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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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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8, 2013 07:5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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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른하고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쭈욱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부모님은 모두 직장에 나섰고, 몸이 아픈 자신에 대해 제대로 신경 써주시지 못했다. 학교는 전화로 선생님께 말씀드려 휴식. 촬영도 무리일 것 같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프로듀서에게 연락을 했다. 
그럼 오늘은 그를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자 마유는 시무룩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사실 오늘은 그에게 실컷 응석을 부리려 했다. 실컷 응석을 부려도 용서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운이 좋지 않았다. 새벽부터 몸이 안 좋아 비몽사몽감에 눈을 뜨다가 몇 번 입술을 달싹인 후 다시 기절하듯 잠들었다. 입고 있던 잠옷은 땀투성이. 하지만 갈아입을 엄두도 못 내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연락은 모두 핸드폰메일. 부모님은 자신의 방문도 열어봐주지 않고 곧 바로 일을 나가 자신이 아픈지도 모를 것이다. 익숙한 일이다. 
부모님은 자신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않은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잘사는 집은 아니지만 부모님은 어쩐지 자기들 일에만 집중한다. 자신에 대해서는 어쩐지 태어났으니 책임은 진다라는 느낌. 그렇게 큰 애정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어린 자신으로서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마유는 힘없는 팔을 겨우 들어 머리 맡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몸이 뜨겁고 나른하고, 멍한 와중에 시간을 보니 아직은 아침 9시. 아침은 먹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뜬 것은 커튼 사이로 햇빛이 눈을 간질이고 있었을 때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그 후로 2시간이 좀 지났을 뿐이다. 눈을 가늘게 뜨자 세상이 흐릿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자 몸이 좀 가벼워진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목이 메말라 찢어질 듯한 느낌이라 괴로웠다.

“물…….”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걷을 수 있던 이불을 물먹은 숨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어쩌면 땀을 한참 흘리고 있었으니 땀을 흡수해 정말 무거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힘겹게 걷으려 할 때 누군가 대신 이불을 걷어주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는 자신의 어깨와 등을 받쳐주며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물 여깄어.”

그리고 누군가가 건네 준 컵을 받아 겨우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물을 마시고서야 겨우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흐려졌던 시야가 제대로 돌아오며 자신을 도와준 이를 본다. 

“잘 잤니? 몸은 괜찮아?”

그곳에는 그가 있었다. 오늘 보기 힘들거라 여겼던 그가 자신의 옆에 있었다. 
주륵-
어쩐지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유!? 어디 몸이 안 좋은 거야?”

평소에는 결코 울지 않던 아이가 눈물을 흘리자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는 당황하고 만다.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마유 쪽에서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을 프로듀서가 급히 잡아주었다.

“흐윽, 프로듀서……. 프로듀서…….”
“응, 응! 나 여깄어! 여기있으니깐 걱정마!”
“오늘 못 만날 줄 알았어요오…….”

그렇게 훌쩍이는 마유의 손을 꼬옥 잡아주다가 천천히 당겨 자신의 품에 기대게 해주었다. 그러자 마유는 몇 번 훌쩍이더니 곧 다시 눈을 감고 잠든다. 몸이 아픈 와중에 혼자 있다보니 많이 무섭고 서러웠던 듯싶었다. 
겨우 16살의 소녀가 일과 학교를 쉴 정도로 아픈 와중에 혼자 외롭게 있던 것이다. 거기다 마유는 그 누구보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아이. 그런 아이니 만큼 지금의 환경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고 나니 어쩐지 애틋해 프로듀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편히 자라고 속삭여준다. 마유는 그 말에 안심한건지 자는 표정이 한결 편해졌고, 숨소리도 고르게 변했다. 자면서도 손을 꼬옥 잡고 있어 프로듀서는 그렇게 마유가 깨어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우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어요오…….”

일어난 후 마유는 이불로 얼굴을 살짝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응석을 부리고 싶다고는 했지만 울면서 매달리는 그런 추한 모습의 응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 마유 옆에서 프로듀서는 웃으며 마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하, 그런 모습의 마유도 사랑스러웠으니깐 부끄러워하지마.”
“마유, 사랑스러웠나요……?”

