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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페스티벌] 시부야 린 - 소리없는 계승자(音無係承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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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3, 2017 22:35에 작성됨.

도쿄 세타가야 구 산겐자야 역에서 몇 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꽃집 하나가 있다. 파란 글씨로 FLOWER SHOP SHIBUYA라고 적혀 있는 꽃집 앞에 선 남자는 아네모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넥타이를 고쳐맨 그는 꽃집의 문지방을 넘었다. 그가 마주친 꽃집 점원은 원예용 가위를 든 여성이었다.

 

시부야 린 : 어서 오세요. 손님.

 

잠시 진열대를 응시하던 손님은 장미 꽃다발을 움켜쥐었다. 계산대 앞으로 간 장발 점원은 원예용 가위를 내려 놓고서 꽃다발을 받았다.

 

시부야 린 : 2500엔입니다.

 

시부야 린은 남자가 지갑 꺼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000엔 세 장이 계산대 위에 놓일 때, 그녀는 포장을 끝마쳤다.

 

남자 : 입학식 시즌일텐데, 여긴 붐비지 않네요.

 

시부야 린 : 오늘은 입학식이 없는 날이라서요. 입학식 때문에 사시는 건가요?

 

손님은 입학 축하 메시지 카드를 들고 있던 시부야 린을 마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 : 아뇨. 여동생이 퇴원하는 날이거든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님의 지갑은 외투 안감 속으로 들어갔다.

 

시부야 린 : 또 오세요.

 

남자가 꽃집 문을 나서는 그 순간, 시부야 린은 원예용 가위를 다시 집어들었다. 하지만 가위는 제 일을 해낼 수 없었다. 전화기에서 따르릉 소리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부야 린 : 여보세요.

 

통화한 사람은 예전의 프로듀서임을 곧바로 알아챘다. 아이돌을 은퇴한 뒤로도 종종 연락했기 때문이었다.

 

시부야 린 : 오래간만이네? 세 달 정도 연락이 안 되던데.

 

옛 모바 P : 미안. 미안. 요즘 바빴거든.

 

시부야 린 : 흐응~ 무엇때문에 바빴을까나?

 

프로듀서가 아까보다 한층 낮은 어조로 말하는 것을 시부야 린은 들을 수 있었다.

 

옛 모바 P : 아이돌 프로덕션을 세웠어.

 

시부야 린 : 10년 전의 꿈을 드디어 이뤘네. 그 소식을 나한테 말해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옛 모바 P : 네가 프로덕션에 들어와 줬으면 좋겠어.

 

그 뒤로도 약 15분 정도 통화는 계속되었다.

 

옛 모바 P : 출근은 다음 주부터 하면 되니까, 자세한 건 그 날 정하기로 하자.

 

시부야 린은 작별 인사를 하고 수화기를 내렸다. 시계가 4시를 가리킨 것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금 꽃을 다듬기 위해 가위를 들었다. 몇 시간 뒤, 꽃집의 팻말은 'closed'가 보이도록 뒤집혔다.

 

시부야 린 : 어디 보자. 열쇠가 어디있더라?

 

셔터를 내린 시부야 린은 자물쇠를 채웠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작은 액자를 집어들었다. 액자 안의 사진 속에서 세 아이돌은 안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시부야 린 : 카렌.

 

시부야 린은 두 번 다시 아이돌로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

 

시부야 린 : 나오.

 

그 다음에 그녀는 너무나도 먼 곳으로 가버린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

 

시부야 린 : 그 사람이 다시 일해보자고 하더라.

 

사진을 바라보던 린은 소파에 누웠다. 사진 속 자신을 응시하던 린은 다시 일어나서 액자를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스마트폰을 집어든 그녀는 터치 스크린을 바삐 누른 다음, 침대에 누웠다.

 

시부야 린 : 흐응~ 여기가 사무소?

 

일주일 뒤, 시부야 린은 평소와 다르게 꽃집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시부야 린 : 나쁘진 않네.

 

옛 모바 P : 오랫만에 들어보네. 그 말.

 

옅은 미소를 보인 린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부야 린 : 사무원이라고 했지?

 

옛 모바 P : 그래. 맞아.

 

예전 프로듀서의 시선이 자기 다리를 향한 것을 린은 알아차렸다.

 

시부야 린 : 아직도 그 교통사고에 대해 생각하는 거야?

 

입 다물고 시선을 살짝 돌린 그에게 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시부야 린 : 프로듀서, 당신은 잘못 없어. 그건 그야말로 사고였잖아.

 

옛 모바 P : 그래도 네가 그 때 다리를 다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시부야 린 : 프로...아니, 사장.

 

린은 사장이 된 프로듀서의 말을 끊고 말했다.

 

시부야 린 : 술 마셨던 트럭 운전수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어.

 

한 때의 아이돌, 린은 눈 앞에 있는 사장의 손을 잡아주었다.

 

시부야 린 : 그러니까 스스로를 죄책감으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해.

 

사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것을 시부야 린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옛 모바 P : 후우.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사장은 캐비닛에서 제복을 꺼낸 다음, 린에게 건네주었다. 무릎 위까지 올라갈 법한 치마는 센카와 치히로가 입었던 치마처럼 검은색이었다. 흰 바탕의 블라우스를 받아든 린은 블라우스의 커프스 부분의 붉은 체크 무늬를 발견했다.

