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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년] 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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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9, 2013 20:09에 작성됨.

“1년 전에 어땠냐고?”

귀를 넘어 목까지 덮는 단발이 뒤돌아보는 바람에 가볍게 나풀거렸다. 밤색이 생각나는 밝은 머리는 햇빛에 윤기를 내고 있다. 머리 장식 하나 없는 그 머리는 예전에 아는 사람들이 보면 허전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그녀, 아마미 하루카는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데고서 생각을 좀 하는 것 같더니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밝은 미소를 난처하게 지었다.

“글쎄, 그리 오래 된 게 아닌데 막상 생각해서 말하려니 힘드네. 헤헤-”

그녀는 그리 말하다가 이내 계단 난관에 엉덩이를 기대어 허리를 살짝 굽히며 눈을 감았다. 바람이 살랑이는 초저녁에는 그녀 뒤로 오렌지색의 경계가 쳐지며 잘 여문 포도송이와 같은 색의 반짝이는 저녁 하늘이 별들을 박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밝은 청록색의 눈동자가 상대를 보았다.

“1년 전, 내가 은퇴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끝내 고백하지 못한 거네. 응,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뭐랄까, 고백을 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를 깨닫고 난 후라 개운한 것도 컸어. 아이돌과 프로듀서란 벽이 사라졌는데도 고백을 결코 할 수 없던 이유, 궁금해?”

하루카는 손으로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누른다. 아이돌을 그만두고서 리본을 다는 일도 멈췄다. 나이를 먹으며 소녀가 아닌 한 명의 여성이 되자 양쪽의 리본이 더 이상 안 어울린다 생각해 스스로 떼어낸 것이다.
예전에는 리본이 본체란 소리를 하며 짓궂게 놀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막상 리본을 떼어내자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아마미 하루카라고 알아봐준다.

“맞아, 그러고 보니 나뿐만이 아니었어. 프로듀서를 좋아하면서도 고백하지 못한 아이들은 말이야.”

하루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상대에게 밝게 미소짓는다. 그러고 그 활짝 웃을 때 두드러지는 가지런한 이를 내보이며 서서히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흐음, 이유라-”

지금은 포니테일로 묶어버린 갈색 머리를 늘어트리며 불팬 끝을 살짝 입술로 문 아키즈키 리츠코는 최대한 의자를 뒤로 젖혀 천장을 보았다. 깔끔한 하얀 천장은 눈이 아프지 않은 좋은 전등을 쓰고 있었다. 예전의 눈만 아프고 쓸데없이 밝은 전등과 얼룩과 곰팡이가 쓸었던 누런 천장의 회사 모습은 그리울 정도로 남아있지 않았다.
생각을 하던 그녀는 몸을 똑바로 당겨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시원한 밤바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 예전처럼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들은 이곳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네. 그 이유란 거, 어쩌면 듣는 너로서는 납득하지 못 할 거야.”

리츠코는 상대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는 보는 이가 후련할 정도로 시원한 미소였다. 한 때는 인기 아이돌이고, 프로듀서였던 그녀. 1년 전만 해도 아이돌을 겸업했지만, 그녀는 그 때를 마지막으로 아이돌을 완전히 은퇴하고 프로듀서로서만 전념하고 있었다. 아이돌 때와는 업계의 전문가로서 그녀는 멋지고 빛나고 있었다.
그 때처럼 빠릿빠릿하고 꼼꼼한 것은 여전했지만, 지금의 그녀가 일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젊은 나이에 관록과 여유가 느껴지고 있었다.

“제법 길었지, 내 아이돌기간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특히 아즈사씨는 모두와 같을 때 은퇴하려고 꽤나 결혼을 미루면서까지 아이돌 활동을 하셨지.”

그녀는 그리 말하고서 도시의 밤에만 볼 수 있는, 하늘의 빛을 빼앗아 바닥에 붙인 별 같은 불빛들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큰 거 아니야. 생각보다 별거 없어.”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알려 준다-”
 
이제는 데뷔 때처럼 길어진 긴 머리카락들이 밝은 공원을 산책하면서 하나의 흐름처럼 크게 출렁였다. 기세 좋게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은 바람이 잠잠해지자 허리를 덮으며 재주 좋게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사람은 마지막에 우리에게 그리 말해줬어. 응, 알려준 게 아니야. 우리가 깨닫고 있던 것을 말로서 표현해준 거야.” 

