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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SS. 《 사랑은 그리 간단한건 아닌가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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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7 17:10에 작성됨.

 

린 SS.  《 사랑은 그리 간단한건 아닌가 봐 》

 

 

 

 

'복잡하게 말고, 간단하게 말해'

 

 

나 역시 복잡한 것 보다는 간단한게 좋다.

 

문제는 세상만사가 그렇게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당장 내가 겪고 있는 일만해도 그렇다.

 

어디 손가락 한 번 흔들면 간단히 사라지는 호락호락한 문제들이 아니다.

 

 

예를들어 지금 회사일을 들어볼까.

 

툭하면 회사에서 주말에도 불려나와, 야근에다 잔처리를 하는 날이 잦다.

 

상사는 상사대로 스트레스고, 내 아래 신입은 신입대로 문제를 일으킨다.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오전 내낸 쉴틈없이 도시내를 방방곡곡 뛰어다녀야 한다.

 

그게 또 끝이아니라, 오후는 내내 미친듯이 서류를 처리하는게 일상이다.

 

그렇게 일과 아웅다웅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저녁 7,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이것봐, 평일동안 쉴틈없이 쫒아다녔는데 조금은 쉬어도 되잖아.

 

하지만 실상은 이렇게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는 판극이다.

 

그래서 이 시간 만큼이라도 나에게 (강제로) 휴식을 주고있다. 

 

 

지금 내가있는 곳은 회사 꼭대기에 있는 발코니가 달린 작은옥상이다.

 

여기서 내려다 보자면 빠르게 달리던 차도 전철도 작아보여서 인지, 아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으로 보고 있자면 몸도 마음도 좀 더 여유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커피 한 잔 정도 들이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 커피 이야기를 꺼낸 김에 자판기에서 커피 한 캔을 뽑아내었다.

 

비록 원하던 사이펀에서 끓여서 뽑아낸 향 좋은 원두커피가 아니라,

 

어딘가 옥상자판기에 파는 흔한 싸구려 커피였지만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개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 안개같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을 터였다.

 

빗방울이라기 보다는 머리위에 뿌려대던 분무기 같던 먹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햇빛이 보였다.

 

 

새파란 캔버스에 솜을 뿌려놓은 듯 날씨는 맑기만 하다.

 

바닥에 고여있는 마치 유리창같은 물웅덩이만이 아가전 비가 왔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비가왔는데, 그녀석은 오전동안 뭘 했으려나.

 

분명 토요일은 부모님 가게일을 도와 꽃집에서 일을 할 것이다.

 

잘됐네, 화분에 물을 줄 필요는 없겠어.

 

비오는 풍경에 가게 안으로 화분과 소품을 들여놓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 어째선지 얼굴에 쓴 웃음이 피어올랐다.

 

 

바람이 살랑, 하고 한 점 불었다.

 

그덕에 작게 물웅덩이에 파문이 일었다.

 

화단에 놓여있는 이름모를 풀의 잎사귀에서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질 때였다.

 

그제서야 그녀석이 옥상 출입문에 서있다는 걸 눈치챘다.

 

 

"왔어?"

 

 

"... ... 어"

 

 

긴생머리, 똑부러진 코, 갸름한 턱.

 

휴일인데도 긴팔 흰셔츠에 검은색 니트를 입고 체크무늬의 스커트를 걸쳤다.

 

복장만 보면 깔끔하게 차려입은데 마치 어느학교 교복같다.

 

확실히 미인이라는 느낌이다.

 

그런주제에 자세는 삐딱하게 팔짱을 끼고 출입문에 기대어 서서 날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어딘가의 불량학생이냐, 너는.

 

잘보니 귀에는 은색 피어싱이 비쳐 반짝거렸다.

 

 

"ㅡ그래서"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석부터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말을 걸어왔다.

 

 

"한가로운 토요일에 이렇게 날 불러낸 이유가 뭐야, 프로듀서?"

 

 

노려보는것부터 말투까지 갑자기 불러내서 상당히 불쾌했던 모양이다.

