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 프로젝트 -맞선- 下

댓글: 6 / 조회: 129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9-01, 2017 21:47에 작성됨.

上권 링크: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0949&sca=%EA%B8%80

 

 

 

“오늘 끝나고 한 잔 어떠신가요, 프로듀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밀린 업무가 있어서 사양하겠습니다.”

“에~ 섭섭하네요. 프로듀서가 같이 마셔주지 않는다면 저는 누구랑 마셔야 하나요.”

“카타기리상 이라던가 카와시마상이 있지않습니까. 그리고 술은 정도껏 마셔주십쇼. 어제도 상당히 과음했습니다.”

“후후훗! 농담이에요. 오늘은 저도 집에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기로 했답니다.”

 

 본관과 신관을 잇는 연결통로.

 서로 엇갈려 지나가던 두사람이 잠시 멈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두사람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14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봤냐냥.”

“새, 생각보다 ROCK한 관계였는걸.”

“하와와와.”

“대장! 아무래도 정답이였던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면 목표가 혼자가 되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군.”

“하와와와와.”

“뭐야? 뭐야? 미리아도 볼래!”

“미리아쨩 한테는 아직 이르다냐!”

“하와와와와와.”

“흐흥~ 리카는 이미 어른이니까 봐도 되지롱.”

“안되는게 당연하잖아.”

“하와와와와와와와.”

“지, 진정해 우즈키쨩!”

 

 그도 그럴것이 그녀들이 훔쳐보고 있는 두사람은 바로 자신들의 프로듀서와 미시로 프로덕션에서도 톱클래스 아이돌인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프로듀서의 맞선 상대를 알아보려 동서로 분주하게 움직였던 그녀들이였지만 설마 마지막에 다다른 상대가 동경하던 타카가키 카에데 였다니 경천동지의 대사건이다.

 

“후후,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도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와 헤어진 카에데가 우즈키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오기 시작하자 훔쳐보던 14쌍의 눈동자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우와왓! 카에데상 오기 시작했잖아. 어쩔거야?!”

“그런 걸 왜 미쿠한테 묻냥! 이럴때야 말로 리이나가 ROCK 하게 나설때가 아니냥!”

“에, 에? 그, 그건 그렇지만….”

 

 당황하며 눈을 피하는 리이나. 여기서 더 몰아붙이며 그녀를 곤란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했다.

 

“대장! 어떻게 해야!”

“음. 여기서는 아무래도 ‘미소(웃음)’로 대응하는게 좋겠지. 후후후.”

“과연! ‘미소(웃음)’ 이군요! 후후후.”

 

 미오와 안즈가 내는 정체불명의 웃음소리가 혼란에 빠진 우즈키의 정신을 일깨웠다.

 

“에, 에? 에에에에에?!”

“걱정하지마 시마무! 응원할테니깐!”

“우즈키 화이팅!”

“리, 린쨩 마저!”
앞에는 카에데상, 뒤에는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모두.

“으아아아!”

“우즈키상? 여기서 뭐하시나요?”

 

 당황하는 우즈키의 귀에 연풍(산들바람)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연한 갈색에 녹색빛이 숨은 고풍스러운 머리칼이다.  

 도쿄에 있는 덴노의 거처인 고쿄에는 에도 막부의 쇼군이었던 이에미츠가 생전에 아끼던 오엽송 분재가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한다. 수백년의 영격이 그대로 나타나는 듯한 갈색 줄기와 연녹색 잎을 닮은 카에데의 머리칼은 보는 이의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아버린다.

 고풍스러운 머리칼을 따라 내려가면 미목수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뚜렷한 얼굴과 영롱한 눈동자가 또다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록색과 녹색의 신비스러운 오드아이는 이제 인외의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야말로 절세가인. 시대가 조금 달랐다면 경국지색이란 말이 더 어울렸을 초절정미녀였다.

 

“에에에에에! 그, 그게…”

 

 나루토(회오리) 같은 눈을 하고 두팔을 빙글빙글 휘젓고 마는 우즈키.

 

“카, 케에데상!”

“네?”

“프프, 프로듀서랑은 어떠한(どのよな) 관계신가요?!”

 

 꿀꺽!

 형형색색한 아이돌들의 시선이 전부 카에데에게로 향했다.

 

“프로듀서는 저의 프로듀서. 저는 프로듀서의 아이돌...이니까 프로아이돌인가요? 후후훗.”

 

 프로듀서, 프로아이돌 라고 중얼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카에데.

