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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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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4, 2012 15:25에 작성됨.

*NTR 속성이 없으시다면 이번편은 안보시길 권합니다.

*이번편부터 좀 더 심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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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리카와 P가 첫 관계를 가진 다음 날이었다. 
아직도 몸이 좀 안 좋은 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은 최고였다. 
관계는 그 한 번 이후 아파서 더는 나누지 않았지만, 오늘도 연인의 집에서 자고 같이 나온 리카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은 것이 어떤 스케줄도 모두 완벽하게 해낼 것만 같았다.
아침은 P의 집에서 자신이 직접 차려주었다. 자신이 차려준 아침을 맛있게 먹어준 P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한다면 이런 식으로 지내게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부끄러워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했다.
오늘 스케줄은 저번에 계약한 영화촬영.


“허니! 그저게 보고 바로 보네! 미키는 기뻐!”
“아라아라 두 분 빨리 오셨네요. 잘 지내셨나요?”

같이 출연하는 미키와 아즈사가 765프로덕션의 차를 타고 도착해 인사를 했다. 미키는 만나자마자 바로 P의 팔에 매달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리카는 여유를 갖고 웃었다. 이젠 자신의 사람이란 확신도 들어 더는 그 정도 스킨쉽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그런 리카의 여유에 미키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지만, 실력으로 자신의 남자를 찾아올 자신이 있어 곧 그 불안감을 떨쳐냈다.
머리를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한 미키는 요즘들어 그 주가가 상한선을 쭉 그리고 있었다. 잠만 자며 게으름을 부리던 전과 달리 지금은 어떤 일이든 미리 연습하고, 일을 한 후에도 스스로 연구를 해 단점을 파악해 그것을 고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의 미키는 정말 ‘무적이다’란 느낌이었다.

“이거 영화가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

P는 대본을 보며 그리 말했다. 자신의 아이돌이 촬영할 영화라 미리 대본도, 시나리오도 모두 봐두었지만 그래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걱정이 들었다.

“에이, 걱정도 너무 많다. 이제 와서 취소할 수도 없잖아? 걱정하지 말고 날 믿어!”
“리카야 믿고 있지. 그래도 사고는 모르는 거잖아.”

리카의 자신에도 P는 걱정을 끊지 못했다. 

“그 걱정은 아이돌을 위한 것입니까, 아님 연인을 위한 것입니까?”

리카가 P의 목을 끌어안으며 애교스럽게 물었다. 둘은 지금 차 안에 있어 보일 염려는 없었다. 그 행동에 P는 웃었다. 

“둘 다.”

P는 대답하고서 그대로 가까워진 리카의 얼굴에 키스를 하였다.
영화 초반부 촬영은 초반부터 과격했다. 위험한 부분은 보통 마지막에 찍어 둔다고 해도, 미리 찍을 부분은 미리 찍어둬야 하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처음부터 리카가 건물 3층에서 달려 나와 뛰어내리는 것을 봤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내려앉았다. 물론 와이어와 매트 중 안전장비는 모두 준비되어 있었지만, 사고는 모르는 법이었다. 거기다 보통 대역을 쓰는데 리카는 그조차 거부하며 자신이 직접 위험한 연기들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감독과 촬영스텝, 본인들은 만족하거나 감탄하고 있지만 P는 애가 탔다.

“P는 너무 과보호야.”

리카가 그런 P의 상태를 눈치 채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P가 리카의 부드러운 볼을 잡아당기며 자신도 불만을 표했다.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당연하다고. 대역을 써도 된다는데 고집하고는.”

리카가 버둥거리다가 P가 놓아주자 볼을 매만졌다.

“그래서는 내가 만족 못해. 이왕 하는 거 확실히 할 거야. 그리고 연기 쪽에서도 다른 말이 안 나오도록 할거고.”
“하아, 그래그래. 알겠어. 담당 프로듀서로서 내 아이돌을 믿어야지 뭐.” 
“후후, 그리고 연인으로서도.”

리카가 자기의 입술에 검지를 올리고 게슴츠레 프로듀서를 쳐다보며 말했지만, 프로듀서는 그런 리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였다.

“거기는 아까도 했으니 이정도가 좋지?”
“전혀 안 좋아!”

