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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노트 제 24페이지 - 무언가가 삐뚤어진 세계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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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6 14:46에 작성됨.

타쿠미의 일로 슬프지만 그래도 계속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 타카가키씨의 말대로 타쿠미는 내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 그래서 슬픔을 억제하려고 노력했고 뭐가 되었건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했다.

 "아, 야마모토군. 상무실로 좀 와주겠나?"

 한 통의 간단한 전화가 걸려온다. 그 전화는 나의 직장 상사인 상무에게서 걸려온 전화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아, 먼저 끊으셔도 됩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소에서 나가려고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들은 나를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봤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썼다가는 슬픔을 억제하려는 내 노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다.

 사무소에서 나와 위층으로 가는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생각해보니... 상무님의 맞선은 결과가 좋았으려나?

 6층으로 올라와 나는 상무실 앞에 섰다. 야마모토 아키라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노크를 하면서 말했다.

 "들어오게."

 안에서 상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앞에 상무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블랙커피면 되겠습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비서실 쪽으로 이동하면서 말했다.

 "어... 어."

"... 무카이양의 소식은 들었다네. 유감이야."

 네... 나는 애써 웃었다. 슬픈 이야기하지 말죠!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죠. 그래서 맞선의 결과는 어떠셨나요? 상무는 나를 쳐다보다가 나의 질문에 답했다.

 "뭐... 좋지는 않았어."

 상무의 표정이 변한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화가 난 표정이다. 에엑...? 제가 알려드린 방법이 틀린 건가요? 상무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남자 쪽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가볍게 차버렸지. 최악의 남자였어."

 상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헤에...? 그 남자가 어땠는데요?

 "그 남자는 맞선 내내 내 몸만 훑어보더군. 남자들은 원래 여자를 몸매를 보고 만나나?"

 상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뭐... 전부가 그렇지는 않죠. 다른 곳을 볼 수도 있죠. 예를 들어서, 얼굴을 보고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집안 내력 또는 학벌을 보고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집안 내력인 경우는 좀 돈이 많은 집안 쪽에서 많이 보는 조건입니다만... 여러 가지로 많죠.

 "그렇군..."

 상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무님은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으세요?

 "글쎄...? 한평생 회사를 위해서 일하다 보니 남자를 만나볼 일이 없어서 모르겠어."

 에엑!? 저... 정말입니까...? 뭐 드라마 같은 거라도 안 보시나요? 거기에 남자들 많이 나오잖아요? 상무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뉴스만 봐서 모르겠군."

 이... 이 사람 정말 일 밖에 모르는 여자야! 대단해. 대단하다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 남자가 자신에게 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있으신가요?

 "음... 날 웃게 해줬으면 좋겠군."

 상무는 커피를 마셨다. 비서를 웃긴 남자로 모시면 되겠군요.

 "일을 할 때는 집중하고 싶군."

 상무님께서 일을 안 하실 때도 있으십니까...? 상무는 눈을 감았다.

 "물론이지. 나도 사람인지라 휴식을 취할 때도 있다고... 회사에 있는 나의 보금자리에서 아주 잘 쉬고 있어. 클래식 노래를 틀어놓고 명상을 한다고..."

 애초에 회사 밖으로 나가시는 일은 있으십니까...?

 "음... 휴가 때 집으로 돌아갈 때나 미팅이 있을 때...?"

  틀렸어... 이 사람... 일밖에 몰라... 구제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언젠가는 상무님께서 원하는 남자가 나타나겠죠. 세상의 절반 이상이 남자니까요. 물론, 상무님께서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내가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하지?

 일단, 업무를 할 때 말고도 회사 밖으로 나가서 바람 좀 쐬러 나가시고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다가가서 말을 걸어본다든지. 남자 측에서 걸어온다면 이야기해보다가 마음에 드시면 교제하신다든지...

 "그렇군. 알았어. 언제나 고맙군."

 뭐...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올라와서 이야기 들어드릴게요.

 "흠...? 그렇다는 것은 밤에도 불러도 된다는 소리인가?"

 에엑...!?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저도 일단 퇴근하고 쉬는 거니까. 상무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그녀는 아직 웃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어색해 보였다.

 "농담이야. 농담! 나도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상무의 말투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바꾸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웃으시니까. 보기 좋네요? 상무님. 말투도 제가 말씀드린 대로 바꾸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고요...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상무는 나를 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으흐음...! 나는 언제나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니깐 말이지...!"

