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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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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4, 2017 03:45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지난 이야기.
의욕 없이 시체처럼 지내던 천재 소녀 안즈는, 마찬가지로 의욕 없이 시체처럼 지내던 청년 프로듀서를 만나 아이돌이 되었다.


둘은 데뷔부터 이인삼각으로 걷기 시작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안즈에게 내린 집안의 업마저 뿌리쳤다.


그러나, 346 사내의 내부 정치로 인해 프로듀서의 출생 비밀이 언론에 폭로되는데…….


12월 20일


오늘은 생방송 토크쇼 ‘우리 시대 사람들’이 방영하는 날이다. 세간에 도는 감동적인 사연에 관련된 사람이 초청되어 패널, MC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으로, 각박한 세상사에 지쳐 힐링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방송이다.


-네, 추운 날씨에 고생하십니다. 당신의 가슴에 따뜻한 불씨를 지필 방송! 우리 시대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메인 MC가 인사를 하자 방청객들이 박수를 보낸다. 카메라가 능숙하게 움직이며 패널들을 차례로 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사연 게스트를 비추었다. 메인 MC가 게스트를 소개한다. 방청객들의 박수가 게스트를 향해 옮겨갔다.


박수가 잦아들자 MC가 말한다.


-네, 오늘은 오오츠키 유이 씨 전 담당 프로듀서이자 후타바 안즈 씨 현 담당 프로듀서분의 사연을 가지고 왔습니다. 요즘 훈훈한 이야기라고 화제가 되었죠.


화면에 미리 준비된 자료 화면이 지나간다. 안즈 담당 프로듀서가 여태까지 맡은 아이돌의 활동 기록이 영상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짤막하게 프로듀서의 얼굴이 찍힌 영상이 지나갔다.


모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위해 찍힌 영상으로, 메이킹 필름이 발매되었던 당시엔 대중 그 누구도 눈에 담지 않은 장면이었다.


-경력을 보세요. 정말 대단하죠. 이름 있는 아이돌을 얼마나 배출한 거죠?
방청객석에서 감탄이 겹쳤다. 패널들도 한마디씩 거들어 흥을 돋웠다.


-와 세상에 저런 기간에 정말 대단하네요.
-정말 굉장한 분이셨네요.
-감탄스럽습니다.
-경력이 엄청나네요!
그리고 발언 타이밍이 MC에게 돌아온다.


-아이돌이 빛나는 걸 무대 뒤편에서 지탱한 사람, 실은 이 사람에겐 비밀이 있었는데요…….
자료 화면이 바뀌었다. 온갖 언론에서 낸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빠르게 지나갔다. 화면이 다시 스튜디오로 전환되었다.


-네, 실은 고아 출신이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의 화신인 것 같은 이 분의 행적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죠!
그 후 몇 분 동안 프로듀서에 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오늘 이분을 모셨습니다.
사회자가 손바닥으로 게스트를 가리킨다. 게스트가 다시 카메라를 향해 인사한다. 게스트는 입을 열다 말고 그만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그 아이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 아이의 이모로서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패널과 MC가 게스트에게 걱정의 말을 건넨다. 게스트는 숨을 고르게 쉬고 나서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방청객석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제히 흘러나온다. 게스트는 연신 괜찮다며 고난을 씹는 얼굴을 비장하게 들었다.


MC가 게스트에게 물었다.


-어릴 적엔 어떤 아이였나요?
-정말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지만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아이였어요.
-아주 어릴 때 헤어졌군요…….
-네, 사연이 있습니다.
게스트가 말꼬리를 흐린다. 스튜디오는 조용하지만 화면에선 구슬픈 BGM이 분위기를 잡는다. BGM이 격양된다. 그에 맞춰 게스트가 말을 이었다. 결의라도 다졌는지 가슴에 주먹을 갖다 대고.


-그 아이는 사실, 동생 부부가 입양한 아이였습니다.
객석에서 탄식이 흘렀다.


-그 아이는 처음부터 버림받은 아이였어요. 낳은 부모가 누군지 동생 부부도 몰라요. 동생 부부가 보육원에서 데려온 아이였습니다. 보육원 이름이 아마 별똥별 보육원이었을 겁니다.
-아아 그 말씀은 두 번 버림받은 아이였다……. 이 말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타이밍 맞춰 방청객석과 패널석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소리가 난무했다.


