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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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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9, 2014 22:06에 작성됨.




"덥다."

그말 그대로.

지금은 한창 더운 한여름이다.

거기에 뉴스에선 유래없는 혹서기라며 야외활동시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를 한다.

그 더위는 지금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

점심이 지나고 잠깐 숨돌리는 시간에 포장마차 밖으로 나와 더운 숨을 몰아쉰다.

한낮이라기엔 늦은 시간이지만 열기는 가시지않고 한층 더 몸을 무겁게 한다.

더욱이 포장마차라는 폐쇄된 공간의 특성상 내부에 나름의 냉방시설을 마련했음에도 더위를 참기 힘들다.

매번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여간 지치는게 아니다.

"이럴땐 역시 피서인데 말이지."

캠핑카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입에 물면서 중얼거린다.

버티다버티다 힘들어 요즘은 캠핑카에 에어컨을 잔뜩 틀어놓고 쉬는 시간마다 찬바람을 쐬고 있다.

그래도 이런 잠깐잠깐의 휴식보단 날을 잡아 제대로 쉬어주는게 더위를 나는대엔 좋을텐데.

하기야 며칠 쉬는건 딱히 문제될것 없으니 시간이야 내려면 언제든지 낼 수 있지만…….

혼자라도 어디 산속으로 휙 갔다와버릴까 라고 생각하면서 쇼파에 널부러져 잠시나마 기분좋은 시원함을 만끽하는데 캠핑카 문에서부터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포장마차 입구에 안에 없으면 이곳으로 와달라고 붙혀뒀으니 그걸보고 손님이라도 찾아온걸까 하며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오, 어서오세요 아카바네 씨. 그리고 미키."

"안녕하세요."

"안녕인거야 점주 오빠."

프로젝트 페어리의 호시이 미키와 프로듀서 아카바네 레이, 두명이 밝은 얼굴로 인사해온다.

"이 시간에 어쩐일이세요. 혹시 식사를?"

"네, 일이 늦다보니 그렇게 됬네요. 혹시 지금이라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런데…."

방금전까지 더위에 지쳐 도망쳐나온 포장마차 안을 쳐다보다 말끝을 흐린다.

"괜찮다면 이 안에서 식사하시지 않겠습니까? 포장마차 안 보단 이 안이 더 시원할것 같아서요."

"찬성인거야! 사실 잠깐 밖에 나왔는데도 더워서 못참겠는거야."

미키가 손부채질을 하며 한껏 덥다는걸 어필한다.

그럴만도 한 날씨이니 나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카바네 씨의 의견을 묻는다.

"저도 좋아요. 오히려 그래주시면 고맙죠."

"그럼 이 안에서 기다려주세요. 금방 준비해 올테니."

둘을 안으로 불러들여 자리를 알려주곤 난 요리 준비를 위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통풍구 역할을 하는 창문도 있고 안에선 선풍기가 쉼없이 돌고 있지만 애초에 바깥 공기 부터가 더운데다 안에선 요리하는데 필요한 열기가 피어오르니 역시나 안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나를 반긴다.

손님들도 힘들것 같고 아무래도 더위가 가실때 까지는 쉬는것도 고려해 봐야겠는걸.

한층 더 피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검토해보며 요리를 준비한다.

오늘의 메뉴는 히야시츄카.

면을 삶아 그 위에 계란, 챠슈, 오이, 토마토 등의 고명을 얹고 간장 소스를 뿌려 한쪽 구석에 겨자를 놓아 취향대로 먹을 수 있도록 담아내면 완성.

여름이 아니면 먹기 힘든 음식이니 내 포장마차에도 최근엔 꽤나 자주 나오는 메뉴다.

안주로도 제법 좋은 요리라 무더운 여름 밤, 고명을 안주삼아 차갑게 식혀둔 맥주 한잔을 마시고 면을 후루룩 먹은 뒤 시원한 국물을 들이키면 절로 기쁨의 탄식이 나온다.

점심시간이 되기전 미리 간단한 식사를 해두긴 했지만 대충 소화도 됬고 나도 괜히 먹고 싶어진 탓에 세 그릇의 히야시츄카를 준비해 캠핑카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니 구경하는건지 여기저기 방방 뛰며 돌아다니는 미키와 그런 미키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아카바네 씨가 눈에 들어온다.

"식사왔어요."

"아앗! 저, 점주 씨 죄송해요! 미키가 말을 통 안들어서. 미키! 어서 내려와!"

"그치만 신기한거야! 겉으로 볼땐 그냥 화물차 같았는데 안은 호텔같은거야!"

"제법 쓸만하지? 그래도 조심안하면 떨어져서 다칠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둘러봐. 그전에 식사부터 하고."

아마 미키는 안에 앉아있다가 보통은 구경하기 힘든 커다란 캠핑카 내부의 모습에 매료돼 여기저기 왔다갔다 거린 모양이고 아카바네 씨는 어쨌던 내 개인공간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들쑤시고 다니는게 나에게 폐가 될까봐 말리려다 그러지 못한 모양이다.

뭐, 미키의 반응이 이해못할것도 아니고 남에게 들키면 곤란한게 숨겨진것도 아니니 겨우 그런걸로 기분상할것도 없기에 괜찮다며 아카바네 씨를 안심시켰지만.

주방처럼 마련된 장소 앞에 있는 식탁에 요리를 올려두고 둘을 부르자 이내 와서 앉곤 요리를 확인한다.

"히야시츄카네요."

"여름이니까요. 요즘들어선 꽤나 자주 만들곤 합니다."

"맛있겠는거야!"

미키가 얼릉 젓가락을 들어 위에 놓인 고명을 집어 먹는다.

차슈 한점에 아삭거리는 오이와 부드러운 계란, 그리고 상큼한 토마토.

짭쪼름 하면서도 달콤새콤한 소스와 어우러져 시원한 맛이 일품.

먹는 순간만큼은 여름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고 여겨질만큼 훌륭하다.

"안그래?"

"응응!"

나도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으며 묻자 미키가 입 안에 잔뜩 음식을 넣곤 고개를 끄덕인다.

먹는사람이 기뻐해주는 모습은 언제봐도 즐겁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잖아요. 점주 씨 요리는 정말 맛있는걸요."