 

마치 대답을 잘못하면 죽일듯이 쳐다보고 있다.

 

 

"주말 아침엔 바쁘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침은 이미 벌써 지났지 않아?"

 

 

"연락은 아침 9시에 넣었잖아"

 

 

"내가 그랬나?"

 

 

능글능글 웃으면서 그녀석을 바라보자, 확 짜증이 일었나보다.

 

찌릿- 이쪽을 쳐다보면서,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 급하다는 일이 뭐였어?"

 

 

어느새 이쪽으로 바짝 다가와서 때릴듯이 주먹을 꽉 쥐고 있다.

 

 

"날짜를 착각해서 오늘 너한테 일 있는줄 알았나봐."

 

 

"거짓말."

 

 

"들켰나?"

 

 

퍽.

 

왼쪽 팔에 통증이 느껴졌다.

 

진짜 힘주고 때린 것 같았다. 아팠다.

 

 

"급하다고 해서 서둘러서 왔다고, 프로듀서."

 

 

솔직히 좀 미안하네.

 

나도 휴일날 회사로 일하러 오라 불렀다면 화가 꽤 났을꺼야.

 

 

... 그런데 너, 서둘러 왔다는 것치고는 꽤 준비해서 온 것 같은데.

 

화장도 다 되어있잖아.

 

 

"... 진짜로 부른 이유가 뭐야?"

 

 

"아무것도."

 

 

"진짜로 부른 이유가 뭐냐고"

 

 

"너 보고 싶어서?"

 

 

"똑바로 대답 안 해?"

 

 

"... ... 진짠데."

 

 

퍽.

 

두번째는 발로 가격당했다.

 

넙적다리에 히트했는데 상당히 아팠다.

 

진짜로 불량학생인거 아냐?

 

 

"... 왜 불렀어?"

 

 

"말 했잖아, 너 보고 싶어서 라고"

 

 

"더 맞으려고 그러는거지?"

 

 

확실히 약이 바짝 올랐는지, 내 멱살을 쥐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녀석의 새햐얀 얼굴이랑 두 눈이 눈 앞까지 다가왔다.

 

살짝 흥분해 있는지 씩씩거리는 숨결이 느껴졌다.

 

 

"오늘은 절대로 그냥 못 넘어가, 넌 죽었어."

 

 

"... 그래?"

 

 

씨익 웃으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모르겠지?

 

 

" ... ... 이래도?"

 

 

그녀가 내 멱살을 잡으면서 신경 안 쓴 부분이 있다면, 내 두 손을 자유롭게 두었다는 점이다.

 

아마 내가 도망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 반대다.

 

오늘은 어디로 도망치지 않는다고.

 

 

두 손으로 그녀의 옆 얼굴을 피할 수 없도록 확 잡았다.

 

아주 잠깐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다시 화가 난 표정을 짓는 그 녀석.

 

 

"뭐야?! 이대로 싸우기라도 하자는..."

 

 

녀석의 말을 들어줄 여유는 없다.

 

말을 하는 도중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서 내 얼굴 가까이 했다.

 

그리고 뭐라 생각할 시간을 줄 틈도 없이, 가까이 있던 녀석의 얼굴에 입맞춤을 했다.

 

순식간이었다.

 

입을 겹쳤다고 생각하자마자, 그녀에게서 떨어졌따.

 

 

그 녀석을 보자 순간 사고가 정지된 듯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상황이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몇 초뒤, 갑자기 두 눈동자가 휘둥그래지며 그녀의 얼굴이 화아악 달아 오르더니,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 너, 너...!"

 

 

아까까지 죽일것 같던 표정은 어디가고, 붉게 달아올라 당황해하는 그녀의 얼굴이 상당히 묘하다.

 

야, 이런 귀여운 표정도 지을 수 있잖아.

 

 

"너, 너 이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 !"

 

 

멱살을 잡고있던 그녀의 손이 풀리면서 가슴팍의 압박이 사라졌다고 느낀 찰나, 무언가 얼굴 옆에서 날아오는 것 같더니 눈 앞이 순간 깜깜해졌다.