마유가 젖은 눈으로 그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자, 프로듀서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응, 아주 사랑스러웠어. 거기다 그렇게 약한 모습의 마유는 처음이었고 말이야.”

사랑하는 소녀는 강하다-라는 걸 직접 보여주 듯 평소에는 프로듀서 앞에서 적극적이고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소녀다. 그 때문에 약한 모습은 전혀 보이려 하지 않아 오히려 이런 모습이 신선해 좋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마유는 그에게 더욱 사랑 받고 싶어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고, 강한 모습만을 보이도록 노력했다.

“오늘은 뭐 먹었어?”
“아니요오……. 마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어서 계속 누워만 있었어요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 실망스러워 할까봐 마유는 어깨를 움츠리며 작게 말했다. 그 말에 프로듀서는 마유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만을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몸 아픈 애가 혼자 있었으니 당연하겠지. 죽 끓여났으니깐 잠시만 기다려줘.”
 
그러고 마유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서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가자 마유는 무릎을 꼬옥 끌어안고서 몸을 떨었다. 그가 잠깐만 사라진 거만으로도 마유에게는 기나긴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프로듀서는 곧 쟁반에 그릇을 하나 담아와 가져왔다.

“뜨거우니깐 천천히 먹어.”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옆에서 쟁반을 들고 수저가 놓인 쪽을 향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마유는 자신을 외롭게 한 이 사람에게 심통을 부리고 싶었다. 단지 죽을 가지러 갔을 뿐이지만, 그래도 어쩐지 마유는 심통이 났다.

“프로듀서.”
“응?”
“아-”

마유는 작고 예쁜 입을 최대한 활짝 벌려 눈을 감고 그에게 향했다. 그 모습에 프로듀서는 그 의도를 금방 이해하지 못하다가 곧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기, 수저를 들기 힘들 정도로 아픈 거야?”
“아-”

다시 마유가 소리를 내자 프로듀서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젓고서 쟁반을 자신의 무릎에 올려놓은 후 숟가락을 집었다. 그리고 따듯한 죽을 집어 후후불어 식혔다. 단순히 소금으로 간을 한 야채죽이지만 환자가 먹기에는 좋았다. 죽을 식힌 후 마유의 입에 넣어주자 마유는 행복한 얼굴로 입을 다문 후 숟가락을 빼어내 힘껏 우물우물 씹었다. 그래봤자 죽인지라 금방 흐물흐물해져 바로 목을 넘긴 그것을 마유는 맛보다는 다른 것에 기뻐했다.

“후후, 프로듀서가 절 위해 만들어주신 죽 맛있어요오…….”
“입에 맞았다니 다행이네.”

그러고 다시 수저를 움직여 마유에게 죽 한 그릇을 모두 먹여주었다. 주는대로 받아먹는 마유의 모습이 꼭 어미에게서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 같아 굉장히 사랑스럽다고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오늘 처음 한 식사로서는 적은 양이지만 마유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듯 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마유는 뒤늦게 몸이 찝찝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땀을 많이 흘렸는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 씻기에는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프로듀서어-”

마유가 웃으며 자신을 부르자 어쩐지 프로듀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응?”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오…….”

어쩐지 수줍어하는 그 모습에 프로듀서는 불우한 기운을 감지했다. 하지만 몸이 아픈 아이의 부탁을 듣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

“뭔데?”
“저, 마유 몸이 아파서 지금까지 씻지 못했어요오…….”
“그럼 샤워실로 데려다줄까?”
“그것도 좋지만……. 프로듀서가 씻겨주실 수 없을까요오……?”

그 대담한 부탁에 프로듀서는 웃은 상태로 굳어졌다. 그런 일을 부탁하다니, 과연 마유답구나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슬쩍 마유의 상태를 본다. 이불은 마유의 하반신만 가리고 있었고, 입고 있는 잠옷은 땀에 젖어 몸에 착달라붙고 있어 몸의 라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키가 작고 마른 마유지만 그 상태에서 나올 곳은 제대로 나와 나이에 비해 몸매가 좋았다. 저런 몸을 지금 단 둘이 있는 집안에서 만지게 된다면 자신의 이성은…….
그 때 돌파구가 생각나 프로듀서는 흔쾌히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수건에 물을 적셔서 팔과 얼굴만 닦아주자!’라고 생각하고서 방을 나서서 대야에 물을 담아 수건을 가져왔다.

