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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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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4, 2017 16:57에 작성됨.

뭐 쉽게 말해서 타카유키가 사랑과 기합으로 인간 그만둔 이야기
 
아마

 
 

저는 오늘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대를 기다리게 된 계기를. 두 사람 외에는 모두 인정하지 않던 저희들의 사이를 지키기 위해 그대가 떠나고 말았던 그 날의 일을. 떨어지게 되면서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기다려줬으면 한다고 오열하며 그리 말했던 그대의 작은 등을. 그 말에 애써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대와 손가락을 걸고서 약속을 한 저를.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알 수 없는 곳으로 뛰어가고 만 그대의 모습을. 그런 천 년 전의 일을 말입니다.

 

그렇게 과거에 맺었던 단 하나의 약속만을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과 인연을 지나쳐온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대로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그대는 이미 저를 잊고서, 약속을 버리고서 새로운 인연, 아니 모든 것에 끝을 맺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저 또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생각을 저는 어리석게도 한 번 쯤은 담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곳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그대는 결코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마음까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채 다시 걷는 그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대를 생각하면 제가 먼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대와 저는 다른 듯 싶으면서도 같으며, 같은 듯 싶으면서도 다른 것 같습니다. 그대도 저도 마음이 약해져 그대로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것은 같지만, 그대는 금방 울어버려도 그 눈물을 강함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로서는 힘든 일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그대를 향해 연모의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어떠한가요. 그대는 저에게 동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말씀 하셨었지요. 저 또한 그대가 제게 그러한 것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대가 동경을 품을 정도의 그릇은 되지 못합니다. 진정한 강자는 제가 아니라 그대였으니까요. 그런, 동경에서 시작 되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이해하고 싶다며 힘껏 발돋움하며 제게 마음을 전했던 그대는 과연 저의 어느 모습에서 연모를 찾게 되었는지요. 언젠가는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분명 그대는 새하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을 더듬겠지요. 그렇지만 이윽고 결심을 해서는 말하겠지요. 자신은 어떤 것을 보고서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그렇게 말하며 귀여운 미소를 보여주겠지요.

 

이렇게 저는 그대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어린 소녀처럼 이런 상상을 하고 맙니다. 그런 자신을 자각하는 건 생각보다 부끄러운 일이기에 가끔씩은 곁에 그대가 이런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쉬고는 하지만, 역시 놀림 받는 것이 그대가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그대여, 부디 이 기나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어주십시오. 그대를 생각하며 셀 수 없을 만큼, 그렇지만 셀 수밖에 없었던 시간 속에서 무한한 시선을 허공에 던지지 못하도록 막아주십시오. 이 시선이 그대의 가녀리지만 묵직한 등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럼 바람 속에서 저는 오늘도 제 사명을 위하여 별무리처럼 반짝이는 응원봉이 반겨주는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몸을 던집니다. 온전히 저를 위해 흔들어주는 빛의 파도 사이에서 새하얀 눈빛 반짝임을 보이는 그대를 찾는 행위는 저를 응원해주는 수많은 분들에 대한 폐가 되기에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대가 무대 위에서 빛나는 저를 찾아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오직 단 몇 분, 몇 분이면 되는 것이니까요.

 

또한 무대 위에서는 어디까지나 아이돌로서 달려 나갈 뿐. 사적인 감정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하면 될 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길게 느껴졌던 무대에서 오늘도 무사히 제 아이돌로서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환호성을 등에 업은 채 무대 뒤로 돌아온 저를 향해 프로듀서도 동료들도 활짝 웃으며 최고였다며 엄지를 올려주셨기에 저는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칭찬할 수 있는 것이 기쁩니다.

 

 

***

그렇게 의상을 갈아입고 몸을 추스르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던 저를 프로듀서가 급하게 부릅니다. 응답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제 눈에 보인 것은 꽃다발을 든 프로듀서의 모습이었습니다. 아까 전까지는 없던 것.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린 저의 이름을 부르며 프로듀서는 꽃다발을 제게 건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것은 대체...?”

