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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pro의 매니저-키타자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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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5, 2017 03:15에 작성됨.

"그럼,시작할게요,매니저씨."
"...그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유리코를 바라보며 나도 또한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가 매니저가 된지 27일째 되는 날.어제와 같은 시끌벅적함 대신
묘한 긴장감이 서려있는 사무실의 소파에 나와 유리코가 마주 앉아 있었다.
유리코는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것 같았다.그리고...
"그럼....사랑을 알아보자 동맹!첫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까까지의 분위기는 왜 만들어냈냐는 태클이 걸려올 정도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밝게 말을 잇는 유리코를 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적당히 같이 박수를 처줬다.
유리코와 친구가 된 날,다시말해 이 '사랑을 알아보자 동맹'의 결성 이후
나와 유리코는 평소에는 일을 하며 짬짬이 사랑에 대한 것들을 조사하거나
생각해와서 서로 한가할때나 정해진 날에 이렇게 회의를 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오늘이 기념할만한 첫 회의날이고,신난 유리코의 장단에 잠시 어울렸다.
유리코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계속해서 미소를 지었다.천진난만한 그 미소에
내 쪽도 어느샌가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먼저 저부터 시작할게요?저는 우선 저답게 책에서의 사랑을 조사해 봤어요."
책에서라,확실히 유리코답다고 할 수 있다.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즉,책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점을 노리고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유리코는 어흠, 헛기침을 한번 한 후 말을 꺼냈다.
"책에서는 사랑을 묘사할때 여러 방법을 쓰더라고요.마치 번개를 맞은것만 같다,
심장이 위아래로 진자운동을 했다, 그 사람을 보자마자 왠지모르게 사랑을 느껴버렸다등
많은 묘사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유리코는 여러가지 묘사들을 나열하면서 설명했다.확실히 내가 읽은 책들에도
여러가지 묘사들이 있었다.사람에 따라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이나 느끼는 점들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네,매니저씨의 생각대로 사랑은 개개인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느끼는 점들이 달라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사랑을 찾기 위해 여러 책들을 봤었죠.그리고,어렴풋하게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아마도지만..."
유리코는 조금 자신이 없는지 말끝을 조금 흐렸다.
"괜찮아,유리코. 너의 느낌은 확실하게 네가 느낀 것이야.그것에는 확실한 가치가 있어."
"매니저씨..."
유리코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그녀가 느낀 사랑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제가 느낀 사랑은,뭐랄까,그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뛰고,동시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떠오르고,다시 가슴이 뛰고...."
유리코는 마치 경험을 되돌아보듯이 가슴에 손을 얹은채 말을 이었다.
조금 상기된 볼과 마찬가지로 조금 지어진 미소가 그녀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사랑이 연상된다라.확실히 그런 묘사도 있었다.
유리코는 여러가지 책의 묘사들 중에서 이것에 강한 느낌을 받은것일까.
나로서는 확 와닫지 않는달까.같은 묘사지만 느끼는 점이 다르다.유리코는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자연스레 생각난 의문을 별 생각없이 입에 담았다.
"유리코는 말이야,혹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에....네헤?!"
유리코는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 벙쪄있다 이내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아니...저는...그,게..."
유리코는 나를 올려다보았고 더욱 더 얼굴을 붉혔다.왜 저러지?
영문을 알 수 없어 나도 빤히 유리코의 얼굴을 처다봤다.
"...우우.정말 예상 그대로의 반응이라 조금 힘이 빠지네요."
유리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어어,뭔가 미안?"
왠지 내가 잘못한거 같아 미리 사과를 하였다.
그러자 유리코도 '정말~어쩔 수 없네요.'라고 하면서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직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을 알았었기에,다시 알았기에,나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다.하지만,그녀들은 그런 나를 배려해주고, 나와 함께해준다.
그것이 너무나도 고맙고, 그녀들과의 소통이 너무나도 즐거워서, 이렇게 가끔씩,
감정이 벅차오를때가 있다.너무 고맙고, 너무 즐거워서.
일상의 한 때의 그 묘한 벅차오름이 너무 좋아서, 다시 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네?뭐라고 하셨나요,매니저씨?"
이런.또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주의해야 하는데,이거.
"...후훗.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시나 보네요.그렇게 웃으시고."
어느샌가 웃고 있었나 보다.의식하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그러는 너도 웃고 있잖아... 아,처음부터 그랬나."
나를 보며 환히 웃는 유리코를 보고 무심코 쓴웃음이 지어졌다.
좋다.이렇게 생각하게 된건 아마 이곳과 이녀석들 덕분일 것이다.
"..니저씨?매니저씨?정말~.뭘 그리 생각하시는 거예요?이제 매니저씨 차례라고요~."
또 멍하니 있었던것 같다.유리코가 입을 삐죽 내밀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아,미안.내 차례구나.나는 사랑을 사전적인 의미에서..."
이렇게 2시간 정도 회의를 한 후 우리는 부족한 점을 검토하고
다음 회의 약속을 잡았다.
'후후,기대되네요,매니저씨!'
유리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해서 보여줬던,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보고 싶은,
그녀만의 매력적인 웃음을 보여주었다.나도 그렇네 라고 답해주었다.