"민망하네요."

아카바네 씨의 그 휘어짐 없는 곧은 칭찬에 괜히 머쓱해져버린다.

이후론 별 대화없이 서로 식사에만 열중한다.

무서울정도로 먹는것에 집중하던 미키는 결국 면 가닥 하나 남기지 않고 접시를 싹 비운 이후에야 나에게 디저트를 받곤 한숨 돌린다.

참고로 디저트는 간단한 샤베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걸 꺼낸것이지만 이 또한 둘에겐 호평이라 만족이다.

"오늘 하루 피로가 가시는것 같은거야."

"아직 일이 남은것 잊지마."

"윽, 그러고보니 그런거야."

미키가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쇼파에 엎드려선 샤베트를 먹다가 이내 표정을 우울하게 바꾼다.

"바쁜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너무한거야. 조금은 쉬고 싶을지도."

"으음……그러고보면 전부 요즘 너무 일에 치여 바쁘게 돌아가긴 하지."

미키가 투정하고 아카바네 씨가 고민한다.

어찌보면 인기가 많다는 증거일테니 배부룬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인이상 기계처럼 일만하면서 살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서 아카바네 씨가 빙긋 웃으며 미키에게 말한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우리 사무소 아이돌들의 잡지 촬영과 더불어 휴가 일정을 잡아놨어. 촬영이 있으니 휴가지에서도 어느정도 일은 해야하지만 그래도 놀 시간은 충분히 있을꺼야."

"엣, 정말? 레이 언니 최고인거야!"

미키가 벌떡 일어나 아카바네 씨에게 안겨든다.

후후 웃으며 미키를 쓰다듬는 아카바네 씨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예전일이 떠올라 나도모르게 웃고만다.

전엔 그렇게 싸우더니 이제는 서로 죽고못사는 사이가 되었구나.

그러다 한가지 궁금한것이 생겨 질문을 한다.

"그나저나 사무소 아이돌들의 촬영이라는건 미키 하나만 가는건 아니라는 건가요."

"네. 정확히는 저희 사무소 사람 전원이 가는거에요. 아이돌 열두 명과 직원 세명까지
포함해서."

그야말로 회사 야유회로구만.

다만 그만한 대인원이 이동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한점이 많을것 같기도 하다.

"그렇긴 하죠. 사람만 가는것도 아니고 짐도 챙겨야할테니."

아카바네 씨가 작게 한숨쉰다.

수월하게 움직이려면 버스라도 하나 대여해야할테지만 그것도 돈이 제법 들어가니.

그래도 그정도는 요즘 상황이 괜찮은 사무소 사정상 어렵지 않다며 다시 웃는 아카바네 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물끄러미 날 쳐다보는 미키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왜그러냐."

"그러고보면 점주 오빠는 여름에 따로 휴가같은건 안가는거야?"

"어어~ 글쎄다. 사실 생각은 있는데 말이지. 조만간 가려고도 했었고."

"그럼 잘된거야! 우리랑 같이가면 어때?"

"음? 너희랑?"

미키가 손뼉치며 말하는것에 내가 반문하자 미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점주오빠라면 같이 간다고 해도 다들 싫어하지 않는거야. 그리고 이 캠핑카라면 다같이 가는데도 문제없는거야!"

"미키! 점주 씨가 누구랑 같이 휴가를 가는건지도 모르고 시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말하면 어떡해."

"아뇨 딱히 같이 갈사람이 있는건 아니어서 그냥 혼자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던건데 저야 좋습니다. 시간도 언제든지 제가 쉬고싶을때 쉬면 되니 문제없구요."

오히려 나로선 고마운 제안이다.

아무렴 홀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다같이 떠들썩한 여행도 그만한 즐거움이 있으니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기꺼워할 따름이니.

아카바네 씨는 송구해 하면서도 어딘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와 시간을 맞춰본다.

아무래도 나보단 사무소 쪽이 시간이 정해져 있을테니 그것에 맞추는걸로 하고 어디로 가는지에 물어본다.

"바다에요. 역시 여름의 촬영이라고 하면 그쪽이니까요."

"아…바다 입니까…?"

"응? 혹시 문제 있으신가요?"

"아뇨, 괜찮습니다."

난 잠깐 질색하다 이내 신색을 가다듬는다.

하기야 여름이니까 이정도는 예상하지 못할것도 없다.

하지만 바다란말이지…….

마음에 걸리는것이 하나 있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킨채 돌아가는 둘을 마중한다.

뭐 이렇게 된거 걱정하고 있어봐야 의미없으니 다시 장사준비나 할까.

그래놓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다 더운 기운에 신음을 삼킨다.

휴가고 뭐고 살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장사는 당분간 쉬어야겠네.



며칠이 지난 날의 아침.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태양은 뜨겁게도 내리쬐고 있다.

집 밖으로 나서며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가려본다.

이른시간 이라지만 평소 장사하던 일상이라면 이처럼 해가 높이 뜨기 전에 밖을 나섰을테지만 오늘은 그 평소와 다른 일상의 시작이다.

"휴가란 말이지."

혼잣말로 괜시리 설레는 마음을 추스려본다.

지난번 아카바네 씨와 미키가 왔을때 약속했던 휴가의 출발이 바로 오늘이다.

총 2박 3일의 일정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게 된다.

"그래 바다."

다시금 상기된 휴가장소에 대해 한번 씁쓸히 웃곤 차에 올라탄다.

이동은 내 캠핑카로 하기로 정했다.

사람이 십수명에 달한다지만 그만한 사람을 전부 수용할만큼 내 캠핑카가 크기도 하고 숙박은 따로 시설을 잡아놨다고 하니 사람들과 짐만 옮기는 역할만 하면 된다.

다만 내부에 대해 미키가 어떻게 떠들었는지는 몰라도 다들 기대가 만발이라나 뭐라나.

이제 곧 직접 보게 될테니 어찌됬든 상관없지만서도.

얼마간 차를 몰아 사무소 앞에 도착한다.

항상 볼때마다 느끼는거긴 하지만 그 인기 아이돌들이 소속된 사무소라기엔 지나치게 초라해보인다.