리카가 불만 가득히 볼을 부풀리며 말했지만 촬영에 들어가야 함으로 투덜거리면서 움직였다.
이번 촬영은 아즈사가 리카의 볼을 때리는 씬이었다. 악역(리카)이 자신과 애인 사이가 틀어지도록 수작을 부린 걸 알고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아즈사는 리카의 앞에서 화를 내며 대사를 외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아즈사야 이미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도 참여해 높은 연기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 NG를 낼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리카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는 많이 안해봤지만, 그 재능과 노력으로 완벽히 배역을 소화하고 있었다.

“잘못? 아아- 설마 나에게 뭔가 사과하려고 한 거야? 후후. 그거 참, 안타까운 생각이네. 당신이 사과할 이유는 없어. 당신의 주변인들이 잘못 한 거지. 당신도 참, 불쌍하네. 그런 남자를 만나서. 이참에 그냥 나에게 양보하고 좋은 남자 만나는 게 어때? 내가 보증하는데 그 남자는 정말 최악의 쓰레기야. 뭐, 그 남자랑 같이 쓰레기가 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잘못해서 분리수거도 안 되면 안타깝잖아.”

거기서 리카는 삐뚤어진 미소를 지었다.

“뭐, 그 남자에게 반했다는 걸 보면 당신의 눈은 쓰레기일지도 모르지만.”

짝!
그 순간 아즈사의 손이 리카의 뺨을 때렸다. 리카의 고개는 돌아갔고, 아즈사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보고 있었다. 

“컷! 아니, 아니야. 너무 빨라! 그보다 맞을 때 리카씨 미리 겁먹었었죠?”

감독의 말에 P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소리만으로 장난이 아니었단 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힘껏 뺨을 때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리카는 바로 감독에게 사과했다. 앞에서 아즈사는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아요 리카씨? 제대로 맞았던데…….”
“괜찮아요. 그보다 저 때문에 다시 하게되서 죄송해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NG로 촬영을 다시 하는 거야 흔하니깐요.”

촬영은 곧 바로 다시 재개 되었다. 리카의 표정을 빼면 완벽해 보였던지라 연기는 다음 촬영으로 바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짝!

“컷, 다시! 리카씨 얼굴이 미리 돌아가 있어요!”

짝!

“컷. 다시! 아즈사씨 손에 힘 뺀게 느껴져요!”


짝!

“컷, 다시! 지금…….”

짝!

“컷. 다시!”

짝!

“컷, 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뺨을 때리는 소리만이 반복 되어 촬영장을 울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근 거리던 주위 소리들 이내 잠잠해지고 매마른 맞는 소리만이 퍼지고 있었다.
이 장면만 계속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감독도 질렸는지 다시라 말하기 뭔가 곤란해 하는 눈치였다. 뺨을 때리고 맞을 때마다 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것은 직접 연기하는 배우들도 느끼는지, 리카 쪽에서 다시 하기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아즈사는 이 촬영이 반복 될수록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보고 있는 사람들마저 질리며 자신의 뺨에 충격이 닿는 것 같았다. 일부러 그러는 거 같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고 싶어도 배우들이 납득하지 않아 반복하고 있었다. 애초에 큰 투자금으로 시작한 영화다.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장면도 없었지만, 특히나 지금의 장면은 더더욱 정성을 들여 확실히 찍어야만 하는 장면이었다.
맞고 때리는 배우들의 사정으로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 잠시 쉬었다가 해요. 리카씨 볼이 너무 빨개져서 촬영하기도 곤란하니.”

감독이 결국 휴식시간을 주었다. 아닌게 아니라 이미 리카의 볼은 빨개지며 부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P는 급히 얼음주머니를 가져와 리카의 볼에 가져다 찜질을 해주었다.

“미안해요, 리카씨.”

아즈사가 다가와 리카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때린 아즈사 손도 빨개져 상대방 프로듀서가 가져다 준 얼음주머니를 데고 있었다.

“제가 죄송해요. 계속 실수하고 있고…….”

리카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답지 않게 풀이 죽어 있었다. 이렇게 많은 NG가 난다면 배우로서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히 리카가 잘못해서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리카도 아즈사도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단지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뿐이었다. 
3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 촬영에 들어갔다.

“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아까처럼 부탁드려요. 때리는 부분만 잘해주시면 되요. 그럼!”