“오, 오셨나요오……?”

그리고 대야와 수건을 든 상태로 문 앞에서 굳어버렸다. 마유가 분홍색 파자마 상의와 그 안에 입고 있던 흰 브라까지 벗어 가슴만 가린 상태로 등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게 등까지 닦아주셨음 해서요오……. 안 될까요?”

그리고 고개만 틀어 쳐다보는 그 얼굴은 마유로서도 굉장히 부끄러운지 빨개져 있고,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나면 결코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닦을 게.”

침을 한 번 삼키고서 프로듀서는 마유의 하얀 등에 물에 적신 수건을 천천히 가져간다. 햇빛이 들어오는 바람에 마유의 등이 하얗게 빛난다. 

“아읏!”

차가운 젖은 수건이 닿자 마유는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을 내버렸고, 그 소리에 프로듀서의 손길이 잠시 멈춘다. 하지만 곧 프로듀서는 수건을 움직여 마유의 등과 어깨, 팔과 목덜미를 닦아준다. 그것을 소리를 참고 견디던 마유는 등을 다 닦아 머뭇거리는 것을 느끼고 대담하게도 몸을 돌린다.

“마, 마유야!?”
“저, 여기도 닦아주셨음 해서…….”

그러면서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속옷을 잡은 손을 내리려 했지만, 그것을 프로듀서가 급히 수건을 건네 강제로 손에 쥐어주며 말렸다. 

“거, 거기는 직접 닦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야를 의자 위에만 올려놓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마유는 천천히 수건을 움직여 그의 말대로 자신의 몸을 닦았다. 그러면서 맥 없이 그냥 나가버린 프로듀서에게 삐져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본다. 땀 때문에 찝찝했던 기분이 나아진 듯 했다. 얼굴을 마지막으로 닦고서 옷을 입으려다 갈아입을 옷을 꺼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감기로 하루종일 누워있던 몸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자 버티지 못하고 가벼운 현기증을 일으켜 순간 비틀 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커다란 소리가 나며 의자 넘어지는 소리, 물을 받아놓은 대야가 바닥에 흩어지면서 한 순간에 집안의 바닥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바지와 몸이 젖는 것보다도 자신이 그리 만들어버린 사태에 마유는 당황했다. 그리고 소리에 놀란 프로듀서가 급히 들어오자 더더욱 당황하며 급히 변명을 하려 했다.

“저, 저기 마유는 그저 갈아입을 옷을 꺼내려고…….”
“괜찮니? 미안, 몸이 안 좋은데 혼자 둬서.”

하지만 프로듀서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화를 내는 대신 상냥하게 일으켜 세워주며 의자에 앉혀 준다. 그러고는 급히 욕실로 나가 마른 수건을 갖고 와 젖은 마유의 몸을 닦아준다. 지금의 마유는 몸이 젖은 상태에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아까보다도 더 자극적이지만, 아까처럼 피하지 않고 제대로 몸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마유에게 물어 서랍에서 속옷과 잠옷을 새로 꺼내 건네주고서 이번에는 몸만 돌려 침대에서 갈아입도록 하였다. 마유는 그가 건네준 속옷과 잠옷으로 갈아입다가 이내 훌쩍이기 시작했다.

“우우……. 죄송해요……. 죄송해요오…….”
“마유야?”

갈아입다가 말고 훌쩍이며 우는 마유의 모습을 돌아보다가 미처 잠기지 못한 파자마의 단추들을 하나하나 상냥하게 잠가주며 마유를 진정시켜주려고 노력한다.

“괜찮아. 몸이 안 좋아서 일어난 일들이니깐 마유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실수하지 않을게요오……. 미워하지 마세요오…….”
“미워하지 않아.”
“……정말요? 절 미워하지 않으세요? 절 미워하신다면…….”