안그래도 작은 건물에 차량 치고는 큰축에 속하는 내 캠핑카가 옆에 있으니 더욱 작아보인다.

사용하는 본인들이 상관없다니 뭐라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저 창문에 붙은 테이프는 떼는게 어떨까 싶은데.

그리 생각하며 차에서 내리는데 요란한 등장에 다들 알아챈건지 건물안에서 시끌벅적 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응훗훗~! 드디어 출발이라구요~?"

"너희들 휴가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일도 같이 해야한다는거 명심해."

"릿짱도 참~! 그런건 그때가서 신경쓰면 된다궁~?"

"그래그래, 이제 여행을 출발하려는데 딱딱한 일 이야기는 조금 미뤄두자고 리츠코."

"역시 레이 언니 인거야. 리츠코도 조금은 레이언니 처럼 부드러워졌으면 하는거야."

"리츠코 씨! 라고 부르라고 했을텐데."

거기 쯤에서 뾰루퉁해진 미키를 선두로 하나 둘씩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좁은 출입구에서 하나둘씩 나오는걸 보니 꼭 개미집을 연상케 한다.

개미치곤 다들 현란하고 귀여운 외형들이긴 하다만.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점주 씨!"

"아, 안녕하세요 오빠아…."

먼저 인사를 건네자 마코토와 유키호가 맞인사를 건넨다.

"어서오세요 점주 씨. 이번에 같이 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뇨 저도 초대해주셔서 감사한걸요. 안그랬으면 혼자 떠났을텐데 이렇게 불러주시니 오히려 괜히 제가 폐가 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폐라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모두 기뻐한걸요?"

라며 웃는 오토나시 씨의 말에 그 뒤를 보자 내 시선을 눈치챈 히비키가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히비키를 보자니 갑자기 애완동물들에게 생각이 닿았다.

"제대로 3일치의 밥을 만들어 뒀으니 괜찮다구. 전부 똑똑한 아이들이니까 잠깐동안은 문제 없어."

라는데 뭐 어쩌겠어.

그럼 얼추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슬슬 출발해야 겠다.

"짐들은 지금 그게 전부입니까?"

"네. 일에 필요한 짐들은 전부 기획사에서 운반해주기로 했고 개인적으로 쓸 용품 외에는 특별히 필요한게 없어서요. 그리고 식재료는……."

"그건 제가 제대로 챙겼으니 걱정마시길."

"그치만 역시 죄송하네요 그런것 까지 신경쓰이시게 만들다니."

"아뇨 좋아서 하는걸요. 그리고 이왕이면 음식만큼은 제가 만드는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요."

"그건 그렇다구요 프로듀서. 우우~ 요리도 그렇지만 과자는 그 뒤로도 여러번 도전했지만 한번도 이기지 못하다니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구요."

아마미가 부르르 떨며 분함을 표출한다.

예전에 한번 과자로 서로 대결을 한 이후 그 뒤로도 몇번 포장마차에 찾아올때 마다 과자를 들고와 평가를 부탁한 아마미에게 전력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같은 종류의 과자를 만들어 줬었지.

그 과자를 맛본 아마미는 또 분하다는듯 돌아가 매번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오고 난 또 그걸 넘어서는걸 만들어주고 뭐 이러다보니 알게모르게 아마미의 과자만드는 솜씨가 늘어나버렸다.

처음엔 이게 뭐하는짓인가 싶었는데 몇번 하다보니 나도 은근히 재밌어지는 바람에 어떻게 보면 일종의 수련 비슷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내 캠핑카에는 과자만들때 필요한건 전부 있으니까 얼마든지 써도 좋아."

"앗! 정말이죠? 이번에야말로 점주 씨가 아무말 못하는 과자를 만들고 말테니까요!"

"하루카 조금은 자중해."

불타오르는 아마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키사라기 양이 넌지시 제지를 해온다.

그 모양새가 어쩐지 어디 한군데가 불편해 보인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키사라기 양?"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며 눈에 띄게 당황하는 키사라기 양은 어째서인지 저쪽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죠우 씨와 미우라 씨를 한번 흘겨보더니 큿! 하고 신음한다.

……뭐 그렇다치고.

"그럼 이제 출발하죠. 다들 타세요. 짐은 안에 가지고 들어가셔서 적당히 정리하시면 됩니다."

힘차게 대답한 모두는 하나 둘씩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미키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차량 내부와는 다른 캠핑카의 내부에 놀라한다.

"참으로 신기하옵니다. 차량의 내부가 마치 집안과도 같으니."

"어머머~."

평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힘든 시죠우 씨나 미우라 씨도 제법 놀란 눈치다.

아니나다를까 평소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아미와 마미 같은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바쁘다.

"둘러보는것도 좋지만 이동중에는 너무 심하게 놀면 잘못하다가 다치니까 조심해. 그리고 냉장고 안에는 이것저것 간식거리도 있으니까 먹고싶으면 먹어도 좋고. 아, 야요이 네가 앉은 자리 옆 찬장에 과자도 있으니 꺼내서 다같이 먹어."

"이건가요? 헤헤 엄청 맛있어보여요. 자 이오리도 여기."

"뭐야, 보아하니 저녀석이 만든것 같은데. ……뭐 하나정도라면 못먹어줄것도 없지."

"그런말 하는것치곤 누구보다 빠르게 집어드는거야 마빡이."

"키잇! 누가 마빡이야! 그리고 준비해준걸 하나정도는 먹어주는게 예의니까 그런거지 딱히 먹고 싶어서 먹은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왜 거기서 나를 보며 화를내는거냐 넌."

어찌됐든! 이라며 새침하는 이오리를 보며 피식 웃곤 운전석에 올라탄다.

확실히 이 인원으로 여행을 가면 한시라도 조용할일은 없겠네.

운전대를 잡는 손이 평소 장사하던 때와는 달리 묘하게 힘이 실리는걸 느끼며 기분좋게 엑셀을 밟는다.



"바다다!"

"프로듀서! 바다에요 바다!"

"그러게 바다네."

눈이 부시도록 밝은 태양.
­
햇빛에 달구어져 발이 뜨거울 정도의 모래사장.

