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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2장 - 묘역(墓域) 上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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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8, 2017 01:06에 작성됨.

 

신데렐라 판타지 본편+a 목록

 

 

전편은 해당 목록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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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키자카 제국의 수도, 크레이들.

 

 

 

" 뭐라 ? 실종?"

 

이상이 결론만을 우선 보고한 장교가 들은 노조미로부터의 반응이었다.

 

" 네. 군 기지와 자주 왕래하는 행상인에게 들은 정보와 규합하여 현장을 면밀해 조사해본 결과 본디 사체가 발견되야 할 곳엔 혈흔 말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 뭉게지거나 해서 완전히 구분 못하게 유실된건 아니고 ? 싹 사라진기가 ? "
" 네. 없었습니다. "

 

단호하게 답변하는 장교의 말에 턱을 괴고서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국경지대와 어느정도 거리가 있던 제국령 군사기지 인근 촌락에서 대량의 핏자국이 발견됬다.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토조 노조미가 그토록 놀랄 리가 만무.
그녀가 이렇게 어처구니없어 하는 이유는 즉슨, 수시로 기지측에서 감시하는데도, 이렇다할 기별도 없이 하룻밤 사이에 그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모두없어지고 핏자국만 즐비해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전해온것. 그것 때문이었다.

 

" 목격자도 뭐도 없나 ? "
" 네... 유감스럽게도. "

 

그녀는 들고있던 펜으로 탁상을 두드린다.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유난히 짙어보였다.

 

주민 대량 실종사건.

 

아야세 에리가 묘역에 파견나간지 일주일도 안됬다.

헌데 그 사이에 벌써 네번째. 국경지대 인근에 있는 마을들에서 통째로 주민들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보고하는 장교의 기분도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의 얼굴에 있는 그늘은 자신이 이후 수행하게 될 어렵고 복잡한 일에 대한 암시이리라.

 

" 국경 수비대쪽이랑 맞춰서 마을 감시쪽으로 병력 더 돌리라고 전해라. 자기내들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흔쾌히 내주것지. "
" 네. "
" 만일 인근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믄 너가 독자적으로 먼저 보고해도 좋다. 그쪽 수비대장 라인은 무시해도 되니께. "
" 알겠습니다. 그럼... "
" 그랴. 바로 출발하그라. "

 

장교가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집무실 밖으로 사라진다. 노조미가 두 개의 작은 병에서 각각 한알씩 알약을 꺼내 입 안에 털어넣는다.

 

' 나날이 골아픈일이 잦아지는고만..묘역에도 문제가 생긴다믄, 진짜루 큰일나는기라. 에리치... '

 

 

----------------------

 

 

 

묘역(墓域).

 


5대 사경(死景) 중 으뜸이라 불리우며, 무려 30여년 전에.. 아스트라 출신의 탐험가가 망망대해에 표류했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황량한 섬.
처음 섬을 발견한 그 탐험가는 만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때를 가정해 일지에 그곳의 풍경을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 잿빛에 벌레 한마리 꿈틀대지 않는 마른 흙 위에 나무는 무성했으나, 모두 오래전 죽어 뻣뻣하게 가지뿐인 고사목들 뿐이었다. 그리고, 한 때 찬란했던 고대문명의 말로라는 듯 저 너머의 바위산자락 중턱에는 무너진 문명의 폐허들이 즐비하였다. 풀도, 물도, 땅도 모두 생기를 잃은지 오래이니, 그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덤과도 같아 보였다. '

.
.
.
제국군 남해함대 제 3함대.

