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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이 아이는 내 딸이야. 」 아이돌들「 엣?!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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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8, 2013 17:02에 작성됨.


(*우갸갹!! 캐릭터 붕괴가 있다구!! 하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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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씨가 살해당했다.






이게 만약 만화였다면 재등장의 여지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현실이고,

뭣보다 만화라고 해도 사나에 씨가 다시 되살아나는 건 불가능하다.

카타기리 사나에는 분명히 죽었다.
그 정도로 따지자면··· 수십 명의 죽음으로 계산될 정도로 처참했다.

아카바네는 우선 사쿠마 마유를 먼저 따로 보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일단 마유는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이런 사건에 말려들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마유 「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라도 마유를 불러주세요. 저는 언제나 프로
듀서의 편이니까요. 」


그 말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사실 아카바네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등에 업혀 있는 사죠 유키미가 어느새 잠들어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서에서 형사를 만나 증언을 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치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인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카바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집으로 돌아와 수화기를 들고,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휴가를 신청하는
그 시점부터였다.


리츠코 「 ···그런 일이 있었나요? 」

P 「 ···염치가 없다는 건 알지만 부탁할게. 지금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너무 힘들어. 」

리츠코 「 어쩔 수 없죠. 사장님께는 몸이 아파서 나올 수 없다고 전해드릴
게요. 」

리츠코 「 ···힘내세요. 」


아카바네는 대답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유키미 「 파파··· 괜찮아···? 」

P 「 ···괜찮아. 아직 아침 안 먹었지? 」

유키미 「 응··· 야옹이도··· 아직이야···. 」

P 「 그렇구나. 그럼 유키미도 야옹이도 아침부터 먹을까? 」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침이라기 보다는 점심에 가깝지만, 그런 명칭을 구분할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게 아카바네의 현 상태였다.
머릿속을 누군가가 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놓은 기분.
도대체 언제부터 이랬을까.

어쩌면 그때부터일지도.
처음부터 이랬을지도 모른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갑자기 전화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는 표시되지 않는다. 발신자를 알 수가 없다.
아카바네는 천천히 수화기를 집어 들어 귀에다 댔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당신은 내가 반갑지 않겠지만. ]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
기계로 변조된 듯한 목소리다. 상대는 아카바네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 카타기리 사나에. 그러니까 뭐랄까~ 그녀는 내가 죽였어. 딱히 너한테 사과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

P 「 ······. 」

 [ 굳이 너에게 전화한 건~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해줄 의무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

 [ 당시 상황을 묘사하면서 실감나게 설명해주지. 우선~ 눈을 바늘로 찌르고, ]

 [ 손발을 조심스럽게 분리시켜주고, 손가락의 위치를 전부 하나씩 하나씩 
바꿔줬어. 내장으로 머플러를 만들어주고, 혀는 잘게 잘라서 길고양이의 무료
급식으로 줘버렸지. ]

 [ 딱히 시체에게 성욕을 느끼지는 않았으니까 그건 안심해줘. 그리고 네가
알아보기 쉽도록 얼굴은 최대한 정성스럽게 보전해두었지. 다만 눈은 내가
가져갔어. 지금쯤 강변의 까마귀들의 간식이 되지 않았을까? ]

P 「 ······. 」

 [ 그 여자가 네 전(前) 여친이라서 죽인 건 아냐. 그냥 네 주위에서 좋다고
실실거리며 살아있는 인간이라서 죽인 거지. 진짜 눈물겨웠어. 마지막까지
너에 대한 원망은 한 마디도 안 했어. 네가 원인이라고 말해줬는데도 말이지.
감동해서 그냥 살려줄 뻔했다니까. ]

 [ 마지막에 그녀가 했던 말을 전해주자면~ ‘살려줘 아카바네 군!!’ 이라며
널 찾더군. 녹음해 놓지 않은 게 한이야. 그게··· 나 기계는 좀 약해서 말이지.
아직도 구형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고. ]

P 「 ······. 」

 [ 네 전 여친이 로드킬 당한 고양이의 시체처럼 나뒹굴고 있어서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할게. 사실 나도 좀 모욕적이라고 생각하거든. 원래는 우편으로
보내주고 싶었지만 딸도 있잖아? 애들 정서에는 안 좋을 것 같아서 참았어. ]

P 「 ······. 」

 [ 그리고 이렇게 전화를 한 건~ 다음은 누구를 죽일지 너랑 상의하고 싶어서
말이야. ]
 
