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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 「언젠가는 저도 별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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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9, 2017 22:23에 작성됨.

추천브금 : https://youtu.be/Dic27EnDDls

1.

두 손에 잡은 빗자루로 바닥을 천천히 쓸어봅니다. ㅡ쓱쓱

제 빗질에 한켠으로 쓸려나간 작은 먼지들이 따뜻한 오후의 햇살 아래 한여름의 눈처럼 흩날립니다.

사무소 한 켠에서는 사장님과 코토리씨, 리츠코씨가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 보입니다. 사장님과 프로듀서씨의 표정이 안 좋습니다.

저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장 「코토리양..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비품을 아껴 써야 된다네.

달마다 비품 지출액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드네만..

우리 사정이 안 좋은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코토리 「어, 어라라? 그렇게나 많이 썼었나요?」

 

리츠코 「..솔직히 코토리씨라면 몰래 가져가서 쓰시거나 그럴지도ㅡ」

 

코토리 「피욧! 절 어떻게 보시고 그런 소리를ㅡ」

 

리츠코 「솔직히 말해봐요. 맞죠? 뭣하면 CCTV라도 돌려서ㅡ」

 

코토리 「...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에요. ..앞으로는 다시는 안 가져가겠습니다. (우울)」

 

...

바닥이 깨끗해졌지만 계속해서 쓸어봅니다.

제가 쓸고 싶은건 바닥이 아니라, 다만..

제 불안하고 비루한 속마음이니까요.

대화를 마친 후, 코토리씨가 저에게 살며시 다가와 미소지어 주셨습니다.

 

코토리 「어머, 야요이 그렇게까지 청소 안해줘도 된단다?

우리 사무소의 든든한 아이돌인걸? 피곤할텐데 어서 집에 가서 쉬렴.」

 

야요이 「..우, 웃우! 조금만 더 쓸고 들어갈께요!」

 

한참을 혼나신 코토리씨였지만, 저에게 다가올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랑 똑같아 보였습니다.

이런게 어른일까요?

..더욱 더 마음이 아파옵니다.

결국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요이 「(울먹) 코, 코토리씨.. 죄송해요. 사실 제가 비누랑 이런, 이런거 제가 몰래 가지고 가고 그래서 코토리씨가ㅡ」

 

코토리 「쉬잇ㅡ(미소)」

 

코토리 「후훗. 혼난건 신경 안 써도 돼. 다들 본심이 아닌거 잘 알잖니.

다들 다만.. 너무 힘드니까, 조금 날카로워진 것일 뿐이란다.

그리고, 이 코토리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구?

그러니까 야요이, 앞으로는 그러지 말기야? 필요한게 있으면 이 코토리 언니에게 말만 하면 돼.

자, 이거..(주섬주섬)」

 

코토리씨가 빙그레 웃으며, 서랍 안에서 주섬주섬 작은 종이가방을 꺼내서 제게 건냅니다.

가방 안에는, 하얀 비누랑 세제가 여러 개 들어있습니다.

 

코토리 「이건 내 월급으로 사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렴?」

 

야요이 「하, 하지만 저 이건 받을 수 없ㅡ」

 

코토리 「괜찮아. 대신, 나중에 성공하면 차라도 한 대 뽑아주렴? (미소)

풉. 농담이고, 동생들 들어가겠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렴?

..청소 항상 열심히 도와줘서 고맙구.」

 

야요이 「...(울먹)」

 

..미소짓는 코토리씨의 얼굴에 목이 계속 메여왔습니다.

내일 사장님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합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코토리씨가 혼이 나 버렸으니

반드시 그렇게라도 속죄해야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왠지, 더더욱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청소만 계속 하고 싶었습니다.