 

 

딱 눈 앞의 시야가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에는,

 

 

눈가에 눈물이 살짝 그렁그렁한 채로 왼팔로 입술을 훔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복잡하게 말고, 간단하게 말해!"

 

 

결국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왔던 말은 이것이었다.

 

 

... 그녀석을 처음 본 것은 꽃집에서 그녀가 일을 돕고 있을 때, 였다.

 

당시 친구녀석의 결혼식 선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선물로 화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고 난생처음으로 꽃집에 들리게 되었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처럼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 이었다.

 

얼마되지 않는 비라고 생각하고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가,

 

결국 어깨 위로 전부 홀딱 젖어 버린채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 순간 숨이 멎은줄 알았다.

 

그때 바로 그녀석이 꽃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작업용 앞치마에, 뒤로묶은 긴 생머리가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웠다.

 

꽃보다 그녀에게 훨씬 정신이 팔려 있었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에게 냅다 명함을 건내며 모델일을 할 생각이 없냐고 묻고 있었다.

 

물론, 나도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놀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녀석이 생각보다 쿨한 성격이라는 걸, 생각외로 고등학생 이었다는 것도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알았다.

 

게다가 생각보다 옷 입는 센스가 불량하다는 것도 그때 즈음 알았다.

 

... 그래서 그런지 학교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는 것도 알았다.

 

방과후면 할 일 없이 집으로 곧장 돌아간다는 것도 알았다.

 

집에 강아지가 있고, 주말에 산책시킨다는 것 도 알았다.

 

 

따라다니면서 계속 권유했다, 분명 그녀 입장에서는 스토커 인줄 알았을 것이라.

 

그럼에도 정작 경찰에게 스토커로 오해받았을 때는 나를 도와주면서 한 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녀를 줄 곧 따라다녔다. 마치 첫 눈에 반한 인연인 것 처럼.

 

아니, 정말로 그때 이미 첫 눈에 반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에게서 결국 오케이, 라는 대답을 받아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녀석의 시간을 최대한 뺏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계약내용을 주절주절 말 할 때도 그녀는 말했다.

 

 

"간단하게, 요점만 말해봐. 복잡한건 싫어."

 

 

상당히 기억에 남았던 말이다.

 

이익이고 손해고 겉치래말은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런 복잡한 말에는 싫증이 났었으니깐.

 

최대한 간결하고, 담백하게, 사실만 담아서 그녀와 계약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나는 그녀를 모델로 쓰기로 했다. 최대한 그녀의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였다.

 

방과후 곧장 집으로 가는 그녀는 이제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회사에 그녀가 도착하면 우리는 당연히 사진을 찍었다.

 

회사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실기위한 사진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잡지에 모델로써 그녀석이 데뷔를 한 날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 사진을 찍은 사람과 모델이 누구냐는 전화가 회사에 도착했다.

 

그 녀석의 미모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석을 자신의 잡지에도 실겠다는 연락이 다른회사에서 차례차례 왔다.

 

녀석도 생각치 못한 반응에 은근 기뻐했었다.

 

 

일주일에 1번이 2번, 2번 만나는게 3번, 5번이 되었다.

 

어떤날은 정말 온종일 둘이서 사진만 찍은 날도 있다.

 

사진을 찍겠다는 연락은 그래도 멈출줄 몰랐고, 물밀듯 들어왔다.

 

어느새 우리는, 모델 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덕분에 점점 더 우리는 둘이서 붙어있는 시간이 늘게되었다.

 

 

하루는 새로운 느낌으로 실내가 아닌 야외촬영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루는 적절한 촬영장소를 찾기위해 둘이서 여러곳을 섭외했다.

 

하루는 서로 밤새 메일을 주고받으며 피드백과 어떤 컨셉을 할 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또 하루는 저녁까지 계속 일을 한 서로에게 상을 주는 기분으로 같이 외식을 하였다.