그녀는 상대의 얼굴을 보더니 곤란하다는 듯이 ‘어머-’하고 말하고서 한 쪽 뺨을 기울여 받친 후 웃었다.

“후후,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란다.”

그녀는 발끝으로만 걷듯이 퉁퉁 튀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뒷짐 지며 앞서 걸어가고, 상대는 그런 그녀의 뒤를 급히 따라간다.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날아갈 듯한 가벼운 발걸음은 눈을 떼면 금세 사라질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 서로 하는 일은 달랐지만 묘한 부분에서 똑같이 깨닫고 있던 부분이 있던 거야.”

큰 가슴이 두드러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뒷짐 지고 가슴을 내밀며 걷던 그녀, 미우라 아즈사는 우뚝 멈춰서서 뒤에 따라오는 상대를 보고 방긋 웃는다.

“아이돌은 무엇일까- 하는 그런 추상적이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단다. 우리는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는 아이돌을 하지 않았어. 후후, 이상하지. 톱 아이돌이라 불렸으면서 말이야.”

아즈사는 그리 말하고서 살짝 허리를 굽혀 상대와 시선을 맞추었다. 바람에 공원의 나뭇잎들이 부대끼며 시원한 계절의 소리를 내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우리는 단순히 그런 일을 했을 뿐이야. 팬들에게, 그리고 동료였던 서로에게.”



“니히힛,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네.”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이마를 훤히 드러낸 그녀, 미나세 이오리는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뽑아 상대에게 건넸다. 아이돌일 때의 어린 소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어엿한 숙녀이자, 일을 하는 여성의 듬직함이 몸에 배어있었다. 단순히 스테이지 의상에서 정장으로 바꾸어 입었기 때문에 그리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니깐, 당신은 왜 그 이유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지 못한 이유가 된 건지 궁금한 건지?” 

자신의 사무실로 같이 돌아가며 그녀는 짓궂은 미소로 상대를 놀리는 듯 했지만, 아이돌로서 깨달은 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응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100%과즙이라 적힌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따서 한 입 마시며 아이돌을 은퇴할 때보다 자란 키를 과시하듯 한 손으로 긴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녀는 웃으며 상대를 쳐다본다.

“참고로 당신, 설마 고백하지 못한 게 아이돌 쪽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질문에 상대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녀는 이번에는 소릴 죽여 아까와 같은 아이와 같은 웃음소리를 죽여 웃었다.

“사랑을 받으면, 당연히 사랑 받는 쪽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 상대는 입을 달싹여 무언가 물으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궁금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오리는 또 한 번 기분 좋게 웃고서 사무실의 문을 열고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거기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책상 위에 달려있었다.
아이돌 일을 그만두고서 그녀는 미나세가의 회사가 아닌, 전혀 다른 회사로 와 스스로 이 자리까지 노력해 올라왔다. 그렇게 크지 않은 회사의 생각보다 높지 않은 직급이지만, 그래도 떳떳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사무실을 얻었다.
그녀는 의자에 푹 기대어 예전보다 높아진 가슴을 위로 향하며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아이돌이 되어 사랑을 포기한다- 결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줄 수는 있어. 그게 어떤 거냐면-” 

이오리의 설명에 상대는 소파에 앉으며 귀를 기울인다.



“이번에는 다른 사랑을 알아보는 기간이라고 생각해.”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넘기며 완연히 연인의 모습을 갖춘 그녀가 말했다. 학생 시절에는 남자로 자주 오해 받던 그녀지만, 아이돌을 하며 외모를 가꾸던 덕에 이제는 보이쉬한 스타일의 미녀로 거듭나 자주 모델일과 배우 일을 하고 있다. 
그녀- 키쿠치 마코토는 모델촬영을 하느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웃어주었다.

“아이돌로서 많은 사랑을 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이돌로서 느낀 사랑은 양은 많지만, 소녀로서 우리가 느낄 사랑으로는 부족하다고 그가 말해줬었어.”

거기까지 말하고서 마코토는 생수통을 집어 들고 뚜껑을 따 목을 축인다. 연분홍 립스틱의 흔적이 남은 패트병의 입구는 남성들이 봤다면 크게 탐낼지도 모른다. 
물기를 머금어 여성이 봐도 매력적일 입술을 혀로 한 번 핥고서 마코토는 이어 말했다.