선박 위로 병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함선이 목적지인 묘역에 도달하기 전에 주포 및 탄약고를 깨끗하고 청결하게 만들어놓는 것이었다. 3함대 함장은 자신의 배가 교전 이외의 이유로 흠집이 나는 것에 대해 결벽이 있을 만큼 싫어했고, 그런 그녀의 영향으로 휘하 장교와 병사들은 그 무엇보다 복장과 배의 청결에 민감하게 됬다.
흑철나무로 만들어져 마치 쇠와 같이 둔탁하면서도 얼마나 공들여 바닥으로
서의 역할을 위해 다듬어졌는지 부서진 균열 하나 없는 갑판위를 병졸들이 청소한다. 오와 열을 맞춰 한치의 어긋남 없이 걸레질을 반복한다. 그렇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 삐끗. '

 

병사 중 하나가 걸음을 헛딛고 휘청인다. 그러자, 같은 열에서 걸레를 밀던 병사들이 일제히 멈추고 그 병사를 응시한다. 감독하던 장교 역시 삐끗한 병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목청을 높인다.

 

" 어이, 거기 ! "
" 앗...아아..! 죄송합니다 ! "

 

장교는 고함이 목젖까지 올라왔다가, 시계를 살펴보고는 애써 그것을 도로 삼킨다.

 

" ...시간이 없으니 넘어주겠다. 속행한다! 실시 ! "
" 시, 실시.. ! "

 

어리버리한 그 병사가 다시금 열에 합류해 열심히 걸레질을 시작하자, 그제서야 주변이 아까 전과 같이 흘러감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정도 청소가 마무리지어진 뒤에서야, 병졸들에게는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증류해서 얻은 물과 딱딱한 군용 빵. 그리고 흡사 배변물처럼 보이는 구린 빛깔의 죽이 배급되었다.
다른 군대도 그렇듯이 이 함대의 병졸들 사이에도 끼리끼리 어느정도 그룹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몇명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하는것은 별난 일이 아니다....만.

유독 덩치가 작은 세 병사들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제국군복을 입었음에도, 쪼그라 앉아 모여있을 걸 보자니 아기자기해 보이기까지 한다.

 

" 이거.. 생긴 것에 비해 맛이 좋슴다 ! "
" 그러네. 왕국군에게 지급되던 군용 비스킷보다는 나을지도... "
" 미호짱..! "
" 아?"

 

무의식적으로 왕국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낸 미호는 스스로 자기 입을 덮는다. 허겁지겁 죽과 빵을 입 안으로 담아대는 아카네와 나머지 한명, 시마무라 우즈키. 이렇게 셋은 대양 너머 남쪽의 땅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함선에 밀항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제국군 함대의 눈을 속여 병사로 잠입하는데 성공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우연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리고?만약에 들키기라도 한다면 이대로 망망대해에 물고기 밥으로 던져진다는 것 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조심스러워 해온 것이다.
우즈키는 일단 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딱딱한 빵을 벌어지지도 않는 입을 애써 벌려 베어 물었다.

 

" 오고고고..오고고~! ( 안 먹어져요...안빠져요~!) "

 

이빨이 빵껍질을 뚫고 박힌채 베어물릴 생각을 않는다. 흡사?사암 덩어리를 씹은듯한 감각.
볼 안에 먹을걸 잔뜩 집어넣고 다람쥐마냥 뺨을 부풀린 아카네는 우즈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슬며시 다가가 턱을 툭 올려친다.

그러자 나무조각 부러지는 소리같은게 나며 이빨과 맞닿아 있던 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그녀의 턱은 다시 자유를 되찾는다.
직후, 빵의 단면을 씹을 때 마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실감나게 구강에서 울려퍼지며, 턱에 피로가 쌓여간다. 그러다가 충분히 잘게 빻은 빵조각을 목구멍 너머로 물과 함께 넘기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 우즈키.

 

" 이가 아파요.. 으으."
" 며칠을 더 가야하는지 모르니 힘들더라도 먹어야죠. "
" 곧 있으면 점심시간도 끝이네. 오늘 오후작업도 갑판 청소려나... "

 

한숨을 내쉬는 미호. 아까 전 오전 작업중에 발이 미끄러져 열을 벗어나 눈에 띄었던 병사가 바로 그녀였다.
평범한 병사의 입장에선 그저 찍힌 사람정도겠지만 병졸로 위장하여 밀항하고 있는 일행에게 있어선 크나큰 실책이었다.