 반면에 우즈키 일행은 혼이 빠진 얼굴을 하며 굳어버렸다.

 

“하, 하나도 재미없다냐…”

“저 카에데상. 프로듀서랑 마시러 간다는 이야기는 대체…”

“아, 그거 말인가요? 어제 일이 끝나고 프로듀서랑 다른 스탭분들과 뒷풀이를 했거든요. 후후후. 프로듀서가 너무 잘 마셔서 저도 무심코 과음 해버렸네요.”

 

 각오가 실린 린의 질문에도 너무 쉽게 대답해 버리는 카에데의 모습에 모두가 맥이 풀려버렸다.

 생각해 보면 특별히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프로듀서도 카에데도 둘다 성인이였고 술을 좋아하는 카에데라면 더더욱 자연스러운 일이다.

 

“뭐야~ 분명 P군이랑 카에데상이랑 둘이서 알콩달콩 했을 줄 알았는데.”

“어라? 알콩달콩은 모르겠지만 가끔은 프로듀서랑 둘이서만 마시기도 한답니다.”

“““에엣?!”””

“도중에 사나에랑 미즈키가 오기 전까지만 이지만요.”

“““후우~”””

“어떨땐 단 둘이서 2차나 3차에 가기도 한답니다.”

“““에에에엣!”””

“다들 금방 취해버려서 끝까지 어울려 주는 건 프로듀서 뿐이에요. 후훗.”

 

 카에데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 하는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아이돌들. 여기서도 드러나는 톱아이돌의 관록은 전율스러워해야 할 점일까.

 

“그, 그럼 카에데상은 프로듀서의 아이돌이고, 프로듀서랑 술을 마시고, 그치만 스탭분들이나 사나에상이나 미즈키상이랑도 같이 마시고, 하지만 단둘이 마실때도 있고...하와와와와~”

“우, 우즈키쨩 진정해!”

 

 한계점을 초과하고 쓰러지는 우즈키를 카나코가 감싸안았다.

 오늘 하루 우즈키가 감당한 노고에는 카나코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자신이나 치에리와 같이 소극적이면서도 1선에서 활약한 우즈키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긍정적인 면모에 영광있으리! 나중에 황금빛의 과자라도 만들어서 주기로 결심했다.

 

“으으…. 카에데상! 솔직히 대답해달라냐! 카에데상은 P쨩을 좋아하는 거냥?”

 

 조급해진 미쿠의 질문에 카에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프로듀서를…?”

 

 이번에야말로 카에데가 진지한 얼굴로 고민에 빠졌다.

 그 얼굴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것일까? 아니면 감춰왔던 비밀이 들통났음에 초조해 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후후. 꽤나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대답은 비.밀.이랍니다.”

 

 본심을 숨긴 카에데의 대답에서 의미심장한 기색을 느꼈지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천진난만한 웃음속에서도 언제나 가장 어른스러운 답을 꺼내보이는 그녀였기에.

 

“그런데 여러분. 아직 저한테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게 아닌가요?”

 

 정곡을 찌르는 카에데의 한마디에 이번에는 모두가 반응할 차례였다.

 카에데의 예리함에 감탄한 쓴웃음과 한숨 사이에서 주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기운찬 목소리가 뛰쳐나왔다.

 

“저기! 저기! 프로듀서가 아이돌이랑 맞선을 본대!”

“어머! 프로듀서가 맞선을!”

 

 한쪽 손을 번쩍 들고 보고하는 미리아의 이야기에 보석 같은 눈동자가 크게 빛났다.

 

“사실은 모두 그걸 알아보려고 조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온게 카에데상이라서….”

 

 미나미의 차분한 설명에 상황을 이해한 카에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저도 오랜만에 집에서 연락이 와서 맞선 이야기가 나왔….”

“““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 그그그그그 맞선 상대란게 혹시 프로듀서?!?!”

“후후후. 설마요! 상대가 누군지는 듣지 못했지만 애초에 그 이야기는 거절했답니다.”

 

 그 여유로운 웃음에서 일말의 거짓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후~. 카에데상이랑 이야기 하면 수명이 10년은 줄어드는 것 같다냐.”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요?”

“냐!!! 미쿠의 네코미미는 캐릭터다냐!”

“어머! 전 틀림없이 나나쨩의 이웃별에서 찾아온 건 줄로만….”

 

 미쿠의 절규가 결국 카에데의 페이스에 휘둘리면 고생이라는 점만을 뼛속깊이 새겨준다.

