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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49 -제3보육원-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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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30, 2017 08:40에 작성됨.

U149 -제3보육원- 上: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1213

 

3.

“다들 주목!”

 

 누나와 전화를 끝내고는 아이돌들을 집합 시켰다. 다들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궁금한듯 아까부터 이쪽을 신경쓰는게 눈에 보였다. 아닌 척 해도 다 드러난다고.

 

“에~ 아까도 소개 했지만 이쪽은 미나쨩. 6살이고 내 조카야. 부모님에게 비밀로 하고 나를 찾아온 모양인데 미나쨩의 부모님도 지금은 일 하는 중이라 바로 데리러 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내가 미나쨩을 돌보기로 했는데… 아쉽게도 나도 지금부터 제1예능과로 일을 하러 가야돼. 그.래.서! 오늘 하루 미나쨩을 돌봐줄 ‘멋있는 언니!’ 역할을 해 줄 멤버를 뽑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반응은 가지각색.

 

“결국 자기 대신 꼬맹이를 돌봐달라는 거잖아?”

“아니아니. 너도 꼬맹이잖아.”

“뭣?!”

 순식간에 의도를 간파하는 리사와 거기에 태클을 거는 하루. 하루는 연하의 여자아이와 잘 어울리지 못 할 것 같고, 리사는 의외로 잘 챙겨줄 것 같지만 나중에 이걸 이유로 엄청 볶일 것 같다.

 

“카오루가 언니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니나도 별로 자신 없는 거에요.”

“코하루도 효군이랑 노는 건 잘하지만 미나쨩은 이구아나가 아닌걸.”

 

 카오루, 니나, 코하루는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이쪽은 미나쨩의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언니 역할을 하기에는 조금 불안할 걸.

 

“사정은 딱하지만 저도 동생을 돌보는 건 자신이 없사와요. 치에 씨 라면 잘 할 수 있는 게?”

“에엣! 치, 치에 모두와는 언제나 같이 있어서 말 할 수 있지만, 미나쨩이랑은 오늘 처음 만나는 걸. 잘 말 할 수 있을까…”

 

 모모카와 치에가 거절하는 건 치명적인데…큭! 확실히 모모카는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동료들의 모범이 되는 역할이고 치에는 낯가림이 심해서 무리일 수도 있겠다. 그럼 남은 사람은…

 

“저… 타치바나 씨? 언니 역할 부탁드려도 될까요?”

“거절할게요.”

 

 쿨하게 단칼.

 

“거기를 좀 어떻게든… 타치바나라면 쿨하고 멋진 언니 역할 할 수 있잖아?”

“어린애 대하듯이 입발린 소리는 그만둬주세요. 좀 더 거래처 대하듯이 정중하게 하면 고려해 볼게요.”

“정말 죄송합니다만 타치바나 씨. 이번에는 부디 저희 미나쨩을 부탁드립니다.”

“거절할게요.”

“결국 거절이냐?!”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거절하는 건 저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어서에요.”

“응?”

 

 아리스의 말에 의문을 표한다. 어울리는 사람이라니 다들 거절하고 이제 남은 사람은 아리스 밖에…

 

“아!”

“이제 깨달았나요? 정말 프로듀서 실격이에요.”

 

 드디어 깨닫고 외마디를 지른 내게 아리스가 한심하다는 눈을 한다. 그러고보니 있었다 이중에 유일한 언니가.

 

“미리아 씨. 여동생이 있죠? 미나쨩의 언니 역할 해보는게 어때요?”

 

 아리스의 말에 아까부터 묘하게 조용히 있던 미리아가 활짝 웃는다.

 

“응! 미리아가 할래!”


 

4.

“그럼 미나쨩 삼촌은 이제 일하러 가야하니까 그동안 미리아 언니 말 잘 듣고 있어야 돼?”

 

 프로듀서가 코알라 처럼 붙어있는 미나쨩을 떼어내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응…”

 

 미나는 프로듀서 옆에서 전부 듣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납득해줬다. 물 먹은 종이 처럼 축 늘어진 모습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괜찮아! 미리아가 옆에 있어줄 거니까!”

 

 불쑥 옆에서 나타난 미리아가 미나의 손을 꼬옥 잡는다. 아직은 낯선 미리아의 적극적인 스킨쉽 때문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히는 미나쨩.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한 프로듀서는 발걸음을 옮긴다.

 

“오! 그럼 미리아만 믿고 다녀올게!”

“응! 다녀오세요~ 미나쨩도 같이 다녀오세요 인사 하자!”

“....다녀오세요..”

 

 미리아가 잡고 있는 반대쪽 손으로 바이바이를 하는 미나를 뒤로 하고 프로듀서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프로듀서가 나가고 이제는 닫혀버린 문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미나의 오른손을 미리아가 꼬옥 쥔다.

 

“미나쨩 걱정하지마! 프로듀서는 금방 돌아올 거고 프로듀서가 없는 동안은 미리아가 옆에 있어줄게.”

