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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미아밀로 다이어리 두

댓글: 32 / 조회: 2002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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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1, 2013 09:03에 작성됨.

 - 오리캐가 해당 기록에 등장함. 해당 요소에 취향이 호환되지 않으면 뒤로가기를 누르시오.
 - 매우 아스트랄함. 비사회적이며 21세기의 도덕/윤리에 위반하므로 취향이 호환되지 않으면 뒤로가기를 누르시오.


- 미아미아가 쓰러지지 않아 -


"일이 많이 밀렸네......"


765의 사무원, 오토나시 코토리는 적어도 그날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는 평범한 OL에 불과했다. 비품과 서류를 정리하고, 화이트보드지에 스케줄을 적어넣고, 전화 예약을 기록해놓는 등의 일을 하던 일상적인 나날 속에서, 코토리는 어느 날 입구에서 서성이던 한 괴기한 소녀를 만나고, 자신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타격당할 뻔 했다는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날 만의 위협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따르르릉. 하고 울려오는 전화의 수화기를 귀에 갖다댄 그녀.


"네, 765 프로입니다."

"엉덩이를 한 번만 때리게 해줘요."

"......"


덜컥. 코토리는 곧바로 식은땀을 흘리며 수화기를 닫았다. 이어서 전화벨이 울려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어제의 찰진 위협이 끝이 아니었음을 알고는 자신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정색했다. 물론 이것으로 그녀의 응-디 위협이 종막을 맞이했다면 이런 이야기가 쓰여지지도 않았으리라. 그 신입 아이돌 후보생의 근성은 땡볕 아래서 코미케가 열리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근성과 비견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암, 피곤해라......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연신 입을 쩍 벌려 하품하며 출근길에 나서는 코토리에게 다가오는 한 인영. 코토리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그 자의 괴악함에 기겁하며 멀찍히 벗어났다.


"히익! 무슨 영하 10도에 옷차림이......"


어제보다도 더욱 심해진, 미끌미끌한 미래틱 은색 쫄슈트를 입은 과감한 그 후보생, 미아미아밀로 카푸와움파가 의미심장한 표정(이라고 하고 포맷한 것마냥 덜떨어진 표정으로)으로 코토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지퍼가 과연 달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착 달라붙은 남사스러운 보디슈츠에 경악하며 슬슬 멀어지는 코토리를 병아리마냥 졸졸 따라가며 미아미아는 코토리를 향해 항상 외치던 그 단어를 내질렀다.


"엉덩이를 한 번만 때리게 해줘요."

"으아아 미친놈, 아니 년! 저리로 갓!"

"엉덩이 한대만."

"따, 따라오지 말라고!"


코토리는 그대로 765로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의 카페로 퇴피. 벌써부터 주변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조금만 더 뻐팅겼다간 화면 상단에 별이 한 두개 쯤 뜨고 경찰차가 떼거지로 몰려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765로 들어가면 역시 피해가 간다. 코토리는 그렇게 카페에 들어가, 그러고보서도 금새 위기의식을 잃어버린 채로 늘어져 주문한 구세계와 신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나는, 이베리아 반도의 술집에서 탱코 춤을 추는 여인, 그러나 그 여인의 춤이 웬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평범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쪼옥쪼옥 쭈욱쭈욱 짜악짜악 으어으어 빨면서 한껏 늘어지고 있었다.


"이 커피 왜이리 진해? 게다가 설탕을 안 넣었나, 너무 쓰네."


물론 그런 꿀같은 시간은 길게 가지 못했다.


"앗, 전화가......예, 여보세요?"

"코토리씨! 도대체 지금까지 출근 안하시고 어디 계신 거에요! 묻어버린다!"

"힉! 리츠코씨! 아니 그게, 어제 왔던 그 미친ㄴ......그 애가 자꾸 엉덩이를 때리자고 해서 여기로 도피를......"

"변명은 죄악이란 걸 모르나 니트로 박사! 아니, 아무튼 XX카페에 있는 거 아니까 빨리 나오세욧!"


