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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년] 함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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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3, 2013 18:27에 작성됨.

 그녀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기사를 쓰는 신문사는 없어졌다. '동생의 죽음을 못 본 척 한 마녀' 라는 타이틀로 그녀를 자극하던 기자는 나중에 그녀의 인터뷰를 담당하게 된 날 전에 없이 굽실거리며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인터뷰가 전부 끝난 뒤 그녀와 함께 차 안에서 그 기자가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소소하게 웃음지은 날도 있었다. 그녀는 갈수록 밝아져갔고, 다시 방송 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던 프로덕션의 다른 아이돌들도 다시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연말 정기 라이브의 대성공을 통해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765 프로덕션의 약진은 다시금 시작되었다.
 방송에서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위기를 딛고 일어선 그녀의 힘이라는 둥, 파랑새가 다시 날아올랐다는 둥, 푸른 가희가 돌아왔다는 둥 하며 온갖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모셔오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그녀는 질색하는 표정을 하면서도 모든 방송에 다 나가서 프로덕션을 홍보하고 다녔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행동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자신으로 인해-물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기울어진 프로덕션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다시 살려내겠다는, 그렇기에 싫고 좋고를 가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남몰래 고마워했다. 방송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추켜올려주는 패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웃으며 부정하곤 했다.
 "저만의 힘으로 이루어낸 일이 아니에요. 765 프로덕션의 모두가 없었다면, 저도 프로덕션도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거에요."
 그렇게 말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생각했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건 치하야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겠지만, 방송가의 찌든때 가득한 녀석들은 그런 걸 알 턱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그게 다 제가 잘 해서라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하지. 치하야 덕분인걸."
 구름 한 점 없는데도 달이 보이지 않아, 마치 빨려들 것 같이 새카만 밤이었다. 공원은 적막 속에 나무 흔들리는 소리만이 이 곳이 생기가 있는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공원 한가운데에, 하얀 입김을 뿜으며 작은 어깨를 떠는 소녀와 내가 있다.
 "절대 아니에요. 하루카도, 모두들 얼마나 열심히 했다구요."
 그녀는 추위에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열심히 가로저었다. 표정이 굳은 채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별로 익숙한 모습이 아니다.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이럴 땐 좀 부끄러워하라구. 그러라고 한 말이었는데."
 내 말에 그녀는 픽 하고 엷은 웃음을 띄웠다. 바닥만 쳐다보던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귀만 빨간 게 아니라 얼굴까지 달아올라 있었다. 확실히 오늘이 좀 많이 춥긴 하지만.
 "이제 그런 걸로 부끄럼 타지 않으니까요. 자랑스러워 할 거에요. 프로덕션의 모두와 함께."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이제야 조금 치하야답다. 그녀는 연신 웃고 있었지만, 갓 뽑아온 따뜻한 코코아가 금새 식어버리려 할 정도로 추운 날씨에, 나는 그녀를 어딘가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졌다.
 "많이 춥지 않아? 다른 데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는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손에 쥔 코코아를 감싸쥐었다. 여전히 어깨가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대답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더 있다 가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꿈같았다. 사장님에게 미국으로 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날도, 치하야의 레코딩을 마무리지은 기념으로 갔던 레스토랑. 그 곳에서 들었던 그녀의 아름다운 선율. 바쁨을 사진으로 찍으면 내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정신없었던 한 달간의 일들과, 그 마지막을 장식했던 송별회. 타카네의 조언과 치하야의 전화. 공항에서 모두가 나를 배웅해줬던 일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받은 편지. 비행기를 보내야 했을 정도로 와닿았던 그 편지는 지금도 나의 보물이 되어 집에 있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평생 비밀로 해야지.
 그렇게 작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돌아올 것을 약속했던 그 날 이후. 나는 미국이라는 넓은 땅의 조그마한 먼지가 되어 너무나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말이 통하고 안 통하고는 내 노력으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었다. 한 달 정도가 걸리긴 했지만 바디랭귀지나마 섞어가며 그들과 업무적인 대화를 어느 정도까지는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던 건 내 노력도 있었겠지만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은 따로 있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부끄럽지만 일본에서의 나는 꽤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소수정예 765 프로덕션의 일당백 프로듀서. 13명의 아이돌을 키워낸 남자로써 방송가에서 꽤나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방송국에 가면 누구나 나를 알아보았고 다른 프로듀서들이 PD들을 찾아다니며 방송의 빈 자리를 구하러 다닐 때, 나는 PD들이 찾아와 제안하는 것을 겪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곳은 미국이었다. 내 실적은 커녕 내 이름조차 잘 알아듣지 못해 몇 번을 고쳐 말하게 해야 하는 곳에서, 마치 나는 처음으로 765 프로덕션에 들어갔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 자랑을, 내 빛을 그들에게도 나누어주기 위한 발버둥은,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프로듀서! 나탈리아의 오디션, 어떻게 되었어?"
 "...미안. 이번에도 좋은 결과는 없었네."
 "...걱정하지 마! 프로듀서. 나탈리아가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우연찮게 사장님과의 연이 닿아 프로듀스를 하게 된 나탈리아는, 나처럼 이 곳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아이였다. 라틴계라는 출신도 그랬지만, 어린 나이에 집과 떨어져서 혼자 열심히 해나가느라 굉장히 지쳐 있었던 상태였다. 처음 치하야를 프로듀스했을 때처럼, 그녀에게서 한 줄기의 빛을 보았지만, 그녀를 아직 그 곳에서 빛나게 하기에는 무언가 모자라는 것이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 지친 나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었다. 항공우편 봉투에 가득 찍힌 소인과, 필기체로 휘갈기듯이 쓰여진 'Chihaya Kisaragi'. 그녀였다.

