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P「 이 아이는 내 딸이야. 」 아이돌들「 엣?! 」 <9화>

댓글: 25 / 조회: 2345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0-11, 2013 00:39에 작성됨.





나는 동화가 싫다.
이 세상에서 동화가 제일 싫다.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어머니들의 목소리는··· 내게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혐오스러운 소음이다. 

내가 동화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내 어머니 때문이니까.

어머니는 매일 밤마다 내게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 동화라는 것이··· 모모타로 도령 같은 ‘올바르고 강한 자가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신데렐라처럼 ‘성실한 사람이 복을 받는’ 이야기도 아니고, 
백설공주처럼 ‘마음씨 고운 인간이 누군가와 맺어지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건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 이상하게 살아가고 이상하게 죽어버리는, 친구도 
없고, 올바르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성실하지도 않고, 마음씨가 곱지도 
않고, 제정신도 아니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수상쩍고 기괴하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미치광이 이야기들을 매일 밤 들어왔다.

어머니는 나를 어떻게든 괴롭고 또 괴롭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귀를 막으면 어머니가 마구 때리거나, 한밤중에도 
집밖으로 쫓아내버렸다.
겨울밤에 쫓겨나서 얼어 죽을 뻔한 적도 몇 번이나 있다.

그래서 난 유키미에게 한 번도 동화책을 읽어준 적이 없다.
유키미는 다행히 내게 동화를 읽어 달라 떼를 쓴 적은 없지만··· 나는 유키미가 
동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

동화책을 한 줄만 읽어도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오래전에 잠들어 있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눈앞에서 재생되고, 그 미치광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니까.


그 리오P 녀석이 동화책을 이용해서 유키미를 빼앗을 줄은 몰랐지만··· 설령 
알았다고 해도 난 유키미에게 동화를 들려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딱히 후회하지도 않지만.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P 「  허억, 헉! 헉··· 헉! 아··· 죽겠다···.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P 「 어디야··· 어디야!! 대답해!! 어디야!! 어디냐고오오오!!! 」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P 「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지금··· 지금 가고 있으니까··· 허억! 헉! 」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탓



P 「 우으으으···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그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돌아가자.
옛날의 나로.

절박했던 그때의 나로.

죽지 못해 살고 있던,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죽음만을 원했던 그때의 나로.

그 절박함을 담아서··· 다시 한 번 내 ‘행복’을 찾아보자.

깨달았다. 
결국 난 그때 이후로 변한 게 없다.

17살에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살아갈 이유를 필요로 하며 거리를 떠돌다가 지금의 사장님에게 스카우트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3년이 지나고 이제 20살이 되었지만··· 그때의 나와 다른 건 없다.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
위악자인 척하는 위선자.
항상 선택을 미루고 도망만 친 패배자.
그리고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한 구역질나는 방관자. 

그게 뭐 어쨌는데.
그게 뭐 어쨌는데.
그게 뭐 어쨌는데!!

난 패배자였다.
언제나 패배자였다.

하지만 언제나 질 수 밖에 없는 나라도··· 질 수 없는 싸움이 있다.

요컨대 이것이 바로 그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나는 지키고 싶으니까.
간신히 찾아온 내 ‘행복’을 지키고 싶으니까.


하루카, 미키, 치하야, 야요이, 유키호, 마코토, 아미, 마미, 이오리, 아즈사, 
타카네, 히비키, 리츠코, 코토리.

사랑스러운 내 딸 유키미.


내 마음대로 여기서 지껄여도 되겠지?
난 너희들을 좋아해.
좋아서 어쩔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싸운다.
그 사람들이 바로 내 행복.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질 수가 없다.

히어로 같은 게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정의의 아군이 되고 싶은 것도 아냐.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P 「 유~ 키~ 미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



이미 어둠에 둘러싸인 공원의 적막을 깨고,
입에서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날숨을 억지로 들이 삼키고, 내 속의 모든 마음을 
토해내듯이 전력을 다해 외쳤다.

내 ‘행복’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저기에 ‘녀석’이 있다.
‘녀석’이 누구냐고?
이름 따위 알게 뭐냐.

어쨌든 개자식 발견이다. 

거듭 말하지만 히어로 같은 게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정의의 아군이 되고 싶은 
것도 아냐.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P 「 행복 발견!! 유키미 돌려줘,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



내 행복을 지켜내는 결말.