 헤에... 얼음 여왕 같았던 상무님도 이런 표정을 지을 줄 아셨구나. 나는 말없이 실실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아... 아닙니다. 나는 바로 정색했다. 아무튼... 노력하시는 모습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상무님. 계속 노력하시다 보면 당신을 좋아하는 남자가 찾아오겠죠.

 "어... 어. 고마워. 야마모토군."

 저... 그러면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어...! 가봐도 좋아."

 그렇다면... 고생하십시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무에게 인사하고 바깥으로 걸어간다.

 "야마모토."

 나는 발걸음을 멈춘다. 예...

 "힘내... 조금은 힘들겠지만 버텨줘."

 상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상무님... 상무님께서 말씀해주시니... 힘이 나네요.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상무실에서 나갔다.

사무소로 돌아오니 타카가키씨가 내 자리 옆에 서있었다. 아, 타카가키씨. 안녕하세요.

 "아, 프로듀서씨... 안녕하세요."

 나는 타카가키씨를 지나쳐 나의 자리에 앉았다. 어제는 잘 주무셨습니까? 엄청 취하셨던데...? 나는 실실 웃으면서 타카가키씨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윽... 역시 제가 많이 마셨나요?"

 많이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빨리 취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래다 드렸지만요. 계속 서있지 말고 앉아주시겠어요? 타카가키씨는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그나저나 숙취에는 안 시달리셨나요? 꽤나 멀쩡하시네요?

 "뭐... 숙취에는 강한 편이라서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고생하셨을 텐데..."

 뭐... 고생이랄 것은 없죠. 아이돌을 관리하는 입장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집에서 술 마시면 좀 정리하세요... 나는 어젯밤에 본 타카가키씨의 방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린다.

 "봐... 봐버리셨나요?"

 타카가키씨는 나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당신을 바래다줬다고요. 타카가키씨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흔들었다.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런데, 타카가키씨. 일본주 좋아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방에 널브러진 것은 일본주 병이 아니라 맥주 캔이던데요... 생각해보니 요새 저랑 술을 마실 때 맥주만 마셨었죠?

 "... 네."

 타카가키씨는 고개를 숙였다. 가끔은 당신이 좋아하는 일본주. 마시러 가요. 저에게 계속 맞춰 주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술 마시면 되죠. 왜 제가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있는 거죠...? 부럽게스리... 나도 캔 맥주나 사다가 놓을까...? 타카가키씨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멍하게 봤다.

 오늘은 일본주나 마시러 갈까요? 이쪽 상가에 일본주 파는 곳 있던데...?

 "저... 정말로요? 프로듀서씨는 일본주 맛이 싫다고..."

 뭐...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니까요. 가끔은 타카가키씨에게도 맞춰줘야죠.

 "정말이지... 프로듀서씨도 참 다정하시네요."

 타카가키씨는 미소를 지었다. 나와 그녀는 서로를 보면서 실실 웃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치에리가 사무소에 출근했다. 어, 치에리 왔어?

 "안녕. 치에리."

 타카가키씨는 치에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치에리는 타카가키씨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타카가키씨."

 치에리 오늘도 레슨이지? 오늘은 보컬 레슨이었나? 치에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요... 오늘은 연기 레슨이에요.

 치에리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힘이 느껴지질 않았다. 응...? 치에리?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목소리에 힘이 없네? 아...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머릿속에 한 인물을 떠올렸다. 타쿠미 때문일까...? 나는 일부로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꺼내봐야 좋을 일은 없으니까.

 "아... 아니요. 그냥... 저 일단 레슨받으러 갈게요..."

 치에리의 눈빛은 생기가 없이 탁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표정도 없었다. 그녀는 사무소에서 나갔다. 치에리가 왜 저러지...? 장례식장에서도 저런 눈빛과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저도 마침 레슨이니까. 제가 물어보고 올게요. 이따가 기대할게요? 프로듀서씨."

 타카가키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이따가 봅시다. 타카가키씨는 치에리를 쫓아서 사무소에서 나갔다. 흐음... 나도 어서 새로운 일이나 찾아볼까?

 당직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회사원들이 퇴근하는 시간. 나는 치에리, 타카가키씨, 히나코를 태우고 운전했다. 갑작스러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퇴근할 때 내가 태워다 주기로 했습니다. 이의 없죠? 나는 거울을 통해서 뒤에 타고 있는 세 명의 여자를 봤다.

 "네."

 세 명의 여자들은 동시에 대답했다. 일단, 루트를 생각해보면... 집이 가장 먼 치에리부터 바래다주는데... 그녀의 집에 가는 도중에 히나코네 집이 있으니 히나코를 내려주고... 그다음 치에리네 집에 가서 내려준 다음. 술을 마실 예정이니 차량은 집에 주차시켜놓고 일본주 집까지 걸어가면 된다. 완벽한 루트...