 

" 걱정 마요..! 별 일 없을거에요."
" 그렇지요! 무려 사흘이나 버텼잔슴까. 앞으로도 무난할겁니다 ! 상륙하면 곧바로 제가 둘을 안고 뛰면 문제없... "

 

삐 --------------------------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얕고도 긴 사이렌 소리가 퍼지고, 분주한 움직임들이 진동을 통해 그녀들이 모여앉은 곳 까지 전해진다.
세 명의 소녀는 취식하던 음식물들을 바다에 투척해버린 뒤 빈 그릇과 컵을 들고 갑판으로 뛰어간다.
갑판에 모인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 부동 차렷자세로 서있었고, 세 사람이 미묘하게 구멍난 곳 같은 열의 가장 뒷 부분에 줄맞춰 서게되자 그제서야 열이 완벽하게 갖춰진다. 사흘 째 이어지는 항해 속에서 제국군 제 3함대 기함의 시커멓고 웅장한 선박 위에 병졸들이 열맞춰 서있는 모습은 항해중이 아니라 흡사 기념일 열병식을 보는것 같이 정결하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의 열 앞, 한 칸 높은 난간 위에 몇개의 훈장이 달린 검은 군복을 입은 이가 올라온다.
척 보기에 30대 중후반즈음으로 추정되는 여인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열을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 오늘은 제군들이 고향을 떠나온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묘역(墓域)까지 도착하기도 나흘 가량이 남아있지...오늘도 우리는 이 가혹한 생명의 어머니 바다위에서 무탈하게 반나절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땅과 멀어질 수록 위협이 가까이 다가올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니 우리는 대비에 만전을 기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함을 명심하 ─── "

 

 

 

 

 

 

 

 

 

 


쿵 !

 

 


저 너머에서 큰 폭음과, 그에 동반되는 물결소리가 함대장의 오후 연설을 가로막는다.
함대장은 말이 가로막힌 탓에 눈쌀을 찌푸리기보다, 폭음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옆에 있던 부하장교의 망원경을 잡아들었다.

 

" 방금 그건 포탄 소리이지 않나? 크라켄 출몰 지역까진 족히 하루는 더 가야될텐데... "
" 하, 함대장님 ! 북서쪽.. 4함대 방향입니다 ! "

 

함대장이 망원경을 장교가 말한 방향으로 돌려보니.. 4함대 소속으로 보이는 군함 중 하나가 바다속에서 튀어나온 촉수에 붙들려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폭음의 원인은 아마도 해당 선박의 함포로부터 나오고 있는 연기로부터 쉽게 추정해낼 수 있었다.

 

" 즉시 휘하 모든 함선에 신호를 보내라! "
" 네! "

 

망원경을 돌려받은 부하장교는 여인의 명령을 하달받고 흔들리는 선박위로 능숙하게 뛰어나간다.
정렬되어 서있던 병사들은 함대장쪽을 바라보고 있던 탓에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해 술렁거릴 따름. 거기에는 세 소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 크라켄이 나타났다! 각자 위치로! " 

분위기를 바로잡는 함대장의 쩌렁쩌렁한 고함에, 병사들이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분주하게 흩어진다. 함대장의 행동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주머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마석을 꺼내어 뭔가 중얼이는 것까지 이어진다.
중얼임이 끝나자, 마석위쪽으로 작은 홀로그램이 떴다.

 

"제독님, 크라켄이 나타났습니다. "

 

[ 상황은?]

 

홀로그램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 바바 코노미는 예정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상황에 대해 침착하기 그지 없다.

 

" 4함대 행렬의 중간위치 함선과 조우, 교전중입니다. "

 

[ .....알았다. 내가 전 함대에 통보할테니?만반의 태세를 갖추도록. ]

 

 

 

묘역으로 가는 항로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린다.

