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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SS) 미루어두었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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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13 11:53에 작성됨.

“코토리씨,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른 아침의 햇살은 눈이 부셨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깊어 밑에서 올려다보자면 위로 떨어져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감상에 취하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가볍게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고, 그런 바람을 밀어내 듯 뒤이어 들어온 프로듀서는 바로 그녀의 특별한 오늘에 대해 축하를 해주었다.

“후후, 고마워요. 그렇게 바로 축하를 해주신다는 건, 놀랄만한 선물도 준비하셨다는 거겠죠?”

코토리가 짓궂게 웃으며 창턱에 걸터앉으며 묻자 젊은 프로듀서는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평소라면 이런 질문에 당황했을 그가 이리 당당하게 나오자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어떤 선물을 준비한 걸까?
코토리는 짓궂은 미소를 유지하며 다리를 흔들면서 그의 선물을 기다려본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이내 거기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초록색 리본으로 장식 된 검붉은 상자. 그것을 보자 코토리의 흔들리던 다리가 탁하고 멈춘다.
그 상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딱 1년이 지났군요.”

상자를 내밀며 프로듀서는 그리 말한다. 자신에게 내밀어진 선물에 코토리는 당황하며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할지 고민했다. 
기분 탓인지 어쩐지 지금의 시간은 한참 출근길로 소란스러울 때인데 자신들의 주변은 굉장히 고요하게 느껴진다.

“그 후로 딱 1년입니다. 이제, 대답을 해주시겠어요?”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느낄 수 있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의 질문에 코토리는 시선을 돌려 아련하게 하늘을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은 깊고 푸르렀다.


그가 처음 이 사무소에 온 것은 거의 1년 하고도 3달 전의 일이었다. 당시에 프로듀서는 아이돌을 은퇴하고 막 새내기 프로듀서가 된 리츠코 밖에 없었고, 그 외에 직원이라고는 사무원인 자신 밖에 없었다. 그 때 아이돌은 지금과 같은 12명이 아니라 4명뿐이었다.
그러다가 사장이 어느 날 핑하고 느낌이 왔다면 거의 막무가내로 어떤 남자에게 프로듀서를 권했고, 결국 그 남자는 사장의 끈질긴 설득에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남자가 지금의 프로듀서인 P였다.
지금의 그를 보자면 사장의 눈은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프로듀서는 리츠코보다 더한 햇병아리. 거기다 당시에 있던 4명의 아이돌은 하루카와 치하야, 이오리와 야요이었다. 하루카와 야요이는 괜찮지만, 이오리와 치하야는 제법 까다로웠다. 특히 그 중에서도 치하야가 고집과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해 프로듀스가 힘들었을 거라고 그녀는 예상했다. 실제로 코토리가 가끔 그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당시의 이야기를 하면 치하야의 프로듀스가 제일 힘들었다고 솔직히 고백을 해온다.
  그렇게 네 명의 아이돌과 두 명의 프로듀서, 그리고 한 명의 사무원과 한 명의 사장으로 작은 프로덕션은 출발은 하여 지금의 어엿한 중견 아이돌기획사무소가 되었다. 모두가 노력하면서 점점 네 명의 인지도가 오르고, 아이돌들의 수도 늘어가게 되었다. 765 사무소의 활력소이자 귀염둥이 막내인 아미마미 쌍둥이 자매가 들어오고, 겁이 많지만 어쩐지 강직한 유키호와 겉으로는 강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여린 마코토가 들어온다. 뒤늦게 아이돌 업계에 들어온 아즈사를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라이벌 업체인 961프로에서 프로젝트 페어리의 멤버인 타카네와 히비키, 그리고 미키가 자신들의 사무소로 이직해 오게 된다.
덕분에 아이돌의 수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프로듀서는 리츠코와 P뿐이라 둘의 업무량이 많아지게 된다. 거기다 나중에는 아미와 아즈사, 이오리를 팀으로 한 류구코마치의 데뷔가 이루어지면서 리츠코가 류구코마치의 전속 프로듀서가 되고, P 혼자 나머지 9명의 아이돌들을 담당하게 되어 그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하아…….”
“역시 혼자서 9명은 힘드시죠?”

절로 한숨이 나올 때 코토리는 그의 옆에서 커피를 타주었고, 그 때마다 프로듀서는 코토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사무소 사정도 나아져서 슬슬 새로운 프로듀서를 들여도 될 것 같지만…….”

하지만 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원하는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지금도 P혼자 9명의 아이돌을 맡고 있다.

“그래도 혼자 용케 잘하고 계시네요.”
“아이돌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기쁘거든요.”