마유는 떨리는 손을 뻗어 프로듀서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는 듯 잡아버린다. 하지만 그 손에는 힘이 없다. 그런 마유의 행동을 그대로 놔두다가 손을 뻗어 마유의 두 손을 잡고서, 그대로 그 두 손을 자신의 목 뒤로 넘겨 자신을 껴안는 듯한 자세가 되도록 한다. 그러고 자신에게 기울어지는 마유의 몸을 안아준다. 

“마유는 생각보다 약하구나. 괜찮아, 이 정도 실수로는 누구도 마유를 싫어하지 않아.”

마유는 그의 상냥한 위로에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바들바들 떨며 울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는 마유를 한 동안 안아주며 등을 투닥여주자 곧 다시 잠들어버린다.

“정말 몸이 안 좋았구나.”

마유를 침대에 눕혀주며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여러 모습들에 오늘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를 생각해본다. 급한 일들을 마치고 마유의 병문안을 온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유의 몸을 본 것에 반응한 것은 비밀로 하고 말이다. 

“마유의 집 열쇠를 돌려주기 전이라 다행이네.”

저번 주에 마유가 집에 아무도 없다며 자신에게 열쇠를 억지로 맡긴 적이 있었다. 그랬던 것을 타이밍을 못 잡아 돌려주지 못하던 와중에 오늘 마유가 몸이 안 좋아 쉬길래 병문안 겸 열쇠를 돌려주려 했다. 거기다 어지간히 아픈게 아니면 결코 쉬지 않는 아이인데다, 마유의 부모님은 아이보다는 일을 우선하는 데다 집 안에 잘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마유의 상태가 걱정이기도 했다.
그 때 핸드폰에 연락이 온 것을 보고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줘 마유. 자고 일어나면 놀랄 테니깐.”

그런 말을 남기고서 프로듀서는 옷을 챙겨들고서 방을 나섰다. 
잠시 후 마유가 일어났을 때는 자신의 옆에 치히로가 있었다. 자신의 실수로 어리럽혀졌던 방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몸은 어떠니 마유야?”

치히로가 상냥하게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겨주면서 물어왔다. 마유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나아졌어요. 낮에 프로듀서가 와주셔서…….”

프로듀서를 부르자 스스로 울적해져버렸다. 그는 아마 갔을 것이다. 바쁜 사람이니깐.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시간을 내어 와준 것이니 고맙고 기뻤지만, 역시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진다. 그런 마유를 내려다보며 웃던 치히로가 마유에게 묻는다.

“걸을 수 있겠어?”
“네…….”
“뭐든 먹을 수 있고?”
“배고파서 뭐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유가 마지막에는 웃으며 답한다. 그 미소에 치히로는 기뻐하며 마유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후 같이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나가자 그곳에는 프로듀서가 서 있었고, 그 뒤에는 사무실의 동료들이 있었다.

““생일 축하해 마유야!”“

단체로 그리 크게 소리치며 마유의 머리 위를 향해 폭죽을 터트려주었다. 놀라서 바라보다가 시계를 보니 아직 저녁 시간이었다. 

“원래는 사무소에서 축하해주려고 했는데, 마유가 몸이 안 좋아서 마유의 집을 빌렸어!”

우즈키가 마유에게 다가와 두 손을 잡은 후 흔든 후 싱글거리며 말했다. 

“부모님께는 미리 말씀드렸어. 오늘 들어오기 힘들 것 같다며 괜찮다고 하셨어.”

치히로씨가 뒤에서 마유의 어깨를 잡아주며 알려주었다. 마유를 치히로와 우즈키가 부축해 식탁 앞에 앉힌다. 식탁에는 직접 만든 생일케이크와 함께 여러 음식들이 솜씨좋게 차려줘 있었다. 사무실 사람들이 힘내서 만들어준 것임을 알고 마유는 어쩐지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몸이 아파 생일날 하루 종일 혼자 외롭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프로듀서가 와주고, 다른 동료들도 자기를 축하해주기 위해 이렇게 왔다. 그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모두…… 정말 고마워요오…….”

마유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모두에게 말했고, 그런 마유를 옆에서 치히로와 우즈키가 꼬옥 안아주었다.