해피엔딩이다.


**************************************************************


리오 나츠키.
사나에 씨의 프로듀서였던···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배신하고 살해한 다음··· 내
딸을 빼앗아간··· 아무튼 개자식이다.

녀석과 유키미는 함께 있었다.
유키미의 야옹이와 공원의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젠장, 질투난다고!


P 「 거기 내 자리야. 어서 썩 꺼져버려. 아니, 아예 이 세상에서 꺼져. 」

리오 「 ···갑자기 튀어나와서 폭언이군. 넌 대체 뭐하는 놈이야? 」


녀석이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유키미는··· 유키미는?


유키미 「 ······. 」


유키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뻔뻔스럽게 파파를 자칭하고 저 녀석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여기서는 유키미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미성년자는 이제 잘 시간이거든?


리오 「 도대체 네놈은 뭐 하러 온 거야? 」

P 「 사나에 씨와 마유를 위한 핏빛 리벤지다. 」

리오 「 ···진심이냐? 」

P  「 그건 어디까지나 곁다리라는 느낌이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

리오 「 뭐, 상관없나. 어쨌든 네놈은 죽일 예정이었으니까. 원래 네 순서는 
마지막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네.」

리오 「 네놈만 아니었다면··· 내 복수는 이미 3년 전에 끝났을 텐데 말이야.
네놈이 방해해서 이 지경이 됐다고. 넌 나를 방해했어. 」

P 「 웃기네. 차인 주제에 여자 치맛자락 붙잡고 늘어지지 말라고. 차였으면
질질 짜면서 구석에나 틀어박혀! 괜한 사람들한테 칼 휘두르지 말고!! 」

리오 「 네가 일반인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나보다 더 망가진 네가? 」

P 「 난 딱히 일반인도 아냐.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지. 」


난 품속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아니, 나이프까지는 아니다. 급탕실에서 몰래 챙겨온 과도(果刀). 
그러니까 그냥 작은 식칼이다.



P 「 난 유키미의 아버지일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

P 「 내 딸을 돌려줘.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번쩍거리는 칼날이 눈앞으로 쇄도했다.
몸을 뒤로 당겨 한끝 차이로 그 칼날을 간신히 피했다. 


리오 「 어이가 없군. 그 오른쪽 눈··· 이제 안 보이지? 그 지경이 되면서도
정신을 못 차렸나? 」

리오 「 자살지원자? 아니면 단순한 마조히스트? 」

P 「 마조히스트라는 건 부정하지 않을게. 그건 내 기본 사양이니까. 」

P 「 하지만 자살지원자는 아니라고? 」

P 「 너나 지금 당장 그 나이프로 손목 긋고 죽어버려. 난 살 테니까. 」

리오 「 놀고 있네. 」


다시 한 번 휘둘러지는 나이프. 나 역시 손에 들려있던 작은 식칼을 휘둘렀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칼날과 칼날이 부딪쳐 챙! 하고 울렸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다음부터 나와 녀석이 휘두르는 칼날은··· 서로 부딪치기는커녕 계속 공기만
가르는데 그쳤다.

나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지만. 우리는 픽션에 나오는 나이프의 달인도, 과거 
특수요원이었던 이웃집 아저씨도, 은둔 중이던 전직 야쿠자도 아니다.

나는 뭐 단순한 마조히스트인 아이돌 프로듀서.
그리고 녀석은 복수에 미쳐 이리저리 날뛰는 살인마. 

결코 싸움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리오 「 싸움을 할 줄 모르는군. 전형적인 일반인이야. 」

P 「 뭐야, 너? 그 나이에 중2병이냐? 」

리오 「 담당하는 아이돌 중에서 그런 녀석이 있지만··· 아니, 있었지. 나 이제
그 사무소 그만둬버렸거든. 」

P 「 일해라. 」

리오 「 시끄럽네. 아무튼 좋아. 적당히 무력화시키고··· 천천히 죽여주지. 」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힌 녀석이 나이프를 들이민다.
일단 피하기는 했는데 옆구리의 살이 깎여나가는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나이프에 찔린 그 반동으로 나도 모르게 몸이 옆으로 돌아갔고, 그 무방비한
틈을 노려 녀석의 왼손에 쥐어진 나이프가 다시 한 번 빠르게 휘둘러진다.

