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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제]하루카「이거... 고백받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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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5, 2013 23:55에 작성됨.

언제나와 다름없는 하루.

이제 슬슬 인기 아이돌의 반열에 들어가기 시작한 아마미 하루카는 그날도 늦은 밤까지 촬영을 하고 프로듀서에게 배웅을 받고 있었다.


하루카「후아─ 오늘도 열심히 일했네요!」

P「그래, 수고했어 하루카.」

하루카「우웅~ 그건 말 뿐인가요?」

P「하하... 하루카는 뭔가 바라는게 있는건가?」

하루카「그런건 아니지만 말이죠...」


하루카는 곁눈질로 자신의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이런 늦은밤까지, 자신보다도 더 피곤한 일정을 소화했을 그는 어째서인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여유롭게 자신을 상대하고 있었다.

역시 어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태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그런 그의 여유를 조금 흩트려주고 싶다는 심술궂은 생각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왠지 프로듀서의 당황한 얼굴을 상상하니 그것이 더 매력적인 계획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카는 바로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법한 일이지만, 일에 지쳐서 이젠 뭐가 어떻게 되도 좋다─ 라고 말해버릴만한 상태가 된 하루카는 방금 떠올린 '참신한 아이디어' 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카는─ 프로듀서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하루카「으음~ 뭔가 프로듀서씨는, 좀더 여자아이가 기뻐할만한 립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P「여자아이가 기뻐할만한 립서비스라... 그런건 잘 모르는데 말이야.」

하루카「에이, 여자에게 여러번 고백받아봤을 얼굴로 그런 말 해봐야 설득력이 없다고요! 뭔가 달콤~ 한 말로 제 피로를 풀어주세요!」

P「아하하... 당분은 피로를 풀어준다는 그거야?」

하루카「잘 아시네요. 자! 그럼!」

P「아니, 그렇게 말해봐야 잘 모른다고...」

하루카「후응~ 그럼 그런걸로 치고, 말 말고 다른걸로 부탁해볼까요?」


하루카는 묘한 미소를 띄며 프로듀서의 거리를 좁혔다. 마치 미키가 사무실에서 프로듀서에게 들이댈때와 같은 거리─ 팔만 두르면 팔짱을 낀 상태가 될 만한 거리였다. 갑자기 다가오는 하루카에 당황하는 프로듀서. 하지만 하루카는 틈을 주지 않고 얼굴까지 들이대며 속삭였다.


하루카「말 말고 다른... 립서비스라던가?」

P「에... 하루카? 너무 가까운데?」

하루카「괜찮잖아요~ 미키와는 늘 이런 거리인 주제에.」

P「그것도 너무 가까워서 늘 떨어트리려고 하고 있다고...」

하루카「하지만 말 말고 다른 립서비스를 하려면 이것보다 더 가까워야하지 않을까요?」

P「하루카? 내가 아는 립서비스와 그 립서비스는 조금 다른듯 한데!」

하루카「프로듀서가 아는 립서비스를 해주지 않으니까~ 제가 아는 립서비스로 해버릴까, 하는건데요?」

P「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립서비스건 뭐건 해줄테니까!」

하루카「헤헷, 성공이에요, 성공! 이예이!」

P「하아... 오늘의 하루카는 어째서인지 적극적이구나.」

하루카「그런건 됬으니까! 립서비스! 립서비스에요!」

P「알았어. 음.... 오늘 촬영은 정말 잘했...」

하루카「우─ 일 끝나고나서도 일이야기라니, 소재 선정이 너무하잖아요! 다른걸로! 좀더 달콤해서 하앙~ 하고 녹아버릴 것 같은걸로 부탁드립니다!」

P「오늘의 하루카는 정말 하이텐션이구나...」


한숨을 쉰 프로듀서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나이때의 여자아이가 기뻐할만한 말이라... 자신으로선 도저히 짐작이 가질 않았다. 남들이 다 한다는 연애한번 해본 일이 없는 그로선 무슨 말이 여자를 기쁘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기껏 짜내어 낸 칭찬은 단박에 실격처리가 되었으니 더욱 곤란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그때, 프로듀서의 머리에서 돌연 마코토가 보여주었던 소녀만화의 주인공 대사가 떠올랐다. 마코토가 무척 남자다운(마코토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그때 불타오르는 마코토의 모습은 완전히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남자같은 모습이었다)기세로 이 만화의 주인공이 너무 멋지다느니, 자신도 이런 왕자님같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느니 여러가지로 시끄러웠었다.