 여러분... 요즘 세상 흉흉하니까. 집안 문단속 잘 해주시고요. 모르는 사람이 왔으면 누구인지 알 때까지 문 열어주지 마시고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게 연락 주세요. 알았죠?

 아, 치에리. 어떤 예능 프로에서 타쿠미에게 출현해달라고 요청해온 건이 있었는데 말이야. 이제 타쿠미가 없으니까. 네가 대신 나가야 할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그쪽에서도 너를 괜찮게 보고 있거든...

 "예...! 출현할게요."

 알았어. 그러면 네가 출현한다고 보고 올릴게. 첫 번째 목적지인 히나코네 집 앞에 도착했다. 히나코...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있어줘. 금방 일 찾아줄 테니까.

 "헤헤... 고마워요. 프로듀서씨. 안녕히 가세요!"

 히나코는 손을 흔들면서 차에서 내렸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차량을 출발시켰다. 타카가키씨도 준비되시면 말씀해주시고요. 바로 일 찾아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준비가 안 돼서 말이죠... 좀 더 준비하고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나는 느긋한 속도로 도로 위를 달렸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슬슬 별빛이 보일 시간. 나는 치에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치에리 오늘 레슨 고생했어! 내일 보자.

 "네...! 프로듀서씨. 내일 봬요. 그리고 타카가키씨도... 내일 뵐게요."

 "응...! 치에리 잘 가!"

 치에리는 차량에서 내린다. 그녀는 총총 뛰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자, 이제 가볼까요? 타카가키씨? 그나저나 술을 마셔야 되니까. 차량은 집에다가 주차해놔도 될까요?

 "네! 술을 마시니까. 운전하면 안 되니까요. 그나저나 프로듀서씨와 산책인가요? 두근거릴지도...?"

 뭐... 이미 산책은 같이 했지만요. 어젯밤에...

 "아이 참... 프로듀서씨도..."

 오늘도 그럴 것 같아서 말이죠. 뭐 나쁘지는 않았어요. 꽤나 귀여웠다고요? 나는 실실 웃으면서 차로에 진입한다.

 "으으... 오늘은 끝까지 정신 차리고 있을 거예요!

 음... 저도 조절하면서 마셔야겠군요. 지난번에 한 모금 마셨을 때 꽤나 쓰던데...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서 다니려면 말이죠?

 "헤... 어디 해볼까요? 누가 이기는지...?"

 윽... 그건 봐주세요. 저도 멀쩡한 상태로 집에 가고 싶으니까요.

 드디어 집 앞에 도착했다. 먼저 내려주실래요? 주차하고 올게요. 타카가키씨는 차량에서 내렸다. 나는 빠르게 주차하고 차량에서 내렸다. 그리고 타카가키씨에게 다가갔다. 자, 이제 가볼까요?

 "네...!"

 타카가키씨는 굉장히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주'를 마시러 가서 그러는 모양이다. 나는 타카가키씨와 나란히 길을 걸었다.

 "아, 그리고 프로듀서씨네 집... 기억해둘게요. 나중에 심심하면 놀러 갈게요.

 타카가키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저희 집에 놀러 와도 놀 거리는 그다지 없습니다만... 지난 주말에 치에리가 집에 놀러 왔을 때가 떠올려본다. '신혼부부 놀이'라는 이상한 놀이를 했었구나.  이상한 놀이였지만 꽤나 재미있었어.

 "뭐... 술 같은 거 사들고 가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역시나 술입니까... 당신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내실 셈입니까? 술 말고도 다른 거 즐길 수 있는 거 많잖아요? 계속 그렇게 술 마시다간 건강 나빠지신다고요?

 "헤헤헤... 그럼 뭘 즐겨야 하죠? 프로듀서씨를 즐기면 되나요...?"

 타카가키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방금...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맞춰보실래요?"

 아뇨... 왠지 안 맞추는 것이 정답일 것 같은데요...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술을 마실 거라면 차라리 밖에서 만나는 것이 낫습니다. 저희 집은 정말... 할 게 없거든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주말에 하루 종일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서 밥 먹고 게임하거나 작업하니까요.

 "그러면 데이트라도 할까요?"

 데이트요...? 하고 싶으세요?

 "응? 하고 싶다면 해줄 거예요?"

 네. 나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데이트 같은 거라면 많이 했죠... 나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아이돌과의 첫 데이트가... 타쿠미와의 데이트였나? 뭐 그건 데이트가 아니라 친구랑 노는 기분이었던가...

