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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2)《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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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3, 2016 22:33에 작성됨.

 그렇게 일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마유와 타네기. 함께 식사를 하면서 타네기는 새삼 마유가 이상적인 현모양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부터 그러했지만 생각이 날 때 쯤 차를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었고, 옷이 삐뚤어져 있다면 매무새를 단정히 고쳐주기도 하고 가끔은 마사지도 해주는 등 이상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자랑했다.
 식사를 도중에도 그것은 마찬가지. 컵이 비워지면 물을 따라주고 입가에 소스가 묻으면 닦아주고, 그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눈웃음을 지어주며 단 둘이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나오며 타네기는 마유에게 말했다.
 
"마유는 미래에 좋은 아내가 될 거라고 생각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마유가 시간이 지나서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된다면 분명 사랑 받을 거야."
 
"우후훗, 그런 칭찬은 조금 쑥스럽네요오...그래도 감사해요."
 
"응. 그러면...아직 다음 레슨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산책이라도 할까? 지금까지 여유가 없었으니 이참에 주변 지리도 조금 눈에 익혀두자. 괜찮겠어?"
 
"네, 마유는 찬성이랍니다. 우후후..."
 
 타네기는 먼저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고 그 모습을 잠시 뒤에서 지켜보던 마유는 한기가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유는 기뻐요오. 프로듀서 씨도 마유랑 같은 생각이었다니...미래에는 꼭, 당신의 신부로 옆자리에...우후후후~"
 
 서늘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올긴 그녀는 타네기를 따라 산책을 나섰다. 산책이라고는 해도 프로덕션 건물이 있는 주위를 거는 정도였기에 딱히 이렇다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안면이 있는 선배나 동기 프로듀서들을 만나 인사를 주고 받는 정도. 그때마다 마유의 존재는 두각을 보기는 했다. 최근 그녀가 전 사무소에서 346 프로덕션 소속으로 이적했다는 얘기가 은연중에 퍼졌으니 그녀에 대해 조사를 해본 프로듀서들은 타네기와 같이 있는 그녀를 놀라워했다.
 그때마다 마유는 타네기에게 붙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신이 그의 아이돌임을 어필했고 말이다.
 
"이번에도 가창력 레슨인가요?"
 
"아니, 이번에는 댄스 트레이닝이야. 라고는 해도, 처음 며칠은 신체 단련을 위한 스트레칭 같은 거라고 하지만."
 
"단련이라면..."
 
"유연성이나 체력, 지구력 같은 거 말이야.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아무래도 마유 너가 내 첫 아이돌이니까, 견습으로 따라다닌 아이돌들은 레슨보단 현장에서 일하는 걸 주로 했거든."
 
"우후훗. 마유는 괜찮답니다? 프로듀서 씨가 마유를 위해 노력해주니까 마유도 프로듀서 씨를 위해 노력할게요."
 
"고마워, 마유."
 
 훈훈한 분위기를 보이며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온 두 사람. 그러다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한 타네기는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는 것을 단숨에 눈치챈 마유는 조용히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타네기가 보고 있던 것은 한 소녀. 프로덕션 소유의 정원에 심어진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소녀.
 별다른 특징은 없는 소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그림자가 옅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소녀다. 굳이 특징을 뽑자면 머리에 삐죽 튀어나와 그나마 존재감을 이끌어내는 삐침털과, 살짝 회색빛을 띄는 연하디 연한 보라색의 머리카락 정도.
 
"프로듀서 씨? 왜 그러세요?"
 
"아니...저 아이, 전에도 저기에서 저러고 있던 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타네기가 자신이 아닌 다른 소녀에게 한눈을 팔고 있다는 사실에 마유는 입을 살짝 내밀고 뺨을 부풀렸지만 이내 그만두고 타네기에게 팔짱을 끼려고 했다. 그보다 먼저 타네기가 움직이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프, 프로듀서 씨? 어디로 가시나요...!"
 
"잠깐 얘기 좀 나눠볼까 해서!"
 
"에, 그치마안..."
 
'프로듀서는 마유에게만 집중해 주셔야 한다구요오...!'
 
 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지만 그런 마음을 벌써부터 내비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에 마유는 말없이 그를 따라 소녀에게 다가갔다. 쪼그려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소리를 내고 있는 소녀.
 막상 가까이 다가오니 타네기도 조금 긴장을 해서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접근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마유는 조금 섭섭한 듯 뺨에 다시 바람을 넣었지만.
 
"후히...내가 있으니까 괘, 괜찮아...이렇게 매일...보러오니까. 후힛..."
 
"...?"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녀. 뒤에서 지켜보던 마유도 조금 흥미를 보였기에 말없이 타네기를 따라 조용히 붙었다. 소녀는 대체 누구와 대화하는 것일까? 궁금증이 피어난 둘은 조심스럽게 소녀의 어깨 너머로 상대를 찾으려 했다. 속으로는 기껏 해야 애완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동물은 보이지 않아 궁금증만 더 강해졌다.
 