 

 

하루는 촬영이 없었지만 둘이서 만나 사진을 찍었다.

 

하루는 서로 둘이서 주말에 카페에서 만나서, 같이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는 새로운 기분으로 둘이서 유원지나, 근처 공원과 해변을 거닐었다.

 

또 하루는 주말간 그녀의 꽃집에 들려서 함께 일을 도와준 적도 있다.

 

 

분명 시간을 뺏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점점 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업무나 일이 없음에도 점점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는 날이 늘었다.

 

이때쯤이면 이미 서로 알아 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문제가 다가온 것은 이 다음이다.

 

 

어느 날, 우리 회사측에서 연락이 왔다.

 

꽤나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나와 그녀에 대한 일임에 분명했다.

 

그쪽에서 접촉을 취할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꺼낸 제의는 생각외의 일이었다.

 

 

'그녀를 우리 회사 아이돌로 전향시킬 생각이 있냐'

 

 

이미 모델 쪽 계열로는 합격인 그녀.

 

그녀를 단지 모델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인기를 몰아 최대한의 수익을 내자는 것 이었다.

 

원래 직업이 프로듀서인 나를 고려해서, 그녀를 연습생에 넣어줄 수는 없냐고 했다.

 

물론 그녀를 데뷔시키는 데 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까지의 모델일도 겸으로 하며 프로듀싱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애초에 그녀의 시간을 뺏지 않으려 모델일을 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측 의견대로라면 나는 그녀의 시간을 더욱 빼앗게 되어버린다. 계속 붙어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굳이 그녀석이 자기 시간을 쓰면서 이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내 직업이라고 해도 그녀를 프로듀싱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가르치면 기본기부터 가르쳐야한다. 적어도 몇개월, 몇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 연습기간 동안은 계속 시간을 빼앗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내심 그녀가 그렇게 해 주기를 바랬다.

 

그녀석과 가까워지는게 두려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미 말을 하지 않았을뿐, 그녀와 나 사이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그녀석과 함께 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빽빽한 스케쥴은 거의 다 그녀와의 일, 약속이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 지는 것은 안되는 일이다.

 

... 정말 그 이상은 스스로 선을 넘어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외(어쩌면 예상대로)의 것 이었다.

 

그녀석은 의견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바로 대답했다.

 

 

"할게. 그, 아이돌"

 

 

짧은 몇 마디를 내뱉은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아무생각없이 결정한 건지도 모른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란 직업과 관계를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돌이 되기로 한 이상 시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자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설득시키려고 했다.

 

중요한 문제다, 혼자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더욱 힘들어질거다.

 

나답지 않게도 복잡하게 말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또 역시 아주 간단하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 마음에 들었으니깐, 하는거야."

 

 

그녀가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직까지도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다.

 

말로 할 필요가 이제는 없었다. 그제서야 확실히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석과 나는, 이제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걱정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이 때 분명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이 실수였음을 몰랐을 것이다.

 

그녀석은 분명 자기가 아이돌을 한다면 나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의 이 관계가 더욱 지속되고, 더욱 오랫동안 서로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더욱 가까워 질꺼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큰 오산이었지만.

 

 

그녀석과 나의 프로듀싱이 시작되자, 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대로 춤, 발성등 여러 트레이닝에 바빠졌고

 

나는 그녀의 뒤를 보조하거나 새로운 업무로 인해 바빠졌다.

 

처음 몇 달간은 그래도 서로를 보면서 힘을 내었다. 확실히 붙어있는 시간은 많았다.

 

힘든 그녀를 격려해주고, 후일을 기약하고는 했다.

 

가끔 둘이서 쪼개어 보내는 시간은 달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였다.

 

그녀의 데뷔를 비롯해 그녀석의 활동이 결정될 때 마다 둘이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만 갔다.

 

 

우리 둘은 업무관계로 이야기를 하는 때가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둘만이 만나는 때에도, 업무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다분했다.

 

일 문제로 여러곳에서 부딪히게 되자 서로에게는 스트레스만 쌓였다.