 [ 일단 후보를 말해주자면~ 아마미 하루카? 호시이 미키? 키사라기 치하야? 
타카츠키 야요이? 하기와라 유키호? 후타미 아미? 후타미 마미? 미나세 이오리? 
미우라 아즈사? 시죠 타카네? 가나하 히비키? 아카즈키 리츠코? 오토나시 코토리? ]

 [ 그것도 아니라면, 사쿠마 마유? ]

P 「 ······. 」

 [ 마지막은 전원 몰살 엔딩이지만. 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사람들의 순서
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아니면 그냥 내 방식대로 정하려고. ]

P 「 당신은 누구야? 」


이제야 아카바네는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 넌 나를 방해했다. ]



거기서 전화는 끊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끊긴 것이 아니라, 아카바네가 전선 코드를 뽑은 다음,
전화기를 집어 들어 벽에다가 내던졌다.
의외로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유키미 「 괜찮아···? 파파···? 」

P 「 아무것도 아냐, 유키미.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자. 」

유키미 「 ···응. 」

 P 「 그럼 유키미가 좋아하는 팬케이크를 해줄게. 」

유키미 「 와아아아···. 」


아카바네는 유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차피 무의미하다.
이미 사나에는 죽었는데. 죽었으면 거기서 끝이다.


P 「 안녕··· 사나에 씨. 」


무의미해. 
정말 무의미하다니까.
정말이야.



***********************************************************



프로필 사진 촬영장.
호시이 미키와 아마미 하루카, 시죠 타카네는 이 일정만 마치면 오늘은
완전히 오프인 날이다.


하루카 「 에에에?! 프로듀서가 아프다고요?!! 」

미키 「 허니가 아프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야!! 허니는 무적인걸!! 」

타카네 「 기이한··· 귀하가 편찮으시다니···. 」

리츠코 「 그렇게 된 거야. 앞으로 사흘 동안은 나랑 코토리 씨가 프로듀서의
업무를 분담해서 맡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미키 「 에에에?! 나는 허니가 좋은 거야!! 이건 미키적으로 옳지 않아!! 」

리츠코 「 으응? 배짱 좋아졌구나, 미키. 내가 싫다는 거니? 그렇게 받아들여
도 되는 걸까? 」

미키 「 리, 리츠코도 좋은 거야!! 와, 만세만세!! 」


그렇게 식은땀 흘리면서 말해봤자 설득력이 없다.


타카네 「 리츠코 씨. 저는 따로 가도 괜찮겠사옵니까?  」

리츠코 「 따로? 어디 갈 데라도 있는 거야? 」

하루카 「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마카롱이 엄청 맛있는 찻집을 발견했어. 
마카롱이야, 마카롱!!  」

타카네 「 …사실 이 근처에 들릴 데가 있사옵니다. 」

타카네 「 귀하와 관련된 일입니다. 죄송하지만 그 찻집은 다음에···. 」


이쯤되면 알아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한 타카네였으나, 모든 게 뜻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미키 「 허니의 일이라면 미키도 가야하는 거야! 그게 미키적으로 옳아!! 」

하루카 「 ···확실히 프로듀서랑 관련된 거라면 나도 돕고 싶어. 」

타카네 「 이건 그다지 장난으로 하는 일이 아니옵니다만···. 」

하루카 「 우리도 딱히 장난은 아니야. 」

하루카 「 사실 요즘 프로듀서는 굉장히 힘들어 보였으니까. 프로듀서에게 
힘이 될 만한 일은 뭐라도 하고 싶어. 」

미키 「 우리도 따라갈 거야!! 미키도 꼭 가고 싶은 거야!! 」


타카네는 조금 골치가 아파졌는지, 눈빛으로 리츠코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리츠코 「 뭐, 아무리 오프라도 아이돌들을 멋대로 방치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네. 보호자 역할로 내가 따라가주겠어. 」

미키 「 본심은? 」

리츠코 「 프로듀서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어서 걱정이 된··· 가 아니라!! 
쓸데없는 거 묻지마, 미키!!! 」

미키 「 리, 리츠코가 화난 거야!! 아야!!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


리츠코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미키의 관자놀이에 주먹 돌리기를 시전 했다.
그 모습을 쓴웃음을 지은 채로 바라보는(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하루카였다.


타카네 「 어쩔 수 없군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으니 괜찮을 것 
같지만 말이옵니다···. 」

하루카 「 그런데 타카네가 가려는 곳이 어디야? 」

타카네 「 ···이제야 그걸 여쭤보시군요···. 」

하루카 「 에헤헤~. 」のヮの

타카네 「 ······. 」

타카네 「 리츠코 씨는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


타카네 「 961프로덕션의 남성 아이돌 그룹 쥬피터(Jupiter)의 일원이었던 
'아마가세 토우마'의 집이옵니다. 」



*******************************************************



시죠 타카네, 아마미 하루카, 호시이 미키, 아카즈키 리츠코가 도착한 곳은 
2층 주택이었다.
한때 961프로덕션의 영광의 상징이었던 쥬피터의 리더인 아마가세 토우마의 
자택.