감독은 그리 말하며 씬을 재개시켰다. 탁하고 슬레이터가 내려가고, 두 사람의 대화가 오고 간다. 연기지만 연기 같지 않은 분노한 표정의 아즈사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쳤고, 그 충격에 리카는 바닥에 넘어졌다.

“컷! 좋아, 완벽해!”

감독은 만족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곧 바로 P가 리카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일으키자 리카는 안심한 표정이었다. 겨우 NG를 면하고 마쳤다는 것에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낸 듯 보였다.

“헤헤, 겨우 끝냈네.”
“리, 리카! 너 입술이!”

하지만 마지막 맞는 것으로 리카의 뺨은 부어올랐고, 입술은 찢어져 있었다.
결국 그날 리카의 촬영은 거기까지였고, 아즈사는 리카의 그런 모습에 괜찮다는 리카의 말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미키는 그런 리카를 걱정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하아, 촬영을 일찍 끝낸 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버렸네.”

방송국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리카는 곤란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 연기도 제대로 못해서야 일본 최고의 톱 아이돌이란 이름이 운다. 거울을 보니 자신이 보기에도 뺨이 부어있었고, 입술은 아무리 닦아내도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네.”

리카는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순간 리카의 표정이 굳어졌다. 화장실 앞에는 어떤 남자가 팔짱을 끼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리카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연예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 중 하나인 유명한 젊은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마음에 든 여자연예인들을 스폰서 해준단 명목으로 잠자리를 갖는 더러운 뒷소문의 남자였고, 실제로 그러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에게도 톱 아이돌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 측근에게 시켜 그것을 제의하던 남자였다.
물론 리카는 거절했고, 그의 힘이 아니라도 소속된 프로덕션은 대형이라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리카는 그런 더러운 일을 하지 않고도 톱 아이돌로서 성공했다. 그런 더러운 일을 하면서까지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성공은 원했지만 그런 성공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는 나중에 만날 P에게 명목이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네요, 리카씨. 역시나 할까, 큰 성공을 거두시더라고요. 저를 거절하고서 말이죠.”     
“무슨 일이시죠?”

상대가 친한 듯 말을 걸어오는 것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쏘아보며 묻자 상대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예전에 했던 이야기는 아직 유효하단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리카씨는 그 때의 제의를 완전 잊었던 듯하더군요.”
“더러운 인간. 내가 뭐가 부족해 당신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하는데요? 쓸데없는 소리 하실 거면 이만 가볼게요.”

리카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으니깐요.”

그 말에 리카는 상대에게 쏘아주기 위해 뒤돌아보다가 이내 몸이 굳어버렸다. 능글거리며 웃는 그에게는 자신과 P가 집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하아, 담당 아이돌에게 손을 데다니. 참 수준 떨어지는 프로듀서네요.”

리카는 굳어졌다가 그 말에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로 사진을 가로챘다. 상대는 순순히 그 사진을 넘겨주었다.
사진을 보다가 분노해 찢어버리고서 상대를 노려보았다.

“이 비열한 인간!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은 거야? 그것도 내 집이 아닌 프로듀서의 집에!”
“이런,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네요.”

상대는 여유를 부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서 어떤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에는 집안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리카와 P의 모습이 나왔다.

“설치한 건 제가 아니라고요. 전 어디까지나 제공 받은 입장이지.”
“그런 협박에 내가 굴할 것 같아?”

리카가 이를 갈며 묻자 상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소문으로는 은퇴도 계획하고 있다하고. 그런 와중에 프로듀서와의 연애는 잘만 포장하면 오히려 멋진 이야기가 생길 수도 있겠죠.”

상대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연극 배우처럼 부드러운 동작으로 말을 이었다.

“모든 상대를 거절하고 단 한명의 프로듀서만을 받아들인 그녀! 기다리고 기다려 만난 그 남자와의 사랑에 결국 성공한 아름다운 아이돌! 아주 멋지잖아요? 듣자하니 엄청 노력하신 것 같은데, 잘하면 짧은 영화나 드라마 정도는 가능할 지도 모르고요.”
“잘 알고 있네. 나에게 피해는 없어. 어떻게 협박할 생각이지?”

여유를 가지려 하고 있었지만 리카는 뭔가 초조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에게 피해는 없다. 하지만…….
상대는 주먹을 쥐어 쿡쿡하고 웃었다. 