 

시부야 린 : 조끼도 붉은 색이네.

 

옛 모바 P : 파란색으로 바꿔줄까?

 

시부야 린 : 붉은 색도 싫어하지는 않아. 이대로여도 괜찮아.

 

책상에 제복을 놓은 린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사장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질문했다.

 

시부야 린 : 다른 직원들은 안 보이네?

 

옛 모바 P : 사무원이 한 명 더 있긴 한데, 지금은 아이돌들 레슨 때문에 거기 가 있어. 이름은 나카무라 마히로라고 해.

 

시부야 린 : 그럼 프로듀서는?

 

옛 모바 P : 지금은 내가 대신하고 있어. 조만간 채용해야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파일 두 개를 건네었다.

 

옛 모바 P : 아이돌 프로필은 파란 파일에 있어.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것은 남색 파일을 읽어보면 될 거야.

 

시부야 린 : 태블릿도 있나 보네.

 

옛 모바 P : 그래. 자세한 사항은 마히로 씨한테 배우면 될 거야. 30분 뒤면 여기 올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사장이 말한 대로, 약 30분 뒤에 정장을 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린은 남성과 마주친 사장이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자 : 잠깐! 당신은 그 꽃집 점원??

 

옛 모바 P : 이미 아는 사이였어?

 

사장의 말에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시부야 린 : 저번 주에 만난 제 손님이에요.

 

옛 모바 P : 묘한 인연이네! 혹시 여동생 퇴원 때문에 간 거야?

 

남자 : 정확하게 맞혔어.

 

옛 모바 P : 여튼 서로 통성명하도록 하지.

 

남자 : 나카무라 마히로라고 합니다. 여기서 사무원을 하고 있죠. 사장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시부야 린 : 시부야 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 : 잠깐만요. 시부야 린?

 

린은 선배인 남자가 눈을 휘둥그레 뜬 것을 볼 수 있었다. 린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인 것을 사장은 놓치지 않았다.

 

남자 : 뉴 제너레이션에 트라이어드 프리

 

옛 모바 P : 자. 거기까지.

 

사장은 사무원의 말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인 남자는 사장의 눈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옛 모바 P : 린은 사무원으로서 일하게 될 거야. 잘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남자 : 앞으로 잘 해봅시다.

 

린은 선배의 손을 잡았다. 그 후로 몇 시간 동안 일을 배운 린은 가로등 불빛으로 반짝거리며 빛나는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면서 퇴근했다.

 

시부야 린 : 여보세요?

 

카미야 나오 : 린? 오랫만이야!

 

그 날 밤, 린에게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카미야 나오였다.

 

시부야 린 : 무슨 일로 전화했어?

 

카미야 나오 : 무슨 일이긴.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시부야 린 : 미얀마로 자원봉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린의 동료, 나오는 아이돌을 은퇴한 후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카미야 나오 : 한 달 뒤로 미뤄졌거든. 넌 지금도 꽃집 하고 있어?

 

시부야 린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카미야 나오 : 사무원이라...그 업계에 다시 취직했구나.

 

시부야 린 : 응.

 

카미야 나오 : 아~아~~ 앞으로 매년 카렌한테 꽃 선물할 비용이 늘겠네. 이게 다 린이 꽃집을 관둬서 그런 거라고?

 

피식 웃던 린은 달력을 넘겨 보았다. 네 장 정도 넘기자, 달력 한가운데에 있는 '카렌 기일'이란 글자가 린의 눈에 띄었다.

 

시부야 린 : 그럼 일본에는 언제 돌아오는 거야?

 

카미야 나오 : 늦어도 8월 초에는 올 수 있을 거야.

 

시부야 린 : 이번에도 마중 나갈까?

 

카미야 나오 : 고맙지만 괜찮아. 사무원 일 하느라 바쁠테니까,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

 

시부야 린 : 그래. 그럼 끊을게.

 

카미야 나오 : 저기, 린.

 

린은 수화기 너머 나오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카미야 나오 : 사무원 된 것이랑 프로듀서랑 다시 한 번 같이 일하게 된 것. 축하해.

 

그로부터 4일 후, 사무실에서 문서를 작성하던 시부야 린은 사장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옛 모바 P : 다들 좋은 아침~

 

린은 선배와 함께 사장의 인사에 화답했다. 린이 보기에, 그의 발걸음은 여느 때보다 유난히 가벼웠다.

 

옛 모바 P : 드디어 우리 사무소에도 프로듀서가 들어와.

 

남자 : 아. 드디어 임시 프로듀서도 끝이구만.

 

옛 모바 P : 사실은 이미 여기 왔어. 들어오게나!

 

린은 사무소 문이 열림과 동시에 새로운 프로듀서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잔뜩 굳은 새 프로듀서를 보면서, 린은 자신을 처음으로 스카우트 했던 때의 프로듀서를 떠올렸다. 그 프로듀서는 이제 사장이 되었음을 상기하면서, 린은 새로운 프로듀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부야 린 : 당신이 우리들의 프로듀서인가요?

 

새로운 프로듀서 앞에서 가볍게 목례하고 나서, 시부야 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드링크 캔 하나를 쥐고 있었다.

 

시부야 린 : 나쁘지 않네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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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이 20대에 사무원이 되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8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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