뭣이? 코토리는 리츠코가 이 카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그보다는 공포가 앞섰기에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숄더 차지로 부수고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팔짱을 낀 채로 짜증을 내고 있는 리츠코 대신, 예의 그 소녀의 튼실한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엉덩이를 때리게 해 줘요."

"으아아아!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엉덩이."


기겁하며 골목길로 도망쳐가는 코토리를 아쉽게 쳐다보는 미아미아. 분명 리츠코의 전화 데이터를 해킹하여, 통신 연결해 목소리를 변조시켜 불러냈음이 분명하다. 아니 그걸 어떻게 하냐고? 그거야 미아미아가 찰지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OL의 응-디를 팡팡하고 싶다는 욕망은 독재자의 권력욕보다 진한 법이다. 그렇다, 미아미아는 이 곳으로 와서 지금까지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했으므로, 그녀의 궁디를 팡팡해야만 하는 사명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게 무슨 사명이냐고 묻지 마라. 당신은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응-디에 뜨거웠던 적이 있었더냐. 그렇게 좁아터진 골목길로 패닉의 질주를 벌이던 코토리는, 자신이 막다른 길에 도착했음을 알고는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그 희대의 변태녀가 자신의 응-디를 팡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엉덩이를 한 번만 때리자고요."

"아 꺼져!!"


쿵, 하고 화가 극에 달한 코토리가 거친 말을 쏟아내며 골목길에 너저분하게 놓여있던 쓰레기통을 날려 던졌지만, 그것을 팔로 싸뿐히 막아낸 미아미아는 되려 섬짓하게 정색하며 코토리를 몰아세웠다. 


'화, 화났나......?'

"생명활동이 비활성화되고 싶어요!?"

"아, 아니......"

"그럼 엉덩이를 한 번만 때리게 해줘요."


역시 미친년이었어! 코토리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가리며 그 응디광의 반대편을 향해 필사적으로 뛰어들어갔다. 결국 그 날은 한껏 늦어버려서, 귀신교관이 된 리츠코에게 30분동안 갈굼당하고, 얼차려받고, PT체조8번을 온몸에서 피가 튀고 살이 튀도록 받고나서야 겨우 해방 될 수가 있었다. 참고로 미아미아는 여유롭게 돌아와 신적인 스팽킹-모던-댄스를 선보이며 사장님에게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고 한다. 아무튼 간에 코토리의 응디는 찰지므로, 미아미아가 자신의 마음 속 치유를 위한 목표를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시간이 다소 흐르고서도 말이다.

*

때는 지나 어느 날의 오후, 코토리는 어느 날 프로듀서의 긴급한 연락을 받아 모 지방 케이블의 방송국으로 그가 깜빡 두고 간 주요 서류를 가져다주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통 이런 일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느 것이 맞겠지만, 영세 기업인 765는 항상 만성적인 인재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판촉 행사에 사무원인 그녀가 자주 나서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고, 거기엔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사장마저도 참여하는 때가 많았다. 단언컨데, 아직은 파릇파릇한 신생 회사 같은 느낌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반남의 힘을 빌어먹어 DLC를 팍팍 내거나, 어딘가의 에이스 뭐시기 하는 전투기 꼐임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이타제트기 도색을 하기 전이라는 말씀이시다. 이들이 쿠로이보다 찰진 블랙이 되는 것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터진 김밥과 병사의 옆구리처럼 새어나갔으니,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되돌아와 그녀의 현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얏, 죄, 죄송합니다......"

"앗 따가! 종이에 베였잖냐! 아앙!?"