“당연한 일인걸~”
“마유는 우리들의 소중한 동료니깐~”
“아, 두 사람만 치사해!”
“나도, 나도!”
“특별힌 귀여운 저도 안아 줄 테니 영광으로 아세요!”
“벗이여, 나의 품에서 잠들어라! (저도 안아주고 싶어요!)”
“오늘은 마유가 주인공이니깐.”

소란스럽게 난리를 피우며 자신을 안아주려는 동료들 사이에서 마유는 프로듀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마유를 보며 프로듀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축가를 불러주고 싶다고 했지만 다세대주택이라 그것은 무리였다. 대신 마유는 동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몸이 안 좋아 침대에 눕혀졌다. 그리고 그런 마유 옆에서 한 동안 동료들은 떠나지 않다가 밤이 늦어져서야 모두 아쉬워하며 떠났다. 대신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린이 남아 마유의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자기로 했다. 몸이 안 좋은 마유를 혼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 나도 마유랑 같이 자고 싶었는데!”
“벗을 나와 같은 심연으로 이끌어주려고 했거만!(저도 같이 자고 싶었다고요!)”
“귀여운 저를 놔두고 다른 분들과 같이 자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네요.”
“마유야 잘자~ 내일 또 찾아올게!”
“내일도 휴가를 받아났으니깐 걱정하지말고 폭 쉬어!”

단체로 물러나면서도 시끄러운 동료들에게 침대에 누워 힘없이 손을 흔든다. 마지막으로 프로듀서가 남아 침대에 누운 마유와 그 옆에 있는 린을 보며 웃는다.

“그럼 린. 마유를 부탁할게.”
“맡겨둬 프로듀서.”

린은 작게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마유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웃으며 손을 흔들어 프로듀서를 배웅했다. 생각 같아서는 현관까지 같이 가고 싶었지만 프로듀서가 몸이 안 좋은 마유를 생각해 그것을 극구 말렸고, 옆에서 린도 마유의 어깨를 살짝 눌러 그것을 저지했다. 

“그럼 내일 또 올 테니깐 푹 쉬어야 돼.”
“네…….”

그에게 자고 가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옆에 있는 린이 그냥 있지 않을 것 같아 참았다. 대신 내일은 잠시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그를 독점하자고 마유는 생각했다.
파티 후 모두 가기 전에 파티의 흔적들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해줘서 남은 둘이 할 일은 없었다. 마유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 끝까지 덮었다. 빨리 건강해져 그와 더욱 자주 만나고 싶었다. 그 때 옆에 이불이 들춰지더니 바지를 벗고 상의만 입은 린이 손님용 베개를 갖고 침대에 들어왔다.

“그럼 실례할게.”
“에?”

마유는 린이 자신의 침대에서 같이 잘 줄은 몰랐기에 놀랐다. 감기가 옮을 수도 있기에 따로 잘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마유의 옆에 누워 같이 이불을 덮었다.

“저기, 괜찮은 가요……?”
“응? 뭐가?”

마유가 조심스레 묻자 린 쪽에서 린쪽에서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반응을 했다. 그 반응에 마유는 자신이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다시 말했다.

“감기가 옮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약하지는 않으니깐. 마유와 달리 난 건강하거든 거기다.”

어쩐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린은 마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가 붙인다.

“나도 감기에 걸리면 마유처럼 프로듀서가 간호를 해주겠지?”

그 말에 마유는 물끄러미 린을 쳐다본다. 그 얼굴에는 미소도, 그렇다고 불쾌감도 없이 어딘가 담백했다.

“린씨는, 프로듀서씨를 사랑하시나요?”

그 돌리지도 않는 직접적인 질문에 린은 웃으며 역으로 되묻는다.

“마유는.”
“마유는 프로듀서를 당연히 사랑한답니다. 그런 운명이니깐요. 후후…….”

그 대답에서 마유는 당당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유에게 있어 그것은 숨길필요도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 대답에 린은 이마를 떼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만일 프로듀서가 날 사랑한다면 어쩔 거야?”
“후후, 그럴 일은 없답니다. 프로듀서가 제일 사랑하는 것은 마유니깐요.”

