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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제] 한여름날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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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9, 2013 16:44에 작성됨.

‘뚜루루루루루룩, 뚜루루루루루루룩......’
 
날카로운 전화벨소리가 고요한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방의 한 쪽 구석에 놓여있던 쇼파 겸 침대에서 꿀맛같은 단잠을 즐기던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수화기를 집어들었고, 단잠을 망친 ‘전화를 건 사람’에게 푸짐하게 욕을 할 생각이었다.
 
“여보세요?”
 
“아, 야마다씨? 저에요! 치히로!”
 
“아이, 정말. 나 내일 오프인거 몰라요? 왜 한밤중에 뜬금없이 전화하시는 거에요?”
 
“저기......”
 
“고백이거나 자금문제같은 잡다한 이야기라면 모레 다시 이야기해요.”
 
“아 정말 야마다씨!”
 
치히로의 분노섞인 목소리에 나는 잠시 움츠러들었다. 치히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남의 말은 끝까지 듣고 난 뒤에 말씀해주세요! 일단 내일 오프는 취소에요.”
 
“네? 그게 무슨 날벼락같은 일이에요? 나 우리 유닛이 참가하는 스페셜 이벤트 때문에 열흘 내내 잠도 제대로 못잤는거 알잖아요?! 아놔 진짜.”
 
나의 걸쭉한 욕이 섞인 푸념을 듣는데 익숙해져 버린건지, 치히로는 나의 푸념은 무시한 채 전달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일 우리 회사 아이돌 중 하나가 행사에 가야하는데 담당 프로듀서가 병가를 내 버렸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대신할 담당 프로듀서가 필요한데 당신밖에 없었어요.”
 
“다른 사람 많잖아요. 왜 하필 내가......”
 
“시끄러워요 야마다씨! 한번만 더 그런식으로 불만 토로했다간 욕설만 모아서 명예훼손과 성추행으로 고소해버릴거야!”
 
“......”
 
“흠! 어쨋든, 내일은 좋든 싫든 반드시 출근해주셔야겠어요.”
 
나는 체념 가득한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의 그녀에게 묻는다. 안 그러면 고소고발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짤려나갈지도 모르니깐.
 
“하아, 알았어요. 어쨋든 내일 내가 맡아야 할 그 ‘아이돌’ 은 누군데요?”
 
“그 아이는 누구냐면......”
 
======
 
1일차 오전 4시 30분, 신데렐라 프로덕션 사무실 앞.
 
나는 사무소 건물 앞의 벤치에 아무렇게 앉은 채로 서류를 읽고 있었다. 그 서류에는 나과 함께 이틀을 보낼 아이돌의 이름과 상세정보, 그리고 그녀와 함께 이틀 동안 해야할 스케줄 등에 관해서 자세하게 쓰여져 있었다.
 
“**마을에서 비치 페스티벌 게스트 참가라...... 우리 애들도 예전에 한 번 했었던거 같은데. 같이 가는 아이돌의 이름은? 흐음......”
 
“저기, 당신이 프로듀서이신 야마다씨인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그쪽은 무슨 일로?”
 
나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는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한 앳 얼굴과 조각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몸매를 가진 소녀가 비쳤다.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아이와는 전혀 다른 레벨의 미모를 발산하는 그녀를 본 순간 ‘저 아이는 아이돌이 아니라 모델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저는 닛타 미나미, 신데렐라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입니다. 이틀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가 바로 나의 달콤한 휴일을 뺏어간 그 아이로구나. 하아, 어쨋든 잘 부탁할께.”
 
깊은 한 숨과 함께 짧디짧은 자기소개를 끝낸 나는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지음으로서 자신의 휴가를 뺏어간 미나미에게 불만을 가볍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개의치 않고 그가 들고 있는 일정표를 바라본 뒤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제 전속 프로듀서가 전달해준 일정계획표 읽어보셨나요, 프로듀서씨?”
 
“응. 읽어봤어. 그런데 닛타씨, 지금부터 나를 이름으로 불러줘. 아무리 2일짜리 프로듀서라지만, 너무 딱딱한 관계는 싫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네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괜찮겠지?”
 
“괜찮아요. 그렇게 불러주시면 오히려 영광인걸요?”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입안에 집어넣으면서 그녀의 맑고 깨끗한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궁금하긴 했지만, 내가 이걸 대놓고 물어보면 그녀에게 큰 실례가 되겠지.
 
“미나미, 2일간의 여행인데 준비는 잘 해왔어? 그리고, 너와 함께 같이 다닐 스태프들은?”
 
“사전 조사때문에 먼저 그곳에 가 있어요.”
 
“그렇구나. 역시 인기 아이돌은 준비부터 남다른걸. 얼른 차에 타렴. 문은 열려있으니 바로 들어가면 돼.”
 
