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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린]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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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9, 2017 03:13에 작성됨.

여느 때와 같이 무미건조한 날이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하나코를 산책시키고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은 뒤, 등교를 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평소보다 빨리 등교했다는 것일까. 그래봤자 10분정도였었지만 항상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던 나에게는 10분이라는 시간이 많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등교길을 지나 학교 정문 근처에 도착했지만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아...복장검사인건가.”

 

 학생회 임원들과 학생부장이 정문 앞에 서서 시행하는 복장검사. 솔직히 말해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교내에 들어가면 다들 풀어진 복장으로 돌아오는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일일이 교복을 단정하게 고쳐입는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데. 들어갈 때마다 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다고. 중학생 때는 그렇다쳐도 고등학생이나 됬는데 교복에 규제를 걸어야되나.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마음 속으로 쌓아놓은 불만들을 쏟아 냈지만 입학 첫날부터 괜히 트집잡히는게 싫어 풀어두었던 셔츠의 맨 첫 번째 단추를 잠그고 헐렁하게 풀어놓은 넥타이를 단정하게 맸다. 목이 답답해 불편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악세사리에 대한 규제는 없다는 것일까. 빠른 걸음으로 정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오른쪽 귀에 있는 은색 피어스를 만졌다. 아직 날이 추워서 그런지 피어스가 많이 차가웠다. 손에 있던 열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잠깐이었지만 센 바람이 불었고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을때 어디선가 향기로운 냄새가 풍겼다. 

 

 ‘향수...아니 샴푸냄새인가?’

 

 부모님의 꽃가게를 자주 돕다보니 여러 냄새들을 많이 맡았었지만 방금 전 맡았던 냄새는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였다. 부드럽고 상냥할 것 같은 냄새. 아주 잠깐 풍겼던 냄새였었지만 왜인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비유하자면 봄의 냄새. 냄새의 주인은 어떤 사람인 것일까.  

 

 ‘...이러니까 내가 변태같잖아.’

 

 단순한 냄새 하나가지고 왜 이러는 건지.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더니 머리까지 이상해진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냄새에 대한 것을 지우고 교문을 열어 4층까지 계단을 올라 복도 끝 쪽에 있는 반에 들어갔다. 1-5. 고등학교 첫 번째 내 반이었다. 복도에서도 같은 냄새가 풍겼었는데, 같은 반인 것일까. 작은 기대감을 품고서 교실문을 열었다. 중학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반에는 익숙한 얼굴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친구라는 존재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에겐 별로 상관 없는 일이었다. 

 

 칠판에 붙어있는 자리표를 보고 창가 쪽에 있는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나에게 말 걸지 않기를 바라면서 턱을 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가롭게 멍때리던 도중 앞자리에 누가 앉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갈색의 구불구불한 머릿결. 왼쪽으로 머리가 조금 묶여있었다. 사이드테일, 이라는 것일까. 앞자리에 앉은 존재에 대한 흥미를 금방 잃고 다시 고개를 돌려 이번엔 수돗가 근처에 심어져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바로 앞에서 나는 향기에 놀라 오른손으로 돌리고 있던 펜을 놓쳐버렸다. 교문 앞에서 맡았던 향기와 같은 냄새였다.

 

 얼굴이 보고 싶었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너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사람일까. 이 냄새는 대체 무엇일까. 너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을때, 갑자기 너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것일까. 뭐라고 해야되지.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거지.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고민들이 떠오르면서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웠던 내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내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거지. 저 애는 왜 나를 보며 아무 말도 안하는 거지. 수백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분명 웃긴 표정이었을 것이다. 머리가 새하얬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녕?”

 

아, 저질렀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면 그 전의 생각들이 입밖으로 나오는 것은 내 오랜 고질병 중 하나였다. 몇 번이나 고치려해도 잘 안되서 포기했었는데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지. 

 

 갑자기 저질러 버린 일에 머리가 새하얘지다 못해 파래지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러는 와중에도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 볼 뿐이었다. 대체 저 아이는 왜 자꾸 나를 바라보는 것일까. 그러던 도중 너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마무라 우즈키라고 해요.”

 

 예쁜 미소였다. 보는 나조차도 미소짓게 만드는 정말로 예쁜 미소였다. 미소라는 것이 이렇게 예뻤구나. 따스함이 느껴졌다. 처음 보는 따뜻한 미소에 여지껏 고민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전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너에게서 풍기던 그 향기가 좋았던 것은 그것을 풍기는 이가 너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평범한 샴푸의 향이었다면 금방 잊혀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 생각이 났던 이유는, 그 향기 속에 따스한 너의 미소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 냄새를 맡은 그 순간, 무채색이었던 나의 시야가 화려하게 바뀌었다. 

 

 “나는 시부야 린. 그냥 린이라고 불러줘.”

 

 나는 너의 미소(향기)에 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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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나고 할 것이 없어져서 두개나 써버렸네요.

실제로 등교하면서 느꼈던 것을 적은 것이지만...막상 쓰고보니 상당히 변태같네요.

같은 학교라는 설정이고 이 글 속의 학교는 제가 다니는 학교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1학년층이 4층이 아닌 3층이라는 것 정도?

많이 미숙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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