“아이돌일 때 느끼는 사랑과, 아이돌을 그만두고서 느끼는 사랑은 또 다른 것이라고 하셨어. 그것들을 마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 아이돌들의 프로듀서로서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듯 해.”

그리고 생긋 웃으며 다시 사진 촬영을 하러 몸을 돌린다. 가슴은 모델로서 크지는 않지만 균형이 맞아 전체적으로 몸매가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깐, 우리는 사랑을 포기한 것이 아니야. 단지 아이돌일 때 겪지 못했던 사랑을 배우기 위해 미루고 있다고 생각해.”



“애초에 오빠야를 포기했다고 한 기억이 없는데?”

하얀 백의와 어울리지 않게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어 말했다. 이제 의학부에 입학해 공부로 한창 바쁠 때인 그녀, 후타미 아미는 많이 얌전해졌다지만 여전히 장난기를 버리지 못한 듯 했다.
짧았던 머리 카락은 제법 길어졌지만, 활동하기 편하게 귀가 드러나는 숏컷 수준에서 더 이상 기르지 않고 있다. 

“애초에 포기하려면 오빠야가 누군가랑 사귀거나, 고백하고 차여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럴 기회도 없었다고?”

그리 말하며 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이돌일 때의 앳된 모습은 지금의 그녀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키는 아마 한창 때의 타카네와 비슷하거나 더 클 것 같고, 가슴도 눈에 두드라질 정도로 자라 있었다.

“톱 아이돌이 되어 멋지게 고백해 사랑을 쟁취한다- 그것은 대단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불만이라는 듯 살짝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곧 다시 아이처럼 웃었다.

“결국 어린 아이의 계획이었다는 거지. 오빠는 좀 더 우리가 신중해지기를 원했어. 많은 것을 알지 못한채 성급하게 행동하는 건 굉장히 아까운 일이라면서 말이야. 그건 너도 알아두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네. 아이돌일 때는 인기가 많으면 사랑에 너무 익숙해지니깐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웃후후하고 특이하게 웃으며 상대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헤, 나에게까지 묻는 거야? 내가 아이돌이었던 건 그 리츠코가 데뷔하기도 훨씬 전의 일인데?”

품 안에 잠든 아기를 안고서 차분해진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상대를 가볍게 응시했다. 제 1세대 765아이돌들의 은퇴와 함께 사무원을 그만둔 그녀 오토나시 코토리는 그 때와 같은 미모로 이제는 한 사람의 아내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음, 확실히 아이돌일 때 나누던 사랑과 그 이후에 나누게 될 사랑은 틀린 거였어. 그 차이에 익숙하지 못해 결혼이 상당히 늦어졌지만.”

그리고 자신의 아기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같은 미모인데도 어쩐지 다른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아이돌들이 은퇴하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가졌지만 아이돌들의 은퇴까지 사무원을 지속해 뒤에서 그녀들을 도왔다. 

“아, 그렇다고 프로듀서씨에게 느꼈던 감정이 착각이었다거나 한 건 아니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단지 뭐랄까, 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네. 이건 느낌이라고 하는 쪽이 좋을까? 정말로 사랑했지만 아, 이 사랑은 아니구나-하고 느낌이 왔다고 할까? 그건 프로듀서도 느끼셨을 거야. 많은 아이돌들은 아직 그것에 결정을 못 내렸지만, 내리게 된 사람들은 나처럼 다른 사람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지.”

그녀도 한 때 직장 동료였던 프로듀서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돌 곁에서 같이 일을 하면서 그녀는 어린 그녀들보다 좀 더 일찍 자신의 감정에 대해 확고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슬프지 않았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확실히 그걸 인정한다는 건 슬프고 힘들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잡고 있을 수도 없었어. 고백하면 아마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서는 오래 유지되지 않았을 거야.”

코토리는 그리 말하고서 상대를 보더니 이내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그랬다는 거야. 모든 아이돌과 가까운 지인들이 그리 되는 건 아니야. 실제로 담당 프로듀서나 가까운 지인과 결혼한 아이돌도 있는 걸? 단지 난 아니었다는 거야.” 

그리 말하고서 그녀는 아기가 꼼지락 거리며 깰 것 같자 조용히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눌러 웃기만 했다.