 

그렇게 물으며 저는 고개를 숙여 꽃다발을 봅니다. 검붉은, 그래요. 제가 오늘 입었던 무대 의상을 떠오르게 하는 색을 한 장미 몇 송이와 안개꽃. 그것들이 꽃잎을 떨며 저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꽃다발을 든 손을 움직이며 프로듀서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프로듀서는 한 장의 작은 종이를 저에게 줬습니다.

 

그 꽃다발을 준 여자아이가 같이 주라고 한 거야.”

 

그리 말씀하시며 어서 열어보라는 눈짓을 주는 프로듀서를 보다가 꽃다발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것을 열었습니다. 첫 번째로 보이던 것은 글씨체, 두 번째로 보이던 것은 그 내용. 결코 모르지 않는, 아뇨, 무엇보다 그리워하던 익숙한 글씨체와 무엇보다도 듣고 싶었던 말에 저는 그대로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당황해하며 괜찮냐고 묻는 프로듀서를 안심시키는 말을 해야 했지만, 눈물이 제 목에 잠기도록 차오른 것이 느껴져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기도 하였지요. 왜냐면...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시죠 씨를 보고서 역시 시죠 씨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직접 만나서 건내지 못하는 글러먹은 저를 부디 용서해주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시죠 씨를 계속 기다리게 해놓고 뻔뻔하게 바로 나타날 수가 없어요. 으으, 역시 구멍 파고 들어가야겠어요... , 그래도 그러면 시죠 씨를 만날 수 없으니... 아우, 역시 전 글러먹었어요! , 그러니... , 응원할게요! 언제나 보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꼭 만나러 갈게요!]

 

저는 조용히 종이를 접어서 소중하게 품에 품었습니다. 역시 그대는 저를 잊지 않아주었군요. 그대는 그 어떤 것 하나 변하지 않았군요. 그 사실만으로도 저는 또 다시 이 세상을 살아갈 이정표를 얻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대는 심술쟁이입니다. 제가 그대를 글러먹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저라면 그대를 만나서 질책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그대의 얼굴이 아닌 편지로 저를 반기는 것인지요. 본인이야 그럴 생각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평의 한 마디 정도는 나오고야 마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런 것을 생각하던 제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제 상태가 부정적인 쪽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셨는지 뒷머리를 쓰다듬다가 짧게 너무 늦게 오지 말라는 전언만을 남기며 다른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저는 겨우 돌아온 목소리로 알겠다는 말을 하며 프로듀서를 보냈습니다. 역시 제 주변에 존재하는 분들은 상냥한 분들뿐이라는 걸 또 다시 깨달으며 저는 천천히 몸에 힘을 넣어 다시 원래 가야할 곳으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대가 보내준 꽃다발과 편지가 묵직하게 제 마음에 눌러앉아 너는 외롭지 않다며 다독이고 있습니다. 마치 그대를 지지대로 삼아 다시 일어섰던,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역시 저와 그대는 닮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닮았다고 재차 그렇게 자각하며 저는 어느새 도착한 대기실의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밀어 젖혔습니다.

 

발걸음을 옮겨 대기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방 안에 들어온 저는 볼썽 사납게도 오늘 두 번째로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 저기... 미리 들어와 있어서 죄송해요! 폐가 됐다면 바, 바로 나갈 테니까... ...”

 

이유라면 간단합니다. 언제나 마음에 그리던 그대가 제 눈앞에 서있었으니까요.

 

뻔뻔하게 다시 나타날 용기는 없었지만 그, 그래도 시죠 씨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도 없고, , 애초에 저도 시죠 씨를 무척, 아니 엄청 만나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그러니까 저!?”

됐습니다. 이유 같은 건 의미가 없습니다. 어서 오세요, 유키호.”

