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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미리아 「요즘 언니가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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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7, 2016 02:49에 작성됨.

5년 후 설정입니다.

미리아는 학생입니다.

 

-

 

 

 「요즘 언니가 이상합니다.」

 

요즘 미카 언니가 이상합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쓰러져서 잠들기 일쑤이고, 늦은 시간,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아무 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덕분에 요즘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천장에 붙여 놓은 별 모양의 스티커가 반짝입니다. 역시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별 모양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예전 일이 눈에 선합니다. 미카 언니와 같이 살 게 되었던 것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권유를 받았습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쉽게 허락해주실 줄도 몰랐고, 한창 아이돌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카 언니가 어째서 그런 말을 꺼냈는 지도 의아할 따름이었습니다. 제 딴에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미카에서 미카 언니로 호칭도 바꾸고 교복도 최대한 단정하게 입었는데, 어딘가 혼자 두기에 걱정되었던 걸까요?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섰다고 해도, 저는 모나게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어린 동생 때문에 부모님이 신경 써주시지 못 했던 건 사실이지만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크나큰 행복입니다. 리카가 가장 기뻐했어요. 짐을 옮긴 날 저녁, 가장 먼저 제 손을 이끌고 주변 구경을 시켜주었으니까요.
...아, 미카 언니는 스무 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가해서 나왔습니다. 리카는 못내 섭섭한 듯 했지만, 꽤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오피스텔이라 언제든지 놀러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혼자 사는 미카 언니가 쓸쓸하진 않을까 해서, 부모님께 이것저것 떼를 쓴 기억도 납니다.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일을 떠올리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기억에 더 잘 남는다고 하던데, 제 경우는 예외인 것 같습니다. 아, 기쁜 일밖에 없어서 그런가?

아무튼 미카 언니입니다.

본질은 바뀔 리 없습니다. 여전히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쾌활한 성격에 똑부러집니다. 머리가 예전보다는 많이 길어져서, 묶고 다니기보단 풀고 있는 편이 많습니다. 저도 키가 미미하게나마 자라서, 뒤에서 부비부비할 때 머리카락이 엄청 푹신푹신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끔, 시험 잘 봤을 때나 응석을 부립니다. 이제는 중학생이니까 결송하게 행동하지 않아야합니다.
갑자기 목이 마릅니다. 별 세기를 중단하고 침대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언뜻 쳐다본 창밖으로는 새하얀 달님이 새까만 밤 거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슬며시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오늘따라 거실에 있는 벽걸이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 이외의 소리라고는 건강하게 쿵쾅이는 심장 소리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

저 멀리서 드문드문 끊길 듯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응, 응… 알고 있어, 나도 이런…… 유쾌하지 않다구.」

이쪽을 등지고 서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도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미카 언니가 무척이나 작아보였습니다.
몇 번 고개를 끄덕이다가 전화를 마치고 한 숨을 푹 내쉽니다. 앗, 또 한숨!
한숨을 쉬면 있던 행복도 날아가버린다고 누누이 말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 엄마야!」

미카 언니가 뒤를 돌아본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길래, 덩달아 이쪽도 크게 놀랐습니다. 놀램 당했다! 마주 친 눈에는 설핏, 반짝이는 무언가가 맺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머리는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지만, 눈치는 정말 빠릅니다. 더군다나 남의 아픔을 알아보는 눈치라면 말이에요.
이제는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사람이 심각한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면, 분명 그 중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제 책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만회할 기회는 충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달빛에 비친 언니의 표정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되돌아갑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혼자 끙끙거리다가 너무 커져 버려 일을 둥개고 마는 성격 상, 이번에도 없었던 것처럼 넘기려는 모양입니다.

 

-

 

「그건 말이지. 아, 밤 중에 배가 고……」

말꼬리를 잘랐습니다. 말꼬리는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미리아는 반에서 들어주기 선수거든. 누군가 나를 붙잡고 고민거리를 털어 놓으면, 잠자코 듣고 있기만 해. 위로는…… 그렇게까지 위안이 될 지 모르지만, 상대는 속을 털어 놓은 정도로 기분이 꽤 후련해지나봐.」

누구든 가슴 속에 한 개나 백 가지 고민 정도는 가지고 살아갑니다.

「정말이라니까? 단지 배고파서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리, 리카에게 전화가 왔길래. 어서 자라고……」

「지금 열한 시 반이야, 언니」

리카는 건강한 피부에는 충분한 수면이 필수라며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말하면서 자꾸 시선을 회피하는데, 이건 너구리라도 알 수 있을 법한…… 핑계입니다.

「요즘 힘든 일이라도 있는 거야?」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다가갈 때마다 언니의 걸음도 멀어져갑니다. 그게 또 마음을 죄어와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합니다.

「전화는 누구에게서 온 건데?」

어느덧, 언니의 등이 벽에 닿았습니다. 아직까지 키 차이가 나서 조금은 올려보게 되었지만, 지금 미카 언니의 상태로 미뤄봐선 제가 고양이, 언니 쪽이 나쁜 짓을 하다가 꼬리 잡힌 쥐겠죠.

