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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구미호의 꼬리는 몇 개? 4번째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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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4, 2017 03:12에 작성됨.

오오하라의 일상 속으로! 렛츠 다이브!!

 

“저기이….오빠야아..”

 

아직 해도 채 뜨지않아 약간 서늘한 아침 공기가 조용한 거리를 훑고 지나가는 때, 오오하라 베이커리조차 그 열기가 채 달아오르지 않았을 시점에 미치루가 슬쩍 벽에 기댄 채로, 몸의 절반만 내밀고서 쭈뼛쭈뼛 히이라기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나요? 미치루?”

 

히이라기는 이미 알고있었지만, 일단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며 미치루를 받아주었다. 미치루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기를 원했으니까.

 

“으음…아, 앉아도 돼?”

 

너무 긴장했는지, 아니면 아직까지도 말을 미루고싶은지 미치루는 갑자기 의자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버렸다.

 

“그럼요.”

 

그럼에도, 히이라기는 능숙하게 부드러운 목소리와 손짓으로 미치루를 배려해주었다. 아직도 뻣뻣하지만, 미치루는 일단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후우....그러니까 오빠,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그게 오늘 아이돌...아이돌을 내가 나가야하는데 할 말이 있어서, 아니 있는데 그게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오늘 아이돌을...”

 

“미치루,”

 

“어 으...그니까..아아...”

 

오빠의 소리는 듣지도 않고 혼자 헤메이면서 점점 보라색 눈의 빛이 회색으로 꺼져들어가는 미치루를 보고 히이라기가 갑자기 소리쳤다.

 

“미치루!”

 

“응엄엉!?”

 

“일단,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마음부터 가다듬으세요.”

 

히이라기는 아직 더운 김이 눈에 보이도록 나오는 컵을 하나 조심스럽게 미치루에게 밀어주었다. 투명한 녹색이 싱그러운 풀내음을 한 가득 내뿜으면서 미치루의 얼굴을 받아비추고있었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컵을 잡아 올리자 표면이 흔들리면서 비춘 모양이 흐트려졌다.

 

꿀꺽- 한 모금 삼키자, 뜨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에서 퍼지는 것이 느껴졌고, 푸르디 푸른 잔디밭처럼 떠올리게 하는 향이 코 속을 가득 채우고있었다.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미치루를 놓치지않고서, 히이라기는 오븐에서 빵을 꺼내왔다.

 

“아직 아침 못 먹었죠? 이야기가 길어진다니, 빵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으, 으응.”

 

미치루로서도 이미 결정하고 닥친 일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진짜 말해버리는 것은 조금 무서웠는지, 히이라기가 권하는 편안한 일상을 거부하지않았다.

 

접시 위에 잘린채로 놓인 그것은 크로크무슈.

 

치즈 특유의 약간 느끼하지만, 고소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와 코 속을 크게 뒤흔들고 시선마저 잡아당긴다. 열을 받아 갈색으로 구워졌지만 광택과 노란색을 그대로 유지하고있는 치즈가 거대한 평원처럼 빵 위를 덮어두고있었다

 

일단 입 안으로 들어간 빵은 놀라울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럽다. 겉표면은 딱딱하게 구워져서 나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바삭함을 자랑하지만, 내부의 속빵은 스프에 적신것과도 같은 기분이다. 빵바로 위에 붙은 치즈가 녹아서 스며들었기 때문에 약간 거칠지도 모르는 빵은 부드럽게 변해서, 씹을 때의 감각이 기분좋은 솜이불에 안기는 것과도 비슷한 감각이다.

 

입 안을 한 가득 메우는 강렬한 풍미. 치즈가 겉표면에 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빵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에 입 안에서 씹히는 순간, 마치 육즙이 스테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듯이 치즈가 빵 속에서 흘러나온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빵 사이에 햄과 함께 들어간 이 매끄러운 건..크림치즈? 안쪽에서 겉 치즈가 닿지않는 곳까지 촉촉하게 해주고, 겉의 진한 향을 가진 치즈와 다르게 약간의 시큼함만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재료들이 입안에서 매끄럽게 풀려나가 입 안 곳곳으로 퍼지는 것을 돕는다.

 

그러나 치즈와 치즈, 빵만이라면 단조롭다. 느끼하기까지해. 맛이야 흘륭하지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담백하고 고소하기만한 맛에서 강렬하게 치고들어오는....햄!

 

약간 시즈닝이 되어 짭조름하면서도 돼지기름의 식욕오르는 풍미가 치즈와 섞여 단조롭고 조용하던 치즈의 전주곡을 한 순간에 교향곡의 하이라이트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다가 너무 기름이 차오르는 것 같을때, 옆에 놓인 녹색차를 살며시 들어 입으로 가져다댄다. 뜨거움에 파르르 떨면서도 간신히 한 모금 입으로, 입에서 목 너머로 넘기자. 입 안에 둥둥울리는 북소리처럼 남아있던 풍미가 차에 녹아 흘러넘어간다.

