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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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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2, 2017 02:33에 작성됨.

오늘도 바쁜 날이다. 카에데 씨는 신데렐라 걸이 된 기념으로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았기에 일이 없지만, 다른 아이돌 또한 담당하고 있는 나는 그런 여유에 어울릴 틈도 없이 일에 휘말려 버린다. 카에데 씨가 보고 싶다. 그녀와 같이 술을 마시며, 그렇게도 싫어했던 그녀의 다쟈레가 듣고 싶다. 시간은 언제 날까, 내가 있는 공간의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프로듀서 씨, 카에데 씨를 못 보신지 며칠이나 되셨죠?"

 

"그렇네요. 카에데 씨가 휴가 받은 뒤로는 쭉 못 봤으니까 오늘로 3일째네요."

 

"그러셔도 괜찮겠어요? 평소에는 잘만 붙어다니셔서 커플이라는 오해도 받으셨던 두 분이잖아요."

 

"뭐, 어쩔 수 없죠. 카에데 씨에게만 신경을 쓰기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들도 꽤 많으니까요. 아, 이 쪽 서류작업 좀 조금 봐 주시겠어요?"

 

"네에, 얼마든지 봐드릴게요."

 

...사실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카에데 씨가 보고싶다. 3일이 마치 3년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나 외롭고 쓸쓸한 나날이 또 있을까, 왠지 모르게 그녀의 품이 그리워진다. 어머니도 아닌데, 나는 입가에 살짝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나는 어린애였던 걸까.

 

겨우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두 시. 대충 옷을 벗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인다. 여름인데도 놀랍게 차가운 침대. 역시 나는 어린애였던 것일지도. 나는 왠지 모르게 슬퍼져서 눈에서 나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을 훔쳐낸다. 카에데 씨에게 전화라도 해볼까. 아니야, 이런 새벽에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쩌려는 거야. 나는 가슴 속에서 터져듯이 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최대한 듣지 않으려 귀를 막은 채 잠이 든다. 그래도 내일은 전화를 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네 시간 취침 후 기상은 역시 사람이 할 것이 못 된다. 피곤하다. 졸립다. 몸이 무겁다. 카에데 씨와 술을 마시러 갔을 때보다도 무겁다. 아아, 술이 고프다. 느긋한 시간이 고프다. 그녀의 웃음이 고프다. 그녀의 향기가 고프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등 뒤에서 들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나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나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뿌우, 하고 작게 불만섞인 소리를 내고는 나의 등을 세게 후려친다. 등에서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어디라도 부러진 건가, 감각이 죽어버린 나도 알 수 있을 만큼의 소리가 났기에 뒤를 돌아본다. 그 곳에는, 장장 3일하고도 8시간이나 보지 못한 카에데 씨가 불만이란 불만은 가득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인사를 했는데 왜 아무 말씀도 없으셨던거죠?"

 

"아, 죄송합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어서...."

 

"차암, 프로듀서 씨도 프로답지 못하시다니까요! 그런 건 다른 프로듀서들께 해달라고 적절히 부탁하면 되는걸!"

 

방금 카에데 씨의 전매특허인 다쟈레가 지나갔음에도 나는 아무런 태클도 걸지 못하고 그저 피곤한 미소만 짓는다. 나의 미소에 카에데 씨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나보다 앞서서 사무소에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그렇게 화가 난건가. 나는 카에데 씨의 모습을 최대한 눈에 담아놓으려는 노력을 하며 내 자리로 간다. 하지만 자리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카에데 씨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가세요?"

 

"아, 제 자리로..."

 

"됐으니까, 이 쪽으로 오세요."

 

"카에데 씨에게, 말인가요?"

 

"말이 너무 길어요."

 

"아, 예...."

 

카에데 씨의 완고한 말에 나는 부스스한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녀가 앉아 있는 소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카에데 씨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녀의 말대로 그 옆에 앉자, 그녀가 나의 몸을 조금 숙여 나의 머리를 그녀의 허벅지에 올려놓는다. 부드러운 실크의 느낌과, 그보다 보드라운 카에데 씨의 향기가 나의 감각을 자극한다. 편안해지는 향기. 나는 나도 모르게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녀가 선사해 주는 감미로운 휴식시간이다. 즐겨드리지 않으면.

 

"프로듀서 씨는 정말로 바보예요. 혼자 끙끙 앓으시고, 저에겐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카에데 씨의 중얼거림이 나의 귀를 간질인다. 확실히 그녀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신데렐라 걸이자, 나의 소중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카에데 씨는 그것이 꽤나 불만인 듯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어리광부려도 되잖아요. 저까지 속타게 만들고..."

 

너무 어린애같지 않을까. 아까도 말했듯이, 그녀에겐 나의 그 어떤 짐도 주고싶지 않다.

 

"그것이 안 된다면... 이렇게 가끔 쉬는 것도 괜찮잖아요."

 

...어쩌면, 내가 잘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에데 씨의 향기가 나의 온 몸을 감싼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진정한 휴식. 그녀는 나에게 이것을 전하러 온 것일테다.

 

"이렇게, 둘이서, 둘 만의 시간을 조금만 더 가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카에데 씨의 슬픈 듯한 목소리가 나의 귀를 강타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나의 불찰이다. 나는 나의 아이돌이 나에게 신경을 쓰게 해버렸다. 가끔은 그녀에게 의지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대화가 아닌 이런 잠깐의 접촉이라도.

누군가가 사무실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한 카에데 씨의 손의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나의 움직임에 카에데 씨의 손길이 멈춘다. 천천히 눈을 떠 시계를 쳐다본다.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 카에데 씨는 조금 더 쉬었으면 좋겠다는 듯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고마워요, 카에데 씨."

 

"이렇게 머무르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짧은 시간이라도 고마워요. 그럼 전 일을 해야 하니 돌아가 주시면-"

 

"아뇨, 오늘은 돌아가지 않겠어요."

 

드물게도, 카에데 씨의 입에서 완고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가 이내 미소를 짓는다. 저렇게 어린아이같은 카에데 씨를 강제로 보냈다가는 아마도 울어버리겠지. 그리고 아직 어린아이인 나도 울어버릴테다. 그러니, 조금 더, 그녀와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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