"헤에...? 프로듀서씨... 인기가 많으시군요?"

 뭐... 그 데이트라는 것은 아이돌들과의 데이트였지만요. 그냥 주말에 같이 놀자!라는 느낌의 만남이었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럼 주말에 데이트하실래요?"

 뭐... 좋죠. 저도 어차피 주말에는 할 거 없으니까요.

 "히힛...! 좋아요."

 타카가키씨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잡담을 하면서 내가 알아낸 일본주 집으로 이동했다.

 일본주 집 안으로 들어오니 고전적인 인테리어로 잘 꾸며놨다. 내부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했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오직 조용히 술을 마시다가 빠지는 그런 가게이다.

 "와... 멋있는 가게네요?"

 타카가키씨는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이네요. 우리들은 적당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은 우리들 앞에 점원이 다가온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저희 여기 처음 와서요... 메뉴판 좀 보고 주문할게요.

 "일본주에 안주는 마른 오징어 되나요?"

 내가 메뉴판을 펼치려고 하자 타카가키씨는 점원에게 질문했다.

 "예. 됩니다. 그걸로 드리면 되겠습니까?"

 에엑!? 메뉴판 따위는 필요 없는 겁니까? 타카가키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원은 그녀에게 메뉴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주방 쪽으로 이동한다.

 "마른 오징어 정도는 어느 가게에나 있으니까요."

 타카가키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타카가키씨가 얼마나 술집을 많이 다녔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누가 보면 절 주당으로 알겠군요."

 주당 맞으시잖아요...

 "어머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저는 평범한 아이돌 연습생인걸요...?"

 타카가키씨는 나의 시선을 피하면서 웃었다. 뭐... 평범하지는 않고 전직 모델 아이돌 연습생이겠죠? 그것도 미인 아이돌 연습생.

 "에잇...! 프로듀서씨도 참...! 사람 부끄럽게 하는 데에 재주 있으시네.

 "주문하신 일본주하고 마른 오징어 나왔습니다."

 우리들 사이에 점원이 나타나서 주문한 것들을 놓고 간다. 역시 안주가 굉장히 간단해서 빠르게 나오네요. 자, 먼저 잔 받으실래요? 나는 일본주 병을 들었다. 타카가키씨는 잔을 들었다. 나는 그녀의 잔에 천천히 일본주를 부었다.

 "자, 프로듀서씨도 받으세요."

 나의 잔에 투명한 액체가 채워진다. 이거... 분명히 강렬한 쓴맛이 나겠지? 나는 지난 휴가 기간 때를 떠올려봤다. 윽... 그래도 참아야겠지? 내 앞에 있는 이 여자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건배...!"

 타카가키씨는 윙크하면서 말했다. 건배...! 나는 눈을 감고 잔에 들어있는 액체를 마셨다. 시원한 액체가 나의 혀를 지나서 목을 타고 내려간다. 뭐지...? 쓴맛이 느껴지지 않아... 단맛인가...? 아닌데? 향인가...

 "어머... 여기 일본주는 달콤하네요...? 독하지도 않고... 많이 마실 수 있겠다."

 타카가키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저도 무난하게 마실 수 있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맥주와 다르게 톡톡 쏘는 맛이 없다는 점인가...? 그래도 그것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프로듀서씨! 어서 다음 잔...!"

 타카가키씨는 내게 잔을 들이대며 말했다. 저... 저기 안주는 안 먹습니까? 게다가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훅(?) 갑니다.

 "괜찮아요! 이건 이전에 마셨던 것보다 많이 약하니까요."

 원래 이렇게 만만해 보이는 술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도수가 약하다고, 음료수 같다고 만만하게 보다간 나중에 큰코다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타카가키씨의 잔에 일본주를 따랐다. 오늘도 만취한 그녀를 바래다주는 미래가 보인다.

 "응...? 프로듀서씨의 잔 비었어요! 받으세요."

 타카가키씨의 기분이 업된 모양이다. 목소리가 약간 높아진다. 에엑... 천천히 마시면 안 됩니까?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나십니다. 나는 잔을 받은 후, 오징어 다리를 뜯었다.

 "프로듀서씨는 약하시군요...! 그럼 저라도 많이 마실 거예요!"

 예에... 확정입니다. 만취한 그녀를 바래다주게 생겼습니다. 타카가키씨는 방금 채운 잔을 빠르게 비우고 오징어 다리를 뜯는다. 그나저나 연습생 생활할만하세요? 꽤나 힘들 것 같은데요. 매일 레슨을 받으면서 데뷔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괜찮아요. 이렇게 술을 마시면 하루에 쌓인 피로가 풀리니까요."