 

“저기 오빠...나, 아이돌 그만두려고...”

 

큽-!하는 소리와 함께 히이라기는 마시던 차를 급박하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연신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그랬나요..”

 

“후루키가 말한 거 아니었어?”

 

“들었지만, 이렇게 들으니 또 당황스럽네요.”

 

손수건으로 사방에 흩어진 물을 닦아낸다음, 히이라기는 등을 꽃꽂히 세우고 물었다.

 

“왜....그만두려는 건가요?”

 

“.......저기, 오빠. 나는 처음부터 오빠가 좋아서 아이돌이라는 걸 했어. 물론, 아이돌이라는게 좋지않았다면 하지도 않았겠지만....”

 

침을 삼키고 미치루는 말을 이어나간다.

 

“오빠처럼 행복을 나누어주고싶다던가, 오빠가 날 제빵하지 못하게 한 이유라던가 그런 것도 잘 알고있었지만....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이돌을 한다면 오빠가 어디서나 날 볼수 있으니까, 내가 빛나는 모습에 오빠가 기뻐할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생각했는데...이젠 아닌 것 같아.”

 

“미치루....”

 

“어제 생일, 아침에 오빠가 날 보내기 싫다고 그랬잖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이 가게에서 오빠 돕다가 과자집이라던가 케이크라던가 같이 먹으면서 생일 보냈는데....그러지도 못하면서, 아무도 기억 못하는 그런 바보같은 일이나 하고있잖아. 차라리....”

 

미치루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어져가면서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치루”

 

떨림이 멈췄다. 거칠고 큰 손이 미치루의 손을 잡았다. 히이라기가 옆에서 미치루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으...”

 

무슨 소리를 들을지몰라서 긴장하던 미치루를, 히이라기는 그대로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용기내어 말해줘서.”

 

“ㅇ, 오빠?”

 

3년 동안 열심히 하던 일을 한순간에 때려친다니, 분명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치루는 전혀 다른 반응에 어버버거리며 당황하고말았다.

 

“미치루에게는 늘 미안하게 생각해요. 오빠가 오빠 욕심대로 그런 곳에 미치루를 밀어넣은게 아닐까 싶어서.....말하지 못했는데, 오늘 말해줘서 고마워요 미치루.”

 

“어으....저기이...? 안 혼내?”

 

미치루는 천천히 떨어지며 아까부터 걸리던 걸 조오심스럽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러나, 히이라기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혼낼 이유가 어디있나요?”

 

“음...그니까 그... 그만두는게.”

 

아이가 무언가를 하겠다라는 것을 어른에게 선언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논리적 이유는 없어도 혼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아직도 미치루는 히이라기를 높고도 먼 어른으로 본다는 걸까. 그런 생각에 히이라기는 조금 우울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미치루가 성장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치루, 오빠는 미치루를 혼낼 이유가 없어요. 미치루의 일을 미치루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했다는 것. 그건 분명 미치루가 어른으로서 한 걸음 나아간다는 증거. 그렇다면 오빠는 당연히 자랑스러워해야겠지요.”

 

“......그런가...”

 

걱정하던 일도 없이 오빠에게 칭찬받았다는 기분에, 미치루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고서 약간 배시시 웃고말았다.

 

“그런가...그렇구나!”

 

“조금 나아졌나요.”

 

미치루는 대답 대신 일단, 고개를 살짝 흔들며 한숨을 몰아내쉬고는 의자에서 미끄러져갔다. 히이라기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동생의 모습이 제법 귀여웠는지 쿡-쿡- 소리를 내버렸다.

 

“나는 진지했다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랬냐요....훌쩍, 오빠는 이렇게 노력했는데...아직도 무서운건가요...흑”

 

“으윽....”

 

아마도, 아니 분명히 연기겠지만 히이라기의 능숙한 연기는 미치루라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으으윽...아니라니까!”

 

미치루는 갑자기 박치기와도 같은 기세로 히이라기에게 달려들었다.

 

“무섭지않아.....그냥 무서워서...그랬어...”

 

복부를 찌르는 얼얼한 감각에 잠시 몸을 가누다가도 이내,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러기를 몇 분, 아쉽게도 해는 떠오르고 시계는 속절없이 잘만 돌아간다. 슬슬 히이라기는 일을 하기위해 미치루를 의자에 앉혔다.

 

“일단, 그 건은 오빠가 알아서 할테니까, 음...미치루는 휴일을 즐기면 되려나요...오빠는 일이 있어서..”

 

“무슨 소리!”

 

미치루는 그 소리에 갑자기 의자를 뒤로 넘어트리며 벌떡 일어나며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섰다.

 

“안 쉰다고! 나도 오빠일 도울거야! 아이돌 그만뒀다고 놀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오빠일을 돕는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만뒀으니까!”

 

“미치루....!”

 

히이라기는 탄성을 내지르며 자신보다 앞으로 가는 미치루에게 말했다.

 

“주방은 안 돼요.”

 

“엩.”