그 끝에 이어진 보는것만으로도 몸이 시려지는 파란 바다와 수평선에 맞닿은 연푸른 하늘.

"엄청 좋은데요 여기. 어떻게 이런곳을 빌린겁니까?"

"저희가 빌린건 아니지만요."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자 아카바네 씨가 나처럼 들뜬 기색으로 대답해준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 외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해수욕장이 아니라 사유지이기 때문이란다.

잡지 촬영사에서 연이 닿은 사람이 이곳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였기에 이번 촬영동안 숙박할 별장까지 포함해 빌릴수 있었고 덕분에 이렇게 훌륭한 휴양지가 적어도 3일 동안은 우리것이나 다름없다.

"정말 이제는 어디가도 꿀리지 않는 유명인들이 다됬네요. 이런 혜택을 받을수 있다니."

"후후 그래도 아직 멀었지만요. 이번에도 어디까지나 촬영하는 겸에 허락받은거지 마냥 받기만 한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도 아카바네 씨는 그 얼굴에 기쁨이 한가득이다.

뿌듯할만도 하지 거의 바닥부터 같이 해왔던 아이들이 이제는 TV를 틀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인기 아이돌들이 되었으니.

아직 모두가 최고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쯤이면 조금만 연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정도의 수준들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한 일이다.

그러고보면 이제 거의 1년이 다되어가네 이 사무소의 사람들과 만난것도.

지난 가을 쯤 처음 포장마차를 열었을 때 아카바네 씨와 시죠우 씨가 찾아온게 첫 인연이니 생각해보면 꽤나 오래된것 같기도하다.

"그러고보면 그후 다시한번 찾아갔을 때 제 처음을 가져가셧었지요."

"사인을 말씀하시는거라면 아직 가게에 걸려있긴 합니다만 그런 말씀 어디가서 잘못하시면 저 정말로 잡혀갑니다."

"어라? 그때를 말하는 거라면 나도 처음이었다구."

"미키도 인거야."

"좀 봐줘라 이것들아."

히비키와 미키의 지원사격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내가 범법자로 밖에 취급받지 못할 말들이잖냐.

실제로 옆에서 아카바네 씨가 묘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걸 받아내려니 식은땀이 주륵 흐른다.

결국 더 참지 못하고 서둘러 대화의 주제를 바꾼다.

"그보다 촬영이라는건 바로 시작하는건가요?"

"흠. 점주 씨가 분별없는 사람이 아니란건 믿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 드리죠."

"……큼큼. 감사합니다."

"그리고 촬영 말씀하시는거라면 내일시작이에요. 오전부터 오후까지. 잡지사의 촬영 팀도 오늘 저녁에야 도착한다고 했으니 적어도 오늘 이시간 만큼은 마음껏 놀아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는데."

"우옷! 탈의실! 탈의실은 어디냐~!"

"치하야! 우리도 빨리 가자!"

"하, 하루카 잠깐?!"

재빨리 가방을 어깨에 메곤 후다닥 뛰어나가는 아미를 필두로 전부 환호성을 지르며 옷을 갈아입으러 사라진다.

천진한 그 뒷모습을 보자니 아무리 아이돌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평범한 여자아이들이다 싶다.

"그럼 전 몇가지 짐만 별장으로 옮기고 나오도록 할께요. 특별히 챙겨야 하는게 없다면 캠핑카에 두셔도 좋습니다."

"네 점주 씨. 그럼 우리도 가요 리츠코."

"오토나시 씨도 참 들떠선…."

"그러는 리츠코도 잔뜩 기대했잖아. 빨리 가자구."

"프, 프로듀서?!"

아카바네 씨가 아키즈키 씨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끌고간다.

그렇게 사무원들도 포함한 모두가 가고난 후.

홀로 캠핑카에 남아 바다 쪽을 보며 한숨쉰다.

결국 오긴 왔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곤 어쩔수 없으니 일단 옷을 갈아입기 위해 차에 올라탄다.

­

붉은색 비키니를 입은 아마미가 푸른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키사라기 양에게 물을 뿌린다.

키사라기 양도 지지 않고 맞받아 물을 뿌리며 서로 웃음꽃이 만발이다.

모래사장 한 쪽에선 검은 탱크탑과 반바지형의 수영복을 입은 마코토와 하얀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유키호가 모래성을 만들며 놀고 있고 바다 위엔 연둣빛 비키니에 선글라스, 밀짚모자를 쓴 미키가 튜브위에서 유유자적 파도를 느끼고 있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세라복 형식의 수영복을 똑같이 입은 아미와 마미는 처음엔 학교 수영복을 들고왔다가 이오리가 반 강제로 입혀놓은 귀여운 프릴이 달린 주황빛 수영복의 야요이에게 장난치다 비슷한 모양의 분홍색 원피스를 이오리에게 쫓겨 달아난다.

그 외에도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바다를 만끽하고 있다.

"좋구만."

난 한발 멀리 떨어진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박아두고 의자에 누워 음료를 마시며 그 모습들을 지켜본다.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절로 좋다는 말이 새어나온다.

"어머~ 점주 씨는 바다에 들어가시진 않는건가요?"

"음? 아, 미우라 씨."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누워있던 상체를 일으켜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머리위로 넘기니 보라색 비키니를 입은 미우라 씨가 보인다.

그 옆에 자주색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은 시죠우 씨가 덧붙혀 말한다.

"행여 저희들의 짐 때문이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이곳엔 저희들 밖에 없으니 누군가 실수로라도 가져갈 일은 없겠지요."

"아뇨 그런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요."

"개인적인 사정?"

"아즈사 씨~ 타카네~ 거기서 뭐하고 있어~?"

타카네 씨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이번엔 아카바네 씨가 옆에 오토나시 씨와 아키즈키 씨를 함께 한채 이쪽으로 온다.

한창 수영을 하다 온건지 셋 모두 바닷물에 흠뻑 빠진 모습이다.

"참 기운도 넘치신다니까요 둘다."

"후후 오랜만에 바다라구요? 조금은 신나해도 좋잖아요."

"코토리 씨는 매번 놀때마다 신나하잖아요."

