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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추풍

댓글: 6 / 조회: 728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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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9, 2016 10:57에 작성됨.


"본궁도 오랜만인걸..."


어느덧 여름의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계절, 우뚝 서 있는 백색의 왕궁을 보며 갈색 파인애플머리의의 여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고는 끝냈고, 하루카라도 보러 갈까?"


그리고 여성은 본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뒤에서 들려온 소리만 아니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목적하는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서 들려온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엄마─ 어디있어요─?"

 

 

 

 

 

 

 

 

 

 


"엄마가 없어져서 찾고 있다고?"
"네."


눈 앞에서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그녀─ 리츠코는 조금 놀란 눈동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놀란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앞에 있는 아이는 그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익인. 그것도, 푸른 날개를 가진 익인이었다. 그런 아이가 왕궁에서 엄마를 찾고 있다니. 왕궁에서 익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네 엄마는... 성에 있는 사람이니?"
"네! 여기에 살아요."


조금 난처하게 미소지으며 그렇게 묻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리츠코는 이 아이가 대체 어떤 아이인지 더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자기가 북방에서 근무한 2년여의 시간동안 왕궁은 얼마나 바뀐 걸까.
아이는 그렇게 크진 않았다. 어른의 손꿈치에서 팔뚝까지의 길이의 절반 정도. 손뼘으로 치자면 한뼘 반이 약간 모자른 정도였다. 하지만 말은 똑똑히 하고 있고, 꽤 건강해보인다. 불행의 상징인 '이색'의 익인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고 들었는데, 이 아이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으음... 이걸 어쩌지."
"웅?"


하여간, 이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지 않으면 안될텐데.
그 생각에 난처해하는 리츠코를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어머니의 정체에 대해 리츠코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머니가 성에서 산다고 했다. 아마 성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거겠지. 익인이 마족의 성에서 일한다. 그것도 이색의 익인.
─푸른 날개의 익인을 낳고, 아이를 버리라고 지시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익인의 어머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부족을 나왔고, 그런 여성을 하루카가 받아주었다?


"......"


이건 말이 되는 것 같다.
하루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 원래 상냥한 아이다. 사람들을 이것저것 도와주길 좋아하니까, 틀림없이 그런 사정이라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여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리츠코는 성에서 일하는 익인 여성이라고 단정짓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성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알고 있을 사람이 있다.


"그래, 그럼 네 어머니가 어디있는지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러 가볼까?"
"에, 도와주는 건가요?"
"뭐, 그냥 지나칠 순 없으니까..."
"아─ 에, 고맙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엄마가 이렇게 인사하랬어요."
"아, 아하하... 그래, 좋은 어머니구나. 그럼 한 번 가보자."


조금 난처하다고 느꼈지만 부드럽게 웃는 리츠코에게 익인 아이는 호감을 느꼈는지 환하게 웃고선 자연스럽게 날아올라 그 어깨 위에 걸터앉았다.

 

 

 

 

 

 

 

 


똑똑, 두 번 울리는 가벼운 노크에 방의 주인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크에 이어지는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 조용함에 방 구석에 앉아서 책을 둘러보던 손님도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느낀 방의 주인은 입을 열었다.


"열려있어, 들어와."


당연하다는 듯한 하대. 그 말에 방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 온 사람에 방주인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례, 마코토..."
"삼촌─"


하지만, 곧 그 표정은 방문객의 어깨에 앉아있던 익숙한 아이에 의해 팍 찌푸려진다. 에, 하고 어깨를 돌아보며 방문객이 놀라기도 전에 뒤에 앉아있던 선객은 고개를 돌렸고, 주인은 걸어가서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딱, 하고 울리는 소리에 방문객─ 리츠코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아얏!!!"
"삼촌이 아니라고 했을텐데, 치하야. 적어도 이모라고 부르라고! 일부러 그러는거야?"
"아, 아우우... 자, 잘못했어요오..."
"타카네. 자꾸 웃으면 너부터 날려버린다?"
"....실례."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는 경고에, 뒤에 있던 선객─ 타카네라고 불리는 듯한 여자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리츠코가 타카네를 보고 놀랐다. 마코토의 방에 인간이 앉아있는 풍경 따위, 그녀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하여간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리츠코?"
"아, 아아. 오랜만이야, 마코토. 성으로 복귀했다고 인사도 할 겸, 이 아이... 치하야가 엄마를 잃어 버렸다길래... 혹시 아나 해서."


타카네에게 향해져 있는 리츠코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묻는 마코토에게 리츠코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마코토가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여전히 리츠코의 어깨에 앉아있는 치하야를 돌아보고 한 말은 리츠코의 지식 범위론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루카가 또 어디로 갔어, 치하야?"
"몰라요─ 마미 이모가 엄마 찾아오래서, 갔더니 없었어."
"방에 없었던 거야?"
"네, 방에도 없었구, 정원에도 없었어요. 도서관에도 없었구."


