없는 아이돌 프로듀서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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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9, 2017 15:22에 작성됨.

...오오하라...라...뭔가 들어본것도 같은데... 오오하라......모르겠다. 잘 기억이 안나니 원... 일단 사무실로 돌아갈까? 아무것도 없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 내일이라니...생각해버렸다. 생각나버렸잖아아아----

젠장.... 사무실에 돌아가면 도대체 뭐가 남냐고, 깨져서 불도 안 들어오는데. 전기낭비라도 한소리하려나... 이래도 저래도 한소리를 듣고, 잘릴 위기....빵 한조각, 그보다 이상한 꼬맹이 덕분에 겨우 잊었는데 이런 현실이 있단말인가....아무것도 없는 유령 프로듀서...오오하라 미치루....어라, 오라라ㅏ라.... 과연, 오오하라였나...하지만 이름을 모르는구만...흐음...뭐, 성은 흔하니까...집으로 가버릴까. 사무실로 돌아가도, 으스대는 아이돌이나 프로듀서 꼴을 보면 배알이 꼴린단말이지 내가 무슨 일은 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만....일단 일하는 척은 해야겠지. 사무실로 돌아가볼까...
.하나
.둘
.셋
집에 갈 걸 그랬어. 컴퓨터도 없는 이 사무실에서 난 뭘해보겠다고 돌아온거냐! 그냥 거기서 집이라도 가든가, 차라리 경찰서에 있는 게 더 유익하지않았을까! 후우.....여기서 스마트폰을 꺼낸다면 근무 중 딴짓이라고 하겠지? 칼퇴..? 칼퇴라는 이상을 안고 퇴사라는 죽음을 맞이할 생각은 없다! 어라, 뭔가 빠져나왔나. 요즘 폰은 이게 문제가 너무 크니까 주머니에 있는걸 다 꺼내서 떨어트리니....젠장 지폐가 스마트폰과 함께 나와 길바닥에 자유낙하하는 동안 유유히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버리는 안타까움. 뒤늦은 후회. 끔찍하다아아......그래서 이건 뭐람.. 아 오오하라 베이커리인가... 흐으으음.....어라?

지금 문 닫았네 에이쒸....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왠지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 호텔에 가고싶다.. 결국 아무 소득없이 퇴근인가...아니, 잘리지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이런 날이라면 가는 길에 치킨에 탄산음료라도 들고가서 밤새도록 먹어버리고싶지만.... 빵 한 조각에도 벌벌 떠는 지갑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무리. 낡아빠진 열쇠로 문을...문을...문을...이젠 또 문이 안 열려. 철컥거리는 소리에 캉캉- 금속이 메마르게 부딪힌다. 문이 안 열려.. 이젠... 젠장! 젠장! 나한테 왜 이러냐고! 전부!! 열리지않을 문을 걷어차고 싶다. 부셔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간 옆집들이 일어나 날 신고할거고, 부서진 문도 배상해야할거고, 난 집도 없어진다...곧 쫓겨날 것 같지만, 하루라도 더 있고싶다고..

새벽에 공원을 돌아다는 것들은 둘 중하나다. 인생을 못 배웠던가 인생을 실패했던가. 뭐가뭔지도 모르고 떠드는 불량배던가. 인생을 말아먹고 주저앉아 옛날이야기나 중얼거리는 늙다리던가. 난 후자다. 아니 저들보다 멍청하지. 집도 못들어가고 직장에서 잘리지도 못한채 여기로 와버렸으니까. 담배. 돛대다. 돛대를 입에 물고 라이터에 불을 당겼다. 칙-칙- 헛도는 소리 뿐, 불은 나오지않는다. 다 써버린 것인가. 부럽다. 부러워 미치겠다. 나는 다 닳아버려도 다 닳아버릴 수가 없는데, 이것들은 염치도 뭣도 모른채 당당하게 이래도 되는군. 나는 죽어도 치워줄 사람이 없다. 넘어져서 일어날 기운이 없어도, 나는.  내 발로 걸어나가야만한다. 그렇게 버려진 나는 버려질 곳도 없다. 운이 좋다면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눕는다. 그러나 보통은, 누구도 맘좋게 허락한 자리가 없다. 무력하게 눈치보며 버려질 자리를 내가 신세져야만한다. 좁다랗게 눕는다. 누구도 날 도와주지않을 것만을 알고서 고통에 절어 죽을 날을 기다린다. 그러나 난 죽는다. 그 과정에서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너희는 어떠냐. 불이 안 나온다면 안 나온다고 그렇게 당당히 소리쳐도 되지않느냐. 너희가 쓸모없어지면 그 날로 마음편히 버려질수 있지않느냐. 너희를 버려줄 사람이 있지않느냐. 무심하게 짓밟아 버리고 쓰레기통으로 넣어줄 사람이 있지않느냐.