 

 프로듀서에게.
 미국은 아직도 많이 춥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으신가요?
 이 곳은 이제 슬슬 따뜻한 날씨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카가 자신의 계절이 왔다고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나서, 참 좋아요.
 요즘도 계속해서 여러 가지 방송에 나가고 있습니다. 하루카가 메인인 라디오에 금요일마다 게스트로 나가기도 하구요. 미키와 함께 패션 쪽 일을 한 적도 있어요. 앞에서 말했던 라디오는 금요일마다 청취율이 더 오른다고 감독님이 좋아하세요. 하루카는 옆에서 볼을 부풀리며 귀엽게 질투하곤 하지만요.
 노래 쪽 일을 자주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경험을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는 프로듀서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프로듀서가 출발할 즈음 레코딩이 마무리되었던 앨범도, 곧 발매를 앞두고 있답니다. 그게 나오고 나면 좀 더 노래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프로듀서가 많이 걱정하고 계시겠지만, 저희는 항상 그랬듯이 765 프로덕션의 이름 아래 똘똘 뭉쳐서 예전처럼 함께 모든 것을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히려 프로듀서가 많이 걱정이에요. 저희는 모두 같이 있지만, 프로듀서는 혼자 먼 곳에 가 계시니까, 혼자서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건 아닐지,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그러니 무슨 일이든 좋으니 답장해주세요. 항상 저희가 의지했던 분이니까, 이럴 때 정도는 저희에게 의지하셔도 좋지 않을까요. 저희는 언제나 프로듀서를 믿고 있으니까, 프로듀서도 저희를 믿어주세요.
 그럼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키사라기 치하야.
 p.s. 편지를 보낸다는 이야기를 미키에게 했더니 '치하야 씨는 약삭빠른거야.' 라는데 무슨 의미일까요.

 

