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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미키「생생함까!? 썬데이! 몰카 특집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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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3, 2017 00:17에 작성됨.

 

https://youtu.be/HkK7vJxeT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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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 대의 카메라들이 하루카와 미키를 침묵 속에 응시한다.

하루카는 문득 멍하니 방송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보았다.

검은 유리알 위에는 놀랍도록 선명하게 그녀의 얼굴이 비쳐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검게 만들어진 거울 같다고, 하루카는 잠시 생각했다.

 

스탭1 「원 투 마이크 테스트.. 문제 없습니다!」

 

스탭2 「오케!.. 하루카씨랑 미키씨도 이상 없죠?」

 

하루카, 미키 「옙!」「그런거야!」

 

스탭2 「그러면 녹화 들어갑니다.. 시작!」

 

하루카「안녕하세요~」 미키 「하이~나노!」

 

미키 「어? 근데 하루카, 뭔가 이상한거야! 

다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그리고 왜 오늘은 다른 스튜디오인거야?」

 

이미 대본과 사전 체크를 통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고양이 새끼마냥 고개를 갸웃하며 천연덕스럽게 묻는 미키의 모습에 하루카는 제법 감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루카 또한 제법 자연스럽게 대사를 이어나갔다.

 

 

하루카 「후후..왜냐면 오늘은 생생함까!? 선데이 1주년 특집이기 때문이라구! 특집이에요 특집!

바로 또다시 돌아온 하루카의 몰래 카메라 특집!

몰래 카메라 특집을 위해 스튜디오도 몰래 비밀 기지로 바꿨다구?」

 

미키 「우우..하루카 속여먹는거 진짜 잘하는거야!」

 

하루카 「헤헷 그래도 재미있는걸? 」 (웃음소리)

 

미키 어? 그러면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인거야?」

 

하루카 「바로.. 히비키짱이라구! 히비키짱!」

 

하루카와 미키 뒤의 거대한 모니터 위로 히비키의 얼굴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히비키는 타카네와 함께 꽤나 진지하게 가짜 길거리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미키 「몰래카메라! 재미있겠다노! 그런데 무슨 몰래카메라인거야?」

 

하루카 「후훗. 최근에 히비키가 하루카의 몰래 카메라에 꽤나 많이 당했잖아, 미키?」

 

미키 「응! 그래서 슬프게도 불신이 엄청 심해졌다죠!

어제는 미키가 주먹밥을 줬는데 마미한테 먹였다구? 정말 슬펐던거야!」

 

하루카 「그런데?」

 

미키 「사실 와사비 주먹밥이였어.」(웃음소리)

 

하루카 「흠흠..어쨌거나, 그래서 이번에는 속이는 역할을 줬다구?」

 

미키 「응? 하지만 주인공은 히비키라며?」

 

하루카는 곧 놀라 자빠질 히비키짱의 얼굴을 잠시 상상하다가,

웃음이 터져나올려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는 말을 이었다.

 

하루카 「하 지 만! 사실 이중이라고?」

 

하루카 「이제 길거리에서 히비키는 우리가 신호를 보내면 거짓으로 넘어질꺼야.

히비키짱은 타카네가 다가오면 자기가 타카네를 깜짝 놀래키는 역할로 알고 있다구?」

 

미키 「하지만?」

 

하루카 「후후..하지만 타카네는 다가오다가 그만 차에..끼이익!

물론 몰래 카메라지만 후후..」

 

미키 「와우! 꽤나 무서운 이야기인거야!」

 

잠깐 동안, 하루카는 그저 대본에 불과한 미키의 말을 조금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친한 친구가 죽는다는거, 몰래 카메라 장난에 불과하다지만 제법 잔인한 일 아닐까?

하지만 하루카는 상념에서 곧바로 벗어나 적당한 타이밍에 미키의 말을 이어주었다.

 

하루카 「헤헷, 다들 병원에서 깜짝 놀라게 될 히비키의 얼굴을 기대하라구?」

 

2.

제법 한산했던 거리는 어느새 알음알음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가운데로 마치 물결을 가르는 모세처럼,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키가 크고, 은발인 쪽의 이름은 시죠 타카네.