-이건 정말 잔혹하네요……. 어떤 사정이 있었나요?
-동생 부부는 당시 잘 나가던 의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제 동생이 그 회사의 사장이었고, 동생의 남편이 디자이너였죠.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가리지 않고 폭넓게 판매하던 회사로, 유통망도 넓었습니다.
자료 화면에 어느 부부의 사진과 회사 사진 자료가 흘러간다. 둘 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찍었는지 빛바랜 흔적이 역력했다.


-동생 부부는 회사를 건실하게 돌보았고 성과도 봤죠. 그런데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둘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 가서 알아본 결과, 동생 쪽이 불임이라는 판정을 받았어요.
게스트는 한 호흡 쉬고 말을 이었다. 쉬기 전보다 목소리에서 다소 힘이 빠졌다.


-그래서 동생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죠. 그리고 당시 아기였던 그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화면에 아기 사진과, 유아 사진 몇 장이 지나간다.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린 시절이라 그런가, 아이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지을 수 있는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생 부부는 아이를 정말 친아들처럼 키웠고, 아이도 동생 부부를 잘 따랐습니다. 아이의 성장이 동생 부부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어요. 그 행복이 영원히 갈 것만 같았죠.
사진이 점점 흐려지며 신문 기사 몇 개가 화면에 떠오른다. 경영 악화, 매각, 도산 등 자극적인 단어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카메라가 다시 스튜디오를 비춘다. 게스트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결국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경영이 기울어졌어요. 야심 차게 런칭한 새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하던 원단 업체에 트러블이 생겨 상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죠. 기본 브랜드도 유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주춤한 사이 경쟁 메이커들이 치고 올라갔고, 동생 부부는 노력했지만 회사가 다시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객석에서 정해진 반응이 올라왔다. 탄성이 흐르는 가운데 게스트가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동생 부부는 아이를 보육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게스트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게스트는 대여섯 번을 훌쩍인 다음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집에 불을 지르고 동반자살했습니다.
출연진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새하얘진다. 벌써 울음을 터트린 사람도 있었다. 출연진은 대개 손톱을 물거나 입술을 물었다.


-아……. 이건……. 이건……. 정말 가슴 아프네요.
메인 MC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출연진들이 감상을 뱉는다.


-이런 비극이 다 있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어쩜 이럴 수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축 가라앉는다. 슬슬 MC가 분위기를 정리할 타이밍이다.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정말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정말……. 너무 안타깝고 애처롭고 딱하네요.
-정말……. 불쌍한 분이셨네요.
-네, 정말 불쌍해요.
-너무 불쌍해서 가슴 아파요.
-처참해요……. 불쌍하다고요…….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텁텁한 공기를 뒤집어쓰고 팽창한다. 스튜디오 전체에 분위기가 번진다. 마치 전염병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며 가슴을 찔렀다. 사람들은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분위기를 향유하고 분위기에 파묻혔다.


그러나 그중 오직 한 명만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분위기에서 벗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패널 자리 한 군데만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 옆자리 사람이 그걸 감지하고 분위기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메라 시선이 그 자리로 향했다.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이 그 자리를 주목했다.


-유키 쨩, 무슨 일이야?
-아……. 그게, 분명…….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만…….
유키라고 불린 출연자는 뺨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본인이 지금 방송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해서……. 이걸 방송으로 내보내도 괜찮을까?
-우리가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도 본인한테는 아픈 과거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


카메라가 급하게 MC석을 향했다. 감독의 지시였다. MC가 작게 웃으며 마이크에 소리를 넣었다.


-허허, 그래요. 당연히 나올 만한 이야기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방송에 사용된 일부 자료는 346 프로덕션에서 제공했으니까요.
-아, 그랬어? 그럼 괜찮을까.
유키의 반응을 보고 상황을 수습했다고 여긴 MC는 진행을 능숙하게 이어갔다.


-네, 걱정스러운 것도 당연합니다. 정말 지독하고, 아픈 과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기에 그분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신 거겠죠. 그럼 이야기는 계속해서…….


12월 21일


안즈는 사내 카페 구석 자리에서 볼을 한껏 부풀렸다. 안즈가 입에 문 빨대를 통해 초코 라떼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안즈의 복잡한 머릿속이 형태로 나타나기라도 한 것인지 안즈는 라떼 거품을 그저 조용히 응시했다.