 "...정말, 너희들한텐 못 당하겠다니까."
 염치없어해도 모자랄 판국이었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들이 나에게 의지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은 정말 다시 없는 감동이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염치없는 짓이긴 하지만, 나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그녀의 사진과 함께 보내주었다. 14살의 나이, 라틴계의 귀여운 아이이고, 특기는 라틴댄스. 나이에 맞게 귀여운 노선을 강조해 보려고 했으나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편지 내용에 적었다. 물론 떨렁 그것만을 편지에 적을 정도로 몰염치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근황과 함께 고마움도 적어 보냈다. 그렇게 답장을 하고 2주 정도가 지났을까. 나탈리아의 오디션을 계속해서 준비하던 그 때, 그녀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프로듀서에게.
 먼저 매번 좋은 말씀 감사해요.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항상 프로듀서의 편이니까요.
 아마 프로듀서가 가장 급하게 보고 싶으신 건 나탈리아라는 아이에 대한 저희의 의견일 거라 생각하고 다른 것보다 가장 먼저 그 이야기를 적습니다. 14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체크하지 못하셨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라틴댄스가 특기인데다가 그 나이에 그 몸매는... 큿.
 죄송합니다. 잠시 이야기가 샜네요. 나이가 조금 걱정이시겠지만, 라틴댄스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하는 방법으로 섹시 노선을 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저희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미키도 있잖아요? 물론 미키보다는 나이가 어리지만, 이미 비슷한 방면으로 프로듀스를 해 보신 프로듀서라면, 방향만 아시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일 거라고 믿어요.
 그럼 다시 저희 근황을 전해드릴게요. 생방임까의 레볼루션 버전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조만간 해외 로케도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미국 쪽은 아마 기약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중에 누군가가 프로듀서를 먼저 만날 수도 있었는데, 많이 아쉬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마지막으로 함께 레코딩했던 앨범이 저번 주에 발매되었어요. 너무 고맙게도 판매율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프로덕션의 모두와 함께 티비를 보며, 모두 기뻐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모두 프로듀서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고민이 있으시면 계속 편지를 주세요. 모두 바쁜 와중에도 중간에 만날 때마다, 편지는 어떻게 쓰고 있냐는 게 가장 먼저 나오는 화제거리랍니다. 그러니 부담없이 편지해주세요.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 또 기다릴게요. 키사라기 치하야.
 p.s. 리츠코가 나탈리아 양의 사진을 보더니 '그 사람은 거기에서도...' 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던데,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편지 내용을 보자마자 무릎을 딱 쳤지.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걸까?"
 "나이가 걸리셨겠죠. 프로듀서는 은근히 그런 방향으로 신경을 많이 쓰시니까요."
 그녀는 여전히 코코아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렇게 추워하면서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서 나탈리아 양은 어떻게 되었나요?"
 "내가 돌아오기 직전에는 차트에서 10위권을 왔다갔다했었어. 지금은 더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서 새 곡이 나올 때마다 한 자리 수 순위에서 내려오질 않는 모양이야. 잘 되었지."
 "그거 말구요. 돌아오실 때 아무 일도 없으셨나요?"
 "음... 나탈리아가 많이 아쉬워했었지. 전날엔 거의 울다시피했었고. 그래도 마지막 날엔 잘 추스렸어. 다음에 한번 일본에 오겠다고 했었지."
 "프로듀서는 정말..."
 "응? 내가 뭘?"
 벙찐 채 그녀를 계속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눈썹을 팍 찡그리고 입을 삐죽 내민 채 나를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사과를 하기에도 뭐한 것 같고. 기분이 찜찜하다.
 "모르시면 됐어요. 그런 사람인 건 제가 잘 아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녀는 볼까지 부풀린 채였다. 많이 추운 걸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하늘이 새하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꽃이 피는 것을 샘내는 듯이 함박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치하야가 들고 있는 코코아 안으로 눈송이 하나가 떨어져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듀서. 정말 고마워요."
 "하하, 치하야는 아까 전부터 자꾸 남들한테 고맙다고만 하네."
 "고맙잖아요. 하루카도, 다른 765 프로덕션의 모두들도, 절 얼마나 도와줬는걸요. 프로듀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아니다. 치하야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딱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그녀에게 묵혀왔던 말을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잡았다. 그녀는 조금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내 쪽으로 조심스럽게 돌렸다. 이제는 얼굴 전체가 새빨간 채였다.
 "아니야. 치하야한테 우리가 고마워해야 해."
 "네?"
 "치하야가 있었으니까, 우리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거야. 치하야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날 이후에, 치하야가 하루카를 도우려 우리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았던 그 날부터, 우리는 치하야 덕분에 하나였던 거야. 치하야가 옆에 있었으니까, 우리 모두가 뭉칠 수 있었던 거야. 우리는 정말 치하야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프, 프로듀서...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얼굴이 거의 홍당무가 된 치하야를 붙들고 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나도 치하야에게 고마워해야 돼. 미국에 있는 동안, 아니, 미국에 가기 전에도 치하야의 편지가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치하야에게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것 같아."
 그녀는 나와 눈울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내 말을 듣고 있겠지. 나는 그녀에게 진작 했어야 했던 말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치하야, 내가 너한테 평생을 바치게 해 줘. 그걸로는 내 남은 삶이 천 년, 만 년이어도 모자라다는 걸 잘 알지만, 남은 내 인생 동안 내 모든 걸 줄게."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었다. 더 무언가를 말했다가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입을 굳게 닫고 치하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입술을 떼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나탈리아가 왜 울었는지 안 물어봐?"
 "...왜 울었는데요?"
 "오기 전에 너와 결혼한다고 말했었는데, 그 얘길 듣고 울어버리더라고. 달래느라 혼났어."
 "프로듀서는 정말 치사한 사람이에요."
 "응? 내, 내가 뭘?!"
 "하아... 됐어요. 그런 면도 다 알고 있으니까. 제가 다 도와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죠."
 "내가 치하야를 도울 건데? 평생을 바칠 거래도?"
 "후훗, 기대하고 있을게요."
 눈이 소복히 쌓인다. 눈을 맞은 치하야의 검은 블레이저가 눈으로 뒤덮여 마치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얗게 반짝거린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그녀에게 다시 나지막히 말했다.
 "치하야,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
 "...그거 말고 다른 거 생각해두시는 게 좋을 걸요?"
 "...왜?"
 치하야는 내 쪽을 바라보며 이때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이미 정말 행복한걸요."
 하늘은 새하얗다. 당분간, 눈은 계속 우리를 축복해줄 것 같다.





짧게 써봅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딴 졸작을 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이 사이트에 가장 먼저 올렸던 글인 '홀로 된다는 것' 의 뒷이야기입니다. 꼭 한번 이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럼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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