그보다는 작고 제법 까무잡잡하고 귀여운 인상은 가나하 히비키.

둘 다 765 프로의 간판 아이돌들이였다.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제법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완벽한 프로 아이돌을 지향하는 히비키는 그만큼이나 제법 노련한 축에 속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히비키 「다들 만나서 반갑다죠!」 (~와아!!)

 

하지만 그것보다도, 히비키가 신경쓰는 것은 적당한 '타이밍'이였다.

그녀는 타카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적당히 보폭을 늘려가며 거리를 벌려나갔다.

이제 연예뉴스 리포터가 몰래 신호를 보내면,

그녀는 넘어져서 크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자신이 넘어져서 크게 다친 줄 알 터인 타카네의 표정을 상상하니

히비키로써는 그냥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내기 힘들 정도였다.

 

...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이, 지금 생생함까!? 썬데이!! 스튜디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히비키는 절대로 모르겠지?

심지어, 그녀 주변의 사람들조차 섭외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영상이 스튜디오에 나오는 줄도 모르고,

히비키는 꽤나 경망스럽게도 키득거리며 연예뉴스 리포터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히비키 「키키, 이제 조만간 자신은 넘어질 거다죠!

그러면 타카네 엄청 놀라서 쫓아올꺼야!

타카네에겐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미안 타카네.

그래도 방송 재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죠!」

 

아무것도 모르고 열의를 불태우며 똘망똘망한 푸른 눈동자를 빛내는 히비키의 모습에,

하루카와 미키는 오래간만에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

765 프로의 아이들에게 있어 히비키란 그런 존재였다.

그 순진함과 귀여움으로 언제든 아이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태양 같은 친구.

 

미키 「왠지 히비키에게 미안한거나노!」

 

하루카 「..히비키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미안 히비키.

크크..그래도 방송 재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거라구?」

 

스튜디오 중계 화면 속에서, 마침내 히비키가 횡단보도 위에서 거짓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사전 계획된대로, 제법 떨어진 타카네가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간다.

저 반대편에서는 사전 섭외된 스테프 차량이 제법 속도를 올려서 다가오고 있다.

섭외된 사람들은 계획대로 횡단보도 중간에 몰려와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하루카 「이제..곧 시작이라구?」

 

ㅡ끼이익!

 

차량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타카네 근처에서 멈춘다.

넘어진채로 다리를 안고 시늉하던 히비키가 깜짝 놀라서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키자

하루카와 미키는 그 순진한 모습에 또 웃음을 터트린다.

 

화들짝 놀란 히비키가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든 지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사이,

특수분장 담당자들이 몰려와 바닥에 드러누운 타카네의 얼굴과 몸에 피칠을 그린다.

바닥에 누운 타카네가 또 다른 카메라를 향해 V자를 날린다.

 

미키 「타카네 연기 잘하는거야!」

 

사전 계획대로 가짜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타카네를 후송대에 옮겨 싣는다.

세상 다 잃은 듯이 망연자실한 채로 말을 잃어버린 히비키의 표정에 

하루카는 또다시 일말의 죄책감과 함께, 속인다는 것의 짜릿한 쾌감과 즐거움을 만끽했다.

 

하루카 「그러면 병원으로 가보자구요!」

 

 

3.

몰래카메라 녹화를 들키지 않기 위해, 구조 요원들로 위장한 스태프들은 소형 카메라만을 사용해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히비키의 얼굴을 가득히 뒤덮은 끝도 없는 절망을 담기에는 충분했다.

간간히, 절실하게 기도하거나 혹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 흘리면서 자책하는 히비키의 모습에 하루카는 마음이 살짝 쿡 쑤시는 느낌을 받았다.

 

뭐, 그래도 곧 끝날 꺼니까.

 

스튜디오의 화면은 어느덧 가짜로 마련된 수술로 옮겨가 히비키에게 사과 메세지를 말하고 있는 타카네를 비추고 있었다.

 

타카네 「히비키..실로, 사죄드립니다. 저 또한 친우를 속인다는건 가슴아픈 일이나 (미소)

이번만큼은 그저 몰래 카메라이니까요.」

 

하루카 「타카네, 들려?」

 

미키 「이제 히비키를 놀려줄 차례인거야!」

 

타카네 「후후..드디어 기다렸던 시간이 찾아왔군요.

