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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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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4, 2016 13:36에 작성됨.

급하게 투입된 호시이. 그녀 본인도 불안해 했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에 관객들도 호응해주고 있다. 격렬한 댄스곡이 2번이나 연속으로 이어져, 멀리서 보아도 엄청나게 힘들어 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
 
프로듀서가 주먹을 불끈 쥔다
 
어쩔 수 없다. 호시이 본인은 팀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반짝반짝 빛나보이겠다고 했지만, 다르게 보면──호시이 미키는 희생양이다
 
류구코마치라는 주인공들이 나오기 전까지, 버텨줄 수 있는 조연. 희생양. 본인은 그런 자각이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거대한 라이브를 주도하고 지지해야할 사람 중 하나이자, 모든 아이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프로듀서의 입장으로선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돌의 프로듀서라는 것도, 참 피곤한 직업이라니까
 
"키사라기. 호시이의 노래가 끝나는 대로, 바로 투입한다. 알겠지?"
 
"후반에 있을...모두의 라이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만약의 경우에는, 모두의 라이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괜히 무리해서, 앞서 잘했던 것을 전부 수포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움찔, 하고 프로듀서의 몸이 흔들린다. 본인도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는 프로듀서다. 책임자다. 그런 무거운 중대사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아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그를 대신해서 내가 말한다. 나는 알바생. 아무리 가까워도, 도움을 준다고 해도, 결국 일반인의 신분이다. 내가 말한다고 해도, 어떻게 될 수 있을 리 없다. 선택지를 제시하고 선택을 강요할 뿐이다
 
프로듀서 못지 않게 잔인한 선택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하도록 등을 떠밀어 버린다. 어쩔 수 없다─그 말 한 마디를 변명으로 삼아서, 구차하게 밀고 나간다
 
"인정사정 볼 것 없어. 지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크게 한 방 터뜨리고 와.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그 후, 최소 15분 정도. 무대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시간을 끌어보도록 하자...그래도 됩니까, 프로듀서?"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끌 수만 있다면......뭐든 해 보는 수 밖에"
 
무대가 끝나고, 밝은 빛이 비치는 쪽에서는 평범하게 걷다가, 어두운 무대 뒤편으로 오자, 비틀거리던 호시이가 프로듀서의 품에 안긴다. 체력 방전. 호시이는 더 이상 크게 뛸 수 없다
 
"미키, 괜찮은거야?!"
 
"...응, 미키. 해냈어!"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무대의 흥분이 남아있는 듯,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프로듀서를 올려다 보며, 말한다
 
"무대, 엄청나게 빛냈어...! 저기, 미키도...빛났어?"
 
"......그래. 엄청 빛났어"
 
"아아...다행이다..."
 
미키는 안심했다는 듯이 눈을 감아버렸다. 무대 도중에 기절해버리는 아이돌의 이야기는 한두 번 들어본 것이 아니다. 이걸로, 확실하게, 단체 라이브는 물건너 갔다. 키사라기는 잘 했다는 듯이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힘내라"
 
무대로 달려나간다. 조명이 푸른 색으로 변하고, 시작부터 고음을 빵빵 터뜨린다
 
아이돌 중에서도 무대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가수들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아이돌들은 여럿 된다고 한다. 재능과 더불어 개인의 노력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아니, 아이돌이나 가수를 건너 뛰어서라도, TV로 방영되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든지 보면, 세상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은 참 많다
 
하지만, 그들 중 성공하는 건 소수 뿐.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니까. 노래든, 댄스든, 감성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소름이 돋게 만들어버리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키사라기도 똑같다. 노래를 부르는 동기나 이유라든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들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집념만이 있다. 그런데도, 뭔지 모를 한(恨)이, 애절한 노래와 합쳐져 심금을 울린다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한두 가지는 있다. 굳이 파헤쳐 볼 필요는 없다. 키사라기 본인이 그걸로 만족하고, 그것으로 충분하고, 모두가 인정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이상 파고드는 행위는, 그녀의 마음 속을 흙 묻은 신발로 밟고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 이후로도, 차례차례, 다른 아이돌이 투입되었다
 
무리를 강요했다. 모두가 라이브를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인질로 삼아서
 
"프로듀서...책임자, 라는 자리는...정말로 무거운 거네요"
 
"아아...그렇네...히키가야 군은, 용케도 그런 말들을 할 수 있구나"
 
"......뭐, 저는 '외부인' 같은 거니까요"
 
이번 일을 끝으로, 나는 765 프로에서 나간다. 눈에 밟히는 건 있다. 솔직히 한 번 정을 줘버리면, 그걸 끊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이것들 전부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끊어내야 한다
 
판단이 늦을수록 피를 보는 건 나 뿐만이 아니다. 아이돌들도, 관련된 사람들도 전부 피해를 본다. 한 사람을 잘라내는 것으로, 모두가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저 아이들은 모두 빛나고 있어. 거기에, 히키가야의 덕분인 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이 말을 해버렸다간, 결국 벗어나지 못 할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나버렸다.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배려에 작게나마 감사를 표한다
 
*
 
탁탁탁탁. 다급하게 통로를 달려오는 발소리. 류구코마치다
 
"라이브는, 라이브는 어떻게 됬어?!"
 
나는 말 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챈 걸까. 미나세 이오리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짝! 하고 지나치는 하이파이브. 바톤 터치다
 
"막판, 화려하게 불태우고 와라"
 
"물론이야. 맡겨만 둬"
 
765 프로는 시간을 끄는데 성공했다. 류구코마치까지 바톤이 넘어가는데에 성공했다. 그걸로 라이브는 끝난다. 남은 이들로 어떻게든 해내갈 것이다
 
"응. 코마치. 나야. 이제 그만 돌아가려고"
 
코마치에게 전화를 했다. 문득, 코마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응. 이제 끝이야...이 이상은 위험하니까. 그도 그럴게, 걔들은 아이돌이고, 나는 일반인이잖아? 신상 털리면, 중학교 시절처럼은 안 끝난다고...그래. 알고 있어. 납득할 수...있어"
 
──오빠는, 그걸로 만족할 수 있어?
 
나지막하게, 코마치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머릿 속을 맴돈다. 전화를 끊는다
 
"만족할 수...있을리가 없잖아...!"
 
입술을 앙다물며, 신음이 흘러나오는 걸 참아낸다. 여기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 건물 밖을 나가서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이 답답한 마음을 풀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힛키. 765 프로에서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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