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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휴가 복귀한 코토리씨가 이상한 씨앗을 주셨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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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1, 2017 12:08에 작성됨.

결말.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야만스럽고 흉폭한 포식자들마냥

아이들은 어느새 다시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춰버린 마냥 흘러가는 새벽의 어둠 속에서,

하루카는 끔찍한 악몽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코토리씨가 사는 싸구려 빌라 룸에까지 도착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쿵쿵쿵쿵ㅡ아이들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터질 만치 세차게 몰아친다.

 

그 순간, 마치 기적처럼 문이 열렸다.

바깥만치, 아니 바깥의 어둠보다도 더 새까맣고 정적인 그녀의 룸 안으로

하루카는 몸을 던져넣듯이 들어간 다음

아이들이 들어올새라 문을 바로 잠가버렸다.

뒤이어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유를 알 수 없게도, 이내 사그라든다.

 

하루카 「코, 코토리씨?」

 

코토리씨의 방 안은 완전한 어둠, 정적과 끔찍한 악취

ㅡ그리고 그 속에 오묘하게 흐르는, 사향과 같은 아찔한 향으로 가득했다.

고기 썩어가는 냄새 속에서 흐르는 그 향은, 마치 열대의 과일과도 같은 향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마사지 샵에서 흐르는 관능적인 장미 향기 같이도 느껴졌다.

여름의 무더운 열기 속에서,

침묵 속에 엄습해오는 공포와 긴장 속에 하루카의 이마 위로 땀방울들이 송글송글 맺혀 떨어졌다.

 

하루카 「코토리씨?」

 

하루카는 휴대폰의 라이트를 켜서 그녀의 방 안쪽을 살폈다.

코토리씨는 거실, 부엌, 화장실 어디에도 없었다.

굳게 닫힌, 방 하나를 제외하고..

 

조심스레 방문을 돌려 열어본다.

ㅡ끼이익 하고, 문이 열린다.

무언가 어둠 속에서, 우두둑 하고 떨어지며 하루카의 발가락을 스친다.

그 섬뜩한 기분에 하루카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덩쿨이였다.

마치 손가락을 닮은 듯한, 기묘한 핏빛 덩쿨들이 가득히 엉켜서는,

방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고기 썩은 냄새가 가득했으니,

코토리씨의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던 기묘한 냄새는 바로 이 방에서 나고 있었던 것이였다.

공포 속에서, 입을 억지로 틀어막으며

하루카는 라이트의 둥근 빛을 천천히 어둠 속에서 들어올린다.

 

방 한가운데에, 거대한 붉은 꽃이 만개해 있었다.

너무나도 붉고 강렬한 그 꽃잎 위에는

마치 혈관과 같이 짙고 검은 선들이 모세혈관마냥 뒤덮고 있었다.

예의 그 기묘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꽃에서 나는 향이 확실했다.

장미 냄새나, 혹은 열대 과일 냄새.

문득, 하루카는 머리 속에 뭐랄까, 추잡하고 탐욕스런 감정이 불을 지피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몸을 저 가시 가득한 덤불 사이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저 줄기들을 마구 뜯어먹고, 터질 때까지 먹고 싶어ㅡ

하지만 기묘한 공포와 인내심으로 그 생각들을 억누르며, 

하루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눈을 줄기에서 꽃 쪽으로 돌렸다.

 

꽃을 짊어지고 있는 꽃봉오리는, 그리고 그 줄기는

기묘하게 사람과 닮아 있었다.

초록색 머리카락 같은 긴 털들이 가득한 꽃봉오리는 작은 두개골 같은 형태였고,

줄기들은 마치 말라 비틀어진 미이라 같은 기괴한 굴곡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그 아래 놓여진 코토리씨의 머리핀과..녹색 머리카락들..

뿌리 자락에 가득한, 시들어버린 꽃들과 사이 사이의 굵고 토실토실한 씨앗들..

 

이건 마치ㅡ

 

그제서야, 씨앗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깨달은 하루카가 그대로 자리에서 혐오감에 구토해버렸다.

살짝 열린 창문의 틈새로 부는 열대야의 바람 속에서,

마치 흐느끼듯ㅡ한때 코토리였던 그 외계의 식물은 서로 잎사귀를 부딛히며 기묘한 울부짖음같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때, ㅡ띠리링 하고 초음종소리가 정적을 깨버렸다.

공포 속에서 벽을 더듬거리며, 조심스레 나간 하루카가 밖을 살폈다.

바깥에는, 프로듀서가 서 있었다.

 

하루카 「프로듀서!」

 

구원받았다는 안도감과, 반가움 속에 하루카는 문을 열고 프로듀서를 그대로 꼭 껴안았다.

프로듀서의 품 속에서 통곡하듯 울면서,

 

하루카 「우아앙! 자, 잘못했어요. 코토리씨가 준 씨앗인데 절대로 쓰면 안 됬는데 제가 써버려서ㅡ」

 

프로듀서 「괜찮아..이젠 괜찮아」

 

프로듀서도, 그런 하루카를 꼭 껴안았다.

꽉..벗어나지 못하게.

프로듀서의 품에서, 기묘한 장미의 냄새가 났다.

 

프로듀서 「그런데 하루카..」

 

하루카 「프, 프로듀서? 저 수, 숨막혀요..」

 

하루카 「프로듀서?」

 

프로듀서 「..과자는 어디 있니?」

 

하루카 「ㅡ꺄악!」 그를 세게 밀치고는, 품에서 벗어난다.