왼손에는 왼손.
나는 왼손을 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P 「 실수. 오른손이었구나···. 」


이건 페이크. 
녀석은 처음부터 오른손에만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삐끗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을 이용해서, 일부러 왼손을 휘둘러
반사적으로 방어를 하도록 유도한다.
나 참, 정말 짜증나는 트릭을 구사한다.

아무튼 녀석의 나이프는 무방비 상태였던 내 오른팔을 찔렀다.
팔목이 찢어지는 종이처럼 갈라지고 근육을 통해서 소름끼치는 격통이 온몸을
타고 달린다.

나도 눈앞의 녀석을 향해, 내가 당했던 것처럼 오른쪽 눈을 향해 식칼을 찍어
버리듯이 내리쳤지만 예상대로 실패했다.
내가 식칼을 내리치기 전에, 녀석의 나이프가 내 허벅지 앞쪽의 살점을
깎아내 강제로 무릎 꿇게 만들었다.

아니, 애초에 내 오른쪽 눈을 이렇게 만든 건 유키미였지.
왠지 쓸데없는 원한을 품은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네.


P 「 후아··· 아파라··· 지독하게 아파. 뇌의 위치가 뒤바뀔 것 같아···. 」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이 투두둑 떨어진다.
마음 같아서는 오른팔을 눌러서 지혈하고 싶지만, 녀석은 아직 나이프를
들고 있기 때문에 나도 식칼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리오 「 인정해주지. 네놈은 아주 훌륭한 마조히스트다. 」

P 「 너는 진짜 살인마··· 아니, 살인귀구나. 」

리오 「 표현이 심하군. 옛날에 검도를 배운 적이 있으니까 지역 대회에도 
나간 적이 있다고? ‘검도삼배단’이라고 알지? 」

P 「 몰라. 죽어. 」

리오 「 너도 나름 나쁘지 않아. 적어도 보통 일반인보다는 운동신경도 그렇고
싸우는 것도 그렇고··· 좀 더 나은 편이라고? 」

리오 「 무엇보다 사람 목숨 귀한 줄도 모르는 게 인상적이야. 아니, 목숨이
귀한 줄 알면서도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르는 게 인상적이군. 」

리오 「 유감이다. 이런 만남이 아니었으면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

P 「 퍽이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네 부모··· 아니, 조부모부터 
절벽에서 밀어주겠어. 」

리오 「 유감이군. 난 사생아라서 말이야. 」

P 「 ···진짜냐? 」


기분 나쁘지만··· 이 녀석은 진짜로 날 닮았구나.
하지만 닮았을 뿐이다. 너와 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P 「 암튼!! 내 딸이나 돌려줘. 유키미를 돌려달라고 이 페도필리아 자식. 」

리오 「 엎드려 빌어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말하면 돌려주고 싶겠냐? 」

P 「 ···그것도 그러네. 」

리오 「 이제 됐어. 상대하기도 지친다. 넌 이제 그만 죽어버ㅡ 」


타카네 「 귀하!!! 」


공원 입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은발··· 타카네다.
타카네가 비명을 지르듯이 나를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타카네의 등장에 녀석의 집중이 잠깐 흐릿해진 틈을 타서,
나는 남아있는 힘 전부를 쏟아 부어 식칼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리오 「 큭! 크아아아악!! 이, 이 자식이!!! 」

P 「 오, 잭 팟이라는 느낌인데. 」


내가 닥치고 휘두른 식칼은 녀석의 허벅지, 그것도 양 허벅지를 둘다 베어
버렸고, 힘줄이 잘린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녀석도 나처럼 힘
없이 주저앉아버렸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이야.

방금 그 일격으로 식칼의 칼날이 똑! 하고 부러졌다. 애초에 과일 껍질을
깎는 칼로 뭘 할 수 있다고. 게다가 난 옆구리와 오른팔에 부상을 입은 
상태라··· 주저앉은 이 상태에서도 녀석이 공격을 가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타카네는 아직 저 멀리 있고.

이제 죽는 건가요?
뭐랄까··· 썩 괜찮은 인생이었ㅡ




푸욱!!




멋있게 유언을 남기려는 찰나에,
살을 찢은 소리와 함께··· 칼날이 몸에 박힌다.

