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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없는 아이돌 프로듀서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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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8, 2017 21:07에 작성됨.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내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없다

내 사무실에는 사무원이 없다

내 사무실에는 아이돌이 없다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나는 오오하라 미치루의 프로듀서다

....담배를 피고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않을까 담배를 살아생전 한번도 안 피워본 사람이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담배를 피지않고서 견딜 수 없다. 그런 상황이다. 아무것도 없어서, 창문은 커녕 형광등조차 금이 가버린 이 사무실. 몇 번을 어떻게 생각해도 한숨만이 나온다. 아무도 볼 것 같지않은 사무실. 그래서 더더욱 담배가 피고싶다. 하지만 필 수 없다. 그것이 함정. 아무도 보지않고, 누구도 신경쓰지않는 곳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순간 회사에서는 날 자르겠지. 망할. 간단히 보자면, 결국 이건 회사와 나의 줄다리기 싸움이다. 아슬아슬한 줄에서 내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거지. 하지만 떨어지지않는다. 떨어질까보냐. 좋은 사람인척은 다하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 뜯길때로 뜯기고 쫓겨나는건 최악, 패배..! 그런 일따위 용납할것같냐고. 줄이라도 있다면 줄을 잡고 버둥거려서 올라가주마. 이제 뭘해야할까.....?

본능적으로 수화기를 들어올려 귀에 가져댔지만, 전화할 곳이 없다. 가족? 친구? 이 상황을 알릴 순 없다. 보통의 프로듀서라면 다른 일감을 위해 전화를 돌리거나 하겠지. 하지만 난 다르다. '오오하라 미치루' 왠지 찾아보면 있을 것도 같지만, 결국 회사엔 존재하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이다. 얼굴은 커녕 실존여부도 모르는 소녀의 담당 프로듀서. 서류상으로만 덜렁 존재하는 아이돌이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 난 유령부서의 유령 프로듀서. 난 이미 죽은거다. 이런 내 전화를 받을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아. 아무것도 못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돌을 프로듀스한다니. 이런 재수 옴 붙은 녀석과 얽혀버리는 걸 좋아할 사람이 없다. 결국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말았다.

할짓도 없다. 빛 없는 사무실에 앉아있다간 곧장 미쳐버린다. 결국 무작정 나와버렸다. 오오하라 미치루라는 이름만 쥐고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그러나....미치루...미치루......결국 이름뿐인걸로 어쩌란거냐.....사람의 이름을 붙잡아 일일히 확인하고 다니면 열명 미만이 한계. 더 했다간 이상한놈 취급받아 예쁜 은팔찌를 차고 외박을 하게되겠지. 게다가 오오하라 미치루라는 이름을 가지고 아이돌이 될 정도의 대단한 미소녀나 끼있는 여자가 있을리 없다고. 하아.....젠장. 배고파.....하지만, 내 상황에서 밥 먹을 돈은 없다. 당장 이번달 월급도 장담을 못하는데 무슨 수로 밥을 사먹나. 도시락 반찬하나가지고도 트집잡을 회사의 눈까지 생각하면 쫄쫄 굶어도 시원찮을판이다.

지친다.....소득없는 뺑뺑이...이제 고민할 수도 없다. 외근도 아닌데 이렇게 오래 있다면.....근무이탈이니 뭐니 귀찮다고..!!! 하아.....간단하게 빵이라도 사갈까? 선택지도 많고 적당히 배도 부르고... 간단함과 빵이라면 역시 편의점 빵이지. 맛은 없어도, 대충 먹을만.....? 뭐야, 매진인가? 하지만 일본의 편의점은....? 매진? 매진? 매진? 매진 러쉬..? 뭐냐뭐냐 폭풍이라도 다녀갔냐? 살충제 달걀 파동이 아니라 청산가리 달걀이냐? 아니, 빵만 빵만 없어...! 뭔데 뭐냐고..!! 도대체 어째서....바보같은 사무실로 나가떨어진날에....난 어째서 내가 먹고싶은 빵 한 조각도 못 먹는거냐!! 뭘 원하냐고..!! 젠장!!  이제 됬어.....밥이고뭐고...전부 귀찮아졌다. 사무실로 돌아갈래.......이 지긋지긋한 곳따위 얼른 떠나고싶다... 시끄러...뭐냐? 카운터에서 실랑이인가? 짜증에 짜증만 더해지는 날이군. 빨리 벗어나자. 이런 날에는 누구랑 안 부딪히는게 제일이다. 빵도 없는 끔찍한...