들어가자니 코토리씨에게 미안하고, 왠지 이대로 가기엔 불안하고 마음이 초조해져서,

한동안 계속 청소만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빗자루만 하릴없이 쓸어넘기고,

어느새 주홍색으로 물든 저녁 노을 아래 흩날리는 작은 먼지 눈송이들만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집에서 오메불망 절 기다리는 동생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가방을 챙기고 코토리씨에게 인사를 드린 다음 사무소를 나갔습니다.

나가는 길에 밖에 전봇대 아래에 쌓여 올려진 낡은 폐지와 신문지들을 주섬주섬 담아 종이 가방에 같이 넣어봅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빌딩 지평선 아래 가라앉고 있습니다.

근처 벤치에 앉아, 하루카씨가 생일날 선물해주셨던 베로초로 지갑을 열어서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봅니다.

1만엔. 오늘 이오리랑 같이 슈퍼마켓 앞에서 인형탈을 쓰고 전단지를 뿌리는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소중한 돈입니다.

 

야요이 「우우..전기비 4000엔은 빼구.. 거기서 가스 요금도 4000엔..」

 

다음달 집세를 위해서 꼭 저축해야 하는 돈 1천엔까지 포함하면,

제 손 위의 1만짜리 봉투는 딸랑 1000엔짜리 봉투가 되어버립니다.

왠지 서글퍼져서, 목 안쪽이 아려옵니다.

다음번 일이 잡힐 때까지, 이 1천엔으로 버텨야 하는데,

일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운 좋으면 내일이지만 나쁘면요?

사흘 아니 일주일 후면요?

또다시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요즘엔 그냥 주저앉아버리고 싶어져요.

아이돌 일을 계속 하면 할수록, 사는건 더 힘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다 놓아버리면 조금은 편해질까요?

 

문득, 집 근처 마루에츠 마트의 대박 세일 전단지가 생각났습니다.

오늘은 마트 1주념 기념 행사로, 계란 10개들이 한 판에 100엔이라고 했습니다.

현관의 낡은 전등 불빛 아래 오메불망 현관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동생들을 생각하며,

불안과, 주린 배를 움켜쥐고는 홀로 길을 걸어갑니다.

 

2.

10개들이 두판을 사니 수중에 남은 돈은 800엔입니다.

800엔에서 또 100엔을 써서, 마트 정육점에서 추가로 돼지 고기 비계를 샀습니다.

왜 이런 것을 사냐 물어보시는 정육점 아저씨에게ㅡ

 

야요이「우우.. 먹을께 없어서요..」

 

ㅡ라고 설명해드리자, 불쌍해 보였는지 살짝 고기도 넣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고장난 저희 집 냉장고는 동력이 약하므로,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녁은, 계란과 돼지 비계ㅡ 소금으로 맛을 낸 볶음밥이 좋을 것 같습니다.

 

700엔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기일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지만

형아들의 품에서 해맑게 웃고 있을 우리 귀여운 막내 코지의 미소를 떠올리니 

조금이나마 제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그리고 착한 동생들이 맛있게 먹어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푸근하니 좋습니다.

 

해는 이미 저물고, 하늘은 어느새 짙푸른 감청색 커튼 아래 물들어 버렸습니다.

구름에 가려서 달조차 보이지 않으므로, 하늘에는 작고 흐릿한 별들만이 몇 개 빛날 뿐입니다.

낡아 허물어져가는 담벼락을 맞은편에 두고, 아무도 없이 조용하고 좁은 골목길 한 켠을 말 없이 걸어가며

작게 빛나는 별들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청색의 커튼에 잠긴 밤하늘 위에는, 겨우 몇 수 개의 별들만이 자그맣게 빛나고 있습니다만,

과학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 실제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밤의 장막 뒤에서 열심히 빛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눈에는 그저 수 개의 별들만이 보일 뿐이므로,

나머지 별들은, 어쩌면 평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채로 저 너머에서 지다 사라질 것입니다.