 그래도 과음은 금물입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몸에 영향을 줄 겁니다. 알코올 중독 증세도 무시 못 하겠지요. 술 말고 다른 것을 마셔보는 것도 좋겠죠. 예를 들어서 감식초 같은 거라든지 매실청이라든지요. 물에 타먹으면 나름 괜찮아요.

 "일단, 잔이 비었어요. 채워주세요."

 제 말은 무시입니까...!? 저는 당신의 건강이 걱정되어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타카가키씨의 잔을 채워줬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채워주시네요?"

 안 채워주시면 혼자라도 채워서 마실 것 같아서... 그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요. 제가 채워드려야죠.

 "히힛... 감사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좀 간 좀 쉬게 해주시고요. 건강한 음식도 드시고요.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시는 거 맞죠? 주구장창 술만 마시는 건 아니겠죠? 피가 술 대신 흐르고 계시는 건 아니죠?

 "에이... 프로듀서씨도 참... 저도 밥은 먹고 다닌다고요? 이렇게 호리호리하게 보여도 은근 대식가랍니다!"

 타카가키씨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걸로 자신만만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무튼... 제가 이렇게 아픈 것 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은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겠어요? 에헴!"

 타카가키씨는 또다시 일본주를 들이켰다. 나도 일본주를 들이켰다. 아, 생각해보니 우리 저녁도 아직 안 먹었잖아... 빈속에 술을 마시고 있는 건가? 빈속에 마시면 안 좋은데... 타카가키씨?

 "어...? 병이 비었어요. 하나 더 시키죠. 여기요! 일본주 하나 더 주세요."

 점원은 가만히 서있다가 타카가키씨의 주문에 빠르게 움직인다. 저기... 타카가키씨? 저희 밥도 아직 안 먹었는데 뭐라도 먹을래요? 빈속에 술 마시면 속이 엉망진창이 될 텐데요...?

 "프로듀서씨도 참...! 걱정도 많으셔! 괜찮아요!"

 점원은 빠르게 일본주를 대령한다. 타카가키씨는 일본주의 등장과 동시에 나의 잔을 채우고 내게 병을 건네준다. 하아... 나중에 올 때는 밥이라도 먹고 오져. 나는 타카가키씨의 잔을 채웠다.

 "끅! 히히힛! 프로듀사아씨 히히힛!"

 결국 타카가키씨는 만취 상태가 됐다. 타카가키씨...? 이제 집에 가실 시간이에요. 벌써 11시가 넘었다고요? 나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버티는 타카가키씨를 잡아당겼다.

 "아으으 싫어어!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단 말이야...!"

 일단 거기에 계세요. 계산하고 올 테니까... 타카가키씨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여기 5번 테이블 계산해주세요.

 "네... XXXX엔입니다."

 으아니!? 비싸! 이 돈이면 맥주를 훨씬 더 마실 수 있겠어.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점원에게 건네줬다. 이거 참... 빨리 저 사람의 술과 함께하는 생활 패턴을 갈아치우던가 해야겠어... 술을 대체할만한 것을 찾자.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나는 타카가키씨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이미 잠에 들었다. 그래도 주사가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닌 것 같군. 다행이야. 나는 어젯밤에 했던 것처럼 타카가키씨를 업었다. 그녀의 호흡에 술 냄새가 진동한다. 하... 역시 만만하게 봐서 막 마시다가 이런 꼴 난다니까. 나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음... 꽤나 추워졌네. 슬슬 겨울이 오려나...

 "으응... 추워어..."

 타카가키씨는 나의 등에서 꼼지락거렸다. 예에... 금방 갑니다. 금방 가요. 나는 나의 집과 반대 방향인 타카가키씨가 살고 있는 빌라를 향해 걸어갔다.

 무언가가 삐뚤어진 세계 5화 끝.

 

 안녕하세요. YamamotoAkira 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재가 늦어졌는데요. 아예... 노트북 하나를 새로 장만할까 고민 중입니다. 애초에 지금 노트북이 형님꺼라서 제 마음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어서요. 자료받는데에도 좀 조심스러워야되고요. 집 컴퓨터가 고장나서 밤이 되면 빼앗기고요. 그래서... 돈 좀 모은 다음에 사무용 노트북을 하나 살까합니다. 어차피 컴퓨터 게임은 잘 안 하거든요. 인터넷 검색하고 타이핑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저렴한 걸로 살까 생각 중입니다. 어휴....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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