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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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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8, 2018 21:59에 작성됨.

*이 글은 백합러에 의해 작성된 창작물입니다.


 1.

 통상적으로, 어떤 것이 부족하다 라는 건 그것이 본래 가득했었거나, 그것이 가득한 상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만한 일을 서두에 쓴 것은, 내가 최근 느끼고 있는 이 부족함에 대해 이 글을 읽을 단 한 사람의 독자에게라도 절실히 전하고픈 까닭이다. 하지만 무엇이 부족하냐 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한 심정으로, 당당히 답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라 함은 나의 현재 위치의 문제도 있으며, 단순하게 말하기 창피하다는 중학생같은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내가 화두로 꺼낸 얘기를 무슨 면짝으로 되돌리랴. 나는 이 자리에서, 아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부족함에 대해 아낌없이 풀어내려 한다.

 그런고로...난 요즈음, '카나분'이 부족하다.


 2.

 확실히 말하지만, 나는 변태가 아니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발언이라고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건장한 이십대의 청년이, 이제야 고작 중학교 2학년인 여자아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보고 싶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라 느끼고 있다고 고백한 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나는 확언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나는 카나에게 성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내가 비록 상당히 작위적이지만 더할 나위없이 잘 어울리는 카나의 오렌지 빛 머리를 보며(작위적이다, 란 표현이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혹 있을까봐 언급해두지만, 중학교 2학년이, 아니, 애당초 동양인에게 자연적으로 나올 수 있는 머리색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걸 따진다면 765프로의 거의 전원에게 같은 딴지를 걸어야겠지만.) 무슨 향기가 날까 상상해본다거나, 카나 특유의 그 바보같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카나는 분명 성대도 귀엽게 생겼겠지 하고 생각한다거나, 카나의 엉망진창인 노래(그럼에도 왠지 무대에서만큼은 빼어난 노래실력을 자랑한다. 아마도 나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음치는 컨셉이거나, 만들어져 있는 노래만을 잘 부르는 것이거나)를 들으며 카나의 사랑스러움에 기절할 뻔했어도 말이다.

 잠시 멀리 돌아가자면, 나는 사랑을 할 때의 사람은 극단적으로 감정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초에 사랑이란 것이 감정의 하나로 분류되니 그것을 할 때 이성적이 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긴 하다만. 어찌됐건 '사랑'이란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은, 그 사랑의 대상에 관여한 모든 일에 이성적인 대처가 불가능해진다. 그 때문에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거나, 또 사소한 일에 세상을 가진 양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카나에게 가지고 있는 이 감정이 결단코 사랑이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왜 '카나분'이 부족한지, 즉, 카나와 있는 시간이 줄어든 그 이유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말하겠다. 요즘 카나는, 사랑에 빠진 듯하다.


 3.

 사춘기. 한자의 뜻을 그대로 말하면 '마음에 봄이 오는 시기'란 뜻이 된다. 사전의 힘을 빌리자면,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춘정을 느낄만한 나이, 라고 한다. 흔히들 사춘기란 말을 반항하는 시기의 대체용으로 쓰는 것을 생각하면, 청춘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춘기란 단어가 그런 의미로 쓰이기엔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과연 사춘기는 어떤 나이에 오는가. 나의 경우 고등학생 때 왔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빨리 성숙해진다고 하니...딱 사춘기일만한 시기가 아닌가. 중학교 2학년.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카나는 현재 한창 때의 청소년이고, 학교생활과 아이돌이란 꿈 또한 놓치지 않은 채 청춘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 카나가 연애라는 청춘의 한복판을...놓치고 있을리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히 얘기할 만큼의 위인은 못되므로,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애당초 아이돌 사무소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으면서, 나는 저 나이대의 여성을 대하기가 서툴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족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심한데다 약간 삐뚤어지기까지 한 성격의 탓도 크다. 아니, 그보다, 어린아이의 머리만 쓰다듬어도 성추행범으로 잡혀 가는 시대에, 오히려 십대 여자아이를 능숙하게 대하는 청년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나의 십대는 어떠했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학교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나에게 '이 멍청아, 정신 좀 차려라'라고 말한 들 그 때의 내가 들을성 싶진 않지만. 어찌됐건 쓸데없는 걸 회상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떠올리려는 건, 나의 십대의 연애생활에 대해서다.