 

저, 타카츠키 야요이 또한 하늘 위에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와 다름 없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아무도, 저 여기 있었노라는 것조차 몰라주고,

그렇게 하늘 위 별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언젠가 어느샌가 문득 찾아온 아침 속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점점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그런 시린 마음에,

저는 버릇처럼 제 동생들의 이름을 한마디씩 불러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어 봅니다.

 

야요이 「카스미. 초스케. 코타로. 코지. 코조...」

 

이 외롭고 굶주린 길의 끝에, 현관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내 귀여운 동생들.

 

 

그때ㅡ무언가 발뿌리에 걸리는 듯 싶더니,

몸이 기우뚱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야요이 「ㅡ악!」

 

무릎이 쓸려 크고 작은 붉은 핏방울들이 응혈져서 올라오지만,

정작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제 무릎의 상처가 아닙니다.

다만,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 형편없이 깨어져 흘러나온, 동생들을 위한 저녁 식사가 되었어야 할 작은 달걀들입니다.

아직 깨지지 않은 계란들을 조심스레 집어들어, 겉에 묻은 흙먼지들을 호호 털어내고는

다시 주섬주섬 하얀 비닐봉지 안에 담아 넣습니다.

종이 가방에서 떨어진 하얀 비누들도 누가 볼세라 서둘러 주워 담았습니다.

 

아스팔트 위에는 하루카씨의 베로초로 지갑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심스레 쥐어든 그 작은 지갑의 지퍼 입이 황량하니 열려 있어서,

제 가슴이 당장 터질세라, 마치 풍랑 위의 작은 보트마냥 세차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 속에 조심스레 손을 집어넣었지만,

잡히는 것은 작은 동전 몇 개 뿐과 작고 메마른 먼지들 뿐.

 

저는 굶주림과 피곤함도 어느새 잊어버리고는,

헐레벌떡 한참 동안을 걸었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이, 깜빡이는 전봇대 빛만이 흐릿하게나마 비추는 골목길 위에는, 

어디에도 제 돈 봉투 같은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주린 뱃속을 ㅡ똑똑 두드리는 오랜 굶주림과, 

얇고 낡은 셔츠 한 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초가을의 쌀쌀한 밤공기,

그리고 가슴 깊이 묻어놓았다고 생각한, 치밀어오르는 서러움과 슬픔에

저는 다 허물어져가는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그만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야요이 「욱..욱우!ㅡ」(뚝뚝)

 

아무도 없는 골목길 가운데서 숨 죽여 눈물 흘렸습니다.

누군가 행여 이 모습을 본다면, 추하다 손가락질할지 모르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걸요.

 

엄마, 아빠. 저 말씀하셨던 대로 정말로 열심히 사는데.. 사는건 더, 더 힘들어져요.

아이돌이 제 유일한 희망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 희망마저도 마치 저 밤하늘 뒤편의 다른 별들처럼 차갑게 식어가요.

 

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문득, 이오리짱이 부러웠습니다.

이오리짱처럼 돈이 많았다면 저도 이렇게 살 필요가 없었겠지요?

다른 아이들이랑 언니들이 부럽습니다. 그냥 저 빼고 모두가 부럽습니다.

세상에서 제 삶만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문득 ㅡ뚜벅뚜벅 하고, 뒤에서 작게나마 발걸음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편에서 누가 따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심장은 세차게 요동쳐서 심장 박동 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만 같아지고,

발걸음도 저절로 빨라지는데 뒤에서 다가오는 누군가도 거기에 맞춰서 점점ㅡ

 

야요이 「꺄아악!」

 

히비키 「우갸악!」

 

야요이 「..히비키씨?」

 

히비키 「휴우.. 갑자기 소릴 질러서 깜짝 놀랐다죠?」

 

..히비키 씨였습니다.

검은색 긴팔 츄리닝에 한밤중에 모자를 푹 뒤집어쓴 모양새란 꽤나 무서웠지만,

그것이 히비키씨라는걸 알게 되자 오히려 제법 우스워 보입니다.