아카바네 씨와 오토나시 씨 등쌀에 못이겨 바다에 끌려갔다 온건지 아카즈키 씨가 투정하자 오토나시 씨가 능글거린다.

둘다 초록빛의 비키니가 제법 잘어울린다.

"어라? 점주 씨 팔에 그건 토시인건가요?"

그러다 검은빛 비키니를 입은 아카바네 씨가 평소 내가 팔에 차고다니지 않던 토시를 보곤 의아해 한다.

그 말에 한번 흘깃 저 멀리서 마코토와 놀고 있는 유키호를 보곤 이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준다.

"더워서 말이죠. 이게 맨살보다 시원하거든요. 살 타는것도 방지할 수 있고."

"아아 그렇군요."

아카바네 씨는 쉽게 납득해준다.

사실 그것만이 이유인것은 아니지만.

왼쪽 팔뚝에는 흉터가 남아있다.

보기에 징그러울 정도까진 아니기에 딱히 가리려고 하지도 않고 여름철에는 반팔을 입는탓에 겉으로 드러나니 자주 가게에 왔던 아카바네 씨나 다른사람들도 흉터가 있다는것 쯤은 안다.

그러니 이제와서 그걸 가려보겠다고 호들갑 떨건 없지만 이걸 보는게 좋지만은 않을 아이가 하나 있으니…….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지만 그래도 이거 차고있으면 정말 시원하기도 하고 안하는것 보다야 낫겠지.

"그런데 점주 씨 실례가 안된다면 개인적인 사정이라는것에 대해 물어도 되겠사옵니까?"

그러자 이번엔 시죠우 씨가 아까 들었던 내 사정이라는것에 대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문해온다.

"별것 아닙니다. 수영을 못해서요."

"우와 점주 씨도 못하게는게 있었네요."

"어머 의외에요."

아카바네 씨와 미우라 씨가 놀라하는것에 덧붙혀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지만요."

"물에 못들어가는건가요?"

"어렸을 적 사고를 당해서 말입니다."

언젠지 잘 기억도 나지않는 어린시절 일이다.

어머니를 따라 바다에 갔던적이 있었다.

수영은 커녕 물장구도 제대로 칠줄 몰랐던 시절이기에 튜브 위에 몸을 띄우고 어머니와 함께 바다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덮쳤다.

성인에겐 그저 잠깐 휘청거릴 정도의 파도였지만 그 순간 튜브를 잡고 있던 어머니의 손이 떨어지고 튜브는 뒤집어 졌다.

바닷속에 빠진 난 물을 여러번 먹고 난 이후에야 간신히 어머니의 손에 끌려 구출됬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고 생명에 위험이 있을정도로 큰 사고도 아니긴 했지만 충격으로 의식정도는 잃었었지.

어리고 작은 나에겐 그 순간 바닷속이 그 무엇보다 거대하고 무섭게 느껴졌었고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건지 지금의 성인이 될때 까지도 물이 무섭게 되었다.

정확히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수중 상태를 무서워한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꽤나 지난 일이고 정신적인 문제이니 억지로 참는다면 어느정도는 버틸수 있어 깊이가 가슴께 정도 오는 실내 수영장 정도에선 얼마든지 활동 할수 있다.

수영도 배우긴 했으니 물이 깊지만 않다면 수영은 잘 할 자신있고 수상스포츠도 여러번 했었다. 물론 구명조끼를 착용 한 것을 전제로.

물에 빠져 발이 땅에 안닿으면 몸하나 움찔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리니 나무토막마냥 구명조끼 부력에 몸을 싣고 둥둥 떠서 후들거리다 구출되긴 하지만 어쨌던 조정이라던가 카누 같은것도 타본적 있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는건 이야기가 다르다.

저 드넓고 푸른 바다를 보는건 좋아하지만 들어가는건 무리.

직접 과거의 트라우마를 겪은 장소이기에 그런건진 몰라도 어느정도 들어가는건 괜찮지만 허리까지만 물이 차도 금방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혼란스러워지는 바람에 해상스포츠는 거의 해본적 없고 수영은 꿈도 못꾼다.

거기까지 이야기하니 듣고있던 모두가 당혹스러워 한다.

"설마하니 초인이라고 생각했던 점주 씨에게도 약점이 있었네요."

"기이한."

"기이까지 한겁니까 저한테 약점이 있는게."

"어느정도는요."

아키즈키 씨가 쓰게 웃으며 말한다.

거참 저 사람들에게 내 이미지는 어떤 사람인거야 대체.

"그렇게 됬으니 다들 신경안써주셔도 됩니다. 전 이렇게 있는것도 꽤 즐거우니까요."

"그러시다면…."

모두는 다시 저마다 할일을 찾아 떠난다.

꼭 다른사람들과 함께 놀지 않는다고 해서 외로운건 아니니까.

이렇게 멀리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도 즐겁다고한건 사실이다.

좀 노인네 같은 일이긴 해도 즐거운건 즐거운거지.

유리잔 안에서 얼음에 차갑게 식은 쥬스를 빨대로 빨며 나 나름의 여름을 계속 만끽한다.



바다에서 놀기에 바쁘던 아미와 마미는 어느순간 모래사장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시선에 끝엔 파라솔아래 누워 한가로이 쉬고있는 점주가 닿는다.

"저기 마미. 점주 오빠는 왜 수영을 안하는 걸까?"

"으응~ 혹시 수영을 못하나?"

"그치만 점주오빠라면 수영도 잘할것 같은데."

그러다 마침 바다 위를 떠다니다 아미와 마미 옆에 닿은 미키를 알아채곤 미키에게 질문을 한다.

"미키미키. 혹시 점주 오빠가 왜 수영을 안하는건지 알아?"

"응? 미키도 모르는거야."

"흐응~ 그렇단 말이지."

거기에서 아미와 마미의 표정이 짖궃게 변한다.

"마미! 그럼그럼 한번 이렇게 해보는건 어때?"

"이렇게?"

"다른사람들이 안보이는데 가서 거짓말로 빠진척 하는거야. 그리고 점주 오빠한테 가서 말하면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호오~ 재밌을것 같아!"

"그치그치? 혹시라도 점주오빠가 정말 수영을 못하는거라면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궁?"