“그렇죠. 리카씨에게 피해는 없죠.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데 말이죠. 자신이 사랑한 사람에게 순결까지 받친 아주 지고지순한 여성인데 말이죠.”

그 말에 리카는 상대에게 달려들 듯한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핸드폰을 흔들었다.

“말했죠? 동영상이라고. 아, 미리 말해두는 데 그거 원본 하나 밖에 없어요. 따로 복사도 안했다고요. 핸드폰에는 편집한 대화장면만 있고요.”
“……무슨 이야길 하려는 거야?”
“당신이야 이제 은퇴니 괜찮잖아요? 그 정도 동영상이 퍼져도.”
“당신!”

리카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자 상대는 검지를 까닥까닥 흔들었다.

“근데 그 프로듀서는 괜찮을지? 담당 아이돌에게 손대는 것도 모자라, 그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퍼트리고. 뭐, 몰카 라는 게 그런 거지만, 누가 아이돌이 아닌 프로듀서의 집에 그런 걸 설치하겠어요? 안 그래요? 퍼진다면 본인이 촬영한 거겠죠. 아, 그런 최악의 프로듀서가 우리나라 톱 아이돌을 담당하고 있었다니! 리카씨는 잘못이 없어요. 그저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속은 가련한 여인이죠.”
“이 자식!”

리카가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달려 들었다. 상대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벽에 밀어붙였지만, 상대는 여유로운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에요. 리카씨는 오히려 동정할 수밖에 없는 여인. 프로듀서는 천하의 쓰레기 같은 남자. 그래서는 이 업계에 복귀할 수 없다고요. 뭐, 리카씨가 은퇴할 때 프로듀서도 같이 은퇴할 생각이면 모르지만. 이쪽 업계에서 영영 말이죠. 아니지, 얼굴까지 퍼질 테니 사회에서 완전 은퇴해야 하려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리카씨?”

한 번 더 힘을 주던 주먹은 이내 힘 없이 풀어져 상대의 멱살을 풀었다.

“……원하는 게 뭐야?”

리카가 이를 악물며 묻자 상대는 흐트러진 옷새를 고치고서 자신의 지갑을 꺼내 명함을 리카에게 전달했다.

“이런 동영상으로 당신을 협박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해봤자 한 번 정도겠죠. 뭐, 그 정도면 만족한다고요. 처음은 그 남자니 포기하지만, 두 번째 정도는 허락해주시겠어요? 물론 그렇게만 해주시면 확실히 이 동영상 원본은 당신에게 드리죠. 복사 같은 건안하고 말이죠. 더 불어 그 때의 스폰서도 확실히 해드리죠.”
“당신을 어떻게 믿지?”
“어떻게 믿지가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지 않아요? 거기다 당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요. 약속을 어기면 당신 쪽에서 저를 물어버릴 거란 걸.”

상대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부들부들 떨며 이내 그 명함을 받아들였다. 상대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거래 성립. 이걸로 당신 둘의 안전은 확실해졌어요. 더불어 당신의 성공은 앞으로도 더욱 탄탄해지겠죠. 스폰서 확실히 해드릴게요.”
“……그딴 거 필요 없어.”
“뭐. 그냥 호의니 당신은 받아들이시면 되요. 뭐 당신은 순진한 프로듀서님은 그냥 당신의 평판에 의해 좋은 일들이 들어오는 거라 여기겠지만요. 그럼 내일 연락해주세요. 내일하고 모래 스케줄이 없단 건 오히려 들어서 말이죠. 거기에 맞추어 저도 바쁘지만 그 날은 하루 휴가를 냈다고요.”

그리고 상대는 리카의 옆을 지나치면 리카의 입술을 검지로 흩었다. 그러자 검지에는 리카의 터진 입술에서 흐르던 피와 침이 묻었다.

“그럼 내일 당신의 연락을 첫사랑과의 만남처럼 기다리죠.”

그리 말한 후 혀로 검지에 묻은 리카의 피와 침을 핥으며 의원은 여유롭게 사라져갔다. 의원이 사라지고서 리카는 받은 명함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벽에 기대어 무너졌다.