안즈의 뒷자리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안즈의 뒷자리에서도 부글거리는 거품 소리가 흘렀다. 안즈와 뒷자리에 앉은 사람, 두 명이 서로의 등을 등지고 음료에 공기를 넣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즈 뒷자리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어제 방송, 봤어?”
조금은 힘이 빠진, 나른한 목소리. 안즈도 마찬가지로 기운 없는 나른한 목소리를 돌려주었다.


“응. 봤어.”
라떼를 한 모금 목에 넘긴 다음, 안즈가 입을 열었다.


“너무했어. 정말.”
안즈의 목소리가 실체화된다면 당장에 카페 바닥을 뚫고 어디까지고 내려가겠지. 안즈의 음울한 목소리 못지않을 정도로 뒷자리, 미쿠가 침울한 목소리를 건넸다.


“이건 아니야. 진짜. 아니야…….”
미쿠의 목소리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안즈의 목소리가 무게감으로 카페 바닥을 뚫을 기세면, 미쿠의 목소리는 열기로 바닥을 녹일 기세다. 어느 쪽이든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건 같지만.


“사람의 상처를 선의로 포장해서 헤집다니…….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냐.”
미쿠는 침묵을 둘렀다. 안즈도 침묵으로 동의했다. 잠시 후,
“P쨩은 요즘 어때? 냐.”
“평소처럼 똑같이…….”
침묵을 깬 미쿠에게 안즈는 말꼬리를 흐렸다. 안즈는 숨을 한번 고르고 나서,
“보이려고 하지만 무리하는 것 같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것 같았어. 역시 P쨩이야…….”
미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에 음료의 향 대신 안타까움만이 짙게 묻어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P쨩이 정신을 똑바로 잡아야 해. 이대로 가면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야.”
안즈는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라떼에 공기 방울을 불어 넣었다. 공기 방울이 터지는 것처럼 안즈의 속도 부글부글 끓는다.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어떻게든 해야 해.”
안즈가 중얼거린다. 공기 방울이 터져나갈 때마다 안즈의 머릿속에서 온갖 궁리가 생기고, 터져나간다. 프로듀서를 다시 일으킬 방법,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프로듀서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활기를 다시 피울 방법.


방울이 터지고, 생기고, 터지고, 생기고, 터지고, 생기고.
궁리가 터지고, 생기고, 터지고, 생기고, 터지고, 생기고.


안즈는 머리를 굴렸다. 프로듀서가 기운을 차릴 방법. 프로듀서는 어떨 때 가장 좋은 얼굴을 했더라. 어떨 때 기분이 좋아 보였지? 게임 이야기를 할 때, 안즈와 오타쿠 토크를 할 때, 안즈와 아이돌에 관해 이야기할 때, 안즈의 무대를 볼 때…….


그리고, 지금도 찾고 있는 그 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


순간 공기 방울이 멎었다. 음료 안을 맴돌던 바람이 멈췄다. 빨대를 압박하던 안즈의 이가 빨대를 놓았다. 자유를 찾은 빨대가 탄력으로 조금이나마 눌린 부분을 복구하려고 하자, 안즈는 손가락을 튕겼다.


머릿속에서 팝콘이라도 튀겨진 것처럼 무언가가 팍 터져 올랐다.


“있지, 프로듀서가…….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기운을 차릴까?”
지금은 누가 불렀는지도 모를 그 노래. 프로듀서가 구원받고, 아이돌 업계에 동경을 품은 계기가 된 그 노래라면…….


“그거라면 아마……. 아니, 반드시 기운을 차리겠지. P쨩이 그토록 찾던 거니까. 냐.”
미쿠는 허리를 돌려 안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안즈도 미쿠처럼 똑같이 해서 미쿠를 보았다. 둘의 시선이 맞았다.