평소 여러번 장난을 걸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걸리지 않은 점주에게 한방 먹일수 있을거란 기대에 아미와 마미가 잔뜩 기대에 찬다.

"그래서 말이지 미키미키! 도움이 필요해!"

"미키의?"

"응! 미키가 거짓말로 빠진척 연기하는 역할을 맡아줬음 하는데에~."

아미가 미키의 옆으로 다가와 찰싹 붙으며 말한다.

"그런건 장난치려는 아미나 마미가 하면 좋은거야."

"그치만 아미랑 마미는 매번 장난친다는 이미지 때문에 이번에도 점주 오빠가 의심부터 할거라궁!"

"아후우 귀찮은거야."

미키가 영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자 마미가 갑자기 결심했다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좋아. 만약 이번에 미키미키가 도와준다면 마미가 숨겨둔 비장의 고져스 세레브 푸딩을 넘기겠어."

"하나론 안되는거야."

"둘, 아니 셋!"

"아핫! 협상 완료인거야."

"마, 마미 대장! 그렇게까지……."

"이번 작전을 위해서라면 이정도쯤은…!"

"마미 대장!"

"아미 대원!"

"미키적으로는 그렇게 요란떨것까진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미와 마미에게 미키가 태클을 걸어보지만 그거야 어쨌든.

순조롭게 장난 계획은 진행되어가고 적당한 자리도 물색완료.

"자! 이번에는 어쩔수 없을거야 점주오빠!"

마미의 자신에 찬 외침과 함께 작전은 개시된다.



"지치지도 않나보네."

벌써 놀기 시작한지도 한참이 지난것 같은데 다들 여전히 왁자지껄 떠들며 수영하기 바쁘다.

모래성을 만드는게 아니라 그냥 땅을 파는게 목적이었는지 유키호가 자리잡고 있던 모래사장 쪽은 이미 사람하나 숨어도 안보일 만큼의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고 마코토는 히비키와 저 멀리 잘 보이지도 않는 바위섬을 목표로 수영 시합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허리가 아파와 슬쩍 기지개를 켜는데 저쪽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아미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뭘까 싶어 다가오는 아미를 보니 그 얼굴에 다급함이 한가득이다.

"무슨일이야?"

"큰일이야 점주오빠! 미키미키가 바다에 빠졌어!"

"뭐?!"

나도모르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어디야?"

"이쪽이야!"

아미가 먼저 앞장서 뛰어나간다.

서둘러 뒤를 쫓아 가자 아까 그쪽에선 각도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바닷속 한가운데 미키가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저, 점주오빠!"

그 앞의 뭍에선 마미가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나를 보곤 소리친다.

"미키미키가 물에!"

"말 안해줘도 알아!"

대화는 거기서 마치고 앞뒤 생각할것 없이 거침없이 미키가 있는쪽을 향해 걸어간다.

……

한편 뒤에서 음흉하게 웃고 있는 아미와 마미.

"응훗훗~! 이번엔 점주오빠도 어쩔수 없군요?"

"그렇네요 아미 대원."

둘은 이번에야말로 점주를 속아넘겼다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점주가 미키를 향해 점점나아감에도 미키가 변함없이 허우적 거리는것을 보고 조금 이상해한다.

계획대로라면 점주가 수영을 하지 못할것을 대비해 이쯤에서 미키가 멀쩡하게 나와선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라며 놀려야 되는건데 여전히 미키는 연기를 멈추지 않고있다.

이러면 만약 점주가 수영을 못한다면 오히려 점주 쪽이 정말로 물에 빠져버리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

그걸 모르는 미키가 아닐테고 안그래도 귀찮아하던걸 푸딩으로 꾀어낸거니 일부러 장난을 더 치는건 아닐 것이다.

거기서 아미와 마미가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파랗게 질린다.

""서, 설마 미키미키 정말로 빠진거야?!""

……

발목에 느껴지던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이 무릎으로 올라오고 이내 허리에 닿는다.

그와 비례해 가슴에 느껴지는 압박감은 더해져만 간다.

격렬한 운동을 한것과 같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의 근육이 긴장한것 처럼 움츠러든다.

안됀다.

이렇게 내몸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상태여서야 사람을 구출하는건 요원한 일.

이를 악물다 안될것 같아 입 안쪽의 살을 깨문다.

비릿한 피맛과 고통이 조금은 정신을 차리게 한다.

그러던 사이 이미 바닷물은 가슴 너머 목까지 출렁인다.

아직 미키까지의 거리는 지금까지 왔던만큼 남아있는걸로 미루어보아 저 곳의 깊이는 못해도 내 키보단 더 높을 터.

그 생각에 다시금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성적으로 두렵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을 할줄아니까 그대로 활용만 하면 된다고 끊임없이 되뇌어도 그 생각은 몸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다 허우적 거리는 몸짓이 서서히 미약해지는 미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머릿속은 새하야진지 오래이건만 무엇이 더 사라질것이 남았는지 철렁 심장이 내려앉으며 지금까지 생각하던 모든것들이 날아간다.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몸을 던진다.

여태까지 땅에 닿아있던 발을 억지로 떼어내고 물 위로 몸을 누인다.

삐걱거리는 팔을 젓고 다리를 움직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상체의 힘을 빼고 물을 누른다는 생각으로 팔을 젓고 오른팔을 서서히 당기며 고개를 들어 숨을 내쉬, 아니 삼키는 거던가, 다시 왼팔을 저으면서 같이 오른팔을 젓고, 아니 그러면 안되잖아.'

엉망진창 뭘 하는건지 배운건 전혀 써먹지 못하고 몸부림이나 다름없는 수영으로 어떻게든 전진한다.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는채 아무렇게나 수영하다 미키에 생각이 미쳐 고개만 훌쩍 들어 보는데 미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지나친건가 싶어 물을 왕창 마시고 돌아보니 그곳에도 미키는 없다.

수면위에 없다면 남은건 하나.

이젠 될데로 되라는 마음으로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는다.

눈을 뜨자 짜디짠 바닷물이 눈을 따끔거리게 만든다.