 

“으으.....나도 할 수있다고! 나도 주방 들어가보고싶어엇!!!”

 

“안 되는 건 안 돼요.”

 

히이라기는 대신 다른 것을 건내주었다. 태블릿 하나. 그것을 보고 미치루는 직감했다. 애시당초 몇년전까지는 그녀가 줄곧 사용해왔던 애용품이었으니까.

 

“미치루한테는 그럼, 오늘 가게 순회를 부탁할게요.”

 

“.....”

 

오오하라 베이커리가 위치한 스위티 로드의 모든 제과제빵점들의 정보가 담긴 태블릿을 건네주며 히이라기는 미치루에게 언제나의 일을 맡겼다.

 

오빠도 하루종일 못 보고 덜떨어지는 녀석들을 보며 속터지는 일을 하라니, 벌써부터 미치루의 마음 속에는 후회가 들기시작했지만, 어쪄랴 스스로 선택한일 해야하는 것. 여기서 번복이라도 했다가 그거야말로 히이라기가 화내는 길일지어다.

 

“어차피 아이돌하면서 현장감도 떨어졌잖아요. 가서 배우고 오세요. 가게에는 제가 연락해둘테니까.”

 

“네에에....”

 

“대신 이따 오면, 케이크 줄게요.”

 

그 말에 미치루는 몸과 표정을 쭉--하고 밝게 펴더니, 곧장 기운찬 인사와 함께 문의 벨을 요란스럽게 열어젖히고 나갔다.

 

“....”

 

히이라기는 곧장 가게 열 준비는 하지않았다. 오히려 가게를 열지않고 쉬려는 듯, 이것저것을 말끔하게 정리하고서 문앞에는 양해를 구하는 말을 써두었다.

 

누군가를 곱게 기다리는 것처럼, 넓고 안락한 의자를 가져다두고 테이블에는 케이크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다과를 두었고 옆에는 우아한 곡선을 가진 찻주전자에 뜨거운 온기를 그대로 넣어둔채 놓아두었다.

 

기다리는 사람을 회상하며, 히이라기는 담요를 새로 꺼내어 허벅지 위에 살포시 얹은다음 몇 번이고 손으로 다듬어폈다. 적당히 아무데서나 고른 듯한 느긋한 무늬의 담요지만, 히이라기는 몇번이고 펴고 또 펴서 무늬가 일그러지지않도록 말끔하도록 신경썼다.

 

조금 기다리고있을때, 문의 종이 통통-가볍게 울리더니 건장한 남자와 그를 뒤따르는 소녀가 한 명 들어왔다.

 

“도련님, 모시고왔습니다.”

 

“수고했어요. 후루키.”

 

후루키는 슈코를 자리로 안내하고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의자에는 느긋한 마이페이스의 슈코가 아니라 입술을 안으로 조금 말려있고 입자체도 좁게 모여있는 데다가 눈썹또한 조금 가라앉아 저기압을 표현하고 있는 슈코가 있었다.

 

“.......”

 

슈코는 팔짱을 풀지도 않고서 히이라기를 노려보았으나, 히이라기는 다만 찻주전자를 집어올렸다. 찻잔 위에서 살짝 기울이자 투명한 차가 빛을 받아 약간 반짝거리고 몇 바퀴를 돌아 찻잔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안착한다. 쪼르르르---물에 물이 담기는 소리가 경쾌한 종소리처럼 잠깐 들리다가, 이내 그치고 찻잔은 슈코의 앞으로 미끄러져왔다.

 

눈동자 하나만을 아래로 내려 찻잔을 보다가 다시 히이라기를 노려보던 슈코는 마치 곧장 거대한 창으로 찌르는 것처럼 물었다.

 

“이유가 워야?”

 

자신의 찻잔도 마저 채우고 주전자를 내려놓고서야, 히이라기는 겨우 입을 열었다.

 

“드세요. 향이 제법 좋답니다.”

 

“오빠!”

 

슈코가 그런 말을 참지못하고 찻잔이 덜컹-흔들릴 정도로 거세게 화를 내자, 히이라기는 입술만 살짝 적신채로 다시 찻잔을 내려놓았다.

 

“.........흠, 그런식으로 서두르지않는게 좋을 텐데요. 슈코.”

 

팔걸이에 팔꿈치를 두고 손에 깍지를 낀 히이라기, 평소라면 사람을 느긋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겠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았다. 슈코는 의자에서 몸을 세워, 히이라기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뻗어나갔다. 가까워진 슈코의 얼굴의 근육과 표정 변동, 거친 숨소리와 흔들리는 눈동자는 아주 간단하게 그녀의 감정을 말해주고있었다.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미치루가...”

 

그러나 슈코의 말따위 관심도 없다는 듯이 멋대로 이어지는 히이라기의 말은 미치루가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보다도 더 큰 중대하고 경악적인 사실이었다.

 

“오늘은, 슈코에게 작별인사를 하기위해 불렀거든요.”

 

====

 

차였다.

 

 

기다려주셔서,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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