 

"무슨 짓이에요!?"

 

"아까부터 여기저기 빵만 잔뜩 사가고, 수상하단말이다!"

 

"에에? 전 아무짓도 안 했어요?"

 

"그거야 가서 이야기하면 나오겠지!"

 

"놓으세요!!"

 

하아.........바보같은 어른이 바보같은 애를 낚으셨나...망할...빨리 나가야...나가야하는데.....왜 자꾸 들리는거야?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귀에 들리는건 저런 망할 헛소리싸움뿐이라니. ...잠깐. 빵만 잔뜩사가? 여기저기? 설마... 내가 오늘 허탕친게 다...? .......................................................................................................그래서 어떻하자는 걸까 나는. 지금 달려가서 너였냐!? 라고 소리칠까? 아니면 주인장의 팔을 잡고 어이어이 라고 하며 말려볼까? 내가, 뭐라고? 아무것도 없다. 회사한테는 빨리 나가달라는 예의바른 인사만 받아놓고, 빵하나 제대로 사먹을 돈도 없다. 애시당초 아무것하나 제대로 한 게없어서 여기까지 굴러떨어졌다. 그런 내가 도대체 뭐라고 저기에 끼어들지, 기운좋게 끼어들면, 난 감당할수있나? 결국 난 아무것도 못해....한때의 생각뿐이다. 감당할 힘도 능력도 생각도 없다. 기세좋게 끼어들어도, 감당하지못하고 어버버거리다가 다시 떨어져겠지. 사람의 삶이란 건, 의외로 심오해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그 뒤에 더 최악이 나오는법이다.

 

"이거 놓으라구요!"

 

나는......

 

"저한테 왜이러세요! 정말!"

 

나는.....

 

"신고할거라구요!"

 

나는.....

 

"도와주세요!"

 

나는.....

 