 

 
그렇습니다. 이유 같은 건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게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그대가 돌아와 줬다는 것. 그렇기에 저는 그대로 그대의 몸을 끌어안았습니다. 그 탓에 그대가 제게 주었던 꽃다발이 죄송스럽게도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작은 동물처럼 떨리는 몸은 그럼에도 저를 받아들여주고 있습니다. 그대의 팔이 저를 감싸면서 그 작고 여린 손으로 제 등을 쓰다듬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쁜 감정을 제게 주고 있었습니다.

 

천 년의 기다림이, 수많은 여행이 보답 받은 것입니다. 평생을 그리워하던 그대와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와 변하지 않은 채, 저를 찾아와준 그대의 모습이 기억 속 그대로 너무나도 빛나고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저 이렇게 그대를 안게 해주십시오. 그대의 체온을, 찻잎 향기를 머금은 체취를, 덧없으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리광을 부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런 제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대의 손길이 더욱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저는 영원과도 같은 찰나를 소중하게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시간을 소비하면 저를 기다리고 있을 모두가 힘들어질 터. 그렇기에 아쉽지만 그 찰나를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뭔가 아쉽네요...”

후훗, 저 또한 오랫동안 그렇게 있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래에서 분명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말을 마친 저는 떨어졌던 꽃다발을 주워 탁자 위에 올려두고서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의상 자체는 복잡해 보이는 외견과는 달리 상당히 입고 벗기는 것이 편하게 되어 있어 생각보다는 빠르게 갈아입을 수 있었습니다. 옷을 정리하여 탈의실 밖으로 나온 저를 그대가 매우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제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대를 잠시 보다가 시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을 알게 됩니다. 분명 동료들은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러나 짐을 챙기며 그대가 제게 주었던 종이를 넣고서 탁자에 올려져 있던 꽃다발을 든 저는, 그런 저를 돕기 시작한 그대에게 문득 무언가를 묻고 있었습니다.

 

유키호. 당신은 제 어느 모습에서 연모의 감정을 찾은 건가요?”

“...? 그러니까... 시죠 씨의 어느 부분에 반했냐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 ... 말해야... 하나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으면서 물어보는 그대의 모습은 과거에 제가 상상했던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이후에는 결심한 얼굴을 하며 답을 해주겠지요. 감히 그렇게 확신하는 저의 기대를 보답하듯 그대는 제 상상과 같은 얼굴을 보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시죠 씨의 늠름한 모습. 처음에는 그 흔들리지 않고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부분을 동경했어요. 그렇지만 무엇에 반했냐고 한다면... 깨닫고 보니 반한 느낌이지만, 굳이 꼽자면... 고고하게 빛나면서도 항상 부드럽게 지켜봐주는 상냥함, 일까요...”

 

그렇게 말하며 그대는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제 상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 변한 모습이 없었다는 제 사고를 고쳐야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미소는 귀여우면서 가련한 미소였지만, 지금 그대가 보여주는 미소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었으니까요.

 

 
무엇이 그대의 미소를 그렇게 바꾸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제 하나의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또 다른 궁금증이 태어나고 말아 곤란하지만, 어느 것 하나 그대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기에 하나의 유희거리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제 앞에서 어느새 잔뜩 부끄러워하며 주저앉은 그대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일어설 수 있겠나요? 괜찮다면 제가 버팀목이 되어드리겠습니다.”

,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며 그대는 제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작으면서 따뜻한 손. 저는 그 손을 부드럽게 쥐며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러면 그대 또한 저를 바라보며 제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조심스럽게 넣습니다. 그대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에는 그대가 주었던 꽃다발이 제 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양쪽에 당신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이제는 이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미소를 떠나보내지 않겠습니다. 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었으니,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간절하게 붙잡고서 그대와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그대여, 아니 유키호, 당신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그렇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럼 갈까요. 유키호,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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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유키 왓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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