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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에 대처하는 765프로의 자세 - 기(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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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7, 2016 19:16에 작성됨.

작열하는 태양이 강물을 비추고,

그 태양을 가리며, 지옥의 묵시록을 연주하듯 수많은 헬기들이 불길에 휩싸여 추락한다.

 

수많은 잔해들과,쉼없이 울려퍼지는 잔잔한 폭발음을 배경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입과 턱이 함께 열리고 뒤이어 보랏빛 섬광이...

 

 

"으아아아!!"

 

꿈이다.

 

이불이 손에 감겨있는 걸 봐서는.

 

다행히도 집이다.

꿈자리가 너무 사나웠다.

 

어제 하루카랑 새로 개봉했다는 괴수물을 보러 간 게 화근이었나.

그나저나 늦겠네. 빨리 사무소 출근ㅎ...

 

'쿵-'

 

이라고 생각하며 일어선 순간,

 

바로 옆에 있던 이불로 말려있던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뭐야, 이거?"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한 듯,

왠지 고전 영화 <불가사리>에 나온 듯한 물체가 일어서기 시작한다.

똑바로 선 그 이불 속의 '물체'는...

 

"...하루카?"

"아...아! 치하야!"

 

...얘가 왜 여깄는 거지?

 

 

 

 

----------------

 

"안녕하세요-"

 

사무소 문이 열릴 때 들리는 짤랑거리는 소리는,항상 듣기가 좋다.

 

너무 조용하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

 

"어서오렴,치ㅎ...어? 하루카도 같이 왔니?""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좋은 아침이에요, 코토리 씨." "그래,하루카.오늘은 오후에 앨범 곡 녹음 있는 거 알지?"

 

오늘은 프로듀서가 어렵게 준비-했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한 새로운 앨범의 곡을 녹음하는 날.

나,하루카,마코토,그리고 하기와라 씨. 이렇게 네 사람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런 조합은 처음인데.

어떨까나.

 

"요!하루카!준비는 끝났지?"

"그야 당연하지! 유키호는 어때?"

"그..그야 무..물론..."

 

마코토도, 하기와라 씨도 들뜬 모양이다.

근데 오늘은 좀 사무소가 빈 것 같네.

 

"저기,오토나시 씨."

"응?"

"오늘은 저희밖에 안 온 건가요?프로듀서도 안 보이고..."

 

그 말에 살짝 곤란해하는 눈빛의 코토리 씨.

 

"사실은...미키네가 오늘 시부야에서 일이 있는데,프로듀서 씨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역시,허니는 달링 옆에 붙어다니네.

아니면 달링이 허니를 끌고 다니는 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키,가나하 씨,시죠 씨,이렇게 셋이 프로듀서랑 시부야에 있고,

마코토,하기와라 양,하루카,내가 사무소.

류구코마치와 마미,리츠코 씨는 미나세 기업이 오사카로 본사 및 자택을 이동하는 기념으로 신 본사에서 여는 파티에 반 강제 초대되었다고 한다.

타카츠키 양은 가족과 소풍.

지브리 박물관이 있는 미타카에 간다고.

 

미나세 양은 소개무대에서 "그리고,미나세 가문의 고명딸,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에요!!"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망상이려나,이건.

 

 

3시까지 시간도 있겠다,

좀 눈 좀 붙여야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소파에 몸을 맡기며,스르르 잠에 빠진다.

 

이 이후에 벌어질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

 

[시민 여러분,긴급상황입니다.현재, 얼마 전 카나카와 현에 등장한 괴생명체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괴생명체가 도쿄시로 이동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자위대가 시도한 타마 강 작전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괴생명체의 자세한 이동상황을 헬기 실황을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시미즈 키요시(*) 기자??]

[예! 현장의 시미즈입니다!현재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는...]

 

"치하야?치하야!!!"

 

하루카가 다급하게 나를 깨운다.

 

주위를 둘러보니,

 

"빨리,유키호!!삽 잡지 말고!!!의상 좀 옮겨!!"

"마코토,자전거 좀 옮겨줄래?아,하루카! 이 서류 좀 부탁할게!!"

 

천장까지 닿을 듯한 서류더미를 옮기고 있는 서류더미,아니 오토나시 씨가 하루카에게 서류를 맡기고 사장실로 재돌입하고,

마코토는 한 손으로 삽을 들고 좌절하고 있는 하기와라 씨를 제지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상자에 책상 위의 물건을 쓸어담고 있었다.

 

"치하야!! 뭐해? 빨리 이 의상 좀 가방에 담아!!"

 

하루카가 이렇게 다급한 경우를 본 적이 없는 터라,나는 나도 모르게 1st 라이브 때 입었던 의상들을 스포츠 백에 쑤셔넣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현재 괴생명체는...치바 시를 지나 에도가와 구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도쿄도에 계신 분들께,다시 말씀드립니다!! 도망치십시오!!]

 

헬리콥터에 탄,기자정신이 투철한 얼굴의 기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고,그 얼굴 뒤로는...