Ah→Ang↗이다. 주의하자. 이것에 대한 발음은 숙련되어야만 하며, 또한 많은 연습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 코토리가 어떤 한 사람과 부딪히며 서류 타격 콤보를 냅다 갈긴 그 대상의 얼굴은 왕궁의 괴물 가고일 조각상에 비견될 정도로 흉악한, 뺨이나 눈가에 칼자국 좀 새겨봤을 야쿠자였던 것이다. 물론 그가 날려진 종이에 보통은 상처를 입지 않았겠지만, 코토리는 참으로 운이 없었고, 재수가 너무나도 없어서,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야쿠자의 심기를 거슬러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야쿠자는 오늘따라 굉장히 화가 났고, 방송국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 됐던 데다가, 아무한테나 괜스레 화풀이를 하고 동네방네 소문까지 낼 마음까지 가득했다. 그런데 거기에 코토리가 불쌍하게도 짝, 으어 하고 걸려버린 것이다. 불쌍도 하지.


"힉! 죄송합니다!"

"아가씨↓ 입술에 종이가 팍, 하고 꽂혀부렸구마안-! 이거 존 시나만큼 아픈데! 엉? 그런데 그냥 그거로만 끝낼 셈이냐고오!"

"뭐뭐뭐, 뭐든지 할 테니까......"

"얼라들아, 이 아가씨-가 뭐든지 해도 좋다고 하는데, 잘 들었제?"


예, 햄님! 행님이다 문디자슥들아! 내가 스팸이가, 햄이게!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주고받으며 목을 까딱 까딱 푸는 삼인조의 불한당들. 중간에 서 있었던 행동대장같은 떡대가 코토리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가고자 손을 뻗는다. 코토리는 말 그대로 부모 잃은 아기 새마냥 오들오들 떨며 눈을 찔끔 감았지만, 그 거친 손이 그녀의 몸에 닫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 그 무뢰배의 손목을 붙잡고는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웃, 뭐, 뭐야......!"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건 멋있는 행동이 아니에요."


꾹, 하고 눌리며 새빨개지는 야쿠자의 손목. 그 자는 팔을 계속 움직이려고 했지만, 손목이 뜯겨나갈 것처럼 아프기만 하고 도저히 움직이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반격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자신을 꼼짝못하게 만든 것이 변태같은 은색 보디슈트 차림새의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러나 그 야쿠자가 무얼 하기도 전에, 얼굴을 가까히 한 그 소녀는 기계적이고도 섬뜩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쓰레기 같은 짓일 뿐이지."

"......!"

"저는 쓰레기들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착하지 않아요. 그러니까......사라져."


사람이 아닌 폐기물을 바라보는 눈길에 야쿠자는 영혼까지 얼어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 앞의 소녀는 단순히 어린애일 뿐이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차갑고 기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잘 조각된 암살 인형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느낌. 이 행동대장은 지금껏 많은 난투와 사고들을 겪어오며 단련된 몸과 거칠어진 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느끼는 공포는 과거의 그 어떤 것과도 다름을 눈치챘다. 굳이 꼽자면, 어딘가의 잘 훈련된 S급 킬러를 보는 느낌이었다.


"......크, 너 임마, 사람 잘 못 봤어......두고 봐!"


결국 삼류 악당의 대사를 읊조리며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셋. 그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고 있던 코토리는 미아미아가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감탄했다. 일전, 아즈사가 실수로 어느 아랍 왕자의 결혼식에 끌려갔을 때 보여준 마코토의 기백과 실력도 대단했지만, 그것과 미아미아의 살기는 방향이 크게 다른 것이었다. 전자가 뜨거운 불꽃 펀치였다면, 이것은 적의 주둥이에 샷건을 들이대고 있는 어딘가의 주지사 형님과도 같았던 것이다.


'그냥 미친 사람일 줄 알았더니 대단하네......'

"엉덩이를 한 번만 때리게 해줘요."

"역시 미친년이었어 그냥!"

"엉덩이 한 번만."


곧바로 튀어나온 그 소리에 코토리는 곧장 미아미아에 대한 자신의 호의적인 감정을 즉각 철회했다. 역시 이 아이는 그냥 상변태였다.


"너 얌마!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건 쓰레기같은 행동이라며! 지금 네가 그러고 있잖아!"

"저는 그냥 정중히 부탁하는 건데......"

"어딜봐서! 너한테 대줄 응-디는 없으니까 꺼지라고!!"

"......네."