그 당사자가 3년 전에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그 영광은 이제 한줌의 
먼지도 남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루카 「 평범하네. 」

미키 「 우리 집보다도 더 작은 거야. 」

리츠코 「 이 집이 아직까지도 용케 안 팔리고 있었구나. 」

타카네 「 이오리 양의 말로는 거의 폐가나 다름없다고 하옵니다. 유령이 나온
다는 소문이 있어서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거지요. 」

미키 「 유령이라니. 재밌겠는 거야. 」

하루카 「 심령 스팟이에요, 심령 스팟! 」

리츠코 「 ···이 애들은 왜 이렇게 흥분한 거지? 」


유령이란 얘기가 나오자 리츠코는 살짝 질려하는 표정이었으나, 하루카나 미키
는 오히려 신난 표정이었다.
타카네는 집 주위를 살피며 그 구조를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타카네 「 전형적인 2층 주택에 2층에는 창문이 남쪽에 하나, 동쪽에 하나, 
도합 두 개가 있사옵니다. 」

리츠코 「 응? 그런 건 왜 보는 거야? 」

타카네 「 ···나름 이유가 있사옵니다. 」


타카네는 주택의 문을 살짝 열었다.
잠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저항없이 조용하게 열렸다.

집안은 누군가가 손을 댄 흔적도 없었다.
가구 전체에 먼지가 쌓여있다는 점만 뺀다면… 3년 전의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루카 「 집 안은 먼지투성이네. 야요이가 봤으면 기겁을 했을 거야. 」

리츠코 「 뭐, 야요이는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니까. 」

미키 「 바, 바퀴벌레가 나올까봐 무서운 거야···. 」

타카네 「 이렇게 사람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곳에는 그런 해충이 나오지 
않습니다. 」


1층을 대충 살펴본 타카네는, 이곳에는 자신이 찾던 게 없었던 모양인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이 딱 하나뿐이었다.

집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2층에 방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좀 이상했다.


타카네 「 들어가겠습니다···. 」


그곳은 장판 대신에 다다미가 깔린 방이었다.
1층은 전부 현대적인 디자인이었는데, 여기는 마치 시대를 달리하는 것처럼 
옛날의 목조 건물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타카네 「 ···책장밖에 없군요. 」


이 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책장 뿐이었다.
그리고 그 책장에는 ■■■이 빽빽하고 가지런하게 꽂혀있었다.
2층에는 사람이 출입한 적이 거의 없었는지 에 먼지가 많이 쌓이지 않았다.


하루카 「 우와! 전부 ■■■이야!!

하루카 「 ■■■이에요! ■■■! 」

리츠코 「 라벨에 번호가 붙어있어. 게다가 전부 순서대로야. 아마가세 토우마
는 상당히 결벽증이었던 모양이네. 」


전부 1에서 100까지
라벨에는 번호가 표시된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그 스티커의 표시된 숫자의 순서대로 ■■■가 꽂혀있었다.



타카네 「 ···이건 설마···. 」



미키 「 우우? 뭔가 좀 이상한 거야. 」


미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자, 미키는 조금 당황한듯이 손을 저으며,


미키 「 그게 그러니가··· 아까 밖에서 봤을 때는 창문이 두 개였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한 개 밖에 없는 거야.

하루카 「 어?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 」

리츠코 「 분명히 밖에서 봤을 때는 창문이 두 개였지. 동쪽에 하나. 남쪽에 
하나. 그런데 여기는 남쪽에 난 창문 밖에 없잖아. 」


타카네는 남쪽에 난 창문에서 오른쪽으로 대각선 방향,
즉, 이 방의 동쪽에 해당되는 곳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책장이 있다.


타카네 「 설마 그런?! 모두 저를 도와주십시오!!! 」

타카네 「 이 책장을 옆으로 치워보겠사옵니다!! 」


이 책장 뒤에 무언가가 있다.

모두가 합심해서 책장을 옆으로 밀자, 미닫이문 형태의 작은 벽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이상했다.
밖에서 봤을 때 2층의 규모는 이 정도로 작지 않았다.

이렇게 작은 방 하나로는, 밖에서 본 2층의 그 면적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만약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면?