 

 

 

분명 어디선가 봤던 괴물.

 

 

 

거대하고,우둘투둘한 몸.

무표정하고 잔인한 눈.

생명체,라고 볼 수 없는 '생명체'.

 

 

어째서 하루카와 봤던 영화의 괴물이,

 

꿈 속에서 나왔던 괴물이,

 

어째서 TV에서 나오는 걸까.

 

 

 

"마코토! TV! TV 챙기렴!"

 

어느새 사무소에는 소파와 TV,텅 빈 책장과 책상들만이 남고, 그 공허한 잔해 속에 나만이 남아있었다.

마코토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TV 케이블을 뽑고는 TV를 들어 사무소 문 바깥 계단 너머로 사라졌다.

 

"치하야,이제 가야 해.그게 언제 올지 몰라."

"아직,에도가와 구잖아? 여긴 오오타 구라 괜찮은 거 아냐? 사이에 바다도 있고.."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창문을 가리키는 하루카에게 들을, 아니 볼 수 있었다.

창문 바깥은 각양각색의 차량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으니까.

 

"마코토,유키호랑 내려가렴! 하루카는 치하야 데리고 내려가고!"

 

오토나시 씨가 마지막으로 옷가지와 서류더미를 어깨와 양 손에 지고 계단을 내려가자, 그 뒤를 마코토가 한 손으로는 하기와라 씨를,다른 손으로는 화분을 들고 내려간다.

 

"자,치하야.이제 내려가자."

"으,응..."

 

 

1층으로 내려가니 타루키정은 이미 문이 닫힌 지 오래였다.정식은 늦게 나오더니,이럴 땐 빠르네.

 

사무소 바깥으로 나가니,마코토와 오토나시 씨가 사무소의 승합차량 위에 TV를 간신히 묶어 올리고 막 차에 탑승하고 있었다.

 

짐으로 가득한 차 안에 들어가자,조수석의 서류더미에서 마코토의 손이 뻗어나가더니 라디오를 켰다.

 

전파장애가 있는 듯,라디오는 심하게 지직거렸다.

 

[현재...거대 괴생명.... 도... 치요다....로 향하고 있으며...미군.... 폭격기를 동원하여...곧...다는 소...전해지고 있습니다..전파상태....양해 부탁드립...]

 

"치요다 구면 시부야랑 가깝지 않아요?"

"그렇네.프로듀서네,괜찮을까.."

"전화 해볼게요."

 

대기음이 몇 번 이어지고,마코토의 목소리가 전파를 탄다.

교통체증으로 멈춘 차 안에서,라디오 소리도 잦아들고 전화 소리만이 남는다.

 

"여보세요,프로듀서?"

"아,마코토.괜찮아?"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프로듀서.지금 그 괴물인지 뭐시긴지가 치요다 구에 있다고요!!"

"알고 있어,나도.여기서 보이는 걸.폭격기가 떼로 몰려들고 있어.지금 애들이랑 지하실로 대피하는 중이니까,걱정하지..."

 

마코토가 전화에 열중하고,하기와라 씨,하루카,오토나시 씨가 전화에 집중한 와중에,

하늘에선 전파 사이를 헤치고 미군의 폭격기가 치요다 구로 날아간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은은한 폭격소리.

 

"지,지금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어!!"

 

전화를 통해서 들리는 소리는 그닥 은은하진 않지만.

 

전화 너머로 수없이 떨어지는 폭탄의 잔잔한 빗소리와,그 사이 이질적으로 섞여들어가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전화 너머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영화에서나 들어볼 법한 울음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한다.

 

"프로듀서?저 소리 들었어요?"

 

"......"

 

"프로듀....서??"

 

"턱이....열리고 있어...."

 

예상치 못한 말에,소름이 돋는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나도 모르게 나는 마코토의 휴대전화를 뺏어 차량 바깥으로 나갔다.

 

"도망쳐요,프로듀서!!!!빨리!!!!"

"치,치하야니?"

"영화에서 본 거랑 똑같아요.어제 하루카랑 본 영화요.고지라!! 고지라의 턱이 열리고 도쿄가 불바다가 됐어요!!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셔도 좋으니까,어디든 좋으니까, 그냥 빨리 도망치세..."

 

프로듀서가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리에 묻혀,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내 고개는 전투기가 떼지어 모여있는 하늘의 치요다 구로 향해있었다.

 

"왜 그래,치하야?"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마코토와 하루카가 내 곁으로 다가왔고,

뒤이어.

 

 

 

도쿄에 보랏빛 지옥이 강림한다.

 

 

----------------

 

 

 

* : 니혼 TV의 기자( 清水潔 )

 

1999년, 오케가와 스토커 살인사건 때, 경찰보다 빠르게 진범을 추리, 범인과 북해도까지 추격전을 벌이고, 살인범이 해외로 도피하자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쫓아가서 잡아오고, 일본 사법부의 치욕이라고 불리는 아시카가 사건으로 잡혀간 사람을 풀어주는 등의 비범한 (초)능력 기자.

작년에 난징 대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 현역인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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