“네.”
 
“그리고, 낡은 차에 너를 태우게 해서 정말 미안해. 나는 그리 유명한 아이돌을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아니라서 좋은 차를 살 기회가 없더라구.”
 
“......”
 
미나미는 납득이라도 했다는 듯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나도 씹고있던 껌을 뱉고 차에 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1박 2일 여행은 시작되었다.
 
=====
 
1일차 오전 7시 30분.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구별이 안 가는 러시아워의 도심 고속도로를 지나 자동차는 어느 덧 행사장이 있는 **마을을 관통하는 외진 국도를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차 안에는 내비게이션의 위험구간 알림음과 라디오 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미나미, 오늘 오후 스케줄은 준비됐니?”
 
“......”
 
고개를 돌려보니 아침햇살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녀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해진 나의 몸을 쉬게할 겸 다시는 볼 수 없을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었던 나는 해안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버스 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차 안에서 잠들어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다보니 부러움에서부터 내 가슴속 어딘가 숨어있는 어두운 ‘그것’까지 여러가지 감정이 내 머릿속에서 얽히고 섥히기 시작한다.
 
나의 복잡한 감정이 그녀에게 들킬까봐 더 이상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바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럽네, 그 프로듀서 자식.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매일같이 볼 수 있으니 말이야.”
 
=====
 
1일차 오후 1시 50분.
 
이윽고 우리는 축제가 열린다는 **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치히로와 미나미가 말했던 ‘행사’는 전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행사장이라고 말했던 장소에는 잡초와 모래, 그리고 바람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 사태를 보고는 항의하기 위해 행사를 담당한다는 총괄본부를 찾아갔지만......
 
“죄송하지만, 우리는 그런 행사는 안 해요. 계획조차도 안 잡았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신 건가요?”
 
라는 싸늘한 답변 뿐이었다.
 
‘젠장, 또 치히로씨가 사고친건가!’
 
나는 치히로에게 따지기 위해 사무소에 전화했지만, 전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십번 반복해서 전화해봤지만, 짤막한 통화음,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는 말만 반복될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분노가 한계치까지 도달한 나는 외마디 욕설과 함께 전화기를 바닥에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무슨 일이세요 야마다씨, 괜찮으세요?”
 
미나미의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본 나는 그녀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있는 힘껏 분노를 숨기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애초부터 아이돌을 초청한 무대행사같은 건 없었대. 아마도 치히로씨가 잘못된 정보를 우리에게 줬나봐. 그녀때문에 시간과 돈만 낭비한 꼴이 되버렸군, 젠장......”
 
“괜찮아요 야마다씨.”
 
“하아, 이젠 어떡하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으니, 그냥 돌아가야겠어. 미나미도 간만에 하루 반 정도의 휴가가 생겼으니, 푹 쉬는게 좋을거 같은데.”
 
미나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나를 보며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까지 음반수록하고 촬영때문에 시내에서 나가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다 꼭 한번 바다에 놀러가고 싶었고, 야마다씨도 담당 아이돌 촬영스케줄 때문에 며칠동안 밤새우셨다면서요? 기왕 이렇게 된거 이틀정도 여기에서 놀다 가고싶은데, 어때요? 야마다씨?”
 
“그건 불가능해 미나미. 노는 건 좋은데, 나는 네 프로듀서인데다 하룻 밤을 새고 돌아와야하는 스케줄이라구. 잘못해서 소문이라도 나면 앗?!......”
 
“그런건 잠시 잊어보는게 어때요? 야마다씨?”
 
미나미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내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나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
 
1일차 오후 6시 10분
 
미나미가 ‘절대로 못 돌아간다’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인기 아이돌 ‘닛타 미나미’와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미나미가 잘못되는 꼴을 보기 싫었기에, ‘축제를 구경하러 가자’는 그녀의 부탁을 무시한 채 ‘밤샘해서 피곤하다’ 는 이유로 방에 틀어박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야마다씨, 야마다씨이......”
 
“으음, 잘 자고 있는데 깨우는 사람은 누구여......?”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미나미가 나를 흔들며 잠을 깨우고 있었다. 나의 몸을 흔드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너무 좋았다. 계속 이대로 나를 흔들어줬으면 (?) 좋겠다.
 
“으음...... 미나미?! 네가 어떻게 이 방을 알고??”
 
“그건 비.밀 이랍니다. 더 어두워지기전에 얼른 바다에 가요! 네에?”
 
“귀찮아, 아직 피로가 덜 풀렸다구......”
 
“지금 바다의 풍경,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보기 아까워서 그래요. 얼른 일어나세요, 야마다씨!”
 
“다음에도 볼 수 있잖아, 그러니 오늘은 좀 쉬게 해줘.”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숨겨둔 제 필살기를......”
 
