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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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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9, 2015 17:16에 작성됨.

"──그래서, 백댄서들로 그 세 명을 선택했어"

 

죠가사키 미카는 신이난 듯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세 명이란 최근에 보았던 그 신입들. 그러니까 시마무라, 시부야 그리고 혼다로 이루어진 3인조를 말하는 것이다

 

"아직 데뷔도 안 해 본 소녀들에게 네가 뛰는 곳처럼 화려한 무대는 너무 압박감이 크지 않겠냐?"

 

죠가사카 미카의 라이브 무대에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그저 인터넷 영상에서 보이는 것만 보았지만, 그것만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인기 있고 유명한 아이돌인지 알 수 있다

 

깜깜한 무대에서 흔들리는 사인라이트들의 물결. 장관이다. 압도적이다. 실제로 무대 위에 서서 본다면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모두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박감이 큰 무대다

 

"뭐, 실수할 수도 있겠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전에서도 연습에서 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는게 쉬운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어차피 그런 것 다 감수하고 선택한 애들인걸? 난 부담 가지지 않아"

 

"그 아이들이 부담을 가지겠지. 네 무대를 망쳤다고, 데뷔를 하기도 전에 죠가사키 미카의 팬들에게 찍힐 수도 있고, 그게 계속 마음에 남아 데뷔할 때도 혹은 데뷔한 뒤에도 실수하거나 압박감을 느껴 큰 사고를 칠 수도 있어"

 

이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갓 들어온 신입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선배의 부탁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고, 오히려 빨리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로 덥썩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괴리감의 앞에서 그녀들은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을까

 

죠가사키도 내가 생각하는 것을 잘 아는지, 날 납득시키려는 듯 말했다

 

"히키가야. 난 아이돌이 되고 나서 갸루 컨셉으로 나선게 아니야. 갸루였는데 아이돌이 된 거지. 그런 나의 아이돌 데뷔 과정이 순탄했을 거라고 생각해? 지루하고 힘든 레슨, 실제로 마주하니 긴장한 탓에 쓰러져 무대에 오르지 못 할 뻔하기도 했지. 그래도, 억지로 일어서, 리프트를 타고 무대 위로 떠올랐을 때, 뭘 봤다고 생각해?"

 

그녀의 데뷔는 깜짝 데뷔였다고 한다. 선배 아이돌들의 무대가 막 끝나고 나서 진행된 일. 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냥 새로운 아이돌이 나온다고 하니 이전에 했던 대로 사인라이트를 흔들었을 것이다

 

"그때 본 사인라이트의 물결을...나는 평생 잊지 못 할 거야. 그게 비록 나의 팬들이 했던 건 아니었지만...그때, 그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생각했어──언젠가는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에 내 팬들을 채워, 사인라이트를 흔들게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 그런 걸 인간승리라고 칭하는 거겠지

 

"어차피 늦든, 빠르든 그 아이들은 무대에 오를 거야. 어떤 아이돌이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누구나 무대에 오를 때는, 언제나 긴장을 해.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내 팬들에게, 그리고 무대를 준비해주는 스태프, 회사, 그리고 프로듀서를 비롯한 관리자들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등 이런 고민이 끝이 없지"

 

익숙해진다는 것. 그건 단순히 적응할 뿐이다. 완전히 똑같아지는 동화(同化)와는 다르다

 

죠가사키도 항상 긴장감을 품고 무대에 오르겠지

 

"그래도 기왕할 거면 자매가 함께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좋지 않겠어? 자매가 함께 노래하고 춤춘다고 하면 네 동생도 꽤나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텐데?"

 

"내 동생은 안 돼.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인걸. 너무 어린나이부터 큰 무대에 세우면 분명 사고가 일어날 거야. 나도 고등학생 때 데뷔했다구? 리카는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하는 편이 좋아. 그리고 똑같은 아이돌의 눈으로 볼 때, 단순히 재능으로만 보면 우리 동생보단 걔들이 더 낫거든. 한 명은...약간 좀 부실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나와 다른 아이돌. 그것도 1년 째 활동을 한 아이돌인만큼 관점도 나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게, 그녀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뭐라고 할까, 딱 그 셋이서 묶는게 좋아 보인달까? 마치 한 사람을 세 명으로 갈라놓은 것 같달까...어쨌든 그런 애들이야.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운다고 봐. 분명 셋을 뭉쳐 유닛으로 띄우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걸?"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이야"

 

그녀와 달리 나는 접점도 많지 않고, 그저 단편적으로 본 것이지만, 시부야와 시마무라가 가장 친한 듯 했다. 다만, 둘 모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거기서 혼다가 제일 앞장 서 이끌어가는 것이다

 

다만, 내 경험에 의거해서 보았기 때문인지, 약간의 위화감도 있었다

 

가장 친해보이는 시부야와 시마무라의 사이에, 그들은 자각하지 못한 듯, 균열이 있다. 아니, 시야가 어긋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있는데, 정작 비춰지는 건 '진짜 모습'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아니...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본다. 그렇기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그 녀석을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 녀석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는 것처럼...아, 갑자기 옛날 생각난다. 눈물 나올 듯한 과거가

 

분명 아직은 자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원래 이런 건 본인이 깨닫기 힘든 법이다. 그들이 그 괴리감을 깨달았을 때,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제대로 마주볼 수 있을까. 아니면, 거기서 더 이어가지 못 하고 깨져버릴까

 

"....."

 

"히키가야, 왜 그래?"

 

"아니...그냥, 조금 기대되는게 생겼다, 라고 할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과거의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하고 후회할까? 아니면 서로의 틀린 점을 인정하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친구관계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앞길을 걸어간 인생의 선배로서, 먼저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선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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