모자 뒷꽁무니로 수줍게 모습을 내민 히비키씨의 포니테일 머리카락들이 진짜 말꼬랑지 같아서,

풉ㅡ 하고 예의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살짝 웃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히비키씨가 여긴 왠일일까요?

그때, 히비키씨가 품 속에서 주섬주섬ㅡ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히비키 「이거, 야요이꺼지?」

 

그것은 하얀 봉투였습니다.

제가 잃어버렸던 그 봉투였습니다.

 

야요이 「에에? 그 봉투는..」

 

히비키 「응. 아까 마트에서 떨어트리고 갔지?

아르바이트 면접만 보구 바로 따라가려고 했는데 거기 사장한테 따지느라 좀 늦어버려서..

사실은, 아까 아르바이트 면접 중에 야요이를 봤거.. 우갹! 이건 말하면 안되는데..」

 

야요이 「..면접이요?」

 

히비키 「그게..얘들한테 말하면 안된다? 특히 프로듀서!

밤에도 일한다고 하면, 많이 걱정할꺼야. 

자기도 가진건 뭣도 없으면서 또 사람 좋게 도우려고 할꺼구..」

 

야요이「마트에서..일하시게요?」

 

히비키「..그게..이것도 비밀이다죠?

자신, 요즘 지갑 사정이 많이 힘들어져서.. 고향에 어망두 몸도 안 좋은데 일도 요즘 잘 안된다구 하더라고..

그래서 자신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될 것 같았어.

그래서 야간에 마트 아르바이트를 해보려고 했다죠?

뭐, 비록 떨어졌지만. 헤헷.」

 

히비키씨가 말 없이 모자의 챙을 잡고 살짝 내렸습니다.

덕분에 가로등 불빛 아래 히비키씨의 눈가가 모자에 그늘져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왠지 히비키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히비키「..우우, 자신보고 사장이 대놓고 오키나와 촌년은 사투리 때문에 안 받는다고 그랬다죠!

이누미만 있었으면 콱 물어버리라 하는 건데..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죠. 우우..」

 

야요이 「..히비키씨, 봉투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꾸벅)

 

저는 살며시 히비키씨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흐릿한 가로등 불빛 때문에 잘 안보여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잘은 안 보이지만, 반짝이는 이슬 같은 것이 히비키씨의 눈가에 맺혀 있는 듯도 보였습니다.

 

그러고보니, 히비키씨는 먼 고향에서 떨어져서, 혼자 동물들을 기르며 자취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동생들이라도 있지만, 히비키씨는 어떻게 그 긴 밤을 홀로 버티며 지새우실 수 있는 걸까요?

동물들을 그렇게나 많이 기르는 이유도, 왠지 이해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히비키씨는 어쩌면, 항상 해맑고 순수하고 밝게 웃고 다니시지만,

어디선가는 저처럼 남몰래 숨죽여 울고 힘들어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맑게만 웃고 다니던 히비키씨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힘들어두 아이돌이니까 남들 앞에서 항상 그렇게 미소짓는다는거,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왠지, 히비키씨를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야요이「..그리고 히비키씨! 그런 못된 사람 신경쓰지 말아요.

저도 앞으로 그런 못된 마트에서는 절대로 안 살 테니까ㅡ」

 

히비키 「헤헷. 뭐 괜찮다죠?

도쿄에 올라와서 그런 일 뭐 한두번 당해보는 것두 아니고..

그런건 이젠 익숙해. 뭐..가끔은 좀 여기가 아프면서,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버텨야 싶기도ㅡ

ㅡ헤헷. 이 말은 잊어주라. 

사실 자신은 완벽하니까, 뭐든 이겨낼꺼야.

여튼, 그나저나 야요이, 야요이는 이런 밤길을 혼자서 걸으면 무섭지 않아?」

 

야요이 「..가끔은요.

그래도 매일 가는 길이니까요.