다만, 그 칼날은 또 다른 식칼이었고.
그 식칼이 박힌 곳은 내 몸이 아닌 녀석의 뒷목이었다.


리오 「 커, 커헉··· 컥!! 어, 어째··· 서? 」


녀석은 성대가 상했는지 자신을 찌른 사람의 이름을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굳이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다.

유키미가··· 양손에 식칼을 쥐고 녀석의 뒷목을 깊숙하게 찌른 것이다.


유키미 「 ···죽어.


최후의 발악이란 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프를 쥐고 있던 녀석의 오른손
에 혈관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유키미는 그보다 빠르게 식칼을 뽑아서··· 이번
에는 아주 정확하게 심장이 위치한 등 쪽을 깊숙이 찔러버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연습했던 것처럼.

유키미는 발로 녀석을 툭 차서 넘어뜨리고, 그 위로 기어 올라가 다시 식칼을
가슴팍에 박아버리더니,


유키미 「 아하하··· 아하하··· 아하하!! 꺄하하하하!! 꺅꺅꺅!! 냐하하하!!!
아하하하!! 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학!! 아아아!! 아하하하하하!!! 」







끼리릭!! 까드득!! 빠직! 촤악!! 푸욱!! 
찌익!! 끼리릭!! 까드득!! 빠직!! 끼릭!! 





식칼을 있는 힘껏 돌리고 상하좌우로 운동시키면서 녀석의 배때기와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녀석이 확실하게 절명하자··· 유키미는 그 시체에 식칼을 박아둔 채로 일어나
내 앞으로 힘없이 다가왔다. 


유키미 「 ···파파. 」

P 「 유키미···? 너··· 날 알아보는 거야···? 」


어째서 유키미는 녀석을 죽인 걸까?
지금 유키미는 녀석을 아빠로 알고 있다. 솔직히 여기 올 때부터 내가 제일 
걱정한 건 유키미가 녀석의 방패를 자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녀석을 죽인 건 유키미다. 그것도 사나에 씨와 마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끔찍하고 잔혹하게.


타카네 「 과연··· 그런 거였군요. 」

P 「 타카네··· 너··· 넌 뭔가 알고 있어? 」

타카네 「 저도 단순한 추측이었지만··· 이제 확신이 가옵니다. 」


타카네는 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슬픈 얼굴을 한 채로.


타카네 「 사죠 양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지요? 」

타카네 「 귀하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유키미. 넌 왜··· 왜 고개를 끄덕이는 거야?


유키미 「 언제부터··· 눈치··· 챘어? 」

타카네 「 사죠 양은 제게 ‘아버지가 매일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귀하는 단 한 번도 사죠 양에게 동화를 들려준 적이 없사옵니다. 」

타카네 「 전에 들려줬었다, 라는 과거형이면 몰라고··· 사죠 양의 대답은
현재진행형이었지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사옵니다. 」

타카네 「 그래서 추측할 수 있었어요. 」

타카네 「 당신에게 ‘매일매일 동화책을 읽어줬던’ 친아버지 아마가세 토우마.
사죠 양이 그 아마가세 토우마를 기억할지도 모른다고 말이옵니다.

유키미 「 ······. 」

유키미 「 미안해, 파파. 그리고 수고했어···.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

유키미 「 파파가 내 진짜 파파가 아니라는 것도··· 이 사람이 내 마마를 죽였
다는 것도··· 내 진짜 파파가··· 연쇄살인마였다는 것도. 」


머리가 어지럽다. 심장을 세게 얻어맞은 아찔한 느낌이다.


유키미 「 난··· 복수하고 싶었어. 」

유키미 「 마마를 죽인··· 이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어. 」

유키미 「 하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안 돼···. 그래서··· 파파를 이용했어.
파파와 함께 있으면··· 이 사람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고··· 나는 이 사람을
죽일 기회를 노릴 수··· 있었으니까···. 」

P 「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째서··· 왜 나를 공격한 거니, 유키미···? 」

유키미 「 ···그건 심술이었어.

유키미 「 파파가··· 방관하지 않았다면··· 내 진짜 파파를 방관하지 않았다면···
마마가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심술을 부렸어. 」

유키미 「 그렇지만··· 그래도··· 난 파파를 원망했었지만··· 그래도 파파를 좋아
했어. 파파가 날···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나도 파파가 좋았어···. 」

유키미 「 하지만··· 이제··· 이제 끝이지···? 」

유키미 「 더 이상··· 나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 연극은 끝났으니까···. 」 


유키미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힘이 다 빠진 것처럼 주저앉아서 힘겹게 
심호흡하고 있었다.
연극은 끝났다. 정말로 정확한 표현이다.