아픔을 참아내며 두리번거리니 멀지 않은곳에 미키로 보이는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좀더 몸을 물속으로 넣으며 팔다리를 움직인다.

문득 예전 수영에 대해 배울때 들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사람이 빠지게되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한 직접 구하는건 2차 사고를 유발하는 행위, 튜브나 박스같은 부유물이나 끈같은 적절한 물체를 이용해 구출하는것이 가장 좋고 그 외엔 전문적인 구조요원을 불러야한다고 했었지.

그 뒤엔 만에 하나 스스로 구출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하는 요령도 배웠던것 같은데 몸하나 가누지 못하는 지금엔 기억이 티끌만큼도 나지 않는다.

하기야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람.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잡생각이 하다보니 몸과 머리가 따로노는 반쯤 공황상태 빠졌음에도 잘도 미키의 근처까지 도착해 몸을 붙잡는다.

본능적으로 미키의 몸을 받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마자 여태까지 온몸에서 갈구하던 산소를 얻기 위해 숨을 들이쉰다.

물속으로 가라앉은것이나 수면으로 끌어올릴때 힘없이 끌려오는것으로 알 수 있었지만 언틋 미키의 모습을 엿보니 축늘어진것이 역시나 의식을 잃은것 같다.

공포라는것도 노출될수록 줄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공포라는걸 느낄만큼의 정신도 남지않은채 다 날아가버린것일까.

이제는 바다에 떠있는 상태가 무서워 어찌할바를 모르는겠다는 것보다 당장 이 지옥같은 곳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악만 남아 미키를 끌어안은채 기어가듯 수면에서 발버둥친다.

수영을 하는건지 파도에 휩쓸려 가는건지 모르게 이미 얼마나 마셨는지 감도 안올만큼 많은 짠물을 코와 입으로 들이키며 어떻게든 발이 땅에 닿을정도의 깊이까지 오는데 성공한다.

발이 땅이 닿는것과 동시에 내 것이 아닌것 같았던 몸의 감각도 조금씩 돌아온다.

물이 허리로 내려갈때쯤 아까 깨물었던 입 안의 고통과 상처에서 나오는 피의 맛이 느껴지고 무릎에 파도가 닿을 땐 언제 안아들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미키의 차가운 몸이 팔에 느껴진다.

겨우겨우 뭍에 닿아 창백한 얼굴로 나와 미키를 보고있는 아미와 마미가 눈에 들어온다.

체감상 수십시간이 지난것 같은 미키의 구조가 끝나고 무사히 살아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다.

'아차 미키가 무사한지는 좀 더 봐야하는데…….'

그렇게 잠시 걱정하는것을 마지막으로.

쿵!

몸이 기우는걸 느끼다 땅에 부딛치는 소리와 함께 가늘게 이어지던 의식의 끈은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머리가 아프다.

온 몸에서 비명을 지르는게 느껴진다.

살짝 몸에 힘을 주는것 만으로도 저릿저릿한 고통이 절로 신음을 나게 한다.

억지로 눈을 떠보자 어슴푸레한 천장이 보인다.

한 두번 깜빡이며 조금은 시야가 또렷해질때 쯤 옆에서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이, 일어나셨어요?! 괜찮으세요 오빠?"

"어어…유키호…."

잠겨있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유키호가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날 보고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다.

어디보자 분명 내가 미키가 빠진걸 듣고 그걸 구해내는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론 기절해 버린건지 까맣게 칠해진것마냥 기억이 없다.

그렇다는건 그 뒤에 아미와 마미가 다른 사람을 불러와 지금 이자리에 요양할 수 있도록 한건가.

"가만, 그럼 미키는…?"

"미키는 괜찮아요. 아까 전에 정신차려서 지금은 멀쩡해요."

그것참 다행이구만.

미키도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었었는데 그래도 심하게 몸이 상하진 않았는지 금방 털고 일어난 모양이다.

그러다 여전히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날 보며 울먹이는 유키호를 보곤 안심시키고자 몸을 일으킨다.

"아앗, 일어나지 마세요! 의사선생님은 문제없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누워서 쉬는게…!"

"괜찮아 괜찮아. 그 말 들어보니 나 누워있는사이 진료도 받았던 모양인데 의사선생님도 문제없다고 하셨으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목을 가다듬고 평상시의 목소리로 말하며 유키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만 유키호는 오히려 눈물을 터트리고만다.

역효과였나 싶어 서둘러 손을 떼자 유키호는 눈가를 손으로 훔치며 말한다.

"정말 다행이에요오…전 오빠가 잘못되는줄 알고…."

"글쎄 괜찮데두. 멀쩡하니까 울지마."

드르륵.

"유키호, 점주 씨는 좀 어때……앗! 저, 점주 씨! 괜찮으세요?!"

"예 뭐 보시다시피."

유키호를 달래고 있으려니 내가 누워있던 방의 문이 열리며 아카바네씨가 들어오다 정신을 차린 날 보고 놀라 달려들듯 다가와 안부를 묻는다.

이쪽도 쉴새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진정시키느라 애먹고 있으려니 그 소란에 전부 알아챈건지 하나둘씩 방에 들어온다.

거기다 하나같이 했던질문 또하고 또하고 이것참 신경써주는건 고맙지만 곤란할 지경이다.

"괜찮아요 정말.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찮다는 말로 끝날일이 아니잖아! 너 정말로 죽을번 했다고?"

"그래도 어쩔수 없는일인걸. 미키가 물에 빠진걸 탓할 수도 없고."

"에? 너 아직 모르는거야?"

"응? 몰라?"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새는 이오리의 말에 당황해 하자 유키호가 뭔가 아는것이 있는지 움츠러 들어선 작게 말한다.

"방금 일어나서 어떻게 된일인지 잘 모르실거에요오…."

"저기 무슨말하는거야 지금?"

"마침 잘됬네. 지금 리츠코랑 사건의 범인들이 오고있으니 직접 듣도록해."

이오리는 단단히 화가난 눈치로 문 밖을 노려본다.

그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다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키즈키 씨, 그리고 뒤를 이어 아미와 마미, 미키가 들어온다.

뭣보다 멀쩡해 보이는 미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정말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그러자 그런 나의 한숨을 본 세 아이들이 눈에 띄게 흠칫한다.