“흐음, 말로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예전 같은 트윈테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웨이브가 진 오렌지 색 머리를 늘어트린 그녀는 장바구니를 들고 가면서 그렇게 말했다. 한 때의 아이돌 타카츠키 야요이는 더 이상 귀엽단 소리를 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워져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나-하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자신의 말이 맞지 않냐는 듯 쳐다보다가 상대의 반응에 세일용품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즐거운 듯 흔들었다.

“나처럼 아예 연예계를 떠난 사람도 있지만, 계속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깐. 그건 꼭 연예계를 떠나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애초에 프로듀서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었고.” 

그녀는 지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있었다. 덕분에 타카츠키란 성이 바뀐 다른 이름의 야요이가 되어있었다.

“프로듀서를 사랑한 건 맞지만, 음, 헤헤- 말하기 힘드네. 남편이 되어주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정말 나의 오빠가 되어주었으면 좋겠구나하고 바래달까. 어떤 거든 좋다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 그래서 아이돌을 그만둘 때 생각처럼 오래 그 사랑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덕분에 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지킬 수 있었어. 지금의 남편과, 오빠인 프로듀서 말이야.”

뭔가 고민하는 상대에게 야요이는 웃으며 차분하게 한 손을 뻗어 손바닥을 보였다. 상대가 그 행동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자 야요이는 작게 소곤 거리 듯 말했다.

“하이-”

그리고 상대가 그제야 이해하며 자기의 손바닥을 살짝 부딪혀 오자 작지만 힘차게 소리쳤다.

“터치! 이예이!”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그 행동은 어쩐지 상대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아이돌일 때와는 확실히 틀리다고 말해줄 수 있어.”

아이돌을 그만둔 후 지금은 가수로 전업해 그토록 좋아하는 노래에만 매진하게 된 키사라기 치하야는 콘스터 준비 중에 그리 말해주었다. 

“아이돌일 때 부른 노래는 아이돌일 때밖에 부를 수 없는 노래였어. 그 때는 몰랐는데, 아이돌로서 부른 노래는 그 자체로 상당히 색다른 노래였던 거야. 아마 아이돌을 하지 못했더라면 그런 노래는 못 불렀을 거라 생각해.”

그리 말하고서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곧 입을 떼어냈다.

“장르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 아이돌이 노래로 전하려는 것과, 가수가 노래로 전하는 것은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랐다고 해야 할까. 음, 미안해. 난 말재주가 좋지 못해서.”

그러고 미소 짓는 그녀의 미소는 예전 데뷔 때를 생각하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그 미소에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여유가 있었다. 

“어느 노래가 옳거나, 더 좋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그런 비교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다른 성격이니깐. 단지, 경험해보니깐 둘 다 소중한 노래였어. 지금도 아이돌일 때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아이돌일 때와는 무언가 틀려.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끔은 굉장히 씁쓸하고 아쉬워.”

그녀는 지금 자신이 올라가는 스테이지를 보았다. 무대 장치부터가 아이돌의 무대와는 조명의 색과 위치부터가 틀렸다. 곧 그녀의 시선은 다시 상대에게로 돌아왔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아. 그것 또한 나의 성장을 도와준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깐. 그것은 내가 인기 아이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검은 빛을 띤 긴 파랑색 머리카락이 조명에 밝게 빛나며 아이돌일 때와는 다르게 빛나는 그녀를 밝혀주었다.



“애초에 미키는 아이돌을 그만 둔 후에도 계속 허니를 허니라 부르고 있는 걸?”

주먹밥을 먹다가 그녀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금발이었던 머리를 단발로 짧게 자른 후 원래의 갈색으로 되돌린 호시이 미키는 여전히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탑 클래스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녀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아이돌이란 호칭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허니는 여전히 미키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거야. 이제 슬슬 받아주어도 좋을 텐데-”

아이 같이 말하고 있지만 지금은 성숙한 미인이 되어 아이란 느낌은 주지 않는다. 실제로 상대와 대화하기 전까지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아이돌의 껍질을 벗었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허니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허니는 미키에게 친절하니깐, 미키가 확실히 결정하기를 기다려주는 걸꺼야.”

그녀는 방금까지 자신이 드라마를 찍었던 장소를 보았다. 칭찬을 받으며 촬영을 마친 곳은 스탭까지 모두 빠져나가 평소의 거리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장소인데 그녀가 있었던 것만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던 장소를 보며 상대는 어쩐지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보다가 미키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빠른 쪽이 미키는 좋은데 말이야. 잘못하면 하루카 같은 라이벌들이 허니를 뺏어갈 지도 모르니깐 말이야.”