과연 히비키는 어떤 표정을 지어주실지..실로 궁금합니다.」

 

분장용 피로 얼룩진 타카네가 복장 그대로 가짜 수술실에서 나와 히비키가 대기 중일 휴게실로 향한다.

피로 얼룩진 점을 빼고는 평소의 그녀답게 우아한 자태에 걸음걸이였지만,

웃음만은 참을 수 없었는지 씰룩이는 그녀의 입술이 화면 그대로 잡힌다.

 

하루카와 미키는 또 그 모습을 보고 빵하고 터져버린다.

여기까지는 훈훈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이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하루카, 미키 「하나..」

 

타카네 「이제, 들어가보도록 하죠.」 ㅡ똑똑

 

하루카, 미키 「둘!..」

 

하루카, 미키 「셋!」

 

타카네 「이얍! 히비키, 제가 왔습니..」

 

텅 빈 휴게실.

히비키가 있어야 할 쇼파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싸늘한 바람이 타카네의 머리결을 흩어놓는 모습에,

하루카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늦저녁 어둠과 같은 불길함과 섬득함을 느꼈다.

 

그리고 뒤늦게 들리는, ㅡ퍽

무언가 터지는 짧고 묵직한 소리.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병원 앞 공원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창문이 활짝 열린, 휴게실 바로 아래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는지, 타카네는 바로 휴게실을 벗어나 바깥으로 달려갔고,

스태프들은 조심스레 카메라를 창문 쪽으로 비춘다.

그리고는 화면을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하루카는 공포 속에 입가를 두 손으로 막아버렸다.

 

알록달록한 이쁜 벽돌들로 만들어진 병원 앞 공원의 길가 위에 선명한 붉은 액체가 퍼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사지가 끔찍한 각도로 꺾여져버린 히비키의ㅡ

 

하루카 「꺄악!!ㅡ」미키「히비키!」

 

스태프 「빨리 화면 전환시켜! 빨리!」

 

 

3.

하루카와 미키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엔,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망연자실해 하는 타카네와 그런 그녀를 다독이는 프로듀서 뿐이였다.

히비키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을 발견한 프로듀서가 원망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프로듀서 「..왔구나.」

 

프로듀서 「히비키는..혼수 상태야. 머리가 완전히 깨져서..

가망이 없데.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될 것 같다.」

 

타카네 「다..다 제 잘못입니다.

비록 거짓이였다고는 해도 히비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으니..저도 마땅히 책임을 저야..(중얼)」

 

프로듀서 「...」

 

프로듀서 「..왜 그런 거짓말을 한거니..」

 

하루카 「그, 그건 그냥 바, 방송이였는데..(울먹)」

 

미키 「미, 미키는 책임 없는거야!

나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서, 설마 미키 감옥 가야 하는거야 그런거야? (패닉)」

 

하루카 「...」

 

하루카는 말 없이 타카네의 옆에 나란히 앉았고,

이따금 초조하게 수술실만을 바라보다가, 검지로 관자놀이를 쌔게 누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루카가 긴장했을 때 때때로 나오던 오랜 버릇이였는데,

이번만큼은 터질 듯이 세차게 요동치는 가슴이 조금도 진정되지 않았다.

숨이 가빠와서 이제는 호흡조차 막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 「미, 미키는 잘못 없는거야. 다, 다 하루카가..미키는 잘못 없어 그렇지? 응 그렇다고 말해봐 응?」

 

하루카는 대꾸할 힘조차 느끼질 못했다.

다만 쥐어짜듯 누르는 관자놀이의 고통에 집중하며,

제발 히비키가 무사하게 일어나게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히비키짱, 제발 다시 일어나줘 제발.

내가 대신 떨어져도 좋아. 제발 다시 일어나줘 제발 제발 제발..

 

마침내 수술실에서 히비키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나왔는데,

비닐 장갑에 흥건히 묻어 흘러나오는 피의 흔적이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프로듀서 「의, 의사선생님! 히비키의 수술은!..」

 

의사 「....」

 

의사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뇌가 많이 손상되ㅡ」

 

타카네「그, 그럴리가 없어요! (버럭)」

 

이때껏 침묵을 지키던 타카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사에게로 달려들었다.