태연하게 이루어지는 대화를 리츠코는 멍하니 들으며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겨우 그 대화의 주체가 누구인지 추측해내고, 자신의 추측을 믿을 수 없어진 리츠코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저, 마코토. 잠시..."
"왜 그래?"
"아니, 치하야의 '엄마'라는 사람이..."


그 질문에 마코토는 리츠코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


"뭐야, 치하야에게 안 들었어? 하루카야."
"난 얘기했어요, 이 성에 산다고!"
"...'이 성에 사는 사람'중 '하루카'가 '어머니'일 줄은..."


이미 속으로 너무 놀라서 놀랄 기운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츠코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태연했다는 것도 있다. 아, 자신이 북방에서 근무하느라 없던 2년 동안 대체 본궁은 얼마나 바뀐걸까.


"하루카 자리에 없으면 나도 귀찮으니... 치하야."
"네?"
"레이카가 어디있는지는 알지?"
"응, 알아요."
"좋아. 가서 레이카에게 본궁 전역에 WAS-A-NBON을 뿌려서라도 하루카를 찾아내라고 전해."
"응! 다녀올게요."


그런 생각에 심란해진 리츠코의 심경 변화나 표정 변화는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는 마코토였다. 그리고 마코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치하야는 리츠코의 어깨에서 휙, 하니 날아올라 마코토의 방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리츠코는 어쩐지 기운이 빠지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 해달라고 해도 안 해줄거지?"
"...설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잘 알겠지만, 이미 몇 번이고 설명한 이유라 좀 귀찮아. 나중에 마미한테 들어."

 

 

 

 

 

 

 

 


"뭐? 나참, 마코찡도 무책임하다니까. 아무 설명도 안해줬다고?"
"하루카에게 들으려고 해도, 하루카는 서류 받고 마코토에게 끌려가 버렸으니..."


의무부의 휴게실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 리츠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막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마미는 리츠코의 앞에 차를 내려놓았다. 고마워, 라는 리츠코의 대답에 미소로 돌려준 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털썩,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정말~ 치햐가 온 뒤로 여기저기 바쁘다니깐~"
"그러니까, 익인이 왜 여기에 있는거지?"
"하루룽이 주워왔엉."
"주워...와?"


<이색>을?
그런 생각에 되묻자, 리츠코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마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선 대답했다.


"하루룽이야 뭐, 아무래도 정이 많고... 그런 이로치가이~한 익인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 알지도 못했다니까. 마코찡 말로는 푸른 알로 태어나서 버려진 익인이었대. 그런데, 용케 혼자 깨어나서... 그 때 마코찡 몰래 숲으로 나갔던 하루룽을 처음 보고 엄마인 줄 알고 쫓아왔다나봐."
"하아... 하루카 성격이라면, 다음은 정해져 있겠구나."
"갓난 익인은 약하니까 혼자선 절~대 살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선 꼭 자기가 돌보겠다면서 데려왔대. 치하야라는 이름도 그 때 지어줬고. 지금은 마코찡에게 교육받으면서 하루룽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어. 뭐~ 마미도 치햐는 귀여우니까 좋은데. 마코찡도 말은 안 해도 치햐를 꽤 마음에 들어하고."
"그 마코토가 말이지? 뭐랄까, 아까 보니 방에 인간도 있었고."
"아~ 마코찡의 옛친구라던뎅?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옛 친구라. 하기사,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묘한 구석이 닮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떠올리며, 리츠코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가 내뱉었다.


"뭔가... 많이 바뀌었구나, 본궁."
"그치? 뭔가 좀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할까 뭐랄까~"


그렇게 대답하며 마미가 웃는 순간, 위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창 밖으로 쏟아져내리는 먼지와, 그에 이어지는 커다란 목소리에 마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방금 말 취소할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궁."
"뭐, 당연히 이렇게 되는 거겠지."
"자, 잘못했어, 제발 부탁이니까! 하루카씨가 뭘 잘못했는진 몰라도 일단은 잘못했어요!!"
"치하야의 마법 시험일 뿐이라고 했지!! 치하야, 넌 회복주문이라니까 왜 대뜸 공격으로 가는거냐!!"
"아야!!"
"치, 치하야쨩, 그렇게 내가 미웠던거야?!!"
"아냐, 아냐! 실수야! 엄마 안 미워해!!"


─마계는 참 평화롭구나.
비록 이색의 익인이 궁에서 자라고 있고, 그 익인이 마법을 쓰지 않나, 그것도 조절을 실패해서 벽을 날려 버리거나, 시험단계인 마법을 왕에게 시범시행하는 재상이 있어도 말이지. 리츠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찻잔을 기울였다.


지금 그녀의 최대 고민거리는, 이제 여기서 어떻게 적응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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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올라오는 격차가 길어진다는 건

'질림'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단 뜻일까요. 으허헛.

WAS-A-NBON은 뭐 굳이 찍자면 판넬인가 비트인가 하는 그런 종류의 마법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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