 4.

 아마 이것은 내가 '카나분'이 부족한 것을 고백한 것보다도 더 수요 없는 이야기일테니 짧게 끝내도록 하겠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상당히 격렬한 이별을 경험했다. 격렬한, 이라는 표현의 두리뭉술함에 기대지 않고는 이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라는 존재가 아직 자신의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아침드라마에 나올 법한 바람이었다. 나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던 그녀가, '저런 녀석에게 너는 아까워' 라는 말을 듣고 그 쪽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려, 결국 내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바람상대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여린 마음의 내겐 충분한 충격이었겠지만...커다란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그녀의 바람상대는 여성이었다.


 5.

 조금 억지스럽지만 다시 카나의 얘기로 되돌리자.

 그다지 자랑스러운 고백은 아니지만, 나는 카나를 자주 보곤 한다. 딱히 멀쩡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보고 있으면 기운이 나기에, 나도 모르게 항상 카나를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관찰하고 있다 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니 상당한 변태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이 아님은 지금까지의 글을 읽고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어찌됐건 이미 변태같은 고백을 한 상태에서 더 변태같은 고백까지 하게 된 이유는, 내가 그 만큼 카나의 변화에 대해 잘 알아차린다 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본론을 말하자면, 최근 카나는 어리숙하고 숫기 없지만 그럼에도 프로듀서란 이유로 내게 배당되던 시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쏟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누구인가. 내가 방금 '그 대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라고 언급했지만, 카나를 관찰하는 것은 프로듀스보다도 자신있기에, 최근의 나는 어느정도 그 대상을 식별하는데 성공했다.

 내가 알아낸 것은 이렇다. 카나의 연심이 향하고 있는 '그'는,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꽤나 차가운 인상이지만 사실은 남을 잘 챙기는 성격인 듯하다. 또 카리스마 있는 겉보기완 다르게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이 정도면 왜 내가 나의 부끄러운 십대 시절의 이별 얘기를 꺼냈는지 이해가 됐으리라.

 카나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그'가 아니라 '그녀'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다.

 그것도, 같은 사무소의, 키타자와 시호에게 말이다.


 6.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상황이 위태롭다.

 765프로는 나름 메이저 사무소이다. 초기의 13명 모두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자리잡았고, 그에 따른 후속 주자인 라이브시어터 역시 각종 매체에서 비춰지며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즉,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미숙한 신인이라는 것이다.

 그런 신인이, 스캔들을, 그것도 동성과, 거기에 같은 사무소인데다, 그 사무소가 765프로라니. 오히려 누군가가 짜준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말하면 더 믿을 법 하겠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 프로듀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사춘기의 연심에 이성을 들이민들 설득시킬 수 있을리 없다. 도대체 누가,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 그 사랑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애당초 굳이 따지자면 잘못된 사랑은 아니다. 잘못된 게 있다면, 편견과 혐오의 시선들, 그리고 카나가 처한 상황이 아닐까). 그러므로 나는, '카나 관찰'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카나시호 관찰'을 시행하기로 했다. 만약 들킬 위험이 생길 경우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또 나의 부족한 '카나분'을 채울 것도 겸해서 말이다.

 앞의 몇 가지의 이야기는 카나시호 관찰에 대한 기록들이다.


 7.

 "카나."

 "응? 왜, 시호쨩?"

 "혹시 오늘..."

 "응! 시간 있어! 저번에 갔던 고양이 카페 갈까?"

 "...응"

 "에헤헤, 시호쨩, 오늘은 가는 길에 크레이프 사먹을까?"

 "좋아. 대신 오늘은 내가 살거야."

 "에, 괜찮다니까..."

 "안 돼. 어제 갔던 가게도 카나가 냈잖아."

 "그건 그렇지만...아, 그럼 오늘 갈 땐 팔짱 끼우게 해줘!"

 "하?!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싫으면 안해도..."

 "...딱히 싫다곤 안했어."

 "정말! 그럼 팔짱 껴도 돼?"

 "그래. 마음대로 껴도 돼."

 "얏따! 시호쨩과~♪데이트~♪"

 "(쑻)정말, 카나도 참..."


 8.

 "시~호쨩!"

 "꺗, 깜짝이야..무슨 일이야, 카나?"