안즈의 눈에 결의가 차오른다. 확신이 안즈의 눈에 결의를 꾹꾹 밀어 넣고 있다. 하지만 미쿠의 눈엔 아직 미심쩍은 빛이 깃들었다. 미쿠가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결국 못 찾았잖아. P쨩이 그토록 찾았는데도 결국엔…….”
예능 업계 관계자인 프로듀서가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찾지 못한 노래. 안즈가 찾아봐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니, 굳이 찾을 필요는 없어.”
안즈는 딱 잘라 말했다. 여전히 확신에 찬 채로. 그러나 포기할 기색은 없이. 안즈는 프로듀서의 기운을 다시 북돋우는 것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발상을 조금만 틀었을 뿐이다.


“프로듀서는 어느 노래를 듣고 구원받았다고 표현했어. 충격을 받았다고 그렇게 표현했어.”
“그건……. 미쿠도 알지만.”
안즈는 난데없이 컵을 들어 음료를 꿀꺽꿀꺽 흡입하듯이 마셨다. 안즈는 컵을 단숨에 비우곤 혀로 입술 주위를 낼름 핥았다. 안즈가 라떼 향과 함께 숨을, 그리고 생각을 자신 있게 뱉었다.


“어디 사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프로듀서의 가치관을 흔들었어. 그러면……. 나도 하면 되는 거야!”
“뭐?”
“안즈는 프로듀서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 너무 달아오르면 터지게 되어 있어. 그러기 전에 프로듀서가 쉬었으면 좋겠어.”
“설마…….”
미쿠도 이제야 감을 잡았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안즈는 미쿠의 추측을 곧바로 검증했다. 미쿠의 추측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내 마음을 담아 노래를 만들 거야. 그걸 프로듀서한테 들려줄 거야.”
안즈는 자기 노래로 프로듀서를 구할 생각이다.


“그게 그렇게 잘 될까? 냐.”
“될지 안 될지는 프로듀서를 믿어야지.”
“냐?”
“프로듀서는 안즈를 최고라고 했어. 자기가 본 아이돌 중에 최고라고. 안즈의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그러니까, 안즈의 재능으로 프로듀서를 다시 일으킬 거야.”
안즈의 재능. 프로듀서가 눈여겨본, 사람에게 주목받는 재능.


안즈의 재능은 오다이바 페스를 거쳐, 후타바가의 마수를 통해 이미 검증되었다.


“그래, 내 재능은 최고야. 이걸 써먹어야지. 설령 안 되더라도, 프로듀서를 이렇게 가만둘 순 없어. 어떻게든 안즈의 마음을 전할 거야. 그리고 적어도, 내 노래를 듣는 동안은……. 초조하게 두지 않을 거야.”
안즈는 히죽 웃었다. 안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미쿠는 등을 돌렸다.


“정말이지,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돌리겠다니…….”
미쿠는 음료를 입에 머금었다. 단맛이 혀를 감돌고 뇌를 기쁘게 한다. 미쿠는 피식 웃곤,
“안즈 쨩도 아이돌이 다 되었구나. 정말 아이돌다운 방법이잖아. 냐.”
안즈의 생각을 긍정했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은 섞지 않고 손짓 몇 번으로만 인사. 둘은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지만, 그 몇 번의 손짓에 미쿠가 안즈에게 보낸 응원, 그리고 프로듀서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한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안즈는 사무실로 향했다. 계절은 겨울이건만 발걸음을 옮기는 길이 뜨겁게 달구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여느 여름 때보다도 안즈의 배후가 후끈했다. 안즈는 배에 힘을 주고 걸었다.


프로듀서는 사무실에서 손가락을 분주하게 놀리고 있었다. 퀭한 얼굴로 마치 모니터에 혼을 빨린 것처럼 정신없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안즈는 오는 길에 뽑은 핫 코코아(적당히 따뜻한) 캔을 프로듀서의 뺨에 들이댔다. 보통 사람이라면 3초도 지나지 않아 반응했겠지만, 프로듀서는 15초가 지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응? 엇…….”
“자, 선물.”
“고마워.”
프로듀서가 캔을 받고 뚜껑을 땄다. 프로듀서가 코코아를 마시는 동안 안즈는 간이 의자를 가져와 프로듀서 옆에 앉았다.


“으음, 맛있다. 고마워. 당분이 보충됐어.”
“그래? 잘됐네. 그럼 보답을 줘.”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공짜는 아니거든.”
“이, 이런! 함정이었나!”
프로듀서가 과장된 어투로 기겁한다. 피곤해도 안즈의 장단에 맞춘 것이다. 안즈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조금 씁쓸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씁쓸함을 감추고 태연하게 말했다.