지난 날의 울분도 있어서일까, 괜스래 목소리를 높힌 코토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거리며 서류를 대충 줍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를 보는 미아미아의 얼굴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어쩐지 축 늘어진 비에 젖은 강아지마냥 처량해 보였다.

*

'그래도 구해준 은인인데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했으려나......'


그날 저녁, 코토리는 잠자리에 누워 그날 오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미아미아가 없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됐을까? 도저히 망상할 단계가 아닐 험난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때에 그녀가 나타났기에 코토리는 오늘 무사히 잠에 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의 긴장과 분노에 이끌려 그만 화를 내버렸기에 코토리는 뒤늦게 후회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일 보이면 심하게 말한 건 사과해야지......"


하지만 미아미아는 다음 날 코토리가 일어나 집 밖을 나선 다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코토리는 아쉬운 느낌이 크게 들었지만, 결국 미아미아는 길거리에 들어와서도 코토리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크게 상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코토리는 더욱 미안해졌지만, 그녀는 곧 또 다른 일에 휘말리게 된다.


"여어, 아가씨. 어제 그 꼬마는 없나 보구마안?"

"아......당신들은......!"


자신을 양옆으로 둘러싼 덩치큰 무리들. 사람들은 이미 기세에 눌려 멀찍히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분명 어제의 굴욕을 잊지 못해, 비겁하게 더 많은 인원을 이끌고 온 것이리라. 코토리는 그렇게 저항 한 번 하지도 못한 채 이들에게 이끌려 사람 지나갈 일이 없는 으슥한 골목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 야쿠자는 그 흉참한 얼굴을 씰룩거리며 코토리에게 물었다.


"그래, 그때 그 꼬마는 어디 있는지 몰라?"

"저, 정말 몰라요! 워낙 신출귀몰해서......"


코토리는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연락처 정도는 프로듀서나 사장님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함부로 765의 식구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질나쁜 짓을 하려고 해도 일단은 야쿠자다. 그 의문의 미아미아는 결국 사는 곳도,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신입이었기에 코토리는 눈물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반응에 그 야쿠자도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거기서 그냥 물러가면 무뢰배가 아니다. 야쿠자는 별 수 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러냐, 하아......일단 온 건 온 거니까, 너라도 벗겨야 쓰겄다. 야들아."

"예, 햄님, 아니 형님!"

"시, 싫어! 이거 놧, 안 돼!"


햄님, 아니, 형님의 말 한 마디에 튀어나오는 두 떡대에게 붙들린 코토리는 큰 위기를 느끼며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그 결과는 자비없는 배빵으로 다가와 그녀를 무릎꿇렸지만, 그 거친 짐승들의 손은 그녀를 결단코 놔주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코토리는 자신이 몹쓸 짓을 당하게 된다는 것에 눈물흘리며 체념하려는 찰나, 돌연 그들의 손이 멈춘다. 그 야쿠자 떼거지들은 모두 골목길의 입구이자 출구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미아미아가 있었다.


"경고했어요. 나는 쓰레기도 봐줄만큼 착하진 않다고요. 기회를 줬을 때 사라졌어야 했는데......"

"어이쿠 이게 누구야, 죽을라고 지발로 기어들어오셨네? 너 이 자슥아, 이 쪽수는 바키가 와도 못이겨."


미아미아는 그 불한당 떼거지들을 쭉 둘러보았다. 개밥과 단백질 보충제 같은 것들을 꾸역꾸역 처먹고 자랐는지 우락부락한 덩치와 불독같은 얼굴들에, 들고 있는 연장들은 각목은 기본이요, 몽키 스패너에 쇠파이프까지. 심지어 개중에는 사시미까지 들고서 회뜰 준비까지 마친 녀석들까지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외향이 소녀인 사람에게 할 전투준비 치고는 만반에 가까웠지만, 그 행동대장이 언질을 준 것이 있는지 다들 영 이해가 가지는 않아도 준비 자체는 확실히 되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아미아는 그런 무리의 위협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한 손을 들어올리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엉덩이 맞을 시간이다, 애들아."