한동안, 생각에 푹 잠겨있으려니 문득 이쪽을 향한 눈길이 느껴진다. 점장 녀석, 날 보고있나. 그리고 알바 한 명이 넉살좋게 내 앞을 가리며 친절을 베푼다. 뭘 찾냐고 묻는 말에 뭐라 답할까. 주머니 속에서 꼬인 이어폰만큼 끔찍한 이 상황을 잘라달라고 하고싶군. 하지만 그런 건 팔지도 않는다. 이 녀석이 해줄수있는 것도 아니다. 넌 필요없다고 말을 내뱉고 다시 소녀를 쳐다본다. 한발짝 다가선다. 사납게 오가던 말이 줄어들고, 두명의 시선이 나에게온다. 어느새 손보다도 가까온 두 명을 번갈아본다. 점장의 퉁명스러운 말. 답할 순 없다. 할 말이 없는 걸. 바보처럼 멍하니, 호기심에 끌려왔을 뿐이다. 창백하지는 소녀를 물끄럼 바라보고있자니 내 멱살이 잡혔다. 점장이 멱살을 잡고 큰소리친다. 이제 어떻게할까...? 역시 이럴때 제일 좋은건 매너있게 말하고 뒤로 돌아가 문을 걸어잠근 다음, 우산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역시 그건 좋지않아. 아니 해버릴수도 있으....하 젠장, 왜 내가 사는 현실은 현실인거야 조금은 영화같을 수 없나? 흔들지말라고, 엄한 손님의 멱살을 잡는 것으로도 모자라 머리까지 흔들다니. 어이, 아저씨 가볍게 파출부라도 소캐시켜줄까? 빵 좀 사갔다고해서 꼬마를 붙잡고 신고한다는 등 어쩐다는 등 하다가 엄한 손님 멱살이라니, 어른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아? 사람은 흔히 가진게 없을때 공격적으로 나오곤 하는데....아저씨도 그런 과인가? 파출소가 그렇게 싫다면 다른 방식도 있긴있지. 다리를 걷어차고, 내 멱살을 잡은 팔을 역을 잡아 뒤로 꺾었다. 그리고 몸으로 꾸욱-눌러 점장을 카운터에 강하게 살포시 내려놓는다. 아까 말했지? 가진게 없는 사람은 공격적이라고. 오늘, 난 직장에서도 사직권고를 받았고 먹고싶은 빵 한조각도 구경못하고 도로 컴퓨터도 없는 사무실에 돌아가야하는 상황이야. 무슨 소리인줄 알겠어? 그래서, 다시 이야기하지. 어른답게 없던일로 하고 넘어갈까. 아니면 나랑 같이 계속 이렇게 대화할까? 스크럼을 풀었다. 우 남자 둘이 몸을 붙이고 부비부비라니 끔찍해 3일간 말린 바게트를 먹는 것보다 끔찍하다. 끔찍하고 짜증나는 일은 그만 좀 있었으면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내려다보자 날 멍하는 바라보는 소녀가 보인다. 정확히는, 그 빵자루들이 보였다. 하나 가져갔다. 이 정도는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해.......아님 말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기 드물게 착한 소녀군...

 

"이제 빵 돌려주세요."

 

뭐 임마... ....돌려주고싶지않아...어른답지못하지만...하나쯤 가져가면 안 되는거냐!

 

"돈은 필요없습니다! 빵입니다!"

 

나는...나는...오늘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너무 많이 말했군...주기 싫다는 거다...배고프다고! 딱히 한 것도 없지만 배고프단 말이다. 그러니까..먹어버릴 테다 먹어버릴테다 먹어버릴.... 빵을 향해 고개를 내리면..

 

"제 빵..."

 

쓸떼없이 매력적인 눈에 물기까지 채워서 반짝반짝 바라보지말라고...!! 어이어이, 생각해보니 뒤에 들고온 빵 주머니는 뭔데!? 이미 너보다도 무거운 양이잖냐.... 하나쯤은 달라구...! 이렇게 많으면서.....?

 

"제가 가진 빵이 더 적으면 되는거죠?"

 

......그 날 나는 기적을 보았다. 사람을 구한다던가 재앙을 물리쳐낸다던가하는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누가 보아도, 어떻게 표현해도, '기적'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저체중을 벗어난 160정도의 어린 소녀가 자기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운 양의 빵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얼이 빠져 멍하니 서있으니, ', 이제 됐죠? 이젠 제 빵 돌려주세요!'라고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그 얼굴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손을 내미는 소녀를 향해 내밀어버렸다 나는 그 경이로운 모습에 명함을 건내고말았다. 손과 손, 그 사이로 전해진 명함. 그것은......

 

"후고곳"

 

먹혔다. 어이! 명함 먹지 말라고!!!

 

"아앗!? 빵이 아니야!? 속이셨군요! 속이셨군요, 이상한 아저씨!!"

 

너한테만큼은 이상하다는 말 듣기싫어!!!

 

"우그으으.......빵을 가져가시고 이젠 명함을 빵으로 속이려들다니.....당할 뻔했다!!"

 

뭘 당할뻔해!!! 보통은 포장되어 있잖아! 확인을 하고 포장을 먼저 뜯는게 정상이야!!

 

"에에-- 당연히 빵을 줄거라고 생각했다구요! 빵에는 빵인거에요! 어째서 빵에 명함을 준거죠! .....설마...."