최소한 하루 교통비는 굳으니까.. 헤헷.」

 

히비키 「음..그래두! 오늘은 자신도 같이 가줄께!

어차피 알바도 떨어졌으니까, 그냥 바람 쐐면서 산책이나 하고 싶었다죠?

이 시간쯤이면 애들두 지금은 밥 먹고 다들 자고 있을 테니까..」

 

야요이 「고맙습니다!」

 

사실은요. 항상 외롭고, 어둡고 무서운 길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히비키씨가 옆에 있어줘서 그런지,

전처럼 꼭 그렇게만도, 무섭고 외롭기만 한 길은 아니였습니다.

 

 

3.

전에는 길고 춥게만 느껴졌던 낡고 초라한 골목길도,

히비키씨와 함께 걸으며 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765 프로의 친구들과, 저희의 꿈들을 헤아리다 보니 어느새 거진 도착해 있었습니다.

 

히비키씨는 성공하면 이누미랑 동물 아이들과 엄청 맛있는 음식들로 잔치를 벌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성공하면 고장난 보일러를 고쳐서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꿈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서로에게 말해주며, 지나는 밤의 골목길마다 웃음꽃을 피워주다 보니,

어느새 그리운 집이 코 앞이였습니다.

 

그리운 저와 동생들의 집.

다섯 켤레의 헤진 신발들이 기다리고,

낡은 전구 깜빡이는 현관 앞에는, 작고 귀여운 동생들이 저를 오메불망 기다리고 있을 터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듣지 못한 손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동안 밀린 월세 걷으러 오신 무서운 집주인 아저씨인가 싶어, 히비키씨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보지만

뜻 밖에도, 이오리짱이였습니다.

이오리짱은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듯 가로등 아래 안절부절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흐릿한 가로등 빛 아래라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서도,

왠지, 이오리의 두 눈과 한쪽 뺨이 살짝 부은 것도 같았습니다.

 

무슨 일로 온 것일까요?

궁금한 마음보다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 들어와

밤중에 편히 주무시고 계실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는 예의가 아니지만,

이오리짱의 이름을 제법 크게 소리쳐 불러봅니다.

이오리짱의 당황한 얼굴과 마주칩니다.

 

야요이 「이오리짱!」

 

히비키 「엥? 이오리가 여기 왠 일이야?」

 

이오리 「아, 그 그게..그냥 지나가는 길이였는데 어쩌다 들릴까 말까 하고 오다가 그냥 갈까 했는데 (횡설수설)」

 

히비키 「그러기엔.. 옷가방도 들고 있는데?」

 

이오리 「아..하핫! 이건, 그 그냥..」

 

야요이 「이오리짱. 혹시 필요한게 있으면 그냥 말해도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이오리 「..그게..집에 사정이 생겨서..

오늘 하루만 잘 수 없을까, 하고..(우물쭈물)」

 

야요이 「응! 이오리짱이라면 괜찮아!

히비키씨도 어서 들어오세요. 제 봉투도 찾아주셨으니깐, 저녁 식사 대접해드릴께요!」

 

히비키 「아..나는 괜찮 (꼬르륵)..그, 그러면 오늘만 실례할께. 헤헷」

 

낡고 헤졌지만 정겨운 나무 문을 여니,

덜 깎인 풀들과 아직 밤에 피지 않은 꽃들이 무성한 작은 마당이 드러납니다.

마침내 집 대문을 열자,

제일 먼저 저를 맞이해주는 것은, 그리웠던 베이비 파우더의 포근한 냄새.

코가 작고 귀여운 우리 막내둥이가 다섯째 코지의 품에 안겨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카스미. 쵸스케, 코타로가 마중나와 두 팔 벌려서 제게 안깁니다.