난 유키미를 지켜주고 싶었다.
유키미만큼은··· 나처럼 이상해지지 않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했다.

그렇지만 이제 끝났어. 
어쨌든 유키미는 지금··· 사람을 죽였다.
이 아이의 인생은 ‘정상’에서 어긋나버린 것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는
그 정도로 무겁다.

사실 나와 만나기 전부터 유키미는 이미 어긋나버렸으리라.

친아버지인 아마가세 토우마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건··· 
마찬가지로 어머니인 사죠 하루미가 저 녀석과 내연 관계였다는 것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는 거다.
유키미가 날 좋아하면서 한 편으로는 원망한 것도 당연하다.
내가 아마가세 토우마를 방관하지 않았다면··· 녀석은 분명 감옥에 들어가 사형 
당했을 테고, 사죠 하루미의 불륜이 리오 나츠키에게 들킬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결말이 어찌 되든 간에 유키미는··· 유키미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 아이의 인생은 파탄 나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처참하게 미쳐있었고··· 유키미 본인마저도 
이렇게 정상에서 어긋나게 만든 것이다.

만약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없다거나, 같은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은 
많다고 지껄이는 놈들이 있으면 당장 달려가서 패버릴 거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희망으로 위장한 헛소리로 유키미를 괴롭히지 말라고.

유키미가 이 세상의 누구보다 훌륭해진다고 해도 이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내가 바로 그 증거다. 
나처럼 이 불행과 악몽이 영원히 따라붙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나는 유키미의 파파가 될 수 없다.
처음부터 우리의 관계는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그 끝은 예고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이 바로 지금.
가족놀이는··· 끝났다.


**************************************************************


타카네와 함께 녀석의 시체를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옮겼다.
녀석이 사나에 씨와 마유를 살해한 탓에 분위기가 꽤나 흉흉해져 있었고,
야간에 밖으로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녀석 덕분에 그 누구하고도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시체를
옮길 수가 있었다.

혹시 비가 와서 쓸려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곳에는 묻을
수가 없었고, 결국 산 중턱쯤에 녀석의 시체를 내려놓았다.
타카네는 미리 챙겨왔던 삽을 꺼내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


P 「 그 삽은 어디서 난거야, 타카네? 」

타카네 「 유키미 양에게 잠시 빌렸사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적당히 핑계를 
댔으니. 」

P 「 처음부터 이 결말을 예상했었던 거야? 」

타카네 「 아니옵니다. 만약 리오 나츠키가 귀하를 죽였다면··· 제가 
이 작자를 죽이고 묻어버릴 셈이었사옵니다.

P 「 ···진짜? 」

타카네 「 물론이옵니다. 」

P 「 그런데 삽이 하나밖에 없네. 내가 손으로 팔까? 」

타카네 「 귀하는 따로 할 일이 있으시지 않사옵니까? 잊지 말아주십시오. 」

타카네 「 이제 귀하가 사죠 양과 지낼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


잊고 싶었던 현실을 깨닫고 굳어버리는 나를 뒤로 하고 타카네는 흙을 파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저 옆에서 기진맥진한 채로 주저앉아있는 유키미에게
다가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유키미의 파파가 되어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유키미의 파파로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적어도 이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무언가를 꼭 해주고 싶었다.


유키미 「 동화···.

유키미 「 동화를··· 동화를 들려줘, 파파···.


진짜 파파처럼.
그렇게 덧붙이며 유키미는 힘없이 내게 기댔다.
이 작고 여린 아이가··· 이렇게 어긋나버린 채로 어떻게 살아갈까.
이 숨결조차 언제 끊어질지 모를 정도로 미약한데··· 도대체 어떻게?


P 「 응··· 응··· 그래··· 들려줄게··· 들려줄게, 유키미. 」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이 마지막에 내 모든 전력을 쏟아 붓겠다.
트라우마 범벅의 과거 따위는 아버지의 힘으로 어떻게든 견뎌내 주겠어.

유키미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로서 유키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니까!


그리고 나는 시작했다.
유키미에게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동화들을 들려주었다.