“괜찮아요. 미나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에?”

“손 좀 놔주시겠어요?”

 

 얼어붙은 미리아의 손에서 빠져나온 미나가 아리스가 앉은 소파 반대편으로 가 앉았다. 또박또박한 말투나 차분한 걸음걸이. 조금전까지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어서 어리광을 부리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태였다.

 

“저는 여기서 조용히 앉아 있을 테니까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그러고는 등에 맨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더니 조용히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굳어버린 사무실 안에서 미나의 스케치북 소리가 슥슥 울려퍼졌다.

 

“여자 무서워.”

 

 질렸다는 표정의 하루가 솔직한 심정을 토했다.

 

“너도 여자잖아!”

“난 너희들 같이 여자답지 안커등요~.”

 

 리사의 태클에 비죽 내민 입으로 변명하는 하루. 평소부터 남자아이 같은 복장에 축구에 열광하는 걸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여자로서의 자각 조차 희미한 거 아닌가 걱정이 든다. 반면에 완벽한 요즘 세대 여자아이인 리사 조차 미나의 행동에서 놀랄 노 자다.

 

“그나저나 소름이네. 저 어린게 지금 내숭을 떨고 있었던 거야?”

 

 미나를 보고 치를 떠는 리사. 미나는 그런 리사의 말에도 미동 조차 하지 않는다.

 

“남말 할 처지냐. 너도 너네 아빠 앞에서는 완벽하게 내숭 떨고 있을 거 아니야.”

“뭣?! 아니거든!”
“헹~ 그러면 다음에 너네 아빠 한테 말해볼까? 리사가 사무실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특히 프로듀서 한테는.”
“하루 너?! 아빠 한테 말하면 죽을 줄 알어?!”

 

 험학해진 분위기 속에 리사와 하루가 서로 으르렁 거리자 그 틈을 뚫고 달려드는 소동물들이 있었다.

 

“싸우면 안돼!”

“눈깔에 힘 빼는 거에요!”

 

 각각 리사와 하루에게 달려드는 카오루와 니나가 둘에게 꼭 매달렸다. 카오루와 니나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이 둘의 얼굴을 부빈다.

 

“싸, 싸우는 거 아니야!”

“으, 응! 나랑 리사가 얼마나 사이 좋은데! 그치?”

“엥? 어, 어! 물론이지!”

 

 소동물들의 껴앉기 공격에 얼굴을 붉히며 화해하는 리사와 하루. 3예능과에서도 어른스러운 편에 속하는 둘이지만 이 껴앉기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다.

작은 소동이 마무리 되자 미리아의 눈에 아까부터 줄곧 미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 거리는 치에가 들어왔다.

 

“치에쨩 왜 그래?”

“으, 응? 그게… 치에 미나쨩을 보니까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 같아서…”

“에? 그게 누군데?”

“그게… 치에도 잘 떠오르지가 않아.”

 

 웅~ 그게 누굴까~?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생각하는 미리아와 치에에게 모모카가 끼어들었다.

 

“어머? 혹시 아리스 씨가 아닌가요?”

“아아아앗! 그거다!”

“저, 정말.. 아리스쨩이랑 비슷할지도…!”

 

 아닌게 아니라 무뚝뚝한 말투나 어린애 답지 않은 태도가 아리스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침 둘은 테이블 하나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마주보는 위치에 앉아 있었다. 한 명은 태블릿, 한 명은 스케치북. 심지어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눈매도 비슷하다. 미나의 원아복 임팩트가 너무 큰데다가 아리스와는 다르게 단발이어서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옆에서 소동을 진정시키고 있던 리사 일행도 그 말을 듣고 미나와 아리스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우왓! 정말이잖아?”
“아리스쨩 동생 같아!”

 

 모두가 신기해 하면서 놀라는 가운데 이 이야기가 달갑지 않은 듯한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존재했다.

 

“잠깐, 실례 되는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미나쨩 처럼 내숭을 떤다는 말이에요?”

 

 찌릿! 눈에 힘을 준 아리스가 진지하게 반박한다.

 

미리아曰 “응? 아닌데?”

카오루曰 “그냥 아리스쨩이랑 미나쨩이 분위기가 닮은 것 같다는 소리였는데.”

니아曰 “아무도 내숭 떤다는 소리는 안했는데 말이에여. 이런 걸 뭐라고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처 까먹어 버린거에여.”

카오루曰 “아! 카오루 그거 알아! 그거... 도둑이 발이 아퍼요? 랬어!”

 

 소동물 셋의 아무런 의심 없는 순수한 반론이 아리스를 쓰러트렸다.

 

“그걸 말하려면 도둑이 제 발 저린다에요!”

“아아아앗! 고마워 아리스쨩!”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아리스를 향해 미리아가 대쉬한다. 태블릿을 들고 있는 아리스의 두 손에 작은 손을 포개는 미리아의 뜬금 없는 행동에 아리스는 두 눈을 깜빡 거린다.

 

“미리아 씨 갑자기 왜 그래요?”