프로듀서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타카네는 의사의 피 묻은 의사복을 잡고 늘어지며 흐느끼듯 애원했다.

 

타카네 「..거짓말이야! 거짓말..살려내! 살려내라고ㅡ!」

 

의사 「죄송합니다..」

 

타카네 「....」

 

타카네 「다, 다 거짓말이야..거짓말입니다..킥킥..」

 

손아귀를 힘없이 떨군 타카네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 모습이 못내 걱정되어 붙잡은 프로듀서의 팔조차도 강하게 뿌리치고는,

타카네는 마지막으로 하루카를 증오인지 서글픔인지 모를 눈빛으로 마주보고는

이내 휘청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어디론가로 걸어나갔다.

 

프로듀서 「..미키?」

 

미키 「미, 미키 잘못 아냐 미키는 잘못한게 없어요 미키는 정말로 (패닉)」

 

프로듀서 「미키!(버럭)」

 

미키 「프, 프로듀서?」

 

프로듀서 「..타카네를 따라가라. 지금 당장!」

 

미키 「아, 알겠는거야!」

 

프로듀서 「..하루카. 잠깐만 앉아서 기다려줄래?

사무소에 경과 보고하고.. 여러가지 정리해야될게 좀 많을 것 같다..」

 

하루카 「...」

 

프로듀서가 자리를 떠난 후에도,

하루카는 말 없이 복도의 대리석 바닥만을 멍하니 응시했다.

 

4.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하루카는 매끄럽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복도 천장의 LED 등이 깜빡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플래시백처럼 깜박이는 형광빛의 자극에 하루카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제서야 하루카는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자야 그렇다 치더라도, 

텅 비어버린 복도에는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깜빡이는 불빛 아래, 싸늘한 적막함ㅡ

그리고 저 멀리 복도 끝을 악성 종양처럼 잠식한 불길하기 그지 없는 어둠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였다.

순간 잘못 본 것일까.

 

어둠 속에서, 무언가 ㅡ씩 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많은 날카로운 송곳니들로 가득한 무엇인가가.

하루카는 냉랭하게 감도는 초가을 밤의 추위만큼이나 싸늘한 소름이 전신을 감도는 것을 느꼈다.

 

공포에 사로잡힌 하루카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 순간ㅡ

 

ㅡ복도가 일제히 암전되었다.

 

하루카 「꺄악!」

 

겁에 질려버린 하루카는 거의 직감적으로 자신의 옆 자리에 둔 스마트폰을 상기해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왼손을 뻗어 더듬더듬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훝어 올라갔다.

대기석 줄의자의 거친 직물 감촉이 손가락을 스쳐 지나간다.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무 등결 같이 거칠고, 한겨울 얼음만큼이나 차가운 무엇인가.

무엇인가 차갑고, 끈적이는 액체가 어둠 속에서 그것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려

하루카의 손가락 끝을 적신다.

하루카가 공포 속에서 손을 떼자

 

그것이 하루카의 손목을 붙잡는다.

 

하루카 「꺄아악!!」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난 하루카의 등 뒤로 무엇인가 부딛힌다.

압도하는 공포 속에 주저 앉은 하루카의 어깨를 무엇인가 치고 지나간다.

얼음장만치 냉랭한 손길이 하루카의 머리결을 쓰다듬는다. 어깨를 스친다.

공포 속에 두 눈을 질끈 감은 하루카의 주변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중얼거림이 복도를 가득 메운다. 소리가 점차 뚜렷해진다.

그것들은 이제 하루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무너지기 직전의 남은 이성과 제정신을 긁어 내리는 그 목소리에

하루카는 새된 비명을 지른다.

 

하루카 「제발 그만!!」

 

소리가 사라졌다. 눈을 뜨자, 복도의 빛은 다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수술실의 문이 열려 있었다.

 

텅 빈 수술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기묘하리만치 조용한 적막감과 어둠 가운데

창백한 수술대의 조명 아래 피에 젖은 주인 없는 수술대만이 놓여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하루카가 공포 속에 두 입을 틀어막았다.

또각 또각 또각ㅡ 둔탁한 구두 소리가 들려온다.