그렇게 프로듀서의 맞선 상대에 대한 조사는 아무런 소득 없이 망상만을 부풀리며 토요일이 찾아왔다.

 

-----------------------------------------------------------------------------------------------------------------------------------------------------------------------------------------------------------------------------------------------------------------

 

 도쿄도 시부야구 시부야역.

 주말의 시부야역은 유명한 젋은이들의 거리답게 따뜻한 휴일을 만끽하러 나온 수많은 인파들로 넘쳐났다.

 그런 인파들 속에 섞여 약속장소로 향하는 린의 시야에 그리운 장면이 비쳤다.

 흔하디 흔한 가로수 한그루.

 지금은 꽃잎도 대부분 떨어지고 녹색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며칠전까지만 해도 핑크빛 벚꽃잎이 만개해 보는 이들의 기분을 달콤하게 전환시켜주었다.

 1년 전 바로 저 장소에서 그를 만났다.

 보기만 해도 무뚝뚝하고 무서운 얼굴에 주위 사람들이 수상스럽다고 수근거리는 남자.

 사실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란 걸 지금은 안다.

 그 사람이 오늘 자신의 반려가 될 사람을 찾으러 간다.

 자신의 프로듀서가 결혼을 할 때 아이돌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 걸까?

 지금도 저 벚나무 아래에서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도우러와줄까?

 

“...아니겠지.”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문에 피식 웃으며 내뱉는다. 하지만….

 며칠만 더 빨리,

 저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 서있었더라면,

 1년 전 그때와 같이 험상궂은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을까?

 

-----------------------------------------------------------------------------------------------------------------------------------------------------------------------------------------------------------------------------------------------------------------

 

“린쨩! 여기에요 여기!”

 

 시부야 역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공원.

 주변에는 작은 신사와 사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곳은 역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졌음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린이 공원에 도착하자 이미 몇 명이나 되는 아이돌들이 모여있었다.

 

“미안 늦었어. 내가 마지막이야?”

“네! 미나미쨩이랑 아냐쨩은 잡지 촬영이 있고 카나코쨩이랑 치에리쨩은 광고 촬영에 미리아쨩이랑 리카쨩, 키라리쨩은 토토키라 학원 촬영이 있다고 해요.”

“헤에…. 그렇구나.”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성실히 알려주는 우즈키를 웃으며 바라본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안즈가 올 줄은 몰랐어.”

 

 벤치에 엎어져 있는 건어물이 린의 말에 반응했다.

 

“안즈도야. 일부러 꾀병까지 부려 만든 휴일에 방에서 나와야 하다니 지옥이 따로 없다고.”

“에엣! 안즈쨩 오늘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렇다면 설마….”

“응. 캔디 아일랜드의 촬영이였는데 프로듀서에게 말하고 빠졌지. 그러므로 안즈는 오늘 이 자리에는 없었던 걸로 부탁해~”

 

 당당히 엄청난 말을 꺼내는 안즈를 질린 눈으로 바라본다.

 역시 인세가 관계 되면 적극성이 올라가는 걸까.

 

“그럼 출발해 볼까! 시부린 길안내 부탁할게.”

“응.”

 

 미오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뒤 모두를 이끌고 공원을 나섰다. 어제보다 인원이 반이나 줄어든 탓인지 북적거림이 덜한 걸 느꼈다.

 

“그러고보니 린쨩의 학교가 이 근처였구냥.”

“맞아.”

 

 공원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린이 다니는 지센여자고등학교가 나온다. 주택가 사이에 있는 건물이라 학교 앞을 지나갈 일은 없겠지만.

 

“그나저나 말이야. 프로듀서는 왜 구지 이런 주택가 까지 와서 맞선을 보는 거야?”

“흠! 리-나 날카로운 질문인데? 맞선 상대가 이 근방에 살고 있다든가?”

“그렇다고 해도 장소를 여기서 잡을 필요가 있어? 바로 근처가 역앞 번화가인데. 거기서 만나면 되지. 프로듀서는 길찾기가 힘들 거 아니야.”

 

‘아마 아닐 것이다.’

 

 리이나와 미오의 이야기를 듣던 린이 생각했다.

 처음에 프로듀서는 자신을 권유하기 위해 이 주변을 몇 번이나 배회했었다. 이 앞에 경사진 횡단보도에서도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게 붙잡혀 갈뻔한 걸 자신이 구해준 적도 있지 않은가.