상대의 시선은 호시이 미키에게로 돌아왔다. 밝은 햇살에 빛나는 그녀는 예전 아이돌일 때 말한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돌일 때와는 무언가 달랐다.

“미키는 아이돌일 때도, 지금도 반짝반짝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서 갑자기 어린 아이와 같은 면을 벗어던지며 진지하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그것은 확실히 다른 거야. 혹시 그걸 알아볼 수 있어?”

상대가 천천히 고개를 젓자 미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확실히 아이돌일 때와는 무언가 틀리지요.”

라면을 먹던 젓가락을 잠시 멈추며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같이 라면 한 그릇을 먹고 있었는데, 그녀는 어느 사이엔가 홀로 라면 한 그릇을 비우고 다른 한 그릇을 먹고 있었다. 그 속도와 양에 놀라자 그녀 시죠 타카네는 차분한 미소로 응대했다.

“아이돌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제법 양과 속도가 줄었답니다. 그 때는 열정이나 열기가 넘쳐 평소보다도 더 많이 먹게 되었었죠.”

아이돌일 때와 변한 게 없는 모습의 그녀는 젓가락으로 라면을 휙휙 저으며 상대를 보며 계속 말했다.

“먹는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히 아이돌일 때는 그 자체만으로 일상이 틀렸죠. 늘 주목 받고, 일상을 보내도 신경 써야 하고. 그런 점들은 힘들었다고 할 수 있군요. 설사 사모하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 놓고 말할 수도 없었고 말이죠.”

움직이던 젓가락이 뚝하고 멈췄다. 타카네의 얼굴에는 그 때를 회상하며 미소가 어려 있었다. 말한 것처럼 힘들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즐겁고 그리운 미소였다. 

“많은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을 웃게 해줄 수 있던 그런 일은 틀림없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보람이 있고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죠. 평범한 아이돌로서는 특이했다고 하기는 하지만요.”

문 열리는 방울 소리가 들리며 차가운 저녁 공기가 후끈한 가게 안을 잠시 훑었다 사라진다. 타카네는 면을 집어 들면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넘기다가 상대를 보며 싱긋 웃는다.

“속도에 맞춰드릴 테니 같이 먹지요. 성급해서 좋을 건 없지만, 라면은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는 면이 불어버려 맛이 변하는 것인지라.”

타카네의 말에 상대도 젓가락을 움직여 라면을 먹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보며 타카네는 어쩐지 아리송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그 사람과 같이 단 둘이 라면을 먹으러 갔었는데……. 이번에 다시 부탁해봐야겠군요.”



“나나 아미는 좀 더 오래 즐겨도 좋았지만, 역시 모두와 같이 있었을 때 은퇴하고 싶었어.”

여대생들이 즐겨 찾는 세련 된 찻집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시킨 후타미 마미는 아미와 마찬가지로 장난스러운 미소로 답했다. 그녀는 자기의 동생이나 아버지의 직업과는 관련 없는 학과로 진학해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돌일은 즐거웠어. 그래서 그걸 끝내야 할 때는 정말 아쉬운 마음에 아미랑 다른 모두와 같이 실컷 울어버렸어. 그래도 언제까지 할 수 없는 일인게 아이돌 일이니깐.”

마미는 살짝 고개를 숙여 두 손으로 깍지를 껴 턱을 괴고서 상대를 응시한다. 그러다가 상대가 다시 묻자 마미는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와 같은 모습이지만, 그 모습은 쌍둥이인 아미처럼 성장해 있었고 머리카락은 여전히 사이드 포니테일을 길게 기르고 있었다.

“왜 의학 쪽을 진학하지 않았냐고? 확실히 아빠 병원도 있고, 그 쪽으로 진학하면 남보다는 편하게 좋은 병원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었을 거야. 의사든, 간호사든. 하지만 아이돌일을 하면서 느꼈어. 굳이 그걸 하지 않아도 난 얼마든지 다른 것을 즐겁게 해낼 수 있다고. 그게 아이돌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된 거라 할 수 있겠네.”