“아리스쨩 덕분에 미나짱에 대해서 알게 됐을지도!”

 

 미리아의 말에 아리스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쭉 무관심으로 일관한 미나 또한 미리아 쪽을 곁눈질 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작 6살 짜리 꼬맹이가 주변에서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 떠드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는게 이상한 거다. 리사식으로 말하자면 ‘좋은 성격 하고 있네.’ 정도 일까.

 

“미나쨩.”

 

 아리스 때와 마찬가지로 미나에게 까지 단숨에 뛰어든 미리아가 미나의 손을 덥썩 잡는다. 당황한 미나가 황급히 빼내려고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 미리아. 오히려 더욱 강하게 쥔 손을 눈 앞에 들어올리고는 시선을 맞춘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미나쨩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에?”

 

 당황하는 미나를 앞에 두고 미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게 프로듀서를 만나고 싶어서 혼자 여기까지 열심히 찾아 온 거잖아? 그런데 프로듀서는 금방 가버리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남겨지게 되서 무서웠던 거지?”

“미, 미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지금 미리아는 미나쨩의 언니인걸!”

 

 미리아의 진솔한 한마디에 고개를 숙이는 미나. 어쩌면 프로듀서가 가고 나서부터 시작 됐을지도 모를 작은 떨림은 손을 잡고 있는 미리아만이 알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하고 보고 싶은 삼촌을 만나러 익숙치 않은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목적지 까지 향한 것은 6살인 미나에게는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모르는 어른들 틈사이에 섞여 결국은 만날 수 있었던 삼촌의 품 안에 뛰어든 것은 거짓 없는 순수한 안심과 기쁨 이었다.

 

“삼촌은… 미나의 삼촌인걸…”

 

 고개를 숙인 미나에게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제나 미나 옆에 있어줬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부터 프로듀서가 됐다고 전혀 만나러 와주지 않고. 그래서! 미나가 찾아온 거야! 그런데 삼촌은 미나 보다 예쁘고 멋있는 언니들 사이에 껴있고… 금방 가버리고…! 삼촌은 벌써 미나에 대해서 잊어버린 거야!”

 

 작은 계기에 터져나온 미나의 진심이 그녀가 얼마나 아슬아슬 하게 참고 강한 척을 하고 있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래도 눈물만은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미나에게 미리아가 말했다.

 

“저~~~얼~~대~~! 그런 일은 없는걸! 프로듀서 미나쨩이랑 만나서 엄청! 기뻐보였어! 그치?”

“응! 카오루 프로듀서가 그렇게 번쩍~! 하고 들어준거 처음 봤어!”

“니나도 마찬가지에여! 프로듀서 상당히 기뻐하는 상판이었어여.”

 

 소동물조의 순수한 위로에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소동물조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미나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뭐, 나 같이 예쁘고 멋진 아이돌이 옆에 있으면 불안할 만도 하지만 안심해. 나는 온리원 아빠뿐이니까.”

“프로듀서가 짤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마세요.”

“두 분 다 비약이 심한 거 아니와요.”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는지 울먹임을 그친 미나를 향해 미리아가 환하게 웃었다. 거기에 전염 되듯 미나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 그러면 우리 프로듀서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건 어때?”

“삼촌을요?”

“응! 기다리는 동안 예쁘게 꾸며서 프로듀서가 미나쨩을 더더 좋아하게 만드는 거야!”

“헤에~ 그거 재밌어 보이는데. 이 예쁘고 멋진 언니도 한 몫 거들어 볼까.”

“리사 너 그거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아니야?”

“...겸사겸사 하루도 같이 예~~쁘게 꾸며 볼까?”
“우와왓! 나는 상관 없잖아!”

““싸움은 안돼!!!””

 

 양손에 아이롱과 빗을 들고 하루를 포위해 가는 리사와 둘에게 달라붙는 카오루, 니나가 한데 엉클어진다. 치에나 다른 모두도 미나를 도와주기 위해 주위에 모여들고 아리스는 태블릿을 사용해 미나에게 어울리는 패션 등을 검색해 본다.

날이 저물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화창한 오후, 제3예능과에서는 언제나 보다 시끌벅적함이 늘어났다. 모두에게 차갑게 군 자신을 위해 힘을 빌려주는 아이돌들을 보는 미나의 가슴이 따뜻해진다.

 

“...고..워요 언..들.”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속삭이는 듯 중얼거린 말에 미리아가 되묻자 일부러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건너편에 앉은 아리스만이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그런 둘을 지켜본다. 9명의 어린이들이 오늘만은 언니가 되어 아주 조금 성장하는 그런 이야기다.

 

 

-끝-

 

 

 

후기.

사실 미리아가 메인이 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해서 

어디로 튀어도 괜찮을 것 같은 '제3보육원' 이란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완성 했네요.

게다가 저번에 쓴 '맞선' 보다 훨씬 빨리 써서 나름대로 보람 찹니다. 

어떻게 읽어도 부족한 글인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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