 

“아!”

“무슨 일 있나요, 린쨩?”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문득 떠오른 기억에 멈춰선 린을 걱정한 우즈키에게 고개를 흔들어준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카렌과 나오….

 그 둘을 처음 만난 곳도 이곳이였다. 뿐만 아니라 그 둘의 학교도 이 근처에다가 도중까지지만 몇 번인가 같이 등교를 하기도 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린?”

“어라? 모두도 여기는 어쩐 일이야?”

 

 등뒤에서 들리는 서로 다른 두 목소리에 쓴웃음을 삼키며 뒤돌아 봤다.

 크로와상 같은 트윈테일 두개와 일자 앞머리.

 

“카렌, 나오….”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동료들이 린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카렌쨩, 나오쨩! 두분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야 우즈키. 멀리서 란코쨩의 양산이 보이길래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모두 모여있을 줄은 몰랐어.”

“윽! 실책! 주변에 있는 신사가 나의 어둠의 결계를 약하게 할 줄이야!”

 

 어쩐지 아까부터 너무 조용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설정이였나 보다.

 

“다들 주말에 이렇게 모여서 어디 가는 거야?”

““후후후.””

 

 카렌의 질문에 미오와 미쿠가 음산하게 웃으며 눈을 빛냈다.

 

“카렌쨩, 나오쨩. 두사람은 지금 한가하냥?”

“응? 사무소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한가하긴 한데…. 나오는?”

“뭐, 나도 집에 가서 딱히 할게 있지는 않아.”

“후후후. 두사람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다냥.”

 

[15분 뒤]

“그래서 프로듀서는 언제 오는 건데?”

“후후. 나오~ 긴장했어?”

“하, 하아?! 기, 긴장 하긴 누가 긴장 했다는 거야…! 그러는 카렌이야말로 아까부터 뭔가 화난 것 같지 않아?!”

“후후. 그래보여? 후후.”

 

 시부야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츠보미 카페.

 한적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구석진 자리를 찾은 8명의 JK와 1명의 JC라는 독특한 구성의 멤버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채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은 수상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두사람다 진정해.”

 

 이래서 카렌과 나오를 만나는게 내키지 않았는데.

 프로듀서의 맞선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눈에 뛰게 흥분한 나오와 묘하게 가라앉은 카렌을 보며 린이 한숨을 내쉰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프, 프로듀서가 마, 마마마마맞선이라니! 왜 이 사실을 지금까지 숨긴거야 린!”

“별로 숨긴건….”

 

 단지 따로 연락을 안 한 것 뿐이다. 그럴 겨를이 없었기도 했고.

 

“흐아아아! 나, 나의 벗의 기척이 느껴진다…!”

“냐?! 쉬잇! 쉬잇! 모두 조용히 하라냐!”

 

 딸랑!

 출입문에 매달린 풍경이 울리며 덩치큰 실루엣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떡 벌어진 어깨에 커다란 키, 팔자주름의 어두운 인상은 자신들이 알기로는 프로듀서 밖에 없다.

 평화로운 오후에 찾아온 무서운 인상의 사내를 두고 종업원이 잔뜩 움추리며 자리를 안내했다.

 

“으아~ 프로듀서…. 정말로 와버렸어요!”

“그야 맞선인데 당연히 와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시마무!”

 

 파티션 모퉁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거나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곁눈질 하는 아이돌들.

 

“그나저나 평상시 모습 그대로다냐.”

 

 일 할 때와 같은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프로듀서는 모범적인 복장이긴 평상시 항상 같은 모습을 보는 그녀들에게는 어딘가 칙칙한 느낌이었다.

 

“P쨩도 참. 모처럼의 맞선인데 조금 더 멋부렸어도 좋았을거다냐.”

“뭘 모르네. 저런게 모습이 바로 ROCK한 거라고.”

“그러면 리이나도 앞으로 헤드폰은 한 종류만 쓰고 다녀라냐.”

“헤, 헤드폰은 내 콜렉션이니깐 괜찮아!”

“전~~혀! ROCK하지 않다냐! 게다가 어차피 패션 헤드폰 이다냐!”

“우와와왓! 말 했겠다! 이 생선도 못먹는 가짜 고양이가!”

“쉬-잇! 둘다 조용히해!”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프로듀서.

 

“읍읍읍!”

“우우우!”

 

 서둘러 미쿠와 리이나의 입을 틀어막은 미오와 린이 고개를 숙인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프로듀서가 자리에 앉자 식은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쉰다.