각자가 시킨 커피와 케이크가 각자의 앞에 놓여 지자 마미는 상체를 일으켜 입을 다시며 포크를 집어 들었다. 달콤한 케이크가 눈앞에 나타나자 절로 침이 고이고 있다는 것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돌 일은 역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 어릴 때는 뭐든 가능하다고 그러잖아? 그걸 어린 나이에 아이돌 일을 함으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겪었다고 생각해.”

그녀는 케이크에 포크를 찍어 한 입 먹은 후 만족한 미소를 짓고 응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이돌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일들을 겪고 볼 수 있었어. 그래서 아이돌 일을 끝낼 때쯤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난 뭔가를 더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쌍둥이인데도 길이 갈린 거지 뭐.”  

즐거움을 숨기지 않으며 그녀는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신 후에 말했다.

“그건 오빠야의 힘이 컸다고 할 수도 있겠네. 우리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크게 이끌어 주었으니깐 말이야.”

그리 말하고서 마미는 일순 불만이라는 듯 볼을 부풀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부- 마미에는 너무 늦게 물어봐서 해줄 말이 별로 없잖아! 앞에 사람들이 다 말했으니깐!”

상대가 당황하자 다시 짓궂은 미소로 히히 웃으며 한 쪽 손을 휙휙 저었다.

“농담이야 농담. 우리를 모두 찾아간다면 14명? 후후, 그렇게 찾아가 물어도 아마 각자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14명 모두 아이돌 일을 겪었어도 각자가 다 다른 감상을 가졌을 테니깐.”

그리고 다시 즐거운 얼굴로 행복 가득 케이크조각을 집어 먹었다. 상대도 그런 마미를 따라 달콤한 케이크와 차를 즐겼다.



“나 같은 경우는 변하고 싶어서 아이돌 일을 하게 되었어.”

차분하게 직접 우린 차를 상대에게 대접하며 갈색 단발의 미인, 하기와라 유키호는 그리 운을 떼었다. 그녀는 아이돌을 그만둔 후 작은 찻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남자가 무섭고, 개가 무서운데다 늘 매사에 자신이 없어 틈만 나면 땅을 파고 숨으려 했었거든. 아, 땅을 판다는 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 그랬어. 상상이 안 된다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다소곳하게 웃으며 유키호는 자신 몫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둥근 테라스 가운데에는 차와 같이 먹을 화과자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짜리몽땅하고 가슴도 작은 못난 여자- 늘 그렇게 자신을 비난하며 숨으려 했었어. 믿을 수 없다는 눈치네?”

원숙한 성인여성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한 때의 아이돌이었던 만큼 누구나 돌아보거나 감탄할 미인이었다. 그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유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나의 아이돌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준 사람이 그렇게 못난 사람이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아이돌은 스스로 빛나려면 스스로에 대해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자신을 가져야 하는 것도 당연해.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 아이돌 일을 계속 해낼 수는 없으니깐. 그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 프로듀서야.”

상대는 유키호가 타준 차를 한 모금 마셔보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긴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따듯한 찻잔을 쥐며 유키호는 임시로 휴업한 가게의 문을 바라보았다.

“혼자서 이런 가게를 한다는 건, 아이돌 일을 하지 않았다라면 생각도 못했을 거야. 겁부터 먹었을 테니깐. 실제로 손님들이 자주 오는 걸? 아이돌일 때의 친구들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래서 더욱 몰려드는지도 몰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애인이 아직 없는 미인들이 자주 찾아와 주니깐.”

상대의 말에 유키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기쁜 듯 헤헤 웃었다.

“나도 라고? 헤헤ㅡ 고마워. 그것도 예전의 나라면 금방 부정했을 거야. 전혀 예쁘지 않다고 말이야. 인사성 칭찬이나, 오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순수하게 기뻐하며 상대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할 수 있게 됐어.”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이 가게 안에 흐르고 있다. 그런 음악 속에서 차를 마시자보면 절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해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유키호는 말했다.

“난 프로듀서와 아이돌일에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아니었더라면 작은 찻집이라지만 스스로 혼자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깐 말이야.”

상대를 향하여 미소지으며 마지막으로 작게 읊주렸다.

“그것은, 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갸! 자신이 마지막이라고?”

갈색 피부의 키가 작지만 가슴이 큰 그녀, 가나하 히비키는 상대의 말에 당황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덩치가 큰 하얀 개가 엎드려 자고 있었고, 히비키는 그런 개의 털을 부드럽게 빗어주고 있었다.