 

카스미 「언니..왜 이렇게 늦었어. 조금 걱정했잖아..」

 

쵸스케 「그래두, 누나 없는 사이에 빨래도 걔고 설거지도 다 해 놨으니까 걱정하지마!」

 

야요이 「헤헷. 대견하네 우리 동생들..」

 

코타로 「헤헷. 그런데 누나들 또 왔네?」

 

히비키 「반갑다죠!」 이오리 「흠..흠흠. 오늘은 좀 신세 지게 됬어.」

 

들어오자마자 제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히비키씨와 이오리짱이 동생들과 오순도순 놀아주는 사이,

어느새 가벼워진 부탄 가스를 가스렌지에 넣고는 행여 덧없이 꺼질세라, 조심스레 불을 올려봅니다.

불판을 올리고, 어느새 차갑게 식은 쌀밥과 계란, 사온 비계를 한데 뒤섞고는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동생들이 마당에서 따온 쑥과 파, 얼마 남지 않은 후추를 조금, 털어 넣습니다.

이오리짱과 히비키씨를 위해, 오늘은 특별히 몇 알 남은 쌀 알갱이들을 털어 끓인 쌀차도 준비했습니다.

 

어느덧 맛있는 냄새가 집안 전체로 퍼질 무렵,

아이들과 히비키씨, 이오리짱이 거실로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야요이 「그러면, 다들 맛있게ㅡ」

 

일동 「잘 먹겠습니다!)」「ㅡ다죠!」

 

무더운 여름이 지나, 이제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어느덧 차가워진 밤하늘 온도는 고장난 가스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봐도,

손발이 오무라들 정도로 추웠지마는,

오늘 밤 저녁식사만큼은,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훈훈하고 따뜻했습니다.

 

엔딩.1

안방에 다다미를 몇 장인가, 들추어내고는

그 아래에 모아온 신문지를 쭉쭉 찢어서 구긴 다음 아래에 깔아 놓습니다.

그리고 다다미를 다시 덮으면, 제법 온도가 올라가서 조금 더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 위에 이부자리를 펴 봅니다.

오늘은, 두 명이 늘었으니까 이불도 두 개.

 

카스미 「언니..보일러는 언제 틀어?」

 

야요이 「..응..지금은 자구..이따가 추워지면 틀께.」

 

카스미 「응! 언니, 잘 자..」

 

활기찬 동생들은 오늘 하루도 퍽 잔망스럽고 즐겁게 보냈을 것입니다.

그만큼이나 지쳤는지, 순식간에 잠에 골아 떨어집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저도 히비키씨도 이오리짱도 옆 이불에 사이좋게 나란히 드러눕습니다.

 

히비키 「이오리..이런 데에서 같이 자니까 영 어색하다죠? 헤헷」

 

이오리 「그, 그러는 너도 자는 주제에! 너는 집도 있잖아! 니 동물들은 다 어쩌고?」

 

히비키 「우우.. 자신도 오늘은 왠지 혼자 자기가 좀 그랬다구? 

아이들도 다들 편히 자구 있을텐데 늦게 가서 깨우기도 그렇고..」

 

야요이 「..히비키씨, 안녕히 주무세요. 이오리짱두, 잘 자.」

 

창문 위로 창백한 달빛이 마치 얇은 천막처럼 이불 위로 드리웁니다.

오늘은 환한 보름달이네요. 비록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요.

 

그런데 문득, 씩씩ㅡ 하고 숨소리가 이오리 쪽에서 들려왔습니다.

행여나 감기라도 걸린건 아닐런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오리짱을 작게 불러봅니다.

하지만 대답 대신,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만이 조그맣게 들려옵니다.

 

이오리가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히비키 「이오리..혹시 울어?」

 

이오리 「(쓱) 아, 안 울어! 그런거 왜 물어보는거야 히비키..」

 

야요이 「..이오리짱. 힘든거 있음, 말해두 돼.

나도 정말 정말 힘들 때면..동생들에게 말하고 같이 울거든..