 

“후우~ 큰일날 뻔 했네.”

“드, 들키는 줄 알았어요.”

 

 식은땀을 잔뜩 흘린 나오가 와이셔츠를 펄럭이며 말하고 우즈키도 파랗게 질린채 굳어버렸다.

 

“정말이지! 두사람 다 너무 심해.”

 

 카렌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야단치다 미쿠와 리이나가 반성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이 둘을 유닛으로 만들어서 끌고다니는 프로듀서에게 동정심이 생긴다. 아니, 따지고 보면 프로듀서가 원흉인가.

 

“그나저나 말이야.”

 

 잠자코 있던 안즈가 입을 열었다.

 

“누가 온 것 같은데?”

 

 휘익!

 뿌드득!

 번개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머리들.

 나오의 목에서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난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우선 패스다.

 한 여성이 프로듀서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또각또각.

 상당히 높은 하이힐을 신은건지 키는 프로듀서에 못지 않게 크게 보였다. 뒤로 높게 묶은 머리와 세련된 정장.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가 인상적인 여성이다.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아서 어떤 얼굴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듀서에 못지 않게 강인한 인상을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듀서가 그 사람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정중한 인사.

 그 사람은 손만 들어 대꾸한다.

 

“뭐냥? 맞선 상대인데 너무 무례한거 아니냥!”

“헤에…. 어떤 상판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

“카, 카렌상 무서워요….”

“프, 프로듀서도 프로듀서야! 아무리 맞선 상대지만 저렇게 비굴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어!”

 

 분노하며 외치는 나오의 의견 또한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프로듀서는 저런 사람이 아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예의바르며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프로듀서가 저런식으로 고개를 숙일 때는 고작해야 자신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때….

 

“에? 서, 설마….”

 

 무언가를 깨달은 안즈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진다.

 

“안즈쨩?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나요?”

 

 안즈의 변화를 눈치챈 우즈키가 물었지만 안즈의 대답보다도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게 더 빨랐다.

 프로듀서 앞에 선 그 사람은….

 프로듀서의 맞선 상대인 그 사람은….

 

““““미시로 상무!!!!??!?!?””””

“응? 뭐지 이 소리는?”

 

 아이돌들의 비명을 들은 미시로 상무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들이 있는 자리를 째려봤다.

 

“우왁!”

 

 잽싸게 숨는 우즈키 일행들.

 하지만 그 정도로 어수룩한 미시로 상무가 아니다.

 

“종업원. 저쪽에 앉은 손님들은 뭐지?”

“네? 그게….”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잠깐 얼굴을 보자고 전해줄 수 있겠나.”

“네, 넷!”

 

 그녀들을 옥죄어 오는 미시로 상무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시마무, 시부린 모두. 뛰어!!!”

“우와와와왓!”

 

 고개를 숙이고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 계산은 선불로 해놓은게 용의주도 하다고 할 수 있을까.

 딸랑딸랑.

 그녀들이 달려나간 자리에 출입문에 메달리 풍경소리만이 남아있다.

 사라진 아이돌들의 잔상을 바라보던 미시로 상무가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자네의 프로젝트 소속인 아이돌들 같은데 아는 사실인가?”

“죄송합니다. 저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후우. 됐네. 그럼 용건이나 해결하지.”

 

-----------------------------------------------------------------------------------------------------------------------------------------------------------------------------------------------------------------------------------------------------------------

 

 도망쳐나온 아이돌들이 향한 곳은 처음 약속 장소로 잡은 공원이였다.

 

“하아하아.”

“으아…. 죽겠다.”

“안즈는 이미 죽었어….”

 

 가뿐 숨을 내쉬며 공원 곳곳에 쓰러지는 그녀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러게. 설마 미시로 상무가 프로듀서의 맞선 상대였다니….”

“돌아가서 몰래 상태를 살필까?”

 

 혼란스러운 그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많고 많은 후보지 중에서 설마 그런 수가 나오다니.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넋이 나가버린 그녀들 사이에서 하나의 분명한 목소리가 나왔다.

 

“비상사태야.”

“대장?”

 

 전력질주로 인해 체력을 전부 소진한 안즈가 바닥에 엎어진 상태로 입을 열었다. 비록 체력은 남김 없이 불태웠지만 안즈의 목소리에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강열한 기운이 담겨있었다.