“아, 알았어 당장 일어날께!”
 
나는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나미가 갑자기 내 손을 붙잡더니, 자신의 몸쪽으로 가져가려했기 때문이었다. 
 
“야마다씨도 어쩔 수 없는 남자네요, 후후......”
 
“어......음...... 어쨋든 나가자구.”
 
나는 대충 옷을 주워입고는 먼저 밖으로 나간 그녀를 따라 바닷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1일차 오후 6시 35분
 
인적이 드문 해질녘의 바다는 매우 아름다웠다. 바닷물도, 모래사장도, 주변 풍경도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마치 사진집이나 여행 관련 비디오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는 차에서 가져온 휴대용 라디오를 틀어놓고 캠핑의자에 앉아 해가 저물어가는 바다의 풍경을 넋을 놓은 채로 감상하며 미나미의 아름다운 자태를 먼 발치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글가사는 이곳으로)

“야마다씨......?”
 
“응? 무슨 일이야?”
 
“혹시, 혹시......”
 
미나미의 목소리와 어투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눈빛도 달라졌다. 내가 평소에 봤던 정 많으면서도 쿨한 미나미가 아니었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식으로 내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 이번 휴일에 쇼핑 아케이드에 가서 사온 수영복이에요.”
 
미나미가 자신이 입고있던 가운을 천천히 벗기 시작한다. 나는 흑심을 품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이미 늦었다.
 
가운을 풀자마자 드러난 그녀의 비키니 수영복은 이미 ‘보여서는 안 될 부분을 가린다’ 라는 기본적인 정의를 한참은 넘어가 있었다.
 
그녀가 입은 수영복의 끝은 파란색 라인으로 처리되어 있었고, 드러내서는 안 될 부의를 감싼 몇 개의 월계수 무늬가 들어간 순백색의 천은 미나미의 완벽한 비율의 몸매와 어우러져 속살을 보고 싶어하는 나의 본능을 계속 자극하고 있었다.
“이 수영복, 야마다씨만을 생각하고 산 건데, 어때요?”
 
“......?!”
 
나는 이제서야 미나미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휴가’ 를 원하는 것이 아닌, 나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향한 그녀의 욕구를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지만, 두뇌와 몸은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었다.
 
“......이쁘네. 미나미에게 딱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내 자신이 바보같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야마다씨, 지금 아무도 없을 때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저는...... 예전에 첫번째 프로듀서가 갑자기 사직해서 공백상태였을때, 야마다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여대생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겠죠.”
 
그러고 보니, 그 당시에도 담당 프로듀서가 갑자기 사직하고 그를 대체할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서 헤매는 동안 내가 그녀의 임시 프로듀서 역할을 두 달간 맡았었지. 그때 미나미는 충격을 받아서 많이 울었고, 심지어 아이돌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는데.....
 
“야마다씨와의 인연이 끝난 뒤부터, 이상하게도 야마다씨가 제게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쿵쿵거리고 얼굴이 붉어져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잠잘때도 계속 생각나고, 꿈에서도 갑자기 나타났었죠.”
 
“......”
 
“며칠을 고민하다가 저는 깨달았어요. 아마 야마다씨가 제가 그렇게 찾던 인연이 아닐까......라구요.”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떠보니, 미나미는 이미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내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그녀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녀는 나와 가까워졌다. 그녀의 체열과 굴곡이 온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이성과 감성간에 끝없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 그러니 야마다씨? 저와 사귀어 주세요.”
 
“그, 그건 곤란해.”
 
“왜인가요......?”
 
“넌 지금 전국에서 유명한 아이돌이고, 나는 기껏해봐야 지하 아이돌밖에 될 수 없는 애들을 키우는 이름없는 프로듀서일 뿐이잖아. 어울린다고 생각해......?”
 
“끝까지 고집을 꺾으실 줄 모르시네요, 야마다씨, 그렇다면 당신이 했던 말대로 ‘대담한 모험’을 할 때가 되었나 보네요. 후후......”
 
미나미가 자신의 수영복 상의의 끈에 손을 갖다대더니 서서히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가 말한 ‘대담한 모험’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둔다면 대 재앙이 일어나겠지.
 
“......?!”
 
나는 미나미가 더이상 ‘대담한 행동’을 못 하도록 재빨리 그녀를 꽉 껴안아버렸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미나미는 당황했는지, 내 왼쪽 어깨에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지금 난 그녀의 굴곡을 모두 느끼고 있지만, 아까 전 처럼 응큼한 생각이 든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 네가 뭘 원하는지는 알겠지만. 지금은 좀 곤란해.”
 
“그럼 언제 답을 해 주실건가요?”
 
“글쎄?”
 