 

, 그건 말이지... ....명함을 준 건말이지. 내가 딱히 수상한 뭐..다단계라긴 보단...

 

"빵을 스카우트...? 말로만 듣던.....수법이..!!"

 

그런 건 도대체 누가 말하고다니는거냐!!!

 

"아저씨도 빵을 좋아하는거네요! 착한 분이셨구나! , 그럼 빵 절반 드릴게요. 착한 사람을 만나면 보답하라고 했으니까!"

 

넌 제발 어디가서 혼자다니지마라, 네 가족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

 

기름과 빵가루가 한가득 묻은 고로케.... 어른의 체면이라던가 뭐라던가 이젠 알게뭐냐. 어린애 빵을 멋대로 가져갔을때부터 그런 거 내버렸다고먹었다. 입술이 푹 잠기는 빵에, 바자작 소리가나는 겉....뜨거워. 뜨거워어...뜨겁게 달아올라서 쫄깃해진 속살..멈춘 피가 다시 흐르는 것 같다 뭐냐 이 음식은! 먹어보지못했다고! 이런 거! 달달한 불고기 소스가 찹쌀에 섞여 쫀득한 속이 되어서 입을 농락한다. 얼른 씹으라고 하고있짆아..!! 게다가 이 고기. 평소라면 작다고 투덜거릴 것 같은 고기 조각들이 지금은 씹힌다! 느껴져! 육즙이! 몸에 흘러든다! 아아... 이제 어째도 상관없어.. 입천장이 데어도, 입술이 덕지덕지 묻어도... 먹는다 먹는다...맛있다고!! 하아.....맛있었다. 이렇게 작은 빵 조각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거냐...악마적이다..

 

손을 모아 부딪히고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소녀에게 건낸다.

 

"고맙다!"

 

감사, 압도적 감사....! 이런 나에게, 오늘 일용할 양식. 아니, 어둠 속에 가라앉은 내 오늘에 마지막으로 빛을 선물해줘서! 감사!! 하아..... 빵 한 조각에 구원을 받았다.... 내 감사인사에 답이 없길래 눈을 떠보자, 그 녀석은 보라색 눈을 자수정처럼 번쩍이며 입을 벌렸다.

 

"호에에.....빵을 정말 행복하게 드시네요! 처음봤어요! 그런거!!"

 

.....그냥 배고팠을 뿐인데.....정말, 배고팠나보다...

 

"빵을 더 드릴..., 다 먹었지.."

 

아무래도 나는 동물원의 동물이 먹이를 받아먹는 것보다도 재밌었나보다.....갑자기 신비한동물 취급이냐!

 

"그래도 말이죠! 그런 거 처음봤어요! 어떻게하는거에요?"

 

하루종일 굶고 사직권고를 받은 다음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아이를 만나 마음고생을 하다가 저녁이 다 되서야 첫끼로 빵 한조각을 먹으면 된다고라고 말할 수 없고......어깨를 살짝 으쓱해볼까

 

", 빵집 아가씨가 되서, 행복을 나누어주는게 소원이거든요!"

 

하고싶은 일이 의외로 소박한데 대단하네.

 

"사실, 가게의 빵을 야금야금 먹어버려서 무우리지만요...."

 

그러냐.....

 

", 시간이..."

 

그러고보니, 벌써 노을도 검게 물들어버렸다. 이런....뭐라 말할 새도 없이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멀어져간다. 인사할 시간도 안 주는 건가. 음?

"아, 그러고보니 오늘 감사했습니다!"

새삼스럽게...

"드릴 건...에....아! 이거! 이거, 저희 빵집인데요! 다음에 오시면 서비스해드릴게요!"
음, 서비스라는게 어딘가의 음란마귀를 자극하는 그건아니겠지 응. 빵일거야. 흠........그러고보니 오오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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