뭐지?

다시 의아해 하려니 이번엔 아키즈키 씨가 엄한 표정으로 셋을 호명한다.

"아미, 마미, 미키. 어서."

"저, 저기 점주 오빠 그, 그게…."

그러자 셋이 우물쭈물하다가.

"""죄송합니다!!"""

"응?"

난데 없는 사과에 당혹스러워하자 이내 사건의 전말을 말해준다.

호오 과연.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미키가 연기를 하던도중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진짜로 빠지게 되었고 그 뒤로 나와 미키가 뭍에서 기절하자 서둘러 사람들을 불러 별장으로 옮겨진 후 혹시나 해서 구급대까지 왔다간 난리가 있었다 이건가.

"정말 미안해! 물을 무서워한다는건 전혀 모르고 그냥 평상시처럼……."

"앞으로 이런장난은 절대 안칠께."

"그리고 미키의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마운거야."

"아니 됬다. 다친사람 없으니까 그걸로 됐지 뭐. 그래도 이런 심한 장난은 앞으로는 자제해줬으면 하네."

"응! 절대로! 다시는 안할꺼야."

"진짜로 많이 반성했어. 앞으론 절대 이런일 없을꺼야."

미안함에 아까의 유키호 처럼 눈물까지 글썽이며 사과하는 아미와 마미 두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애초에 없었지만서도 화낼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금이지만 이걸로 둘이 이제 심한 장난은 치지않게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러니까 너무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정도만 지킨다면 얼마든지 장난에 어울려 줄수 있으니까."

""응!""

둘을 용서하며 다시 분위기를 밝게 해주기 위해 달래고 있는데 이번엔 미키가 평소답지 않은 소극적인 태도로 말을 겅어온다.

"저, 저기…."

"너도 괜찮아. 화나지 않았으니까 더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그게 아니라 점주 오빠 정말로 물이 무서운거야?"

"응? 정말이냐고 해도 그렇다고 밖엔 대답할게 없는데. 정확히는 물에 빠지는게 무서운거지. 그런데 그건 왜?"

"그런데도 미키를 구하기 위해서 물에…."

미키는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펑펑 흘린다.

"히끅, 미안한거야 점주 오빠. 미키 때문에 무서워하는 물에 들어가고 또 죽을뻔하고…."

"우와아 울지마 울지마. 괜찮으니까 울지마."

여자 아이의 눈물엔 내성이 없다.

서둘러 날 간호하기 위해 놓여있었던 손수건으로 미키의 눈가를 닦아준다.

"지금 그렇게 반성했으면 된거야 다시는 그러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물이 무서워도 미키의 소중함보다 무서운건 아니니까 그정돈 문제없다구."

"소중…해?"

"그래. 미키는 소중한 아이잖아."

아이돌은 우상, 모두의 기대를 받는 아이콘이다.

꼭 그것만이 아니라도 하나의 생명은 소중하기 그지없지.

아무렴 내가 물이 무섭다지만 아까전 그랬듯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또다시 뛰어들 각오는 되어있다.

아 물론 직접 뛰어드는것보다 전문적인 구조요원의 도움을 구하거나 튜브라던가 구출용 끈 같은걸 던지는게 우선이긴 하겠지만.

하여튼 그런 내 말을 들은 미키는 겨우 멈추었던 눈물을 다시 흘리며 갑작스레 나에게 안겨든다.

"감동인거야! 미키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좋은거야 점주 오빠. 아니 허니!"

"……네?"

엉겁결에 안아들었다가 미키의 발언에 돌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허, 뭐시기?"

"허니~! 점주 오빠는 이제부터 미키의 허니인거야! 생명의 은인인데다 소중하다고 까지 들었으니 미키는 보답해주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어어…가만 있어봐라."

이게 어떻게 된일인지 정리하려다 사고의 처리가 따라가지 못해 멍하니 있는데 주위의 시선이 아프도록 날아드는게 느껴진다.

"제가 잘못한겁니까?"

"상당히요."

아카바네 씨의 대답이 차갑다.

더불어 모두가 날 바라보는 눈빛도 시리다.

"저 다시 기절하는걸로."

"일어나시죠 분별없는 난봉꾼."

"어째서인지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여겨집니다."

거기서 맞을번 했다.

흑.



그냥 일기.

바다에 놀러갔다 아미와 마미, 미키의 장난에 크게 놀아나버렸다. 자칫하면 위험했지만 그래도 큰 사고가 없었으니 다행이네. 그래도 그 뒤로 셋은 아키즈키 씨에게 수시간 설교를 듣고 또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니 그걸로 넘어가야지 어쩌겠어. 다만 앞으로는 그런 위험한 장난은 안쳤으면 좋겠네. 그런데 사장님이 어쩐지 자기도 같이 갔던것이 분명한데 잊혀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기분탓일꺼라 말은 했지만 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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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 부턴 다음화까지 여름휴가 시즌입니다. 그리고 슬슬 미키의 허니소리가 듣고싶어지는 바람에 후다닥 집어넣어 버렸네요. 동시에 점주의 약점 또한 노출입니다. 누구나 알게모르게 작은 공포증이 있다고 하네요. 보통은 고소공포증이 그렇고 심한사람은 일반인들이 아찔해 하는걸 넘어서 숨조차 못쉴정도로 몸에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점주가 대략 그 정도 수준의 공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이야기의 진행이 진행인 만큼 억지로 어떻게든 움직이게 해버렸네요. 그정도는 애교로 봐주시길 흐흐.

다음화는 이번화에 말했던 잡지의 촬영과 그 뒤 밤에 있을 이벤트입니다. 다만 아이돌들이 워낙 많아 몇명만 집어 표현하기가 참 힘드네요. 그리고 여름 밤의 이벤트라면 역시 담력시험이죠. 아이돌 중엔 귀신이라면 참 잘어울리는(?) 한분이 계시고요.

ps. 쓰다보니 많이썻네요. 올리기전에 한번 읽어보면 좋은데 시간이 없어서 후딱 올리고 나중에 확인해야할것 같습니다. 혹시나 오타나 이상한점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ps2. 사장님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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