하루카「 왠지 불길한 예감이··· 」

미키「 이, 일단 열어 봐야 하는 거야. 」

리츠코 「 오니가 나오든 뱀이 나오든,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리츠코가 벽장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힘껏 열었다.

살짝 눈이 부신 햇빛이 정면으로 쏟아지고,
무언가가 와르르! 방 안쪽으로 향해 쏟아진다.


하루카「 에?!! 이, 이거?!! 」

리츠코「  」

미키「 리, 리츠코가 선 채로 기절해버린 거야!!! 」


타카네는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에서 쏟아진 것은 바로 유골이었다.


오래되서 이제 성별도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썩어버린 인간의 유골.


아마 이 유골의 주인은 벽장에 기댄 채로 썩어버린 게 분명했다.
리츠코가 벽장문을 열자, 등을 지탱해주던 벽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서 박살이 
난 것이다.


타카네「 ···세상에. 이런 기이한…. 」


하지만 그녀가 놀란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벽장 안은 두 평 정도 되는 크기의 공간.
그 안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벽과 천장을 가득 붙여져 있는 사진.
한쪽 구석에 놓인 상자 안에는… 마치 장난감을 보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날붙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검은색으로 변색이 된 피가 엉겨붙어있는 날붙이들.

밖에서 보았던 '동쪽 벽의 창문'을 통해서 쏟아지는 햇볕이… 이 끔찍한 공간을 
더욱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카「 저기··· 타카네. 이걸 좀 봐.」

타카네「 무엇을 말이옵니까? 」

하루카「 이 책장말이야. ■■■에 전부 숫자가 붙어있잖아? 그런데··· 42번이 
없어. 」

타카네「 ······. 」

타카네「 ······예? 」

하루카「 1부터 100까지 다른 숫자는 다 있는데 42번은 없어. 여기만 딱 
비어있어. 」


정말이었다.
순서로 본다면 42번 ■■■가 꽂혀져 있어야 할 자리가… 덩그러니 비어있다.

게다가 그 빈 공간에는 약간의 먼지조차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아주 최근에 42번 ■■■을 가져갔다는ㅡ



순간, 시죠 타카네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타카네「 지금 당장 돌아가야합니다!! 」

미키「 아, 아직 리츠코가 깨어나지 않은 거야…! 」

타카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빨리! 빨리 귀하께 가야합니다!! 」

하루카「 프로듀서에게···? 」


평소의 차분한 분위기에서는 조금도 연상되지 않는 다급한 모습.
시죠 타카네는 거의 절규하듯이 외쳤다.



타카네「 귀하가··· 귀하가 위험하옵니다!!! 」



*************************************************************



아카바네P와 사죠 유키미는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유키미는 걷기가 힘들었는지 아카바네의 품에 안겨있었고, 그런 딸의 등을 
다독이며 아카바네는 공원을 걷고 또 걸었다.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시간이다.
등자색 석양이 공원을 채색하고 있어서, 황혼의 시간이라는 것이 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유키미 「 ···파파··· 회사는? 」

P 「 으응, 유키미랑 같이 있고 싶어서 휴가를 냈어. 」

유키미 「 에헤헤··· 기뻐··· 파파랑 같이 있는 거… 너무 좋아. 」


P 「 ···유키미. 」

P 「 넌 내가 좋으니? 」


유키미 「 응··· 유키미는··· 파파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

유키미「 ···그러니까… 언제나 함께··· 있어줘야 해? 」

P 「 응···. 꼭 그럴게. 이 파파가 언제나 유키미의 곁에 있을게. 」

유키미「 ···약속해. 손가락 꼭 걸고···. 」

P「 그거 좋구나. 집에서 도장도 찍을까? 」

유키미「 ···우선··· 손가락부터. 」


유키미가 새끼손가락을 들자, 아카바네도 천천히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어서 약속을ㅡ




 「 안녕, 유키미. 」




손가락이 닿기 전에,
저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들은 적이 있는.


 「 파파가 돌아왔단다. 」

 「 그 녀석은 가짜야. 유키미를 잡아가려는 나쁜 악당이야. 」

 「 나쁜 악당을 물리치고 파파에게 돌아오렴. 」


아카바네는 뭐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성이 몽땅 날아가서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정지시켰다.

녀석의 발치에.
붉은 고깃덩어리.

원래 인간이었을 존재의 고깃덩어리가 무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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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가 살해당했다.





살해당했다.

살해당했다.

살해당했다!!!





 「 내가 진짜란다, 유키미. 여기 증거가 있어. 」

 「 유키미에게 읽어주었던 ■■■이야. 」

 「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


시야가 확 줄어들었다.
유키미를 안고 있던 두 팔에 힘이 풀린다.