압도적인 공포와 긴장 속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금이 저려온다.

 

「하루카」

 

하루카 「꺄악!!」

 

히비키 「우갸악! 하루카! 자신이다죠! 괜찮다구 괜찮아!」

 

하루카 「사, 살려 제발 살려ㅡ」

 

히비키 「하, 하루카가 이상하다죠! 도와줘 푸로두샤! 타카네, 미키! 얘들아!」

 

하루카 「사, 살려줘요..(뚝뚝)..」

 

스태프 「하루카씨 방송입니다 방송!」 프로듀서 「하루카! 진정해라!」

 

하루카의 주변으로 765 프로의 동료 아이돌들이 몰려든다.

다들 심각하게 당황한 눈치다. 

아직도 경기를 일으키는 하루카를 안고 나서야,

하루카는 간신히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루카 「프..프로듀서?」

 

프로듀서 「미안하다. 사실 역에 역 몰래카메라였어.

사실은..오늘 주인공은 너였다 하루카. 하도 몰래 카메라가 많다보니 얘들이 다 같이 특집으로 몰래 기획한 건데..

다 가짜야. 히비키도 멀쩡하고, 사고 같은 것도 없었어.

도로에 떨어진 건 히비키가 아니라 가짜 인형이였어. 사람들까지 다 치밀하게 섭외한 가짜 연기자들이였고.」

 

하루카 「다..다행이다.」

 

그제서야 하루카는 안도 속에서, 흐려지는 의식 속에 찾아오는 어둠의 안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 하루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왼손 팔뚝에 묻은 선명하고 검붉은 색의 피로 찍힌 손자국이였다.

.....

 

엔딩.

잘은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저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고 합닌다.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너무 많이 놀랐었으니까요.

 

눈을 떠보니, 히비키랑 미키랑 타카네랑 치하야랑 다른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히비키와 미키가 구슬 같은 눈물을 두 뺨 위로 흘러보내면서

제 침대 이불보를 적셨습니다.

 

히비키 「우앙!..미안하다죠, 자신 하루카가 그렇게 쓰러질 줄은 몰랐는데..우아앙!」

 

미키 「미안한거야! (훌쩍) 다시 몸 추스르고 일어나면 특제 주먹밥 만들어서 줄 꺼니까ㅡ」

 

주변에 모인 아이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한동안 다들 바빴을 텐데, 좋은 일도 아니고 이런 일로 다시 모이게 하니 마음이 미안하지만서도

다들 오래간만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니 못되게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제 딴에 농담을 던져 봅니다.

 

하루카 「미키의 주먹밥이라면 사양인데 헤헷.」

 

미키 「하루카! 괜찮은거야? (미소)」

 

하루카 「응.」

 

그때, 약간 손목이 시큰거렸습니다.

왼손이였습니다.

그때 정말 무서웠는데. 그 소리..차가운 손아귀.

그것은 히비키의 것이였겠지?

 

하루카 「히비키. 그나저나 와..나 진짜 깜짝 놀랐었다구?」

 

히비키 「응? 뭐가?」

 

하루카 「아..헤헷. 히비키가 갑자기 불 꺼지고 나서 내 손목 붙잡았을 때 말야.

그 감촉이 진짜 이상하고 야리꾸리해서 정말로 소름끼쳤다고?」

 

히비키 「...응?」

 

히비키 「무슨 소리야?」

 

히비키 「..자신,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그 순간, 저는 그 때와 똑같이 소름이 몸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히비키의 대답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보아버렸습니다.

저는 시선을 애써 돌리고는, 최대한 밝게 미소지으며 히비키에게 대답했습니다.

 

하루카 「응..농담이야. 농담이라구? 헤헷」

 

하지만 저는 이미 보아버렸습니다.

 

병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검붉은 무엇인가 번들거리는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가득한 무엇인가가 씩ㅡ 하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말라 비틀어진 손가락을 들어 올려 송곳니 가득한 흉측한 입 앞에 세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검은 어둠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어요.

그것이 미소짓습니다.

가느다란 바늘 같은 송곳니들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습니다.

 

「ㅡ쉬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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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또 이런 공포물로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다들 즐거운 추석 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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