하루카를 껴안고 있던 그의 두 손의 피부가 섬뜩한 감촉으로 벗겨져나간다.

프로듀서의 피부 아래 감추어져 있던, 핏빛 덩쿨들이 꿈틀거리며 드러난다.

 

그의 뒤로 아이들이 다가온다.

피부 사이로 덩쿨 새싹들과 만개하지 않은 꽃봉오리들을 피워낸 채로, 피로 범벅이 되어.

 

미키「과자인거야..과자..」 

 

마코토「과자..과자 내놔!!」

 

아이들이 어느새, 하루카를 애워싼다.

핏빛 덩쿨과 살이 뒤엉켜버린 흉측한 흉물의 손으로 하루카를 더듬거리고 조른다.

공포와 혐오의 착란 속에서, 혼비백산한 하루카가 울부짖는다.

 

하루카 「과, 과자는 없어..제 제발..」

 

히비키 「과자..과자 달라죠! 우아악!!」

 

하루카 「꺄악!!」

 

그때, 아이들이 갑자기 행동을 멈춘다.

프로듀서와 아이들..아니, 이제는 반 식물이자 반 인간인 그 흉측한 혐오물들은

지금 하루카 대신, 이전에는 코토리씨였던 가증스런 괴화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즈사 「아라라..이 냄새는..과자!!」

 

너나할것없이, 그 좁은 방 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 앞에서, 

덩쿨줄기들과 덩쿨 잎들은 열대야의 바람 속에서 마치 지성을 가진 생물마냥,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혹적이고 요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몸을 내던진 아이들은,

마치 사이렌의 유혹에 낚인 음탕한 선원들마냥 그 덩쿨들 속에 달려들었으니,

짝짓기 중인 뱀들마냥 온 몸을 적나라하게 비비면서 게걸스럽게 줄기와 잎들, 바닥에 가득한 씨앗들을 탐식했다.

꿈틀거리는 가시들과 줄기들이 온 몸을 파고들고 휘감고,

한계 이상으로 입 속에 쑤셔넣고 삼킨 덕에 어느새 배가 터질듯이 부풀어올라도,

아이들은 그 한계없는 쾌락의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외계의 식물은 그녀들을 흡수해가며,

은빛의 기묘한 미세 가루들을 꽃 위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풍 아래,

그 가루들이 창문 틈 사이의 밤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하루카는 발견했다.

저것들이 꽃가루라면, 뜨거운 도시의 열풍을 타고

도시 곳곳에 들어가 사람들 속에 퍼져나갈 것이리라.

 

그 광기와 쾌락의 현장에서,

반쯤은 제정신을 놓은채로, 반쯤은 공포에 휩싸여 

하루카는 울듯이 웃으며 코토리의 집을 빠져나왔다.

 

 

엔딩. 

얼마나 달렸을까요?

온 몸은 땀으로 벅벅이 되서, 속옷까지 젖어버릴 정도로 저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지쳐버린 저는, 열대야 속에 아직도 미적지근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도로에 추잡하게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이마 위로 흐르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식은땀을 팔뚝으로 닦다가

문득, 팔에서 무언가 간지러운 느낌이 나서 살펴보니

어둠 속에서, 팔뚝 안으로 무언가 ㅡ꿈틀 하고 움직이는게 보였습니다.

마치, 덩쿨 같은 무엇인가가요.

 

코토리씨가 제게 건네준, 765 프로에 불가피한 파멸을 안겨준 그 씨앗들은

정말로 운석을 타고 외계에서 온 것일까요?

아니면 무언가, 방사능 때문에 잘못되어버린 돌연변이일까요?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바보 같은 욕심과 질투로 말미암아 시작된 파멸은

765 사무소 전체를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렸습니다.

공포와 후회, 돌이킬 수 없는 회한 속에 자꾸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미안해요 프로듀서..미안해 아이들아..

 

그런데요.

한참을 울다가도,

문득, 방의 그 악마의 덩쿨들이 생각납니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부는 바람 아래, 고혹적이고 음탕하게 흔들리던 그 핏빛 잎사귀들과 줄기들..

붉은 꽃잎 아래 세차게 요동치던, 검붉은 꽃의 혈관들..

그 속에서 추잡하게 탐식하며 몸을 덩쿨 속에 녹여나가는 프로듀서와 아이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코토리씨였던 것에게 융해되어, 새로운 꽃들과 씨앗들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돌아가면, 그 방에는 13개의 아름다운 핏빛 꽃이 만개해 있겠지요.

그런 것들이 마치 판타지 이야기 속 사이렌의 노래처럼,

머리 속에서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부름 앞에 저는 이제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습니다.

 

765 프로는 이제 망해버릴 것입니다. 어쩌면 도쿄의 시민들 모두가요.

저 또한 이제 다시는, 아이돌을 할 수 없을 것이겠지요.

머리 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그 유혹의 향기에 더 이상 거부할 자신도, 이유도 없습니다.

심장이 가라앉고, 다시 힘이 들어오면,

저는 아마, 그 방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13개의 핏빛 꽃들이 만개해 있을, 그 저주받은 방으로..

 

 

ps. 아이들이 행복하게 씨앗을 나눠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 훈훈해지네요.

다음엔 어떤 훈훈한 이야기로 찾아뵈야 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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