그리 답하는 프로듀서의 미소는 자긍심에 빛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니 그에게는 프로듀서가 천직이라고 코토리는 생각했다. 힘든 일이지만 그는 늘 웃고 있었다. 아이돌의 성장에 기뻐하며, 자신의 일처럼 그녀들의 성공을 기뻐하고 바라고 있다. 
아이돌이 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다. 그 동안 프로듀서는 서류들을 처리했고 코토리는 자신의 서류와, 그가 정리한 자료들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코토리씨.”
“네?”
“생일 축하드려요.”

그날은 코토리의 생일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말에 쳐다보자 그의 얼굴은 어쩐지 긴장한 듯 굳어있었고, 얼굴도 빨개져 있었다. 단순히 생일을 축하해주는데 저렇게까지 빨개질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축하를 받았기에 코토리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순순히 받아들였다.

“후후, 고마워요.”

코토리의 미소에 프로듀서는 더욱 얼굴이 빨개지면서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의 그런 행동에 코토리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그는 코토리에게 준비한 선물상자를 건넸다. 

“이건 생일 선물입니다.”
“아, 고마워요.”

사실 아이돌의 생일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생일은 잘 챙기지 않는 그녀였다. 그보다 지금에 와서 자신의 생일을 챙기자니 괜히 나이만 자각하게 돼 그것이 싫어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누군가 일부러 이렇게 축하해준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저기, 그리고 할 말이 있습니다만…….”
“뭐죠?”

코토리가 빤히 주시하자 그는 한 번 더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마음을 먹은 듯 강한 시선으로 코토리를 보았다.

“있다가 퇴근 후에 시간이 괜찮으면 단 둘이 한 잔 어떤가요? 생일축하 겸 말이죠.”
“좋아요. 그럼 퇴근하고 둘이서 오붓하게 한 잔 해봐요.”

시간이 괜찮았기에 코토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둘은 출근한 리츠코의 등장에 일을 재개했고, 뒤를 이어 서서히 나타나는 아이돌들과 일을 하기 시작해 평소보다는 일찍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단 둘이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취해 둘이서 공원을 산책하게 되었다. 그러다 인적 드문 가로등 밑에서 프로듀서는 코토리를 쳐다보며 고백했다.

“예전부터 쭈욱 좋아했습니다. 교재해주세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났군요.”
“1년 뒤에 대답해주시기로 한 약속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습니다. 대답해주시겠습니까?”

그 때의 어리버리 함은 남아있지 않은, 자신감과 자긍심이 가득한 그 얼굴의 강한 시선을 보며 코토리는 그 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다.
당시에는 그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초기부터 같이한 아이돌 네 명과 리츠코가 그를 좋아함을 알아 그녀들에게 상처주기 싫어 대답을 1년 후로 밀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대답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사무소에는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아이돌이 아닌 자신들을 챙길 때가 온 것이다.
사실 그에게 마음이 없던 것이 아니다. 그랬기에 차마 그 자리에서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오늘까지 대답을 미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은 걸까?
열어놓은 창을 통해 들어온 잔잔한 햇살이 유유히 사무실 안을 흘러 다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코토리는 창가에 걸터앉아 시선을 돌리며 애꿎은 창턱을 가는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대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좋은 동료이고,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좋아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그는 인기가 많은 남자다. 자신만이 아니라 사무소의 여성들은 거의 다 그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래도록 같이한 초창기 멤버인 하루카와 치하야, 야요이와 이오리 그리고 리츠코의 마음은 깊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이 그녀들만큼 크고 깊다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곤란하네요. 사무소에서 처음 봤던 저에게 그렇게까지 반하시다니…….”

솔직히 기쁜 일이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것은 어지간하면 기쁜 일이다.
코토리의 말에 프로듀서는 어쩐지 씁쓸하게 웃더니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처음이 아닙니다.”
“네?

프로듀서의 말에 코토리의 시선이 그에게로 다시 향했다. 놀라는 그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말했다. 

“코토리씨와 처음 만난 건 사무소가 처음이 아니라고요.”

그 말에 코토리는 말을 않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대체 언제?
고민을 해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코토리의 모습에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프로듀서가 이어 말한다.

“코토리씨가 아이돌일 때 만난 적이 있어요. 처음 코토리씨에게 싸인을 받았죠.”
“아, 그 꼬마!”
“하하, 이제야 기억하신 것 같군요.”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의 사인회에 처음으로 와서 직접 사인을 받아준 소중한 첫 팬이니깐.