그리고 그때 보여준 대사는─


P「─ 하루카는 오늘도 너무 귀여워서 무심하게 내 마음을 가져가는구나... 였었나?」

하루카「.... 네?」

P「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생각을... 아니, 만화속 대사를 해서 어쩌자는건지...」


프로듀서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을 듣고는 사고가 마비되어버린 하루카. 그 이후에도 프로듀서는 뭐라고 한 것 같았지만, 하루카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프로듀서가 중얼거린 말─ '하루카는 오늘도 너무 귀여워서 무심하게 내 마음을 가져가는구나' 라는 말만이 그녀의 귓속과 머릿속, 그리고 가슴속을 해엄치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립서비스를 해달라고 조르기는 했지만, 하루카는 그다지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오늘 의상이 어땠느니, 부른 노래가 어땠느니 하는 말이나 몇마디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정도로 만족해줄까, 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런 하루카의 허를 찌르듯 귀엽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어딘가의 순정만화에 나올법한 부끄럽고 간지럽지만 더없이 달콤한 대사로!


하루카「이건 설마... 고백?!」


그럴리가 없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가운데에도 핑크빛 희망은 무서운 기세로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평소에는 일 이야기만 하는 목석같은 프로듀서가, 저런 간지러운 말을 하다니! 고백까진 아니여도, 뭔가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순식간에 그 말이 신빙성을 지니는 이유 서른 네가지가 떠올랐다. 서로의 마음을 깨달은 아이돌과 프로듀서, 점점 가까워지는 두사람, 종국에는 톱 아이돌에 오른 자신과 그것을 축하해주는 프로듀서, 그리고 장면은 결혼식장으로 전환된─

가히 코토리급 망상력을 전개하며 점점 과열되가는 하루카의 두뇌. 속으로는 침착하자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한번 떠오른 핑크빛 망상은 사그라들줄 모르고 그 망상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계획을 짜기 위하여 분주히 돌아갔다. 옆에서 프로듀서가 칭찬의 말을 짜내기 위하여 끙끙대는 것은 이미 관심 밖. 그녀는 드디어 자신을 여자로 봐주기 시작한 프로듀서(물론 하루카의 착각이지만)를 어떻게하면 좀더 자신의 미래 계획에 걸맞는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생각해낸것1. 장점을 활용하자!

그렇게 생각한 하루카는 언젠가 자신의 학교 친구들과 나눈 자신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루카「내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친구1「음... 밝은 점?」

친구2「귀엽고.」

친구3「.... 리본도 두개고.」

친구4「...........」

하루카「고작 세개?! 게다가 마지막은 칭찬도 아니야?!」

친구1「뭐, 하루카는 평범한게 특징 아니야? 스텐다드 케릭터.」웃음

친구2「맞아. 하루카는 무난한게 장점이지」웃음

친구3「응. 하루카는 평범하게 예뻐.」웃음

친구4「괜찮아. 나는 그런 하루카를 응원하고 있어」웃음

하루카「특징 아닌게 특징이라고 하지 마!!」


그리고 하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자신의 친구들이 말해준 장점 아닌 장점으로는 어필도 뭣도 할 수 없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외모라던가 성격이라던가 그런걸 떠올릴 수 있지만, 수많은 아이돌에 둘러쌓인 프로듀서가 그런 것에 혹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복잡해지는 두뇌속. 이런 찬스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인데도, 자신의 머리는 상황을 따라와주지 못했다. 이럴때 확실하게 어필하면 미래를 향한 거대한 한발짝이 될 수 있을 텐데도!(물론 하루카의 착각이지만)

그렇게 끙끙대고 있자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건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는지 멋쩍은 표정을 지은 프로듀서가 하루카를 보며 말했다.


P「하하, 미안. 역시 이런건 잘 맞질 않네. 좀더 혀가 유연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루카「네?」

P「아, 나도 이제 슬슬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하니 이런건 좀 익혀둬야할텐데 말이야...」

하루카「여자친구...?」


하루카의 머릿속에 팍! 하고 불꽃이 튀었다. 여자친구, 여자친구라! 자신에게 귀엽다는 말을 한 후에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한다는건 의미심장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마치 '혹시 옆에 있는 누군가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나~' 라고 중얼거리는듯한 느낌─


하루카「.... 이것은...!!」


기회다, 라고 하루카의 감이 소리쳤다.  지금이라면, 과하지 않은 수준의 대쉬는 어떻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루카는 느꼈다. 아직 소녀지만, 그럼에도 여자의 감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탁월한 기능을 한다. 하루카는 마음을 굳혔다. 지금 용기를 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라는 생각으로, 하루카는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하루카「프... 프로듀서씨!」

P「응?」

하루카「이번주 토요일은, 그러니까 내일은 휴일이시죠?!」

P「어... 그렇긴 한데.」

하루카「그러면 저와─」


하루카「데이트 해주세요!」


저질렀다, 라고 하루카는 순간 떠올렸다. 고요한 밤에, 자신의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매아리치는 듯 했다. 1초의 침묵이 1시간의 기다림과도 같은─ 그러나 그와는 정 반대로 심장의 고동은 끝을 모르고 폭주하고 있었다.