“젠장, 젠장, 젠장.”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이런 더러운 베개영업은 인기 없는 아이돌 때, 그것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나 하는 일이었다. 자신이랑은 평생 연이 없을 일이었다.

“미안, 미안해 P…….” 

리카는 울지도 못하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동안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내일 저녁에 시간 있어?”

P는 돌아가는 차안에서 리카에게 물었다. 의원과의 일로 복잡한 생각을 하던 때라 리카는 그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내일 의원을 만나기로 한 시간인지라 놀란 것이다. 

“그, 그 시간은 왜?”
“아니 별거 아니고 그저께 약속한 대로 야요이네 집에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야요이 성격이라면 그 약속을 믿고 계속 기대하며 기다릴 거거든. 그러니 최대한 빨리 가게. 근데 왜그리 놀래?”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근데 어떻게 하지, 내일 약속이 있는데.”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리카는 P의 설명에 안심을 하면서도 가슴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사랑하는 연인을 속이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뭔가 떳떳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었다.

“근데 무슨 약속인데?”

그 질문에 리카는 울 것 같은 걸 억지로 참으며 웃었다.

“하하, 그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거야. 개인적인 친분이라 P도 데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미안해.”
“미안하긴. 그런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즐겁게 놀고 와, 리카.”

P가 그리 말해주자 리카는 웃으면서 자신의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수없이 사과를 반복했다.



 

“에, 리카씨는 못 온 거에요?”
“미안 야요이, 리카씨는 바빠서…….”
“곤란하네요. 리카씨에게는 다시 사과하고 싶었는데.”
“그거라면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아즈사씨. 리카는 아즈사씨를 탓하지 않으니깐.”
“우웃, 리카씨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야요이의 집에 온 프로듀서는 자신도 아쉬움에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야요이의 집에는 동생들만이 아닌 일이 빈 아즈사와 코토리도 와 있었다.

“여전히 대인원이구나. 아니, 그 때보다 더 컸으니 양도 늘었겠네.”
“문제없어요! 숙주나물은 충분해요!” 
“거기다 다른 반찬들도 많구요. 아, 저도 도왔다고요?”

코토리가 팔을 들어 보이며 야요이와 같이 웃어보였다. 야요이의 동생들은 오랜 만에 만난 P에게 인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걸어왔다.

“야요이 집에는 자주 왔었나보네요. 아이들이 이리 잘 따르는 걸 보면.”

아즈사가 볼에 손을 가져다데며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보았다.

“프로듀서 시절에 가끔 먹을 거 갖고 놀러 온 게 다에요. 미국에 가고서는 온 적 없지만요.”
“아라아라 야요이만 특별대우였나요? 서운하네요~”
“하하,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집이 가까워서…….”
“후후, 그럼 집이 가까우니 어른들의 2차는 프로듀서씨 집에 가서 할까요?”
“아, 저도 찬성이에요!”
“코토리씨까지……. 뭐, 저도 내일까지 쉬니 괜찮을까요?”

P가 아무렇지 않게 승낙하자 아즈사는 자신의 옆에서 긴 봉투를 보였다.

“그럴까봐 이렇게 맥주도 준비해왔답니다~”
“이미 계획된 일이었군요. 허락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네요. 그럼 리카에게 연락을…….” 

프로듀서가 그리 말하자 옆에서 코토리가 후후 웃었다.

“리카씨에게는 제가 이미 연락을 해 허락을 받았답니다! 불행히도 리카씨는 못오나 봐요.”
“네, 오늘 친구를 만난다 하더군요. 그보다 코토리씨도 공범이었군요.”
“에헷!”

어른들이 그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야요이는 밥솥을 들고 와 동생들의 도움으로 밥그릇들을 챙기며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오랜 만이지만, 많이 드세요!”
“물론. 야요이의 밥은 맛있으니깐.”
“헤헤! 마음껏 드세요! 인기도 많아져서 이제는 반찬도 많다고요?”

그러면서 기쁘게 야요이는 밥을 퍼 P에게 건네주었다.




“무인호텔?”
“보는 사람도 없고 적당해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죠. 아니면 좀 더 좋은 곳으로 갈까요?”

리카가 인상쓰며 묻자 의원은 신경써주는 척 그리 물었다. 리카는 이를 한 번 갈고서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요. 어디든 빨리 끝낼수 만 있다면..”
“하하, 겨우 얻은 기회라 좀 느긋하게 보낼 계획이지만요. 그러니 이왕 어울리는 거, 제대로 어울려 달라고요.”