예전에 그녀는 아이돌이었다. 제법 인기를 얻은 아이돌이었지만, 그 ‘히다카 마이’랑 동시기에 활동해 단 한 번도 최고가 되어본 적은 없다. 그 뿐 아니라 나름 인기 아이돌인데다 히다카 마이를 견제할 아이돌이라 불릴 정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마이 본인은 라이벌이 없어 지루하다며 아이돌을 은퇴했다. 그 이유와 은퇴에 코토리는 큰 충격을 받아 마이가 사라진 후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껴 소리 없이 은퇴를 해버렸다. 제대로 된 은퇴식은 물론 공표도 안하고 그저 나중에 전화로 잡지사에 연락해 아이돌을 그만둔다고 말해 사회에서는 한 때 마이의 은퇴 이 후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돌며 큰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 어찌 보면 엉망인 아이돌 일이었지만, 그래도 코토리에게 있어 그 때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런 아이돌의 마지막을 그리 형편없게 끝냈다는 것이 제일 후회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을 그리 후회하는 만큼 코토리에게 있어 아이돌의 첫 무대와 첫 사인회는 소중한 기억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인을 받아간 소년은 말이다.
원래의 첫 사인회는 정식으로 이루어진 일도 아니고, 그저 홍보 차 갔다가 근처 작은 음악매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원래 계획에 있던 것도 아니고 거의 기분 내켜서 하게 된 것인데, 그 계기는 단순했다.

“누나 오토나시 코토리 맞지? 나 TV에서 봤어!”

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과 감탄. 아이는 우연히 지방의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매장에 들른 코토리를 알아보며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저기, 나 싸인 좀 해줘! 아이돌을 본 거 처음이야!”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 그 때 자신은 갓 데뷔한 인기도 없는 신인 중학생 아이돌이었다. 그 때문에 상대가 아이라도 자신을 알아본 것이 너무나 기뻐 그 자리에서 성심성의껏 첫 사인을 해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아이의 말에 아이돌이라는 것을 안 사람들이 자신에게 사인을 요청해 즉석에서 사인회를 열게 되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 때문에 얼굴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도 자신이 처음 직접 만나 사인을 해준 그 아이는 자신의 기억 속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 아이가 프로듀서였어요?”

코토리는 입을 가리며 숨기려 하지만, 그 커진 눈동자가 얼마나 놀라고 있는지를 숨기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쩐지 능글맞게 웃었다.

“네, 제가 당시 지방 음반매장에서 코토리씨에게 처음으로 싸인을 받은 그 때 그 꼬마가 맞습니다. 처음이라는 건 당시 코토리씨에게 직접 들은 거구요.”

우연,이라고 해야할까? 코토리는 지금의 이 인연이 신기하기만 했지만 어쩐지 우연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 그것은 프로듀서가 직접 부정했다.

“제가 이곳에 온 건 우연이지만, 프로듀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고 이번에는 손을 뻗어 코토리의 손 위에 올려진 상자의 초록색 리본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사장님께 이끌려왔지만 사실 당시에는 괜찮은 조건의 회사에 합격을 한 후거든요. 하지만,”

프로듀서의 손이 상자의 뚜껑을 열자 그곳에는 금을 중심으로 작은 보석들이 박혀 장식 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반지가 있었다.

“이곳에는 제가 합격한 회사에는 없는 코토리씨가 계셨죠.”

그 반지를 조심스럽게 꺼낸 후 다른 한 손으로 코토리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후 코토리를 바라본다.

“당신이 계셔서 이곳에 왔습니다.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인연이 이어질 것 같지 않아서 말이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시원한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고, 햇빛이 물결치며 사무실 안을 밝게 흔들었다. 열린 창가에서는 밖의 차소리와 사람소리, 음악소리 등의 도시에서라면 들리는 소음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의 둘에게는 그 소음조차 지나가다 우는 새의 소리처럼 그리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돌인 당신을 좋아하면서 10년이 넘었군요. 그 후로 쭈욱 좋아했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었고, 당신에게 마음을 고백해 대답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또 1년이 지났고요.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백하는 쪽도, 받는 쪽도.
연상이든 연하든 관계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둘 다 그저 수줍은 연인이 되기 전의 남녀 사이일 뿐이었다.