지금 거울을 본다면 필시 자신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같은 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루카는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프로듀서를 응시했다. 얼굴을 피하면 그대로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이 시간도, 그리고 프로듀서와의 이 거리도.

두근거리며 기다리길 얼마동안일까. 드디어 프로듀서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P「어... 괜찮겠어?」


승락, 이다.

하루카는 순간 폴짝폴짝 뛰어올라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릴 것 같은 심장(감정)을 억지로 눌러담으며, 최대한 적절히 대답하기 위하여 입을 열었다─


하루카「물론이죠!


당연하게도,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다.

그 후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는지 조차도 애매한 하루카는 방에 콕 틀어박혀 자신의 옷장을 필사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입을 옷, 그것도 무대의상처럼 화려하면서도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이 필요했다. 생각같아선 진짜로 무대의상이라도 가져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무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는 옷들중 하나를 겨우겨우 골라낸 하루카가 다음으로 신경쓰는 것은 리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임이 필요 없다. 하루카가 고를 것은 단 한가지─ 작년 자신의 생일때 프로듀서에게 선물받아서 지금까지 고이 모셔두고 있던 리본이다.

그렇게 옷을 챙기고,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추구하며 잡지를 뒤져가며 메이크업을 알아보고... 아이돌 면접때보다도 더욱 신경을 쓰며 처절하게 이것 저것 뒤져가며 자신을 최상으로 만들어간다. 집에 도착했을때 이미 한밤중이었는데도 하루카에게 피곤함이란 없었다. 그저 좋았다. 즐거웠다.


하루카
「아, 그래도 자두지 않으면! 다크서클이라도 생기면 절대로 못나가...」


그리고 하루카는 침대에 누웠다. 프로듀서와의 멋진 데이트, 그리고 그 이후에 있을 관계의 전진에 대하여 망상하며 하루카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

─지 못했다.


하루카「.... 큰일났다. 졸리지가 않아....」


이리뒤척, 저리뒤척거리며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카였지만, 프로듀서에게 데이트 신청을 성공했다는 흥분감과 데이트에 대한 망상이 마구마구 떠올라서─ 결국 그녀는 잠드는데 실패했다. 멍한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새벽녘의 아침햇살. 이미 날짜가 바뀐지 오래인 풍경이었다.

그리고 데이트 당일.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데이트 당일날 아침, 하루카는─


하루카「우아아아앗!! 늦잠자버렸어!!」


약속 시간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머리는 말리는둥 마는둥, 옷은 그저 쑤셔넣고, 어잿밤 웃으며 골라놓았던 신발은 볼 틈도 없이 발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가 그녀를 방해하는듯, 운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전철은 시간에 맞추질 못해서 놓치고, 마치 자신의 아이덴티티라는듯 덜렁이 속성 연발에, 거울을 확인해보니 화장은 제대로 되있지도 않은데 눈에는 검은 그림자가 얼핏 보이는듯 했다.


하루카「우으으으.... 이런꼴로, 어떻게하지...」


어제의 탠션은 다 날아가 버리고 마치 땅 파기 직전의 유키호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하루카. 그녀는 심지어 약속장소에 다가가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눈물도 나올 것 같았다. 바보같이 너무 들떠버려서 모두 망쳐버렸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프로듀서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대한 빠르게 약속장소로 향했고, 그곳에는 이미 프로듀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는 프로듀셔.

시계를 흘끔 바라보며 약간은 초조해보이는 모습의 그를 보자, 하루카는 왠지 울것만 같았다.

그리고, 하루카를 발견한 프로듀서.

하루카는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다.

점점 다가오는 그.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내려다보는 그.

하루카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죄인처럼 프로듀서가 무슨 말이라도 꺼내길 기다릴 뿐.

그리고─ 프로듀서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 종일 운이 나빴던 하루카를 구원하듯, 아주 부드러운 손길이었노라고 하루카는 회상한다.


-


아... 시간에 쫓기며 써서 글이 도대체 뭘 쓰고싶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네요.

뭐, 올렸다는데 의의를 두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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