「응? 말해주지 않을래?」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에 똑바로 눈을 맞춥니다. 어깨가 잔뜩 올라간 게,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옷도 아직 외출복 그대로고, 불안한 기분보다 언니를 괴롭히는 고민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 뭘까요?
갈피를 못 잡는 손을 덥석 잡아챘습니다. 고민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 하는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들어주는 일밖에 없습니다. 답답합니다. 바보같습니다. 속부터 태우고 들어가는 불쾌함의 불씨가 여기 저기 재를 뿌리고 있습니다.

「말하기도 부끄러운 한심한 일이야.」
――맥이 빠질지도 몰라.

나지막하게 언니가 말했습니다.

「으으응, 그렇지 않아. 미카 언니가 하는 일은 눈곱만큼도 한심하지 않아.」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동안 같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단 한 번도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고, 싸운 적도 없었습니다. 반쯤 장난으로 이대로 언니와 함께 쭉 살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카나데야. 그나마 멤버들 중에 가장 정상적이니까.」

잠깐이지만 눈에 빛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멤버라면, 집에 두어번 왔던 그 언니를 말이지? 이상하게도 자주 안 불렀잖아.」

어렴풋 기억에는 있지만 실체화 시킬 순 없었습니다. 제 이야기는 많이 했어도 언니 이야기는 항상 다른 사람을 통해서나 리카를 통해서 듣기 때문입니다.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입니다.
아차, 그것보다 지금은 전화가 먼저입니다.

「그 언니들이랑 싸운거야?」

아쉽게도 불화가 있었다면 ‘친하게 지내길 바라, 해결사! 미리아’가 나설 차례일 지도 모릅니다. 긍정이었을 지도 모르는 질문의 대답은 부정이었습니다. 그럼 또 다시 미궁으로 빠지는데요. 역시 어른이란 어렵습니다.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말해주세요. 오늘 밤은 잠 못 잘 지도 몰라!」

「정말 한결같구나. 하나도 변하지 않아.」

언니가 잡았던 손을 풀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깨문다고 했던가요. 아프게 깨무는 대신, 다시 손을 뻗어와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

 

‘거리’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를 가지지 않은 외로운 말은 없길 바라지만,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알쏭달쏭해서 한 가지 뜻 밖에 가지지 않은 단어가 있는 가 하면, 부자인 단어 녀석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알고 있는 ‘거리’라는 녀석의 재산은 극히 일부분이라서 제대로 설명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모종의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미카가 미카 언니가 된 이후로는 둘 사이를 가로 막는 작은 ‘거리감’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하나 둘 씩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모순이 생겨난 것입니다.
비밀이 있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만요.
많아져버리면 같이 웃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 할 수 없게 됩니다. 이상하죠. 그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더 모르는 느낌입니다.

 

-

 

「있잖아, 미리아. 나 말이야…… 오늘!」
응, 응 예전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많이 힘들었어. 유명한 사람의 눈에 띄어서 이런저런 제안을 받은 적이 있거든. 자기와 함께 더 큰 무대로 나가지 않겠냐는 거야.」

「그랬구나!」

「……순간 나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찾아왔구나, 싶었어.」
담담하게 말을 뱉어내는 언니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울립니다.

「놓쳐버린다면 더 이상 오지 않을…… 저기, 듣고 있어?」

「으, 으응?」

무심코 정신을 놓았더니, 눈치 챈 모양입니다.

「듣고 있어. 계속해, 계속해! 아직 안 졸려.」

「졸린 것 같은데…….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뻥 차버렸어. 내 발로, 굴러온 기회를 멀리 멀리!」

「엑, 어째서?」

미카 언니는 여전히 이렇게나 예쁜데 말입니다. 저는 키만 조금 자랐지, 아직까지 천방지축에 호기심이 일면 못 참는 영락없는 꼬맹이인데, ……나이 차이도 거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 일을 한다고 하면 미리아랑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고작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언니가 밤새 고민한 이유가 반은 자기 탓이었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손해 본 만큼 책임을 지던가, 돈을 많이 벌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한 대로 미리아를 선택해서 후회는 없었을까요? 일단은…… 진짜 가족도 아니고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집안일뿐인데요.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야. 나 혼자 멀리 가는 것보다, 돌아올 곳이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
돌아올 곳.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쩌지…… 조금 쑥 쓰러운데…….」

「술 마신 것도 미안! 도저히 결심이 안 서서, 마셔버리고 그 길로 찾아가서 담판 지어버렸어.」

「역시 미카! 화끈해!」

「그 문제는 일단락 났고, 그 뒤가 더 문제야. 방금 카나데에게 들었는데, 그사람, 나아게 거절 당한 이후로 여러 군데 찌르고 다녔나 봐. 덕분에 프로듀서가 많이 난처해졌고.」

아무래도 멤버 중 두어명이 그 제안에 응하는 척 골탕을 먹였나봅니다.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설명하는 터라, 더 이상 미리아가 이해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아무튼, 미리아가 꼭 책임져줄게! 하다 못 해 지금 본 손해만이라도!」
윙크 세 번으론 부족하겠지만요.

「듬직하네. 그건 그렇고, 왜 늦게까지 안 자고 있었던 거야?」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걱정돼서 그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한 번 더 미카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 되어버릴테니까요. 지금 이대로 한 번씩 서로를 생각한, 대등한 상황이 좋습니다. 미카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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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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