라이터를 던진다. 한없이 부러워하며, 날려보낸다.

날아라. 날아가거라. 나를 대신하여 저 멀리날아가거라. 내일 아침이면 누군가 맘편히 짓밟거나 또는 쓰레기통으로 버려주겠지.

 

벤치에 몸을 눕힌다. 여기가 내 쓰레기통일까. 마주본 도쿄의 검은 하늘은 어둡다. 어둡다.

문득, 어린 날의 하늘이 떠올랐다. 그 날의 하늘엔 뭐가 있었나. 별이 있었다. 별이 있었고 달이 있었다. 별이 있었고 달이 있었고 은하수가 있었다. 그 아래, 소년이 있었다. 하늘의 별을 세었다. 달을 보고 웃었다. 은하수를 보며 동화를 떠올렸다. 별을 보며 잠드는 소년이 있었다. 그 하늘엔 별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보고있는가. 이 하늘엔 무엇이 떠있는가...서글픈 마음에 별을 회상해본다. 별이 기억나지않는다. 별을 보며 도쿄로 올라온 소년에게 이제 별이 보이지않는다. 별을 가슴에 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삶의 끝은. 별은 커녕 사무실의 전구조차 없는 신세였다. 라이터의 불조차 켤 수 없다. 이제는 서러워 밉다. 그 날 별을 세었던 소년이 밉다. 가슴에 품어온 별이 밉다. 그 별이 없었다면, 차라리 차가운 금괴였다면, 아니 바닥의 흙 한 덩이였다면. 지금은 별처럼 빛나는 자리에 있을텐데. 가슴에 별을 품었기에 삶이 빛나지못하고 어둡게 추락했다.

울컥- 차마 견디지못하고, 두 눈으로 뜨거운 유성이 흘러나왔다. 차마 버리지못한 별의 상흔일지도 모르겠다

 

"프로듀서 씨..?"

흐릿해지는 눈가에 누군가보였다. 장발이라기에는 짧고, 단발이라기에는 긴 앞머리가 커튼처럼 드리누워져있다. 파란 눈.....후미카인가?

"여기서 뭐해?"

왜 하필 이럴때 내 눈에 보이는게 후미카일까. 아직도 내가 했어야한다고 미련이라도 남은걸까.

"밤의 거리에서 읽는 책은...또 다르니까요.."

너답군. 하지만 밤은 위험하지않을까...라고 생각한 순간, 휙하고 후미카의 등 뒤로 돌아가는 왼손. 그 손에 들린 파란커버의 책 귀퉁이가 빨간 색으로 물들어있는 이유는.....원래 그런 커버였던거다. 응. 그런거야. 그런거라고

 

그럼 네 자리냐. 자 앉아라. 다른 델 알아봐야겠군.

"프로듀서, 저기..."

앞을 봐라. 앞만 보고 걸어가. 쓸떼없이 뒤돌아보면 죽는거다. 꿈은 꿈이다. 아무런 것도 되지못해. 우리는 꿈이 아닌 현실에 살아간다. 현실엔 꿈이 필요없어. 그러니까 후미카, 뒤돌아보지마 앞으로 걸어가. 후회하지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널 보내기로한 건 아직도 옳다고 생각해. 너는 나랑 있어서는 성공할 수 없어. 나 따위 걱정하지마. 앞으로 걸어가 더 빛나는 세상으로.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테니까. 잘 있어라. 일찍 들어가고.

 

 





 

 

 

 

 

 

 

 


"괜찮으신가요...."

 

괜찮지도 않고, 당당하지도 않다. 그러나 틀린 일도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런거니까. 빛을 앞으로 보내는 것. 꿈을 이루어주겠노라고 약속했으니까, 지켜주는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잘난 듯이 생각했다. 아이돌에게는 옳았다. 아이돌 프로듀서로도 옳았을지 모른다. 그러나....나에게는 옳았던가. 내가 그 아이돌을 붙잡고 있었다면, 나는 이렇게되지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도 벌어진 일에 다시 뒤돌아볼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다시 잡아온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전부 틀린 게 되버린다. 떠나자. 떠나서 사라지자. 이젠, 서로 다른 곳에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가자. 가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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