그러면 조금 풀린다? 헤헷.」

 

이오리 「..알았어..이건 비밀이다?..(울먹)

 

이오리 「사, 사실.. 나, 오늘 가출했어.」

 

이오리 「..낮에 인형탈쓰고 전단지 홍보 행사 하는걸 아버지 부하 직원에게 들켰거든..

그러니까 아버지가 불러서는, 가문 체면 떨어트리는 한심한 짓 말고 당장 때려치우래. (울컥)」

 

이오리 「나..나 정말 이 일이 마음에 드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아빠랑 가족들은 아무도 인정 안 해줘.

신도 빼구 모두들 수근거려..나 같은건 딸이라 아버지한테 자식 취급도 못 받는 거라고..(울먹)」

 

고개를 돌려, 이오리짱 쪽을 바라봤습니다.

한 팔로 가린 이오리짱의 눈가 사이로, 송글송글히 맺힌 이슬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달빛에 반사된 이슬이 반짝반짝하게ㅡ 마치 다이아몬드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제법 차갑게 식은 이오리의 손을 잡아봅니다.

 

이오리 「아버지가, 미나세 가문의 여식이면 다른 가문의 남자와 선보고 신부 공부나 하래.

정 아이돌 하고 싶으면 앞으로 단 한 푼도 안 도와줄 테니까, 나중에 울면서 기어 들어오라고 그랬어.

..그리구.. 말 안듣는 발랑 까진 년은 내 딸도 아니라고 하면서 나가버리라고 그러고..(울먹)

그래서 화가 나서 지금까지 내가 번 돈으로 나 혼자 살꺼라고, 성공할 때까지 안 돌아오겠다고 말하니까,

어차피 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너 같은건 아이돌로는 절대 성공 못한다고..

그리구 뺨도 때리고.. (울먹)」

 

문득, 이오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이오리의 사정도 모르고, 제 멋대로 함부로 이오리의 인생은 행복할 거라구 평가하고 그랬으니까요.

실상은, 어쩌면 이 도시의 밤하늘 아래 모두들 힘들게 사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마음을 덮어 감추어버리려는 듯이, 

괜시레 애꿎은 이불만 목 아래로 더 올려 덮었습니다.

 

히비키 「이오리..(울먹)」

 

이오리 「..(쓱쓱) 그래도 괜찮아.

나, 미나세 이오리. 반드시 아이돌로 성공해서 모두들 날 존경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우리 꼭 성공하자!

성공해서 가족들한테 인정받고 모두가 부러워하고 멋지게 살자.

울고, 신세지는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히비키 「응! 꼭 성공할꺼다죠!

자신도, 성공해서 어망 병도 고쳐주고, 이누미랑 부타다랑 다 같이 다시 예전처럼 오순도순 살꺼야.

그치 야요이?

야요이도 성공할꺼지?」

 

문득, 작고 거미줄 친 창문 위로 둥글고 밝은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밉니다.

구름 사이로,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마침내 빛나는데 성공한 별 알갱이들이 찬란히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그 별들을 잠깐 동안 말 없이 동경합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별들이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저는, 제법 활기차게 대답해주는 것이였습니다.

 

야요이 「응. 꼭 그렇게 될꺼에요. 다들.」

 

야요이 「웃우!」

 

 

 

엔딩.2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이미 다들 자는 거겠지요.

물그러미 별들을 바라봅니다.

저도 언젠가는 저 빛나는 무대에 설 수 있을까요?

 

마치 따뜻한 난로의 열기처럼, 하루의 피로가 노곤히 몰려옵니다.

별들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별들..영어로는 스텔라라고 그러던가요?

 

들리시나요?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프로듀서 씨?

저요. 

언젠가는 꼭, 별 같이 반짝이는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래서 동생들이랑 히비키씨랑 이오리랑 모두랑 다 같이 즐겁게..

별의 무대에서..

 

..별..무대..별..스텔라 스테이지..

 

..10월 21일..

 

(Zzz)

 

 

ps. 스텔라 스테이지 공개 기념 문학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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