의원의 말에 리카는 이를 갈면서도 반항하지 않았다. 오늘 밤. 오늘 밤만 참으면 된다. 피임약도 제대로 먹고 왔다. 오늘 밤만 끝내면 더 이상 안 좋은 일은 없다.
어깨를 감싸오는 의원의 손을 받아들이며 리카는 같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야요이의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어른들은 P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때 아즈사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들어왔다.

“네, 아즈사입니다- 네? 지금요? 지금은 좀 곤란한데……. 아라아라? 하아-”

연락을 받고서 아즈사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코토리가 묻자 아즈사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맥주가 든 봉투를 P에게 건네며 답했다.

“고토씨로부터의 전화인데, 촬영했던 게 뭔가 잘 못 돼서 지금 급하게 가야한데요. 어쩌죠? 꼭 어울리고 싶었는데.”
“그럼 할 수 없죠. 다음에 해야지…….”
“아아, 겨우 어른들끼리 회포를 풀 기회였는데!”
“죄송해요. 그럼 다음에……. 아, 그 술은 꼭 갖고 있어주세요 프로듀서씨. 그리고 다음에 저랑 마시기 전까지는 마시지 말고요. 그럼.”

말하고서 아즈사는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 떠났다. 남은 P와 코토리는 아즈사를 배웅하고서 서로를 보았다.

“이제는 아즈사씨의 프로듀서가 아닌데 말이죠. 그러면 어쩔까요 코토리씨?”
“뭐, 할 수 없죠. 간만의 기회인데 놓지기도 싫고. 그럼 둘이서 마셔요.”
“여전한 주당이시군요.”
“후후, 주당인게 아니고, 마실 기회가 별로 없는 것 뿐이라고요. 오랜만의 기회, 놓질 수 없어요.”
“그렇다면 뭐. 그럼 둘이서 회포를 풀죠.”


그렇게 말하며 P와 코토리는 단 둘이 P의 집으로 향했다. 남녀라도 둘은 서로라면 믿을 수 있단 확신도 있어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러 갔다.

“아, 술은 어떻게 하죠?”
“아즈사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 그 술로 하죠. 같은 맥주니 다음에 사 놓으면 되지 않겠어요?”
“그렇군요. 안주거리도 있으니 그럼 그대로 집에 가죠.”



 

밤 깊은 새벽. 리카는 DVD를 가방에 넣고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자신의 몸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이 더럽혀진 기분. 속이 메쓰겁고 금방이라도 토하고 싶었다.

“너무 매정하시네요. 일이 끝났다고 바로 가시다니.”

리카는 대답도 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런 리카에게 알몸으로 다가간 의원이 자신의 가방에서 꺼내 온 봉투를 리카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받아두세요. 돌아갈 차비니.” 

리카는 순간 울컥해 그 봉투를 꺼내려 했다. 그런 리카의 손목을 잡으며 의원은 웃었다.

“거래가 끝났단 증거이기도 합니다. 거래는 돈이 최고의 증거이거든요. 그러니 리카씨도 받아두는 게 좋을 겁니다. 이후 어떤 뒤탈도 없게.”

리카는 입술을 물다가 그대로 그 손목을 떨쳐내며 방에서 나왔다. 의원이 넣어둔 돈봉투를 그대로 가져가며.
호텔에서 나온 리카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친절한 듯 하지만 결코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 과격하게 자신의 성욕만 만족스럽게 풀어낸 의원의 행위는 경험도 적은 리카에게는 그저 고통일 뿐이었다.

“키스만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 마저도 뺏겼다. P의 입술이, 손이 닿았던 곳에 타인의 몸이 더럽혔다. 몸에 흔적 같은 것이 남았을까? 두렵고 겁이 났다. 
밑에 쪽이 욱신 거려왔다. 최대한 빨리 P를 만나고 싶었다. 

“아파, 아파 P……."

리카는 그리 중얼거리며 택시를 잡아 P에게 바로 가려고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더러운 여자가 된 기분이다.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와 몸을 섞고 돈까지 받았다. 창녀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P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가슴을 죄어온다. 그래도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 겨우 무너지려는 것을 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을 때 인적 없는 곳에서 누군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 흐려지는 시야를 바로해 상대를 보려하니, 자신의 뺨에 충격이 가해졌다.