“어쩐지 부담스럽다고. 거기다 좋은 말도 앞에서 다 했을 것 같고. 으으……. 이왕이면 본인을 처음에 찾아와주지…….”

원망하는 투로 그리 말하자 상대는 소리 내어 웃었고, 히비키는 불만이라는 듯 손을 휙휙 내젓는다. 자신의 머리에 올라온 햄스터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히비키는 이내 다리를 모와 앉으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떼었다.

“외로울 시간이 없었다고 할까. 밖에서는 팬들이, 안에서는 동료들과 프로듀서가 늘 함께 해주었으니깐 말이야. 사실 혼자 막무가내로 도쿄에 상경한 거라 처음에는 어린 나이에 외롭고 그랬거든. 외톨이란 별명대로 외로움을 잘 타는 건 사실이었으니깐 말이야.”

오키나와에서 가족들이 많았던 만큼 그 반동이 더 컸다고 그녀는 솔직히 말해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연예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키나와로 돌아가 가족들 일을 도울까도 고민했던 그녀지만, 아직은 좀 더 자신을 바라봐주는 팬들을 위해 아이돌 일을 은퇴 후에도 방송에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외로움도 덜어주고 싶었어. 방송에서든 라디오에서든, 나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기뻐해주는 건 물론이고 자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하고 바랬어.”

히비키는 냉장고를 열어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무엇을 마실지 묻다가 오렌지 주스를 꺼내와 컵에 따라 상대에게 건넸다. 자신도 컵을 들고 주스를 마시다가 과자를 집어 먹었다.

“정말, 마지막이니깐 별로 해줄 말이 없잖아. 음? 방송일 마저 끝나면 뭘 할거냐고?”

그 질문에 히비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상대를 보고 씨익 웃었다.

“오키나와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지도 모르지만, 너를 보니 하루카처럼 트레이너 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히비키는 상대와 눈을 마주보며 즐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이제는 완전히 규모가 큰 회사의 모습을 한 765프로덕션의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안경을 쓴 프로듀서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여유롭게 물었다.

“그래, 모두를 만나고 와서 결정은 했어?”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미소 짓고 자신의 의지를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만족하게 웃은 프로듀서는 손을 뻗어 악수를 건넸다. 상대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손을 잡자 자기의 소개를 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 다시 한 번 내 소개를 할게. 앞으로 너의 프로듀서를 맞게 된 765프로덕션의 아카바네 P야. 앞서 그녀들처럼 멋진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힘껏 도와줄게.”

그리고 손을 떼어내고서 시계를 보더니 좋을 때라고 말해주었다.

“있다가 그 아이들을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가지 않겠어? 자신들의 뒤를 잇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보여주고 싶거든. 아, 참고로 오늘은 그 아이들이 은퇴한지 딱 1년 째 되는 날이야. 그 파티를 하는 거지. 그리고,”

그는 쑥스럽다는 듯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이제 슬슬 대답해줘야 할 것 같거든. 1년 전에 피했던 대답을 말이야. 그리고 그걸로 질질 끌었던 나의 프로듀서 일은 모두 끝나는 거겠지.”

상대가 묻자 프로듀서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들이 은퇴할 때? 음, 프로듀서로서의 심정은 꽤나 복잡 미묘했지. 그 아이들은 처음 내가 맡은 아이돌이니깐. 거기다 그거 알고 있어? 아이돌은 본인 스스로가 아닌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줘. 예를 들어 프로듀서인 나만 해도 그녀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으니깐.”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운 눈으로 책상에 있는 액자를 집어 들었다. 그 액자에는 한 창 때의 12명의 아이돌들과 1명의 여성프로듀서, 1명의 남성프로듀서와 1명의 사무원이 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것도 있지만, 그녀들이 변한 만큼 나도 변했거든. 좋은 쪽으로 말이야.”

액자를 내려놓고서 상대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으며 그는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너를 변하게 해주겠어. 정말 잘 부탁할게 신입. 그럼, 같이 가볼까?”

그리 말하고서 먼저 걸어가는 그의 옆에 그녀는 나란히 걸어갔다. 
1년 전 765프로에서 아이돌들이 은퇴했고, 
그 1년 후인 오늘- 그녀들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새로운 소녀가 아이돌로서 출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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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기념해서 쓴 소설입니다.
*올린 게 잘못해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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