미나미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주시한다. 그리고 떨리는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럼 제 입술에...... 답해주시겠어요?”
 
“......”
 
그래. 기왕 이래된거 어쩔 수 없지.
 
나는 선글래스를 벗어던진 뒤, 미나미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그녀의 탱탱한 입술을 즐기려 하기도 전에 그녀의 혓바닥이 내 입을 향해 돌진해왔다. 나의 혀는 그녀의 돌격(?)을 거부하지 않았다. 혓바닥으로 서로의 애정을 거칠게 표현하는 동안, 척추를 따라 알 수 없는 찌릿함이 느껴졌다. 불쾌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깊이 즐기고 싶어서 눈을 꼬옥 감았다.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앞에는 무언가가 반짝이는게 마치 은하수가 흩뿌려진 저녁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전국 최고의 인기 아이돌의 마음을 빼앗았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지켜야겠다는 결심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어쨋든 복잡하다.
 
마침내 나와 그녀는 기나긴 키스를 끝내고 서로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야마다씨, 얼굴이 홍당무네요? 이런 모습 처음이야. 쿡쿡......”
 
“어이쿠, 너는 안 그런줄 알고? 풋......”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첫 키스를 끝낸 이후, 우리는 어둠에 물들어가는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물장구치고 놀면서 우리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다른 사람의 눈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알게 뭐야.
 
=====
 
2일차, 오전 8시 10분
 
나는 여관 바깥에서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미나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나는 어젯 밤에 일어난 일을 알아보고자 기억의 파편을 찾아 헤메고 있다. 왜냐하면, 잠들 때에는 분명히 각방을 썼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떠보니 미나미가 내 옆에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나도 모르게 몹쓸 짓이라도 한 것 아닌가’ 라는 걱정과 함께 온 몸이 움츠러든다.
 
“으으, 내가 어젯밤에 뭘 한거지?”
 
“어머? 야마다씨. 먼저 일어나 계셨네요?”
 
“미, 미나미? 있잖아...... 내가 어젯밤에 너한테 혹시 이상한, 아니 그렇고 그런거라던가...... 는 하지 않았지?”
 
“푸훗, 그런거 전~혀 없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끄응......”
 
갑자기 미나미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체온과 촉감이 온 몸에 퍼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주위를 감싸던 걱정과 불안감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녀에겐 부정적인 생각을 깨끗이 없애주고 그 자리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야마다씨? 걱정도 너무 많이 하면 병이 된대요.”
 
“고, 고마워 미나미.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네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좋아.”
 
“음...... 이 마을 시장에 떡집이 두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떡이 정말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대요. 아침도 먹을 겸 그곳에 가보는거, 어때요?”
 
“좋아. 그럼 한 번 가볼까?”
 
나는 그녀와 함께 마을 시장을 향해 걸어간다. 서로 손을 맞잡은 채로.
 
=====
 
여행을 떠나기 4일 전, 저녁 7시.
 
‘왱알앵알, 왱알앵알......’
 
“네, 신데렐라 프로덕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치히로씨세요? 닛타 미나미에요.”
 
“무슨 일이야 미나미?”
 
“저...... 야마다 프로듀서랑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후훗. 무슨 생각인지 알 거 같네. 그런데, 야마다씨는 우리 회사 프로듀서중에서 제일 철두철미하고 깐깐한 사람이라서 함부로 불러내기 어려울걸?”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치히로씨? 스테드리라면 원하는 만큼 드릴께요.”
 
“어머~ 그렇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께. 그 분이라면 아이돌이 곤경에 빠지는 걸 못보고 지나치는 분이니, 가짜 스케줄을 하나 만들면 될거야.”
 
“그렇군요......”
 
“미나미는 언제쯤 시간이 되는데?”
 
“아마 4일 뒤 부터는 휴식기간이라 일주일 정도 스케줄이 없을 거에요.”
 
“그렇구나. 후후훗, 행운을 빌께. 미나미!”
 
“감사합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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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음악제에 참가신청할 당시 착각 한 가지를 했습니다.
원래는 '음악제에 사용할 노래를 무작위배정한다' 인데, 저는 '음악제에 사용할 노래를 자기가 직접 고른다' 로 착각한 채로 신청해 버렸지 뭡니까 ㅎㅎ
저는 원래 70~90년대 노래나 이별곡 위주로 글을 쓰는데, 갑자기 끈적끈적한 느낌의 아이마스 OST로 글을 쓰려니 적응이 안되서 좀 힘들더군요.

그래도 제가 신데마스에서 좋아하는 캐릭터인 닛타 미나미의 정보를 찾아다니며 미나미에 대한 애정(?)도 확인하고 KisS라는 노래가 원래 그렇고 그런(?!)의미라는 걸 깨닫기도 하는 등 수확도 많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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