“코토리씨, 정말 사랑합니다. 이 긴 사랑에 대한 끝을, 그리고 결말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의 간절한 고백에 코토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손이 떨리고, 그런 손의 가는 손가락을 잡고 언제든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어주려는 프로듀서의 손도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져 있었다.
긴장 되고 고민 되는 순간이었다. 이 마음을 받아들이면 자신과 그가 그토록 소중히 해온 아이돌들을 배신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이유로 거절하면 10년이 넘게 자신을 기다려준 그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직장 동료일까? 단지 마음이 가는 남자?
생각하다보니 그가 사실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큰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돌의 인생에서 어쩌면 시작점임과 동시에 아이돌로서의 기쁨을 알려준 사람, 
765프로덕션에서 힘들 때 같이 서로를 지탱해준 소중한 버팀묵인 사람.
그리고, 지금은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정말 너무나 소중한 사람.

“……정말, 저도 바보 같이 1년이나 미루어버렸군요.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코토리는 창가에 걸터앉은 상태로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저도 사랑해요. 이런 당연한 대답을 1년이나 미룬 바보 같고 둔한 여자지만, 그래도 정말 사랑해요.”

그 말과 동시에 프로듀서는 코토리의 손에 반지를 천천히 끼어주고서, 그대로 생각보다 가늘고 가벼운 그녀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저에게는 1년이 아니라고요. 겨우 10년 넘게 걸려 만나 후에 1년이 추가 된 거니깐요.”
“정말 죄송해요.”

코토리도 프로듀서를 같이 꼬옥 껴안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시 또 1년을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했다.

“절대로 용서 안합니다.”
“와아, 그거 무섭네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평생 끌고 다닐 겁니다. 평생 제 옆에 둘 겁니다. 지금 제 고백에 대답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작년에 미루어졌을 때 말했죠?”  

코토리는 그 때를 회상한다. 

[죄송해요. 지금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창 바쁠 때고, 서로 지금의 일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니깐요. 대신, 1년 뒤 오늘 그 때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시면 그 때는 확실히 대답해 드릴게요.]
[그럼, 그 때 다시 고백하겠습니다. 단, 그 때의 고백은…….]

“프러포즈가 될 거라고요. 이제 안 놓쳐요. 이제는 거절을 거절할겁니다. 당신을 꼭 제 신부로 삼을 겁니다.”
“후후, 그거 참 행복한 벌이군요- 그런데 괜찮겠어요? 프로듀서는 모르시겠지만 사실 아이돌들은-”
“절 좋아한다고요?”
“아시고 계셨어요?”
“알다마다요. 왜냐하면 여자는 아니지만 저도 사랑하는 남자니깐요. 그 아이들이 절 보던 눈빛이 어느 사이엔가 제가 코토리씨를 보는 시선과 닮아갔는 걸요.”
“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둔하신 건 코토리씨였다고요. 그렇게 오래도록 좋아했는데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시고…….”
“윽, 부정할 수가 없네요.”
“그러니 이제부터 그 기간만큼 보상 받을 거라고요.”
“후후, 얼마든지요.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보상할게요. 그러니 확실히 말해드릴게요.”

코토리와 프로듀서의 몸이 살짝 떼어진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서로의 웃는 얼굴이 햇빛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고, 푸르게 맑아 그 하늘을 햇빛이 마음껏 물결치고 있다.
서로의 입술이 가까워지고, 이내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도 줄어들며 붙어간다.
서로의 시간이 멈춰간다. 주위가 고요하게 여겨지면서 둘은 그렇게 붙어있었다. 그리고 입술이 떼어졌을 때는 서로를 수줍게 바라보며 마음에 담아두고 꼭꼭 놀러두었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정말 사랑해요, 프로듀서.”
“계속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합니다.”

둘은 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지금의 행복을 숨기지 못하고 표현하고 만다. 

“정말, 그렇게 긴 시간이면 전 이길 수가 없잖아요.”

문 밖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있던 리츠코는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혔다가 이내 떨어져 흐르기 시작했다.

“하아, 저는 괜찮지만, 다른 애들은 충격이 클 거라고요? 그것도 각오해주세요, 두 사람다.” 

그리고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벗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오늘은 코토리의 생일이다. 사무소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축하해줄 생각이었지만, 축하해 줄 것은 생일만이 아닌 것 같다.

“생일 축하드려요.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주문한 케이크에 추가할 말을 생각하며 제과점의 번호를 찾는다.

“두 사람 다 꼭 행복하세요.”

계단 복도가 밝다. 오늘의 하늘은 너무나 맑았다. 
하늘을 나는 새가 꼬옥 푸른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오늘은 9월 9일.
사무소의 유일한 사무원인 오토나시 코토리의 생일이자, 765사무소의 첫 직장커플이 생긴 날이었다. P를 남몰래 사모했던 사무소의 아이돌들은 아쉬워하거나 슬퍼했지만 이내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해주었다.
이 후 두 사람이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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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 생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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