 

“프로듀서가 만약 미시로 상무랑 결혼하게 된다면, 프로듀서는 미시로 그룹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되버려.”

 

 꿀꺽.

 안즈의 진심을 느낀 모두가 이제는 바닥이 되어버린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다면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끝이야. 프로듀서는 결혼퇴직, 프로듀서를 잃은 우리는 잘해봐야 뿔뿔히 흩어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제3예능과 처럼 무한대기상태로…. 그렇게 되면 내 인세 생활이!!!!!”

 

 100% 사리사욕으로 이루어진 안즈의 절규는 의외로 모두에게 와닿았다.

 

“프, 프로듀서가 결혼퇴직?!”

“모두가 뿔뿔히 흩어져?!”

“무기한 대기상태?!”

 

 덜덜덜덜덜.

 누구의 떨림인지 모를 진동이 공원을 뒤흔들었다.

 

“대, 대장! 저희는 어떻게 해야?!”

 

 쓰러진 안즈의 곁에 무릎을 꿇은 미오가 비통하게 외쳤다.

 

“기지로 돌아간다. 지금은 기지로 돌아가서 내실을 다질때! 다시금 전력을 하나로 모아 작전을 세우고 공세에 들어가겠다!”

“대장!”

 정오에 뜬 찬란한 태양만이 맑은 하늘 아래, 그녀들의 비장한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

 

“그럼 용건은 여기까지네.”

“네. 수고하셨습니다.”

 

 서로 교환한 서류를 정리한 프로듀서와 미시로 상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나는 식사라도 하고 회사로 들어갈 참인데 모처럼 같이 어떤가?”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용건이 남아서.”

“그런가…. 그럼 수고하게. 나는 먼저 나가보지.”

“수고하셨습니다.”

 

 어딘가 쓸쓸한 미시로 상무의 뒷모습을 배웅한 프로듀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면서 숨을 돌렸다.

 휴일에 상사에게 불려 나오는 일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다른 볼일이 있어서 나와 있었던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부모님의 강요에 못이겨 나온 맞선이지만 아직 상대의 얼굴이나 나이, 연락처 마저 모른다. 팩스로 건네받은 파일을 어딘가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일어난 헤프닝이다. 다시 받으려면 받을 수 있지만 원하지도 않은 맞선에 소소한 유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부웅부웅.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화면을 들여다봤다.

 등록된 번호.

 직장 동료의 이름이 화면에 떠오른다.

 아마 또 일 관계일 것이다. 이번 휴일은 일진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

 

“전화받았습니다.”

“후후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이중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한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후훗. 글쎄요. 저는 그저 맞선남에게 전화를 했을 뿐인데요?”

“네?”

 

 프로듀서가 카에데의 말을 이해하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케에데는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본다. 

 그 얼굴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것일까? 아니면 감춰왔던 비밀이 들통났음에 초조해 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도 모르고 있던 깊고 깊은 의식의 바다에 감춰져 있던 본심이 부상하기 시작했던 것일까?

 

신데렐라 프로젝트 -맞선- 끝






 

-외전

 

미오 “그러고보니 미쿠쨩, 그건 뭐야?”

미쿠 “응? 카에데상 프로필이다냥.”

리이나 “카에데상 프로필을 왜 가지고 있는거야?”

미쿠 “P쨩이 약속 메모랑 같이 떨어트린 걸 주운거다냥. 약속 메모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돌려주는 걸 깜빡하고 있어다냥.”

리이나 “헤에~ 그렇구나. 프로듀서도 의외로 덤벙대는 구석이 있구나.”

미쿠 “정말이다냐. 후훗. 덤벙쟁이 프로듀서다냐.”

 

ps. 맞선을 취소한 카에데가 프로듀서와의 맞선 장소에 나온 건 연락상 미스가 일어나서 어쩔수 없이 나온 걸 수도 있고,

프로듀서가 맞선을 본다는 이야기에 혹시나 해서 친가에 연락 후 맞선 상대가 프로듀서라는 걸 확인 했을 수도 있습니다. 

...등등 이 부분은 상상에 맡기는 걸로...

 

---------------------------------------------------------------------------------------------------

-후기

 점검 전에 다 써서 다행입니다.

 처음으로 써보는 팬픽이고 처음으로 끝을 맺은 글이라 기분이 좋네요.

 읽으시면서 대충 감을 잡으셨을지 모르겠지만 부서 관계 없이 신데마스의 아이돌들은 전부 타케우치P가 프로듀서라는... 오니설정입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