바다 아귀라고 불리우는 육식성 생물과, 바다의 포식자 리바이어던.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위협적이며 인간에 대해 적대적인 해상생물을 말하자면 단연코 크라켄이라 할 것이다.
단일개체 만으로도 어지간한 군함도 좌초시켜버릴 만큼 무식한 크기와 함을 자랑하는 이 깊은 바다의 무뢰한은 여려모로 점점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최근 크라켄의 위험도를 더더욱 올리는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단일개체. 많아봐야?3~4마리가 집단을 이루는 정도가 전부였던 크라켄이 10 마리 이상의 대규모(크기적인 의미 포함)무리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
두캇이나 기타 해상국가의 탐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포식자인 인간과 맞서며 발달한 지능의 결과물이라고 늘어놓지만 뚜렷한 원인이나 이유는?알려져 있지 않다는게 현재로선 전부이다.

그리고 그 이상징후는 여지없이 제국군 함대의 항로를 가로막는 크라켄에게도 적용되고 있었다.
병사들이 떨어진 자리에서는 거대한 두족류의 발들이 기어올라와 선박에 들러붙어 흔들어댔다.
갓 식사시간이 지날 무렵인 탓에 풀려있던 군기와, 예측 위치보다 아득히 동떨어진 지점에서의?군함은, 급작스레 솟구쳐 올라 둘러싸는 크라켄의 습격에 무방비하게 갑판을 내주고 만다.

자리를 잡아가는 병사들이, 돌연 크게 기울어지는 배의 균형에 대처하지 못하고 이리구르고 저리 구른다.
병졸들이 휘청거리다가 몇몇은 바다 속으로 떨어지고, 다시 올라오지 못한다.

 

" 준비되는 대로 발사해라 ! 촉수들을 떨쳐내야되 ! "

" 우아아아... 아우아아..! "

 

그 난리 속에서 시마무라 우즈키는 선박 난간에 방지대를 꼭 부여잡고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제 아무리 아이돌이라고 해도, 흡사 천지가 통째로 뒤집힐것만 같은 격렬한 요동 속에서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직 히노 아카네만이, 흔들리는 균형 속에서 절묘하게 스텝을 맞춰가며 비교적 여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 두 사람 모두 꼭 붙잡고 계십쇼! "

 

평균대 위로 곡예를 선보이는 체조선수처럼 아슬아슬 해 보이면서도 재빠른 발걸음은 미호와 우즈키에게 닿는다. 곧이어 두 사람을 집어든 아카네는 망설임 없이 갑판을 질주해 올라가 촉수와 함교 사이의 아슬아슬한 빈 공간 사이에 둘을 내려놓는다.
그 사이에 배는 절반가량 기울어 있었고, 아카네와 일부 병사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기울어진 경사에 쓸려내려가 입수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으리란걸 거깄는 모든 이들이 알았다.

 

" 배가 전복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화약과 총탄을 모두 퍼부어라! "

 

함교에서 나와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으며 함대장인 여인은 병사들에게 외친다. 발포소리가 울리며 크디 큰 촉수를 감싼 두꺼운 표피에 실없이 박힌다. 총탄이 박힌 부분으로부터 농밀한 혈액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흘러나오고, 동시에 크라켄의 다른 여러 촉수들이 날뛰며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한다.

 

" 자리를 뜨지 마라! 우리의 공격이 통ㅎ-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말마디와 함께 하급 장교의 몸이 저 너머로 붕 떳다가 물 속으로 떨어진다. 고통에 몸겨워 휘젓는 촉수는, 그저 선박을 밀어 넘어뜨리려 하던 때와 위험도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배는 다시 정상의 각도로 돌아오다가, 무언가 크고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어중간하게 기울어진 채 멈춘다.
크라켄쪽에 웅크려 있다가 촉수의 난장판에서 살아남은 병졸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아래를 보더니 혼비백산해 함교와 가까운 쪽으로 뛰어간다.

 

" 크라켄의 몸통이 우리 함선 하부와 닿은 듯 합니다! "
" 뭘 꾸물거리는거냐! 어서 사격해라! 녀석을 밑창에서 쫓아내!! "

 

또 다른 장교가 병사들에게 강한 어조로 사격을 명령하니, 갑판에 어중간하게 미끌어져 버티고있던 이들이 아직 휘감음을 풀지 않은 촉수쪽으로 다가간다. 이대로 바다위에 둥둥 떠다니다가 크라켄 먹이가 되는 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함선에 들러붙은 거대문어를 쫓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

히노 아카네도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생각을 하며 몸을 놀린다. 이대로 물에 빠졌다가 다른 함선에 의해 구조된다고 하면 들킬 가능성 역시 다분했기에, 지금은 제국군을 도와 크라켄을 물리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겨진다.