짝.

매마른 소리. 그 행동에 놀래 앞을 보니 그곳에는 울고 있는 치하야가 있었다. 치하야는 울면서 자신을 원망하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요? 이미 톱 아이돌이면서 뭐가 부족해서?”
“키, 키사라기양!?”

리카가 놀라며 상대의 이름을 불렀지만 치하야는 그 말에 대답도 않고 하던 말을 계속 했다.

“애인 몰래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P씨가 시킨 일이 아니란 건 충분히 알고 있어요. 저희 때 이런 일을 받아들였다면 좀 더 편했을 일을 거절해 그렇게 고생하신 분이니깐요. 큿!”

치하야는 이를 한 번 악물고서 리카를 째려보았다. 

“당신,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거예요? P씨의 노력을 한 순간에 거품으로 만들었다고요! 자신의 아이돌을 위해 스스로 쉬운 길을 버려두고 고생해온 P씨의 노력을 말이죠! 믿었는데. 싫었지만 그래도 P씨가 선택한 여자라 대단한 사람이라 믿고 있었는데.”

치하야의 말에 리카는 떨리는 손으로 치하야의 어깨를 잡았다.

“키, 키사라기양! 잠시만, 잠시만 제 말을 들어봐요! 오해에요, 이건 오해에요!” 
“뭐가 오해죠? 저 남자, 어떤 남자인지 알아요. 사람 좋은 P씨가 유일하게 격멸하며 저희랑 엮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니깐요. 당신은 저 남자와 호텔에 들어갔어요. 설마, 그냥 이야기만 하고 나왔다는 그런 어린애도 안 믿을 소릴 하려는 거 아니죠?”
“그, 그게…….”

치하야는 차가운 눈으로 쩔쩔매는 리카를 보다가 어깨에 얹어진 손을 쳐내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런 치하야를 리카는 당황하며 달려가 그 앞을 막아섰다.

“어, 어디 가려는 거죠?”

리카가 불안해하며 묻자 치하야는 숨기지 않고 상대를 노려보며 답했다.

“P씨에게. 모두 말할 거에요. 아마 모르고 있겠죠.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담당아이돌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단 걸. 알았다면 어떻게 든 반대하고 막았을테니 말이죠. 만나서, 모두 말할 거예요.”
“아, 안 돼! 안 돼요 키사라기양!”
“그럼 P씨를 속이라고요? 아니면 끝까지 속이시려고요?”

치하야가 경멸감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이내 리카는 치하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보다도 어린 상대를 울며 올려다보았다.  


“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맹세해요! 그러니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는 마세요! 뭐든, 뭐든 할테니깐 제발! 저에게는 그, 그 사람 밖에 없어요! 그 사람에게 버림받으면 전…….”
“그런 분이,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이런 일을 한다고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빌게요!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제발! 죄송해요, 제가 모두 잘못했으니 제발!”

리카는 손까지 빌며 상대에게 애원을 했다. 치하야는 리카가 그럴수록 더욱 경멸하고 차갑게 쳐다볼 뿐이었다.
일본 최고의 톱 아이돌이란 사람이 보일 모습이 아니었다.

“큿!”

치하야는 한 동안 상대를 노려보기만 했다. 리카는 어떻게든 빌면서 치하야를 말리려고 했다. 
치하야는 한 참을 말도 않고 노려보다가 입을 떼었다.

“알았어요. 일단 한 동안 말하지 않고 지켜볼게요.”
“키, 키사라기양!”

리카가 기뻐하며 반응하자 치하야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

“대신, 알아서 헤어지세요. 당신은 결코 P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 남자를 불행하게 할 뿐이에요.”

그리고 상대를 노려보고서 몸을 돌려 터벅터벅 길목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다가 이내 바닥에 엎드린 리카는 그대로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몸을 떨었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용서해줘요. 용서해줘, 용서해줘, P! 으아아아아앙!"
그렇게 리카는 새벽에 한 동안 길바닥에 엎드려 애처럼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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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때문에 이 사이트에 올리기를 고민했었죠. 

참고로 이런 NTR 장면은 이번만 나옵니다. 이후로는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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