 

가끔은 일 문제로 서로 다툰적도 있었다.

 

게다가 프로듀서로의 방어기재였는지, 점점 그녀와의 만남도 줄이게 되었다.

 

 

그때 쯤의 난, 더이상 모델일을 할 때 처럼 그녀를 대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그녀가 아이돌을 하겠다는 순간부터, 나와 그녀의 관계는 변해버렸던 것이다.

 

 

우리는 분명 붙어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오히려 마음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 갔다.

 

 

...언제부턴가 우리사이는, 점점 꼬이고 꼬여 무미건조한 사이가 되고 있었다.

 

 

결국,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 그녀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나도 그녀도 이런식으로 되는 결말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먼저 알아챈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관계인지, 확실히 해주었으면 한다, 는 내용이었다.

 

바보같게도 난 그런 자리에서 그녀에게 똑바로 대답해 주지 못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말은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들먹이며 그런관계에 대해 얼버무린 것 뿐이었다.

 

... 그녀의 두 눈조차, 똑바로 봐 주지를 못했다.

 

결국 나는 어설픈 변명을 늘어 놓으며, 그 자리를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확실히 결정짓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녀석은 실망했음에 분명 했다.

 

 

... 가만히 듣다가 보다못한 그녀가 결국 외쳤다.

 

 

 

" 복잡하게 말고, 간단히 말해! " 라고.

 

 

 

 

 

 

 

 

< 덜컹!

 

 

자판기에서 커피 두 캔을 뽑았다.

 

하나는 목 언저리의 욱신거리는 곳에 대었다. 아직도 얼얼해서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남는 하나는 따서, 아직 삐져있는 그녀 곁에 내밀었다.

 

 

"... ... ... ..."

 

 

당연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저 난간에 팔을 걸친 채 바깥을 바라보고서는, 이쪽을 향해서는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내밀었던 손이 무안한 나머지 들린 커피를 조금 홀짝하고 마셨다.

 

 

...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실패인것 같다.

 

이래보여도 오늘은 나름 확실히 담판을 짓기위해 부른 것이다.

 

그녀석의 마음에, 확실히 대답하기 위해서 였다 .

 

그러나 막상 대답을 하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제와서? 라는 생각도 들었고 괜한 말을 하는가 하는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확실히 전해야 했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뻔뻔하고 능글맞은 작전이다만, 아 내가 무슨약을 한거냐, 정말.

 

이래서 잡지에 나오는 말은 믿으면 안된다. 죄다 거짓말뿐이라니깐.

 

애초에 이런건 나한테 안맞는다고, 제기랄.

 

 

"... ... ... 미안해, 린."

 

 

머릿속을 뒤져가며 겨우겨우 찾아낸 말은 그녀에게 대한 사과 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몇마디를 더 해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더 복잡해 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입다물고 가만히 있기 몇초가 지나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 ... 확실히 하라는게..."

 

 

"뭐?"

 

 

"내가 확실히 해달라는게 이런건 아니었어, 이 멍청아!"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옆에있는 나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온몸이 아파온다.

 

야, 아무리 그래도 발로 밣는건 좀 아니지 않니.

 

 

몇분이 지나자, 힘이 다해 씩씩거리는 그녀가 내 앞에 서있었다.

 

얼굴은 아까전과 같이 붉게 달아오른채 눈물을 흘릴듯 그렁거렸다.

 

 

"넌... 진짜로 죽었어...! "

 

 

그녀의 오른손이 높게 들려 나를 다시 때리려는 행동을 취하자,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녀의 손을 붙든채,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그녀석은 울고 있었다.

 

한 번도 내 앞에서 눈물 같은건 보여주지도 않았던 그녀의 뺨에는, 지금것과 달리 작은 눈물이 한 방울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녀가 더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 것 같으나, 결국 그녀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흘리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을 뿐 이었다.

 

 

"... ... 미안해."

 

 

"뭐가?"

 

 

"... 우리사이에 대해서, 확실히 하지 못한 점 말이야."