 "사실은, 엄청난 소식을 구해왔어!"

 "웬 엄청난 소식?"

 "쨘! 이거 봤어?"

 "아, 역 앞에 생긴다는 대형 서점? 이게 왜?"

 "그게그게, 이 서점에 그림책 코너가 엄청 크게 생길거래!"

 "정말? ...잠깐, 누구한테 들었어?"

 "응? 거기 얘기를 했더니 프로듀서가 알려 줬어! 뭐라고 했더라, 카나가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라고!"

 "카나의 프로듀서? 아, 그...쓸데 없는 말을."

 "쓸데 없는거야..?"

 "아냐, 그런 게 아니라...크흠, 카나가 나라도 좋다면, 나는 얼마든지 같이 가줄게."

 "정말? 에헤헤, 시호쨩, 사랑해!"

 "얘가 큰 소리로...그러고보니 거기 앞에, 디저트 뷔페도 생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

 "디, 디저트 뷔페..?그렇다면.."

 "응, 쁘띠슈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얏따! 빨리 가고 싶어라~♪"

 "(쑻)정말, 카나도 참..."


 9.

 "시호쨩, 그게..."

 "아직, 인거야?"

 "응...미안."

 "미안할 건 없어, 카나. 천천히 익숙해지면 되지."

 "아니, 시호쨩...왜 내가 고양이처럼 있어야 되는거야?!"

 "그거야...좋아하잖아? 이런 거."

 "그건 그렇지만! 조금 창피하다구, 시호쨩 앞에선..."

 "크흑, 잘 먹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어쨌건, 그럼 윈윈이잖아? 카나는 좋아하는 걸 하고, 나는 그런 카나를 보면서 즐기고."

 "뭔가 표현이 변태 같잖아! 시호쨩 변태!"

 "...내가 변태면 싫어?"

 "음, 그건..아니지만."

 "그럼 고양이 행이네."

 "돌아가지 말라구우우"

 "이리오렴 냥이야~맛있는 우유야~"

 "완전 길에서 고양이를 만난 엄마의 대사네..."

 "우쭈쭈~해치지 않아요~"

 "...냥~"

 "아이구 착하다~엄마 품이 그렇게 좋아?"

 "냥~"

 "이렇게 귀여운 냥이는, 쓰담쓰담 해줘야지"

 "냐아~"

 "...느그들, 뭐하노?"

 "앗, 나오 씨..."

 "냐! 가 아니지, 아앗!"

 "꽁냥대는 것도 좋지만, 연습은 제대로 하라고?"

 "네, 미나코 씨..."

 "네에..."

 "..혼나버렸네"

 "..그러게. 그래도, 에잇!"

 "카나?"

 "카나냥이는 시호엄마 품이 좋으니까, 조금만 더 안겨있을래!"

 "(쑻)정말, 카나도 참..."






 10.

 내가 그녀들을 관찰하고,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나의 복잡했던 걱정에 비해, 그녀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올곧아, 많은 이들에게 어떠한 깊고 두터운 혐오와 배척감은 커녕 치유로 다가온 듯했다.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백합이야말로 진리이며, 고귀함의 극치라는 것.

 그녀들은 내게 그것을 알려주었다.


 11.

 나는 이제, '카나분'을 운운하지 않는다.

 사실상,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가득한 상태이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 탐욕적인 마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탐욕을 들이밀기엔 그녀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고귀해, '백합' 앞에선 나의 존재, 나의 탐욕이 몹시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느꼈던 부끄러움을 통해 그 부끄러움을 척결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니.

 그러므로, 여러분 모두 백합 보세요.

 카나시호 최고다! 안유리 최고다!









 왜 이런 글이 되어 버렸을까요.

 글에 대해선, 소녀불충분(니시오 이신)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은근히 문체가 비슷하도록 썼는데, 느끼셨을지 모르겠네요.

 9번의 카나시호의 대화는 조금 티격태격하는 카나시호가 보고 싶어 썼습니다. 네, 사심 가득합니다.

 마지막은 약간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 종교에 빠진 것 같은 느낌으로 적었습니다만, 다시 읽어보니 마무리가 참 이상하네요.

 그런 의미로, 백합 보세요 여러분.

 글 중엔 쓰지 않았지만 전 스바유리, 유키마미도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마지막으로ー카나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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