얼굴을 잔뜩 찡그린 행동대장의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조져!!"


그리고 이어진 것은 피튀기는 난타전이었다. 골목이라고는 해도 성인 장정 다섯명은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길에서 연장을 휘두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러한 불리함에도 미아미아는 자신을 빙 둘러싼 수십명의 깡패들에게 전혀 물러섬이 없이 싸움에 임하였다.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그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인했다. 자신의 뒤를 향해 휘둘러지는 각목을 팔꿈치의 타격만으로 두동강내고, 그러면서 가벼운 로킥만으로 한 야쿠자의 다리를 두겹으로 접어버리는가 하면, 박치기로 달려드는 두 명을 의식불명으로 만들어버리고, 무릎차기로 복부를 찌르려 오는 사시미를 쳐날려 그걸 다시 절묘하게 손으로 쳐 튕겨 다른 야쿠자의 어깨에 꽂아버린다던가, 어떤 공격은 있을 수 없는 유연함으로 뼈를 꺽듯이 피해내고, 어떤 공격은 쇠라도 된 것처럼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는 것처럼 버티기도 하는 등 미아미아는 말 그대로 숫자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있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앗! 뒤에!"

"이거나 쳐먹어라!"


그러나 이러한 다굴 속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타깃 하나가 불쑥 나타나, 코토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아미아는 그 적의 알루미늄 배트에 뒤통수를 가격당하고 말았다. '깡'하는 경쾌하고 청명한, 하지만 사람 두개골과의 충격음과는 거리가 먼 소리가 울려퍼지자 그 곳에 있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지만, 놀랍게도 혹은 경악스럽게도 미아미아는 몸도 안 뒤틀고 부엉이마냥 목을 180도 돌려 딱딱하게 굳어버린 배트를 든 야쿠자에게서 배트를 뺏어 양손으로 잡아 그것을 비틀어 접은 다음, 땅에 쿨하게 내팽겨쳤다. 그것을 본 야쿠자들은 코토리까지 포함해서 싸그리 얼굴이 새파래지며 물러섰지만, 야쿠자들은 곧 미아미아가 머리에서 피인지 아님 물감인지 모를 하늘색 액체를 주륵 흘리는 걸 보며 다시 연장을 고쳐 쥐었다.


"야 이것들아......쫄지 마! 저 년 머리 맞았으니까 몇대만 더 갈구면 돼! 연장들고 조져!"


그 다음부터는 야쿠자들의 시간이었다. 머리를 맞은 것은 아무래도 이상이 있었는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미아미아가 그대로 숫자의 파도에 휩쓸려 각목과 스패너에 잔뜩 두드려 맞게 된 것이다. 이미 보통 사람이라면 거기서부터 과도한 찜질에 온 몸의 뼈가 바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비록 그녀는 서서히 자침되어가는 전함마냥 무너지기는 해도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가공한 내구력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코토리는 그녀가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했다. 무리는 아니다, 그 정도의 집단 폭행이었으니까다.


"그만둬!"

"너는 짜지고 있어!"

"꺄악!"


코토리는 어떻게든 그들에게서 미아미아를 빼내고자 달려들었지만, 힘 없는 그녀에게 행동대장의 거친 싸다귀는 통한의 일격이 되어 그녀의 몸을 무너뜨렸다. 이 대로는 안 된다, 그대로 눈 앞의 아이가 당해버린다. 인연은 커녕 악연일 뿐인 변태 소녀지만, 그래도 이렇게 져버릴 수는 없었다. 미아미아도, 자신도 앞으로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혹은 살아갈 사람이 아니었는가? 이제 코토리는 자신의 엉덩이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외쳤다, 혼신의 힘을 담아서.


"미아미아양! 쓰러지면 안 돼! 어서 일어나!"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일어나면 엉덩이 때리게 해 줄 테니까!!"

"......!"


그 때, 기적이, 아니, 미아미아가 일어났다.