마유의 그 확언에 린은 어쩐지 부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렇구나. 그렇게 믿을 수 있다니, 역시 마유는 강해.”
“그런 가요오……?”
“응. 내가 마유의 입장이었다면 눈앞의 있는 날 굉장히 질투했을 거야. 하지만 마유는 그렇지 않구나.”
“프로듀서를 믿으니깐요.”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마유의 프로듀서에 대한 믿음은 진심이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얀데레로 유명하면서도 주위의 수많은 아이돌이 있는데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이 이렇게 도발해도 마유는 화를 내지 않는다. 
프로듀서 일이 아니면 좋은 아이.
그것이 마유에 대한 평가다. 하지만 프로듀서와 관련이 되어도 사실 그렇게 위험한 아이는 아니다. 단지 아무리 믿고 있다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여자들이 달라붙는 것이 괜찮을 리가 없어 그거에 관해 몇 가지 주위를 주기는 한다.

“오늘은 마유의 생일이니깐.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후후, 고마워요, 시부야 린씨.”
“그냥 린이라고 불러줘.”
“그래도 되나요?”
“나도 마유라고 이름으로 부르잖아. 거기다 마유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어머, 그랬나요오……?”
“저기, 같은 사무소니깐 나이 정도는 알아줬으면 하는데…….”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프로듀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같은 사무소의 동료 나이도 모를 줄은 몰랐다. 린이 거기에 살짝 낙담하자 마유는 쿡쿡 웃었다.

“장난이랍니다. 린의 나이는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마유는 린의 목을 꼬옥 끌어안아 자신의 품에 안는다. 마유의 몸이 감기로 인해 굉장히 뜨거운 것을 느끼며 린은 얌전히 있었다.

“린씨도 저의 프로듀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죠.”
“그래도 괜찮아?”
“괜찮지 않아요. 린씨가 상처 받을 테니깐요.”

그 말에 린은 말없이 마유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너무 자신만만해하다가는 상처 받는 건 마유 쪽일지도 몰라.”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유는 그저 린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마유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유는 생각만큼의 격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좋아하는 린을 위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뿐이었다.

“프로듀서의 일을 제외하면 난 사실 마유를 굉장히 좋아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린씨는 좋은 분이니깐요.”
“린.”
“후후, 네- 하지만 그렇게 금방은 힘들 거예요.”
“그럼 지금이라도 이름으로 부르려고 노력해봐.”
“……린.”
“응.”

둘은 그리고 쿡쿡 웃었다. 둘의 자세히는 사실 굉장히 이상했다. 체격은 린 쪽이 더 커 안는다면 린 쪽에서 마유를 자신 쪽으로 안는 쪽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연상은 마유 쪽.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마유의 생일이고, 몸도 안 좋으니깐 오늘 프로듀서를 독점했던 걸 용서할게.”
“어머, 자비로워라.”
“하지만 내일은 그렇게 두지 않아. 생일이 아니니깐.”
“그거 아쉽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마유라면 언제든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깐요~”
“후후-” 

린은 마유의 확답에 웃었고, 마유도 같이 웃는다.

“프로듀서가 무슨 선물을 줬어?”
“아직 뜯어보지 않았어요. 반지라면 마유는 기쁠 것 같지만, 아마 아니겠죠.”

그리 말하는 마유의 침대 옆 서랍장 위에는 포장 된 작은 상자가 있었다. 다른 아이돌들에게 받은 선물은 그녀들 앞에서 뜯어봤지만, 프로듀서의 선물만은 나중에 프로듀서와 단 둘이 있을 때 뜯어보고 싶었다.

“무엇이든 프로듀서의 선물이라면 기쁠거야.”
“당연하답니다. 후후-”
“마유-”

린은 행복하게 웃는 마유를 보며 순수하게 축하의 인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생일 축하해.”
“후후, 정말 고마워요, 린. 진심이에요.”

홀로 보낼 줄 알았던 아픈 날의 생일. 하지만 자신은 프로듀서만이 아닌 다른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따듯한 축하를 받으며 아프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이렇게 소중한 동료와 함께 잠이 들 수 있었다.
9월 7일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생일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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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유 생일 팬픽이었는데, 
당일 날 알아서 날짜를 제대로 못 맞췄네요.
흐윽.... 당일 날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대신 내일 코토리 생일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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