 

 

그녀석의 눈물을 보니, 어째선가 다시 말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주었다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ㅡ

 

 

"... 아주 간단한 한 마디 였는데도,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 ... ..."

 

 

"좋아해, 린."

 

 

드디어 말했다.

 

그녀에게 본심을 말했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감정에 솔직한 대답이였다.

 

 

 

"... 좀 더 그런걸 빨리 말해주었다면, 좋았잖아."

 

 

그녀석이 왼팔을 들어 눈가를 비볐다.

 

눈물은 사라졌지만, 두 눈가엔 아직 운 흔적으로 빨겠다.

 

 

... 확실히 너무 늦은 대답이다.

 

아미 우리 둘 사이는 벌어진 후였으니까.

 

엉망인 관계는, 다시 풀기 힘들다.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있을까.

 

 

"... 이걸로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녀석은 내 근처에 있는 딴 커피캔을 확 낚아채더니, 갑자기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린...?"

 

 

벌컥벌컥, 꿀꺽.

 

 

그녀는 내 말에도 아랑곳 않고 커피를 전부 들이키더니, 원샷을 해버렸다.

 

 

"... 저기, 시부야씨?"

 

 

"... 이걸로 됐어.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그녀는 말하고서는, 뒤돌아 서서 옥상문 쪽으로 걸어갔다.

 

 

... 아. 

 

전에도 말했듯 그녀는 복잡한 걸 싫어한다.

 

항상 그녀가 말하는 말 버릇.

 

 

'복잡하게 말고, 간단하게.'

 

 

그녀가 방금 마신 커피에는 그녀의 울분과 실망감, 나에 대한 분노도 함께 목 안 쪽으로 흘려 삼켜보낸 걸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 나름대로의 간단한 화해의 표현일 것이라.

 

 

... 그녀석의 배려에, 나도 눈물이 날 뻔했다.

 

 

그렇구나.

 

 

참으로 사랑이란건 복잡한 것 같다. 

 

... 

 

 

"... ... 그리고..." 

 

 

녀석의 뺨이 살짝 붉어지면서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까 그건 없던거, 걸로 할테니깐...!"

 

 

...? 

 

아까 그거?

 

아 그거구나.

 

부끄러워 하는 표정 정말 볼만 했는데

 

더 못보려나.

 

 

... 그러고보니 그녀석에게, 아직 해줄 말이 좀 더 남은 것 같다.

 

 

"... 저기, 시부야씨?"

 

 

"... 왜?"

 

 

"방금 마신 그 커피 말인데, 그거 내가 이미 입 댄건데"

 

 

"... ... ... 뭐?"

 

 

잠깐 뒤돌아본 그녀석이 멈칫하더니, 나를 향했다.

 

무슨의미인지 깨달은 것 같다.

 

이게 간접키스, 라는 건가.

 

녀석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 오르는게 보였다.

 

 

"~~~~ 으으으...!"

 

 

 

"그런건 빨리 말하라고 했잖아~!"

 

 

녀석이 다시 내게 달려와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나를 때리기 시작한다.

 

 

으악. 

 

... 그래도 다행이다.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녀도 그런 내 마음을 이번 만큼은 이해하고 용서해 준듯 하니깐 말이다.

 

 

참, 그래도 정말 사랑이란 것은 복잡한 것 같다.

 

사랑은 그리 간단한건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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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글을 쓰는지 잘 모르겠군요.

 

이번에 쓴 글,  < 사랑은 그리 간단한건 아닌가 봐> 는 시부야 린을 주인공으로 한 SS 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 사는데 인간관계란 쉽지않죠. 

특히 더 연애관계는 더욱 복잡합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으로 연인을 볼 수 없게 되거나, 혹은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이해하고, 화해해 나가는, 그런 시부야 린과 P 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고 서둘러 쓴 바람에 내용전개도 중구난방이고 마지막이 생각보다 아쉽게 마무리 된 것 같군요.

 

글쓴이 사정상 자주 쓰지 못하고 필력이 매우 모자란지라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P, LOVEandPEACE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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