오른쪽 눈에 작렬하는 격통.


유키미「 ···죽어버려. 거짓말쟁이···. 」


유키미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커터 칼이,
아카바네의 오른쪽 눈을, 마치 고양이처럼 사납게 할퀴고 찢어버린다. 





유키미「 이 가짜!!! 」





오른쪽 눈을 감싸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던 아카바네는 뒤로 쓰러져버렸다.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유키미가 녀석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까 자신이 했던 것과 똑같이 유키미를 안아든다.
아래에 사쿠마 마유였던 고깃덩어리를 두고… 녀석이나 유키미나 둘 다 똑같이 
미소를 짓는다.


P 「 ···어째서··· 당신이? 」

 「 말했잖아. 넌 나를 방해했다고. 」


녀석은 비웃듯이 다가와 아카바네의 왼손을 짓밟았다.
우드득! 우득!
관절이 엇나가고 부러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미세한 떨림마저
도 녀석에게는 쾌락이 되는 것 같았지만.


 「 나도 가슴이 아팠어. 내가 이끌어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죽이게 될 줄은. 
5초 정도는 애도해줬다고, 」

 「 뭐, 어쨌든 이제 난 더 이상 '프로듀서'가 아니지만. 」

 「 어쨌든 3년 전부터 주제넘게 나선 네 멍청함을 원망해. 」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녀석이 유키미를 데리고,


'리오 나츠키'가… 프로듀서였지만 카타기리 사나에를 배신하고 살해한 그 녀석
이 사라진다.


리오 「 잘 있으라고. 」

리오 「 그럼 다음에는 누구를 죽여 볼까? 」



**************************************************************



아카바네가 눈을 뜬 건 병원 침대 위였다.
푹신푹신하다.
적어도 집에서 이불 깔고 자던 것보다는 감촉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카네 「 ···깨어나셨사옵니까? 」

P 「 나··· 살아있어? 」



그러고 보니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아카바네는 사력을 다해,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의 집을 찾아갔다.
그곳은 다름 아닌 타카츠키 야요이의 자택.

야요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어른스러웠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지만, 금방 응급처치를 해주고 구급차
를 불렀다. 구급차로 실려 가기 직전에 “웃우!! 힘내세요, 프로듀서!!!” 라고
외쳤던 것 같은데.


야요이는··· 천사구나.

유키미처럼. 그래 유키미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아카바네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건··· 시죠 타카네의
손바닥이었다.


짜악!!


가죽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타카네의 손바닥이 아카바네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시죠 타카네는··· 그녀는 화내면서도 울고 있었다.


타카네 「 왼손은 일단 복합골절이옵니다. 」

P 「 그런가. 」

타카네 「 하지만 오른쪽 눈은 그걸로 끝이옵니다. 」

P 「 ······. 」

타카네 「 실명이라고··· 더 이상 기능을 다할 수가 없다고··· 다시는 그 눈으로
앞을 볼 수 없을 거라고··· 다시는··· 다시는··· 우읏!! 이 멍청이가!!! 」

P 「 그러게··· 나 정말 멍청이구나. 」


거즈로 가려진 오른쪽 눈을 문지르며 아카바네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신은 변함없이 멍청이다.
좀 학습을 했으면 좋겠는데. 못하면 그냥 콱 죽어버리던가.


P 「 유키미를 빼앗겼어. 」

P 「 어째서··· 어째서 그 사람이··· 더 이상 유키미를 위험하게 만드는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타카네 「 그건 단순히 귀하의 착각이옵니다. 」

타카네 「 끝난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란 말이옵니다!! 바보가!! 멍청이가!! 덜떨어진!! 」


아카바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놀랐다.
착각이었다니. 모든 게 착각이었다니.
3년 동안 유키미와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던 게 착각이었다니.
다시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쫙 퍼진다.


타카네 「 사실 귀하가 누구에게 원망할 처지는 아니겠지요. 」

아카바네 「 ···심한 말이네, 그거. 」

타카네 「 심하다고요? 심한 건 귀하이지 않습니까?! 」


시죠 타카네는 말했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있던,
그 모든 ‘거짓말’의 시작을··· 지금 여기서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눈앞에는 그 거짓말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지만.


타카네 「 3년 전에 일어난 길거리 연쇄살인사건. 」


타카네 「 그 사건의 범인이 ‘아마가세 토우마’라는 것도, 」

타카네 「 사죠 유키미 양이 그 ‘아마가세 토우마의 친딸’이라는 것도, 」




타카네 「 귀하는 처음부터 알고 계셨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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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무조건 해피엔딩입니다.

저는 해피엔딩의 사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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