'이상하네...아무 것도 없는데...'
 
'마유도 보지 못했어요오...'
 
"후힛, 그러면...내일 또 보러 올게..."
 
 대화가 끝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몸을 돌린 소녀는 순간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두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자신들끼리 작게 대화를 나누느라 소녀가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던 두 사람은 최대한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소녀를 마주 보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정적. 그리고,
 
"으...엣...나는 외톨이 버섯, 외톨이 버섯..."
 
"...?"
 
"외, 외톨이 버섯~ 외톨이 버섯~"
 
 이해하기 힘든 반응. 보통이라면 자신이 혼잣말을 하는 것을 본 사람과 마주치면 창피함에 얼굴을 붉히거나 도망을 치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눈앞의 소녀는 의외, 돌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곡이라기 보다는 흥겨움에 부르는 콧노래 같은 느낌의 것.
 하지만 딱히 들어주지 싫은 것은 아니고, 소녀의 조금 낮고 허스키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좋은 목소리가 합쳐져 괜찮은 인상을 주는 편에 속했다.
 
"버섯~ 버섯~ 혼자서도 잘 자라는 외톨이 버섯~"
 
"저기..."
 
"흐잇..."
 
 타네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려 하자 소녀는 노래를 멈추며 몸을 떨고는, 이내 입을 다물고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타네기와 마유를 올려다 봤다. 가까이서 마주하니 생각보다 작은 체구. 키도 작고 마른 것이 소녀의 건강 상태가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타네기는 소녀에게 다른 것으로 흥미를 가졌다.
 
"조금 전에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까...?"
 
"에..."
 
 자연스럽게 나온 경어. 일단 프로덕션의 안에 있으니 연습생이거나 어쩌면 데뷔한 아이돌들 중에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허나 그런 그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던 소녀는 고개를 휙휙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이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나보고 묻는 거야...?"
 
"...? 그, 그렇습니다만"
 
"이상한 분이네요..."
 
"마, 마유..."
 
"앗,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본심이 나와버린 마유는 타네기가 눈치를 주자 재빨리 소녀를 향해 사과했다. 평소 타네기의 앞에서는 내숭 섞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였기에, 생각지도 못한 소녀의 되물음에 저도 모르게 그만 생각이 입으로 나와버린 것이었다. 대게 이런 경우라면 상대방은 기분 나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녀는 놀란 표정으로 타네기를 보며 물었다.
 
"나, 나를 눈치챈 거야...?"
 
"예? 아, 예..."
 
'역시 이상한 아이에요...프로듀서 씨는 왜 이런 애한테...'
 
"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다니...좋은 센스..."
 
"...??"
 
 머리위로 떠오르는 의문 부호가 점점 더 늘어갈 때, 소녀는 돌연 타네기를 향해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내, 내 이름은...쇼코. 호시 쇼코...흔히 볼 수 있는 외톨이야. 후힛..."
 
"아, 네...전 야마다 타네기입니다..."
 
 얼떨결에 쇼코의 손을 마주 잡고 악수를 한 타네기.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마유의 표정은 살짝 싸늘해지더니 프로듀서와 악수를 한 쇼코를 째려보았다. 그런데 마유의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쇼코는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안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꽤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는데...후히..."
 
"그, 그렇군요."
 
"괜찮다면...친구, 하지 않을래...? 지금 친구 하면, 바로 다른 친구도...소개해줄 수 있어...후히히..."
 
"아...네..."
 
"후히힛..."
 
"..."
 
 여전히 마유의 싸늘한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눈앞의 쇼코 덕분에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쇼코는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 자신이 조금 전까지 쪼그려 앉아 혼잣말을 나누던 나무의 그늘 아래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것이 그곳을 보라는 의미임을 눈치챈 타네기는 몸을 숙여 그곳을 보았고, 이내 눈에 들어오는 생전 처음 보는 버섯을 발견했다.
 
"이건...버섯?"
 
"그냥 버섯이 아니라...먼지 버섯이야. 후히...여기에서 산 지 꽤 오래 됐어...나도 얼마 전에 알았지만..."
 
"먼지 버섯...이 버섯은 누가 키우는 건가요?"
 
"아니, 자연적으로 자라난 버섯이야...나처럼 외로워하는 걸 발견했지...후히히..."
 
"자연 버섯..."
 
"그런데 친구...친구는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혹시 나처럼 친구 찾기? 후힛."
 
"아뇨, 저는..."
 
 쇼코의 질문에 타네기는 얼떨떨한 상태에서도 품 속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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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컴퓨터로 프로필을 손보다가 성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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