 

 


유리코와의 회의를 끝내고 기분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커피를 들이켰다.
"....슬슬 시간인가."
시계를 확인한 후 커피를 마저 들이키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시작도 안한 일의 끝에 있을 평소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그러면서도 그 만남이 있지 못할 것이라고 반쯤 체념한채로
극장으로 향했다.나의 몇 없는 일과중 하나, 극장 청소의 시간이다.

 

 

 


"...후우~.슬슬 됐나."
반짝반짝 빛이 나게 닦은 무대에서 일어나면서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청소를 시작한 뒤 3시간이 지날 즈음이었다.
자그마한 기대를 품고 천천히 극장의 문으로 향했다.
끼익.여전히 조금 큰소리를 내면서 극장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었다.
내 사무실이 보일 즈음의 부분, 나를 기준으로 직진과 좌회전의 선택지가
나오는 부분이다.물론 내가 왼쪽으로 갈 이유는 별로 없고,평소대로라면
나는 계속 걸어가 내 사무실로 갔을 것이다.
나는 평소대로 계속 앞으로 갔다.그리고 옆 통로에서,
'매니저씨?'
"어라,매니저씨?"
"....아아,시즈카구나.레슨 수고했어."
"아,네...근데 지금 좀 실망하시지 않았나요?"
시즈카는 조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해명을 요청했다.
하하,웃으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안보이네,키타자와.
"......."

 

 


"자, 오렌지 주스야."
"아,네.감사합니다,매니저씨."
별 말씀을.그렇게 대답하며 소파에 앉았다.
늦은 시간까지 자율 연습을 한 시즈카를 사무실에 데려왔다.
조금 지쳐 보이기도 했고, 잠시 쉬었다 보내게 하기로 했다.
시즈카는 예의바르게 내가 준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그렇게 서로 주스와 커피를 마시면서
피곤함을 이겨내고 있었던 도중 시즈카가 돌연히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매니저씨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요?"
"크흡!....."
저번처럼 마시던 커피를 입안에서 내뱉을뻔 했지만 어떻게든 견뎌냈다.
"..?!커흑,커흑.."
그의 대한 대가로 사레가 들려버렸고 시즈카는 그런 내모습을 한숨을 쉬며 바라봤다.
"정말.... 어쩌면 프로듀서보다 믿음직한 사람일줄 알았는데,역시 형제는 형제네요."
"케록....하하,요즘 그런말 많이 듣는것 같다."
"그래서, 누구 기다리신 거에요?"
이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얼버무리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느낀것들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말이다.
"....키타자와를 기다리고 있었어."
"에....시호,말인가요?"
시즈카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이내,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매니저씨는 시호를 그...좋아,하시는 건가요?"
"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이녀석.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른 녀석들과
비슷한 거였나? 이러한 생각들이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시즈카의 저 조금 불안한 표정이
농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조금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다.
"아니, 그건 아니야.내가 키타자와를 좋아하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아...그런가요."
'...확실히 아직 이름이 아닌걸.'
시즈카는 확인하듯이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조금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영문을 알 수 없구만.