[비상시 구조 모드로 이행합니다. - 긴급 수복 완료.]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자잘한 상처들,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돋아나는 새살. 머리의 하늘색 피도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이전보다 또렷한, 생기가 돌아온 눈빛으로 날려진 채 당황한 야쿠자들을 한껏 둘러보던 미아미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들의 패인은......코토리씨의 엉덩이가 찰지다는 점입니다."

"뭐......?"


의문의 말에 그들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미아미아는 하늘을 향해 인간의 가청영역을 가뿐히 뛰어넘는 함성을 내질렀다. 


"WAAAAAAAAAAAAAGH!!!!"


그리고 지축이 흔들렸다.

*


"끼잉......"


그 날, 이누미는 몹시 심신이 좋지 못했다. 어딘가에서 들려온 엄청난 영역대의 '소음'과 진동,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이누미의 근육을 잔뜩 수축시키고 짐승의 본능을 잔뜩 긴장시켰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지금 이누미는 완벽히 그 알 수 없는 기백에 쫄아 굳어있는 상태였다. 눈 앞의 밥그릇에는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비싼 특제 도그 푸드와 갯과 동물에게도 무리없이 먹을 수 있도록 골라지고 조리된 야채가 섞여 있었지만, 이누미는 도저히 그것을 먹을 기운도, 입맛도 나지 않았다. 조금도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누미! 도대체 오늘 따라 왜 이러는 거지......?"


이누미의 주인, 765의 아이돌인 히비키는 이누미의 상태에 고민했지만, 평소에 통하는 말도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끙끙대기만 하는 자신의 애완동물이자 식구인 이누미의 상태를 그저 걱정하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 식구가 그렇게 한 동안 굳어있었다는 것을 아는 데엔 그다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

"기, 기이하안-!!"

"우, 우와앗! 뭐, 뭐야 타카네!? 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그녀, 시죠 타카네는 들려올 리 없었던 강력한 패기의 방출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러한 충격력은 오래 전 [데이터 말소됨]때에나 겪었던, 지금은 있을 수 없는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데이터 말소됨]이 만연했던 때에도 강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이 강력한 포효를, 과연 누가 내질렀단 말인가? 방금 느꼈던 강대한 여진은 그렇다면 그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가 내뿜은 소리란 뜻이라는 걸까? 타카네는 부들부들 떨며 겨우 자리에 다시 털썩 주저앉은 뒤에, 잔뜩 긴장한 고양이마냥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먹다 남은 컵라아멘을 조심스레 다시 섭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때에도 그녀의 식탐은 끝나지 않는다. 


"너야말로 기이하잖아......갑자기 일어나서 외치질 않나, 누가 뺏어먹기라도 하듯이 컵라면을 먹질 않나."

"일헌일흔 봇홍 어붑사웁뉘다."

"윽, 먹으면서 말하지마! 국물 튀잖아, 정말!"


그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투덜거리는 이오리만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멀어져 있을 뿐이었다.

*

"으......아아......"


개거품을 문 수십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나자빠져 있는 광경이란 참으로 괴상했다. 특히 그 사이에 우뚝 서 있는 변태 바디슈트 소녀가 존재하고 있다는 건 더더욱. 그것이 코토리의 첫 생각이었다. 두 번째 생각은, 미아미아의 대한 걱정 뿐이었다. 그녀에게 부리나케 달려온 코토리는 미아미아의 몸을 살피며 안부를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코토리에게 단 하나만을 원했다. 천진난만하고 아름다운 아기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미아양! 몸은 괜찮아?"

"엉덩이."

"지금 엉덩이가 문제가 아니잖아! 상처는 없는 거야?"

"엉덩이."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으며 싱글벙글 미소짓는 미아미아를 보며, 코토리는 결국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게나 자신의 엉덩이를 치고 싶단 말인가.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엉덩이밖에 모르는 바보......"


짝.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골목길에서, 한 차례 찰진 소리가 울려퍼진다.

*

덩국맨 이야기는 위대하다.
아무튼 다음맨 좀 더 약을 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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