“보답은 곡으로 줘.”
프로듀서가 보기에 정말 뜻밖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지 프로듀서는 두 박자 늦게 대답했다.


“곡을?”
“응, 노래 하나를 만들 거야. 작사는 내가 할 거고.”
“어……. 웬일이야?”
안즈는 이번에는 속내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안즈는 의자를 프로듀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끌어왔다. 그리곤 검지로 프로듀서의 가슴을 찌르듯이 꾹 눌렀다. 놀란 프로듀서가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이기만 한다. 그러길 잠시. 안즈는 프로듀서의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그걸 노래에 담을 거야.”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프로듀서의 물음에 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말할 수 있어.”
안즈가 말을 잇는다.


“프로듀서, 쉬자.”
조용한 사무실에서 안즈의 낭랑한 목소리가 심플한 말을 타고 프로듀서의 가슴을 향했다. 안즈의 말이 프로듀서의 가슴을, 심장을, 마음을 따스한 손길로 주무른다. 프로듀서는 한순간 풀어진 얼굴을 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순 없어. 지금은 중요한 시기야.”
“왜 그렇게 초조해하는 거야?”
침묵. 프로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즈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안다. 그래서 안즈는 입을 열었다.


“지금 내 말이 프로듀서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면, 말로만 해서 부족하면 노래로 전할 거야.”
안즈는 지금도 프로듀서의 가슴에 있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너머로 프로듀서의 심장 고동이 느껴진다. 미약한 고동이다. 원래라면 좀 더 힘차게 울렸을 심장 고동. 안즈는 옷에 덮여 감지하기 힘든 고동을 똑바로 잡아내며, 프로듀서를 똑바로 봤다.


“이것만은 꼭 대답해 줘. 프로듀서. 프로듀서한테 있어, 안즈는 최고의 아이돌이야?”
순간, 프로듀서의 심장 고동이 강해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안즈의 손에 확실하게 전해졌다.


“그래, 안즈는 내게 있어……. 앞으로도 둘도 없을 최고의 아이돌이야. 이건 변치 않을 사실이야.”
프로듀서는 안즈의 손을 잡았다. 프로듀서의 피부가 전보다 거칠었지만 안즈는 개의치 않고 프로듀서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난 그 말을 믿어. 그러니까 최고의 아이돌이 최고의 노래로 마음을 전하는 게 되겠네. 프로듀서는 어때? 구미가 당겨?”
프로듀서는 손을 풀고 머리를 긁적였다. 담당 아이돌이, 그것도 안즈가 이렇게까지 말한다. 결국 프로듀서는 백기를 들었다. 프로듀서는 양 손바닥을 올리고 항복 의사를 표했다.


“그래, 알았어.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네. 기쁘게 낚일게. 후후…….”
프로듀서가 웃는다. 평소 같은 웃음이다. 그걸 본 안즈는 안도감을 느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일이 분명 잘 진행되리라는 생각이, 달성감이 벌써 안즈의 속을 채웠다.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안즈의 제안대로 안즈가 가사를 만들면 프로듀서가 가사를 토대로 작곡을 의뢰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친 안즈는 스케줄을 진행하러 사무실을 나갔다. 프로듀서는 서류 작업을 위해 사무실에 남았다.


안즈가 나가자마자 프로듀서는 다시 서류 작업에 매진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자판을 쉴 새 없이 괴롭히다가 잠깐 멈추었다. 혹사당한 자판이 불쌍해서 멈춘 건 아니다. 그저 곱씹고 싶은 게 있어서 멈춘 것이다.


안즈가 직접 말로도 전한, 노래를 의뢰한 이유에 관해서.
프로듀서는 안즈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한다.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꺾이지 않을 거야. 안즈한테 그렇게 맹세했어. 그러니까…….”
프로듀서는 작업을 재개했다. 화면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 지금 프로듀서의 머릿속을 휘젓는 오만가지 감정을 휘어잡는다.


늪에 빠진 프로듀서는 넝쿨 한 가닥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넝쿨의 이름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프로듀서는 혼탁한 의식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자기를 구해줄 넝쿨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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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실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어서, 몇 달 동안 글을 쉬었습니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가신 상태라서 글을 다시 잡았습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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