 

 


"그러면 왜 시호를 기다리신거죠,매니저씨?"
시즈카는 다시 원래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내가 키타자와를 기다린 이유라...
".....글쎼?"
"네?"
시즈카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얼굴을 지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지금 당장 그녀를 이해시켜줄수 없을것 같다.
왜냐하면, 정말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극장 청소를 할까.
왜 매일 극장 청소 시간이 기다려지는 걸까.
왜 항상 그 갈림길을 지날때 긴장이 되는 걸까.
왜 나는 키타자와를 생각하는 걸까.
음. 역시 잘 모르겠다.
"...매니저씨...그건 혹시...."
"아,맞다.시즈카, 궁금한게 있었는데 말이야.키타자와 요즘 남아서 자율레슨 안해?"
"네?아아.시호,말인가요.그렇네요.요즈음 들어 안하기 시작한거 같아요."
"흐음.그녀석 매일 남아서 마지막에 돌아갔단 말이지.왜 갑자기 안하게 된걸까?"
"으음.글쎄요. .....아!"
시즈카는 잊었던 것이 생각난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그래,시즈카.뭔가,알고 있는거야?"
"아,네에...며칠전에,그러니까 시호가 마지막으로 남아서 자율레슨을 한 날이었어요."

 


'하아,하아,하아.'
'시호,괜찮아?조금 쉬었다가 하지 그래?'
'...시즈카.괜찮아.아직 더 할 수 있어.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
'시호....'
그렇게 시호는 제가 휴식에 들어간 10분동안 계속해서 연습했어요.
'시호,굉장하네.자기가 댄스가 약한걸 알고 그런 약점을 없애기 위해 저렇게나...
나도 지고만 있을 순 없지!'
그런 시호에게 자극 받은 저는 시호가 휴식을 취할때쯤 다시 레슨을 시작했어요.
레슨에 몰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악!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시호?무슨일이야?'
'.......'
'시,시호?'
'...아무것도 아니야.핸드폰을 떨어트렸을 뿐이니까 신경끄고 자기 단련에 집중하도록 해.'
'으윽.시호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 할 필요는....'
시호에게 한 소리 하려던 때,시호의 몸의 작은 떨림을 봤어요.
'시호?시호!괜찮은거야?어,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호들갑은.난 아무렇지도 않아.'
'얘,잠깐!식은땀이 엄청나잖아?감기라도 걸린거 아니야?'
'....그렇네.감기일지도.자기관리도 못하다니 아이돌 실격이네.'
'시호,그런 말하지 말고 오늘은 빨리 돌아가는게 좋을거 같아.'
'....그래,그래야지.응,오늘은 먼저 돌아가도록 할게.그럼 내일 봐.'
'어?어어....내일 봐.몸조리 잘하고.'

 


"....시호의 그런 모습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지만 그 다음날 부터
다시 원래대로의 시호로 돌아와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러고보니,그 날 이후네요.시호가 자율연습을 하지 않게 된게."
"...그렇구나."
"매니저씨?괜찮으세요?뭔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신데..."
"괜찮아,시즈카.자,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금방 어두워질거야."
"아...네.주스 감사했습니다.실례하겠습니다."
시즈카는 조금 불만족스러워 보였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있나본데..."
이번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다녀왔습니다."
소녀는 문을 열면서 아무도 없는 집에 인사를 했다.
남동생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듯, 집안은 침묵 그 자체였다.
소녀는 익숙한듯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가방을 정리하고 레슨으로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했다.
10분정도 후,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거실로 들어선 소녀는,
며칠전부터 달라진 집안 풍경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곳에는 모든 가구,가전제품등 돈이 될만한 것들에 빨간 딱지가 붙혀져 있는 모습이었다.
소녀는 조금더 그 모습을 바라본뒤,식탁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저녁시간에 어울리는 맛있는 저녁상 대신,한 서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 서류의 내용에서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1000만원'이라는 커다란 액수의 돈이,지금 우리 가족의 빚이 되어있다는 사실뿐이었다.
"....후우."
소녀는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괜찮아.조금만 더....
소녀는 그렇게 거실을 떠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그곳에도 곳곳에 붉은색의 딱지가
붙혀져 있었다.소녀는 개의치 않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 갈아 입었다.
"...8시부터 아르바이트지...아직 7시 정도니까 병원에 들를 시간은 있겠네."
소녀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중얼거렸다.
일정을 재확인한 소녀는 지체없이 현관문으로 향했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어머니의 병문안과 아마도 옆에 있을 남동생의 저녁을 챙겨줘야 한다.
서둘러 현관문을 연 소녀는 잠시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시선을 옮겨보았다.
어두운 복도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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