그건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 이상하게 살아가고 이상하게 죽어버리는, 친구도 
없고, 올바르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성실하지도 않고, 마음씨가 곱지도 
않고, 제정신도 아니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수상쩍고 기괴하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매일 밤마다 들어온 그런 미치광이 이야기들.

하지만 어떻게든 나를 괴롭고 또 괴롭게 만들고 싶어 했던 어머니와는 다르다.
난··· 유키미의 인생을 위해서.
어떻게든 이 아이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동화들을 들려준다.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마저 죽여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사랑하는 소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인형의 소녀와 그녀를 절대 버리지
않았던 소년의 이야기.

증오와 광애에 사로잡혀 서로의 인생을 부수고 빼앗으려 한 두 소녀의 이야기.

사랑을 갈구하는 망가진 소년과 순수해서 아름답고 잔혹한 천재의 이야기.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도 한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

마음을 잃은 소년과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소녀들과 친구의 이야기.

죽지 못하는 선량한 소녀와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정상에서 벗어난 외톨이
소녀의 이야기.

최강을 꿈꾸며 성장하는 소녀와 그녀를 좋아하는 겁쟁이 소년의 이야기.

살아갈 의미를 몰랐던 최강과 그녀를 사랑하고 미소지어주며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소년의 이야기.

반복되는 무한의 생애에서도 한 사람을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

처참한 불행에서도 끝까지 싸우는 소녀와 그녀를 좋아하고 지키고 싶었던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연관점도 공통점도 없는 헛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언제나 해피엔딩.

이상하게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도, 친구가 없는 사람도, 올바르지 않은 사람도,
강하지 않은 사람도, 성실하지 않은 사람도, 마음씨가 곱지 않은 사람도, 아예
제정신이 아닌 사람도,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사람도.
전부 미치광이들에 정상에서 어긋난 기인들이 나오는 이야기라도.

그래도 해피엔딩이다.

우리 같은 이상한 사람도··· 정상에서 어긋나고 손가락질 받아도··· 그래도
우리는 해피엔딩을 찾을 수 있다.

너도 그래, 유키미.
너는 비록 정상에서 어긋났지만···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어.


P 「 이 세상은··· 그냥 무시해. 우리에게 정상을 강요하는 그런 세상 따위는
무시해버려, 유키미. 」

P「 강해지지 않아도. 아름답고 귀엽지 않고 추하더라도. 」

P 「 재능 따위 하나고 없어도. 멍청하고 성격이 더러워도. 좋은 점은 하나도
없어도. 친구가 없어도. 노력조차 할 수 없어도. 언제나 질 수밖에 없어도. 」

P 「 그리고 언제나 불행하더라도. 」

P 「 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어. 그 증거를 가르쳐줄까? 」


P 「 나는··· 너를 만나서 너무너무 행복했으니까. 」

P 「 너와 함께 지낸 3년은···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나날들이었어. 」


모든 게 잘못되고 제대로 된 인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아. 

내가 아버지로서 너에게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P 「 행복해지렴, 유키미. 」



*************************************************************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

리오 나츠키의 시체를 처리한 후. 나는 이제까지 찾아본 적이 없는 유키미의
친척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발견했다.
선량한 젊은 부부였지만 불행하게도 둘은 아이를 가지지 못했는데, 유키미를 
맡아줄 수 있냐는 내 부탁을 기쁘게 승낙해주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오래 전부터 유키미를 찾아다녔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유키미를 맡겼다.

정말 다행히도 그 부부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유키미를 아마 친딸처럼 대해줄 것이다.

우리 둘은 정말 말없이 헤어졌다.

내거 들려주었던 그 동화들을 유키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른다.

단지··· 단지 내가 원하는 건 하나뿐이다.
유키미가 행복해지는 것.


퇴근하고 돌아온 그 집에서 더 이상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딸을 떠올리며.
나는 멀리서나마 유키미의 행복을 기도한다. 


안녕··· 유키미.







-----------------------------------------------------------------

다음편이 드디어 완결입니다.
길었어요 길었어.

원래 오늘이 히비키의 생일이라 기념단편을 올리고 싶었지만 취소했습니다.

차라리 히비키가 주역인 또다른 시리즈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시리즈가 완결되면,

후속작이자 가나하 히비키가 주연인 또다른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