 

그녀의 몸이 일순간 병졸들의 사이에서 사라지더니 촉수 하나가 [털퍽!] 끈적하 소릴 내며 갑판에서 떨어진다.

깊게 파여들어간 빨판부분에 있던 아카네의 몸은 다시금 눈 감았다 뜬 사이에 없어지고, 이번엔 바로 옆에 갑판을 감싸던 것이 붕 떳다가 물 속으로 들어간다.

 

" 유카씨한테 배운 가라테가 도움이 되는군요 ! 흐랴아 - ! "

 

우렁찬 기합과 함께, 끈적하고 깊은 타격음이 말 그대로 몇번인가 '터지더니' 뱃머리를 감싸고 돌던 두꺼운 촉수가 우그러지며 힘의 반동으로 떨어져 나간다. 

 

 

'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지금 이 사이에, 최대한 빠르게 끝내지 않으면... ! '

 

 

 

.

.

.

 

한 편, 제국군 남해 선단 제독함대.

 

" 선두의 3, 4 함대가 크라켄과 교전중. 각 함대의 기함에 집중적으로 노려지는 걸로 관측됩니다. "

 

" 공격받는 기함 주변 함선의 연락에 따르면, 크라켄들이 선체에 들러붙어 있는지라 지원이 어렵다고 합니다. "

 

" 제독님, 즉시 함대열을 바꿔야 합니다. "

"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제독, 소규모 지원선을 급조해 보내는건 어떨런지요? "

" 미친소리! 작은 선박을 보냈다간 혹여 또 있을 다른 크라켄들의 표적이 될 뿐입니다! "

" 그러면 그쪽엔 뾰족한 수가 있단 말이오?! "

" 제독님.. 제 생각으로는 - " 

" 제독님 - "

 

제각각 의견을 표출하는 고위 장교들과 그들 한가운데 유독 키작은 여인의 모습이 대비된다.

 

그리고, 그런 침묵을 유지하는 제독의 뒤쪽으로 털달린 망토를 두른 금발의 형상이 다가온다. 제독은 그 인기척을 알고서 곧바로 뒤로 돌아 경례를 취한다.

 

" 내가 가지. " 금발의 여인, 아야세 에리는 입을 열었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에리의 한마디에 장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그저 동요감 서린 눈으로 처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뮤즈의 일원이자, 황제를 제치고 실질적 군수통수권자인 그녀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말 그대로 하늘의 뜻에 비할 정도였으니 당연지사.

 

"  쪽배 하나만 준비해줘. 발판으로 쓸거니까. "

 

자기 할 말을 마쳤다는 건지 그대로 그녀는 털이 수북한 망토를 휘날리며 함교 밖을 나선다. 문 밖으로 나서자마자 포화와 파도소리가 뒤섞인 시끄러운 화음이 귓가에 멤돈다.

 

각자 임전태세 만반인 제독함대의 병졸들은, 에리의 발걸음만이 들리는 갑판 위에서 조용히 그녀의 자태를 발치에서 처다보고만 있을 따름이다. 제독의 연락을 받은 하급장교가 도하시킨 쪽배가, 선박의 밑창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사람없이 넘실거린다.

 

갑판의 끄트머리에 선 아야세 에리는 사뿐하게 아랫쪽의 배 위로 착지하더니, 들고있던 긴 철봉을 뻗어 반즈음 물 속에 담군다.

 

 

" 그럼, 회복한 뒤 처음으로 실전인가? 아무렴. "

 

혼잣말을 중얼이다가, 이내에 미소를 드리운 에리의 모습은 어딘가 들떠보였다.

 

그리고 선박도.. 어디서 솟구친 지 모를 빙하를 벗삼아, 가공할 속도로 대열사이를 지나 격전지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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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2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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